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행동 통한 우월성 추구”
인간에 대한 이해, 불교와 닮아

아들러는 프로이트·융과 함께 서양 심층심리학의 3대 창시자로 불린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융과 함께 서양 심층심리학의 3대 창시자로 불린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이 사람이 인생의 긴 여정에서 항상 승리했고, 타고난 성공의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한다. 이런 사고는 결과만 보고 쉽게 판단하려고 하는 생각의 습관에 기인한다. 그렇다 보니 승리를 얻기 위해 수없이 실패를 겪었던, 승리자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읽어 내는 사람은 드물다.

승리는 “겨루어서 이긴다.”는 의미다. 그런데 승리하기 위해서는 싸우는 상대방을 꺾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장애물과 겨뤄 이겨내야 한다. 다시 말해, 승리와 성공을 위해서는 올바른 사고를 방해하는 내면의 오래된 습관이나 사고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나약하고 게으른 측면, 불합리하고 왜곡된 측면을 모두 극복해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성공 스토리를 듣고 감동하면서 ‘나는 지금 나의 단점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극복했구나. 대단하다.’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상대를 꺾어서 이겼다는 이야기만 듣고 감동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현재의 모습보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꾼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이것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기 성장을 추구하고, 성공을 추구하고, 또 자기완성을 추구한다. 아들러는 이를 ‘우월성 추구(Striving for Superiority)’라고 불렀다. 우월성을 추구하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본능적 행위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부족한 것을 보충하려 하고, 불완전한 점을 보완해 완성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아들러는 이런 욕구는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우리가 한평생 환경이 주는 무수한 도전을 해결·극복하면서 건강하고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달리 보면, 우리가 항상 부족하고 무능한 자신을 감지하며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이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몸부림이 우월성의 추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열등감의 해소 방법은 다르게 발달한다.

어떤 사람은 열등감 때문에 더 움츠러들고, 어떤 사람은 열등감을 느끼면서 겉으로는 태연한 척한다. 아들러는 이렇게 신경증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열등감을 자신이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계기로 삼아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게 건강한 사람이 우월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대계 정신의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이다. 1870년에 태어나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와 동시대에 활동했다. 정신분석으로 말미암아 심리치료 분야가 한창 발전하던 무렵인데, 프로이트와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하면서 심리치료 분야의 또 다른 초석을 다졌다. 그래서 아들러는 프로이트·융과 함께 서양 심층심리학의 3대 창시자로 불린다.

빈 대학교 의학부를 졸업한 후 안과의로 개업했다가 일반의로 진로를 바꾸었다. 후에 정신의학에 큰 관심을 가져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그는 정신분석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정식으로 밟지는 않았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이론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열렬히 지지했다. 1902년 지역신문에 실린 프로이트의 꿈 분석 이론을 공격하는 글을 보고, 이 기사를 논박하면서 프로이트를 옹호했다. 이에 감명을 받은 프로이트가 수요일마다 열리던 토론그룹에 아들러를 초대하면서 두 사람은 급속히 가까워졌다. 이 모임은 1910년 아들러가 초대의장이 된 ‘비엔나 정신분석학회’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즈음 아들러는 인간의 성(性)과 성 충동을 심리학의 가장 큰 화두로 본 프로이트의 이론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들러는 처음에는 프로이트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여겨 그와 함께 일했지만 곧 주제와 강조하는 바가 자신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고, 1911년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프로이트와 결별했다. 이듬해인 1912년에는 ‘개인심리학회’라는 별도의 모임을 만들었다.

아들러는 ‘우월성 추구’와 ‘열등감’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환자의 자존감과 사회적 관심을 강화하는 방법에 관해 연구했다. 아들러의 치료방식은 환자가 사회적으로 유용한 행동을 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치료의 핵심은 긍정성과 창의성 그리고 사회성이었다. 이런 치료방식은 훗날에 대중강연을 통해 잘 알려지게 되는데, 특히 우리 내면의 창조적인 힘과 긍정적인 힘을 길러, 건전하고 사회적응 가능한 인격을 형성하는 이론과 방법으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의 미국 강연에 참석한 청중 중에는 훗날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표적인 학자가 되는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와 칼 로저스(Carl Rogers)도 있었다. 그들은 이 강연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아들러는 1932년 뉴욕의 한 의과대학 교수에 임명됐고, 뉴욕에 정착해 살면서 미국 전역을 누비며 강연했다. 그러다 1937년 스코틀랜드에서 순회강연 중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를 따르던 후학들을 곤경에 처하게 했는데, 당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아들러의 심리학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는 아들러 심리학의 긍정적인 원리를 수용하고 실천하기에는 이른 시기였고, 아들러 없이 그런 비판을 막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아들러(왼쪽)와 독일의 심리학자 레온하르트 사이프(Leonhard Seif). 1925년 독일 잘츠부르크에서.
아들러(왼쪽)와 독일의 심리학자 레온하르트 사이프(Leonhard Seif). 1925년 독일 잘츠부르크에서.

아들러와 프로이트의 우월성 추구

아들러는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를 이겨 승리하기보다 나 자신을 이겨 승리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열등감을 느끼고 이를 보상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한다. 하지만 타인을 착취하거나 이용함으로써 우월감을 느끼는 건 불건전한 방법이고, 인류 화합을 가로막는 적”이라고 보았다. 그는 이런 방식은 “인격의 왜곡을 낳기 때문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들러가 주장한 ‘진정한 우월성’은 완전한 모습의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지, 타인을 꺾고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우월성은 오히려 자신이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는데 장애물이 된다.’고 보았다. 타인은 군림할 대상이 아니라 서로 돕는 존재이고, 인류는 서로 도움으로써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이상적인 자기의 완성은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여 타인의 복지를 위해 헌신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타인에 대한 우월성 추구는 많은 힘과 노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긴장이 해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증가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능은 증가한 긴장을 쾌락적 방법으로 해소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아들러는 “타인의 복지를 추구하고 이기적인 마음을 극복함으로써 긴장을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들러의 제안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날 일상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의 우월함을 뽐내려 할수록 내면의 긴장은 증가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위해 내 재능을 기꺼이 선사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내면의 긴장은 해소된다. 아들러에 의하면, 이런 방법으로 ‘자아’라는 제한된 테두리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라는 공동체 속의 자신을 경험하는 방식은 타인에 대한 우월성 추구보다 훨씬 건전하고 바람직한, 동시에 부작용이 없는 이상적인 자기완성의 방식이다.

이런 자기완성의 방식은 불교에서 가르치는 자기완성의 길과 상당히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아들러의 심리학에서 보는 인간에 대한 이해는 전체적으로 불교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다. 아들러도 붓다의 가르침처럼 “사람은 각자 다양한 마음의 세계가 있으며, 동시에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독특하면서 총체적이고 평등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결국 인간이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목표는 타인을 위해 사는 삶, 가치를 실현하는 삶이란 것이다. 그것이 이기적이고 편협한 자아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고, 이러한 이상을 추구함으로써 창조적인 능력이 생긴다는 게 아들러의 주장이다. 이런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지금-여기’와 연결돼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이처럼 붓다의 가르침과 흡사하다. 이런 공통점은 불교와 아들러가 만나는 접점이라 말할 수 있다.

두 사상의 여러 공통점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과거의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현재의 마음가짐에 따라 우리의 현재가 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아들러의 심리학과 붓다의 가르침은 공통적으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우리의 존재 양상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종교의 역사에서 붓다가 힌두교의 결정론적인 업(業)의 이론에 빠져있던 고대 인도인들에게 자비와 평등을 내세워 자유와 희망을 선사했다면, 아들러는 마음의 본성과 관련해 ‘개인의 쾌락’을 지향하던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견해가 주류를 이루던 당시에 ‘이타심’이라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고대 인도인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이 과거 업의 소산, 즉 지난날 또는 전생에 행한 행동의 결과라고 믿었다. 그들은 과거에 의해 현재가 결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2,600년 전 붓다는 “업이란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것”이라며 그들의 고정관념을 흔들어놓았다. 붓다는 “업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것”이라 말하면서 “그 열쇠는 현재의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에 있다.”고 가르쳤다.

붓다에 따르면 내가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은 과거 행위의 결과만이 아니라 현재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과거의 행위가 현재 나의 상황을 만드는데 일정 부분 영향은 주었겠지만,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반드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하나의 관점일 뿐이다. 그러한 생각에 빠져있으면, 결코 무거운 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아가 현재 자신의 마음이 왜 무거운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무거움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들러는 “우리가 과거의 힘에 장악돼 버린 우리의 마음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들러와 부인 히츠베이(Mrs. Hitz-Bay), 그의 딸 알렉산드라 아들러. 1927년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아들러와 부인 히츠베이(Mrs. Hitz-Bay), 그의 딸 알렉산드라 아들러. 1927년 스위스 로카르노에서.

‘자각’에 대한 어린 시절 경험

아들러의 심리학은 불교와 지속적으로 비교·연구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 어떤 학자는 아들러가 불교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반문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아들러의 심리학은 붓다의 가르침과 닮아 있다. 아들러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사료(史料)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잠재력에 대한 강한 긍정은 아들러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들러는 어렸을 때 구루병(골연화증)을 앓아서 형제나 친구들보다 신체적으로 많이 허약했다. 다른 병도 앓았고, 교통사고를 겪으며 여러 차례 죽을 고비도 넘겼다. 신체적 열등감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뒤떨어진 학생이었다. 특히 수학시험에서 낙제해 재수강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은 아들러의 아버지에게 “아드님은 공부에 재능이 없으니 학교를 그만두고 구두제조를 시키는 게 좋겠다.”고 권하기도 했다. 아들러는 당시 심한 열등감을 경험했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열등감에서 오는 여러 가지 감정과 힘든 상황을 이겨냈고, 열심히 공부해서 학급에서 수학 성적이 가장 높은 학생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은 아들러가 ‘재능(Talent)’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훗날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의 재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들은 재능이란 말이 품은 의미, 즉 ‘타고난 능력’이란 의미에 속고 있다. 누구든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자각하고 꾸준히 훈련하면, 뛰어난 수행능력과 함께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아들러는 이렇게 어린 시절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스스로 노력해 자신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경험한 심리적 상처들은 훗날 뛰어난 치료자가 되는 밑거름이 됐다. 아들러는 특히 ‘자각’이라는 능력은 상처 치유와 우월성 추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자기의 설익은 생각을 바탕으로 경험하고 문제를 일으킨다. 자각을 방해하는 이런 생각은 몸에 배어 있는데, 우리는 이런 생각을 기반으로 추측하고 결론을 내면서 살다가 죽는다. 과학자는 물론 철학자와 사회학자, 심리학자조차도 이런 덫에 빠져버리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그 무엇과 인생에 대한 견해, 삶의 방식이 있다는 점은 개인심리학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자각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아들러는 이렇게 마음의 어두운 측면을 프로이트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았다. 프로이트가 어두운 힘을 강조했다면, 아들러는 밝고 긍정적인 마음의 측면으로 심리학을 안내했다. 어두운 측면이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절대적인 힘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열렬히 지지했던 프로이트를 더 이상은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들러는 “과거의 행위는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지만, 우리의 마음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힘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마음의 힘을 찾아서 용기를 갖길 바랐다. 아들러는 과거에 얽매인 사람들에게 “과거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은 ‘지금 여기’ 당신에게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2,600년 전에 붓다가 인도인들에게 전했던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1929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순회강연 중 이던 아들러가 자신의 심리학설 지지자 였던 에르빈 크라우스(Erwin Kraus) 박사 에게 독일어로 쓴 편지.
1929년 11월 미국 뉴욕에서 순회강연 중 이던 아들러가 자신의 심리학설 지지자 였던 에르빈 크라우스(Erwin Kraus) 박사 에게 독일어로 쓴 편지.

문진건
현재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학과 조교수. 미국 ‘California Institute of Integral Studies(CIIS)’에서 동서양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CIIS 동서양심리학과 초빙교수(2012~2014), 미국 중독심리전문상담사(CAADAC), 동국대학교 명상심리상담학과 책임교수(2015~2019)를 역임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