우둔하고 어리석지만“모두가 작은 허물마저부끄럽게 여기길” 서원큰 귀에 인상적인 눈, 전체적인 모습은 말을 빼닮은 듯 하지만 몸매는 말처럼 미끈하게 균형 잡히지 못했고, 권력자의 준마보다는 가난한 민중의 짐꾼 노릇에 더 어울리는 나는 나귀입니다. 지금도 모로코나 중국 운남 근처를 가면 여전히 무거운 짐을 양쪽으로 나눠 싣고 힘겹게 가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에 더 큰 동물을 부릴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평생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를 사람들은 아주 친근하게 여기고 있지요.그런데 그토록 친근
영적 수행과 심리학의조화 위해 평생 바친자아초월심리학 개척자 한 청년의 명상 수행불교 명상에 심취한 한 청년이 유명한 명상 지도자를 찾아가 그의 수행처에서 머물면서 지도받기를 청했다. 지도자는 청년의 진지한 마음을 알아보고 자신의 제자들과 함께 수행하도록 허락했다. 청년은 그를 영적 스승으로 모시는 수행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정진하는 마음을 흩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청년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가 존경하는 지도자가 보여주는 파괴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무엇인가가 지도자의 온전함을 방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민중 희로애락 담긴 ‘땅설법’흥미 넘어 불법으로 귀일 세상에 드러난 ‘땅설법’의 실체4년 전, 불교계에 조용하지만 적지 않은 파문이 일었다. 몇 세대 전에나 존재했을 법한 한국의 속강 ‘땅설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땅설법은 그간 의례를 마무리하는 설법 정도로 여겨왔으나, 그 실체를 온전히 담은 의식이 강원도의 작은 사찰에서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던 것이다. 땅설법의 주체는 삼척 안정사(安政寺)의 다여(茶如)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이끌어온 불교공동체였다.땅설법은 속강(俗講)과 같은 의미를 지닌 말로, 중생의 눈높이와 함
차별성의 경계 벗어난 진여웅변으로 보여주는 침묵∷ 무대_ 인도 바이샬리 성, 유마거사의 방∷ 주요 등장인물_ 유마거사, 문수사리보살, 법자재보살, 덕수보살 등∷ 함께 한 대중_ 많은 보살대중과 성문대중∷ 주요 전개 과정문수사리보살이 “보살이 어떻게 하면 ‘둘이 아닌 진리(不二法門)’에 깨달아 들어가는 것인가?”에 대해 여러 보살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법자재보살·덕수보살·불순보살 등의 여러 보살이 그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 보살들은 ‘나’와 ‘내 것’, ‘취함이 있음’과 ‘취함이 없음’, ‘더러움’과 ‘깨끗함’, ‘선(善)’
운남 소수민족 이주하며 전래연이은 전쟁에 차 생산 타격90년대 이후 회복, 절반 수출 히말라야에서 굽이쳐 내려온 험준한 산세는 라오스를 지나며 남쪽으로 갈라져 베트남의 등뼈인 쯔엉선(Truongson, 長山)산맥을 이룬다. 이 산맥은 오늘날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베트남의 국경을 형성하고 있다.중국 운남성에서 발원한 홍강(紅江)은 천길 계곡을 깎아내린 붉은 흙을 품고 흘러와 하구에 거대한 삼각주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강원도 면적만큼 넓은 홍강 삼각주 안쪽은 천혜의 옥토였다. 아열대의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 비옥한 토지는 부지런한 농부
엄마 또는 아빠가 다닌 유치원을 자녀가 다니는 경우는 흔한 사례일까? 유치원의 역사가 오래되었더라도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국에 종립 유치원 16곳을 운영 중인 천태종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다. 원아들이 바른 마음·바른말·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실시하고 있는 천태 유치원의 인기가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세 가족을 만나 추억담을 들어봤다.부산 광명사 _ 광명유치원∷엄마 김성주·딸 김서율
잡초날씨가 궂은 날이 아니면 짬이 날 때마다 잡초를 뽑는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고 자란다. 여름에는 잡초가 매우 버겁다. 다루기가 어렵다. 그나마 늦가을부터는 그 기세가 꺾이니 이런 겨울날에 시간이 날 때마다 잡초를 뽑는다. 그냥 두어도 시들 것을 무엇 하러 굳이 뽑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잡초를 이기기에는 이 겨울의 시간만 한 때가 없다. 겨울에 그 뿌리를 뽑아 봄에 잡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는 것을 조금은 막고자 하는 것이다.봄에서 가을까지 자란 잡초의 뿌리는 한껏 깊어져 뿌리의 그 근거를 떼어내기가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종정(宗正)을 지낸 한암(漢巖) 대종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스님은 구한말인 1876년 강원도 화천에서 온양(溫陽) 방씨(方氏) 기순(箕淳)과 선산(善山) 길씨(吉氏)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속명은 중원(重遠)이다.22세 때인 1897년, 금강산 장안사에서 행름선사(行凜禪師)를 은사로 출가했다. 1899년, 금강산 신계사에서 보조국사(普照國師)의 〈수심결(修心訣)〉을 읽다가 크게 발심했고, 김천 청암사 수도암에서 만난 경허(鏡虛)화상의 〈금강경(金剛經)〉 법문을 듣고 첫 깨달음을 얻었다. 합천 해인사
사랑이 그대에게 손짓하거든 따라가셔요.그 길이 비록 험하고 괴로울지라도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는 안기셔요.날개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를 상하게 하더라도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믿어 주셔요.비록 그의 음성이 뜰 안을 황폐케 하는 폭풍처럼그대의 꿈을 휩쓸어 버릴지라도.사랑은 그대에게 면류관을 씌우듯이그대를 십자가에 못박을 터이니까요사랑은 곡식단을 묶듯이 당신을 그 안으로 모읍니다.사랑은 그대가 알몸이 되게 도리깨질을 합니다사랑은 그대의 껍질을 벗기고 자유롭도록 채찍질을 합니다사랑은 반드시 이 모든 일을그대의 마음이 신비를 깨닫도
요즘 한국 사회는 갈등과 분노가 심각한 수준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진영 갈등뿐만 아니라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노사 갈등, 빈부 갈등 그리고 가정에서는 부부 갈등과 부모-자녀 갈등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에 분노의 폭탄을 지닌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쉽게 폭발하곤 한다. 매번 뉴스에서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채 폭력을 휘두른 사건을 보도하는데, 이때 ‘분노조절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 또는 ‘울분사회’라고 진단한다. 실제 심리상담소에도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들
라자가하(Rājagaha)의 상인들은 창녀 암바팔리(Ambapālī) 덕분에 베살리(Vesālī)시가 더욱 빛나고 화려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자가하에도 아름다운 유녀가 있어야 한다고 빔비사라(Bimbisāra)왕에게 건의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이 허락하자, 상인들은 아주 예쁜 여인 살라바티(Sālavati)를 공식적인 유녀로 위촉했습니다. 살라바티와 하룻밤 동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 돈을 내야만 했습니다.몇 해가 지나 유녀 살라바티가 아들을 낳았지만 그 아기는 길에 버려졌고, ‘지바카(Jīvaka)’라는 이름을 받았
집을 사랑한 거북사람들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 뿐이리.”하는 노래를 부르며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장소인 집을 등에 늘 짊어지고 다니는 나는 거북입니다. 등딱지의 무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사지와 머리를 등딱지 속으로 쏙 집어넣으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얼마나 편하고 좋은가요? 여차하면 쏙~ 숨어버릴 수 있고, 무척 단단하여 웬만큼 억센 이빨을 가진 동물이 아니면 으스러뜨리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곳,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이 사람이 인생의 긴 여정에서 항상 승리했고, 타고난 성공의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한다. 이런 사고는 결과만 보고 쉽게 판단하려고 하는 생각의 습관에 기인한다. 그렇다 보니 승리를 얻기 위해 수없이 실패를 겪었던, 승리자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읽어 내는 사람은 드물다.승리는 “겨루어서 이긴다.”는 의미다. 그런데 승리하기 위해서는 싸우는 상대방을 꺾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장애물과 겨뤄 이겨내야 한다. 다시 말해, 승리와 성공을 위해서는 올바른 사고를 방해하는 내면의 오래된
설법으로 민중 일깨운 ‘창도사’초기 중국불교에서는 스님을 ‘교화자(敎化子)’라고 부른 적이 있다. ‘대중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이끌어 교화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당시 스님들은 인도 승가와 마찬가지로 탁발을 했는데, 중국에서 걸인을 ‘화자(花子)’·‘규화자(叫化子)’라고 부르는 것도 ‘교화자’에서 유래되었다.불교가 중국에 처음 전해졌을 때는 경전이 번역되지 않아서 탁발 걸식으로 유행(遊行)하며 중생을 교화해야 했기에 초기 스님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스님들은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운문 형식의 경구를 노래처럼 들려주
∷ 무대 _ 인도 바이샬리 성, 유마거사의 방∷ 주요 등장인물 _ 유마거사, 문수사리보살, 사리불, 천녀(天女)∷ 함께 한 대중 _ 많은 보살대중과 성문대중∷ 주요 전개 과정문수사리보살이 “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에 대해 유마거사는 “중생이란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으니, 환술로 만들어진 존재를 보듯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살이 중생을 이렇게 바라봐야 중생을 향해 걸림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정한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실천해 나가는 길을 설파한다.유마거사의
대만차(臺灣茶)는 뛰어난 품질과 청결함으로 정평이 나 다인(茶人)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만의 차(茶) 역사는 약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는 청나라 말기 최대 수출품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를 구매하려는 상인들의 배가 중국 대륙 동쪽 항구로 줄이어 드나들곤 했다.당시 복건성에 거주하던 주민 중 일부가 바다를 건너 대만으로 이주하면서 각종 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차나무도 전해져 중요한 작물로 재배됐다.200년 전 무이산 차나무 전래〈대만통사(臺灣通史)〉에 따르면 청나라 시대인 1796~1820년경
매화의 가장 큰 매력은 긴 겨울 혹독한 추위에 지친 이들에게 봄소식을 알려주는 전령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있다.옛 사람들은 매화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당나귀를 타고 먼 길 여행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매객(尋梅客)’ 혹은 ‘탐매객(探梅客)’이 생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이들이 매화를 기다린 까닭은 봄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돌덩이처럼 얼어붙은 고목에서 얇고 여린 꽃잎을 피워내는 강인함과 절개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화에서 새로운 봄[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았으며, 고목에서 꽃을 피우는 회춘을 보았기
전미경 2022년 作봄씨 _ 45x32cm _ 종이에 자연물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제74(국보 제279호)는 고려 현종 때 거란의 침입을 부처님 가피로 극복하고자 만든 초조대장경의 일부이다. 당나라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화엄경〉 주본 80권 가운데 제74권이다.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으로 종이를 길게 이어 붙여 두루마리처럼 만들었다.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 권제29(국보257)와 함께 11세기경 조판된 초조대장경의 원형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헌이다. 크기는 세로28.7cm, 가로 46cm.이밖에도 불교천태중앙박물관이 보유한 관련 유물로 ‘〈대방광불화엄경소〉 권제68(보물 1013호
“점 하나가 부처님 눈과 코획 하나가 부처님 팔, 다리”사경은 거룩하고 성스러운 佛事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 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변이가 잇따르며 장기화로 가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종교시설 방역수칙이 강화되면서 불자들의 신행활동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그렇다고 수행의 고삐를 늦출 수는 없는 일. 이번 호에는 불교수행법 중 하나인 ‘사경(寫經)’의 역사와 유래, 그리고 사경 수행을 하는 천태불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경전을 옮겨[베껴] 쓰는’ 사경(寫經)의 역사는 언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