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마음그리고 동기동기내 초등학교 동기들은 아직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고 모임을 갖는다. 동기들은 총 마흔한 명이다. 여자 동기가 스물여섯 명, 남자 동기가 열다섯 명이다. 고향에 사는 친구도 있고, 외지에 가서 생활하는 친구도 있다. 개중에는 이름을 바꾼 친구도 있다. 남자 동기들은 한 해에 두 번, 명절에 만난다. 동기 전체가 모이는 때도 한 해에 적어도 한 번은 있다. 경조사가 있는 때에는 거의 빠지는 사람이 없이 모인다. 동기 가운데 부모님 상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장례식장에 늦은 밤까지 남아 슬픔을 위로하고 남자 동기들은
사찰합창단 반주자로 천태종 인연“어린이 불자 성장보면 뿌듯”동해의 넓은 수평선을 따라 은빛 모래가 펼쳐져 있는 망상해변, 애국가 첫 소절 일출화면으로 유명한 추암촛대바위, 전국 유일의 도심석회동굴인 천곡동굴 등 바다·산·계곡·동굴이 어우러진 강원특별자치도 동해시에는 지역민에게 천태법음을 전하고 있는 만리사(주지 도언 스님)가 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만리사 어린이회의 최주희(53) 책임지도교사다.어릴 적 할머니 따라 교회 다녀최주희 지도교사는 1971년 동해시에서 4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조용하고 내성적이었던 그
“시·불교로 과거 굴레 벗어나인생 2막 ‘회향의 삶’ 살아요!”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시 ‘지하역’으로 등단한 이기와 시인(56, 본명 이경옥)은 2001년 첫 시집 〈바람난 세상과의 블루스〉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세상에 고백했다.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과 불안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쏟아낸 시집은 출간 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세간에서는 그녀의 파란만장했던 과거에 주목했고 ‘화곡동 황진이’와 같은 별명을 붙였다.하지만 이기와는 시와 불교를 통해 굴곡진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탐진치 위험성 더 높아선한 의지·지혜 중요해져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 정신작용의 하나인 학습·추론·지각 등의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구현시키는 것으로 생명체가 지니고 있는 자연지능의 상대적 개념이다. 자연지능이 출생하면서부터 경험적 학습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데 비해 인공지능은 기계적 학습을 통해 프로그램으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자연지능과 인공지능인간의 지능은 태어나면서부터 뇌세포의 성장과 더불어 접촉하고 인식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형성된다.
가마솥 누룽지 추억필자는 먹는 양이 많은 대식가였다. 유년 시절을 충청북도 내륙의 한 시골에서 보내면서 어린 나이지만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맡아 도운 덕분인지 힘 좀 쓰는 소년이었다. 당연히 탄수화물이 중심인 밥심으로 일을 했다. 우연한 기회로 테니스 운동부에 가입한 것은 성장기 식욕에 불을 지폈다. 끼니마다 요즘 기준으로 공기밥 서너 그릇은 너끈히 비웠을 정도였다. 쌀밥은 그렇게 추억을 함께했다.절 음식은 쌀밥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비빔밥을 포함해 따뜻한 밥을 중심으로 된장국과 각종 반찬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인연으로 전국의
고단한 민심 다독이고자수륙재 민간 설행 묵인해조선 건국 후 100여 년이 흘러 1500년대에 접어들 무렵, 불교는 점점 위축되어 갔다. 각종 법석(法席)이 폐지되었고,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천도 의식인 칠칠재(七七齋)가 중지되었다. 기신재(忌晨齋)도 겨우 연명 중이었다. 중종 대(재위 1506~1544)에 이르면 성리학적 가치관을 향촌(鄕村)까지 정착시키기 위해 유교를 근간으로 한 〈경국대전(經國大典)〉을 간행·보급하기도 했다. 이때는 불교에 호의적이었던 훈구파(勳舊派)도 급진적인 도학정치(道學政治,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한
뱃속의 근심도마음의 번뇌도가볍게 비우는 곳‘북수간’에서 ‘통시’까지‘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 있어라. 탐·진·치 삼독(三毒)도 이같이 버려 한순간의 죄업도 없게 하리라.’ 어느 사찰의 화장실 입구에 붙어있는 글귀이다. 생리현상으로 무겁고 급해진 ‘뱃속의 근심’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 뱃속의 근심을 해결하고 나면 더없이 개운하듯이, 마음의 번뇌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가벼워질 것인가. 그러니 사찰의 뒷간을 ‘근심을 푸는 곳’이라 하여 해우소라 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한국전쟁이 끝난 뒤 통도사 극락암에 머물던
정각을 향하여‘어떤 사문이나 바라문이 과거나 미래 그리고 현재에 열심히 정진하면 고통스럽고 괴롭고 쓰라린 아픔을 느끼겠지만 지금 여래처럼 아플 수는 있어도 이보다 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극심한 고행으로도 나는 인간의 차원보다 더 높고 탁월한, 성자들의 지견(知見)에 견줄 만한 경지를 얻지 못했다. 깨달음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닐까?’- 중에서드넓은 네란자라(Nerañjarā) 강가에서 스스로에 조복(調伏) 받고,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고자 용맹정진하던 싯다르타는 이렇게 생각했다.전정각산은 부
무상(無常)과 함께수련과 우주를화폭에 담다폐부를 찌르는 말로 인생을 풍자한 극작가 버나드 쇼(Bernard shaw, 1856~1950)는 정원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신을 찾을 최선의 장소는 정원이다.(The best place to find God is in a garden garden.)” 세잔·르누아르 등 가까운 친구를 다 떠나보낸 후 86세에 사망한 프랑스의 화가 모네는 평생을 정원과 그림에 헌신했던 사람이다.인상주의의 아버지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인상주의(Impressionism)’라는
보로부드르 사원에서부처님 탄생·성도·열반불과 성수로 축하해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 사원(Borobudur Temple)은 육법공양(등·향·꽃·쌀·차·과일)의 축복 속에 우뚝 서 있다. 해발 3,000m가 넘는 므라피(Merapi) 화산을 배경으로 주변에는 야자수 숲, 논밭과 함께 차밭과 갖가지 향신재·과일·꽃이 지천이다. 쁘로고(Progo)강과 엘로(Elo)강이 만나는 풍요로운 끄두(Kedu) 평야 위에 세워진 보로부두르 사원. 그래서 자바인은 이곳을 성스러운 땅이라고 믿는 게 아닐까?와이삭 축제의 불과 성수인도네시아 불교의 가장 큰
욕설과 칭찬아득히 먼 옛날, 아직 젖을 더 먹어야 할 어린 송아지가 있었습니다. 주인은 외양간에서 송아지를 끌어내며 말했습니다.“오늘 너를 팔아야겠어.”엄마 소와 송아지는 구슬피 울었습니다.“미안하다. 우리 집은 돈이 급하거든.”송아지는 눈물을 흘리며 가축시장으로 끌려갔습니다. 한 농부가 송아지를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러다 농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주인에게 물었습니다.“너무 어린 것 같군요. 젖은 떼었나요?”주인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물론이지죠. 아주 튼튼해서 벌써부터 풀을 잘 씹어서 넘깁니다.”농부
충주시 동량면 하천리로 이어지는 하천대교를 건너면 굽이굽이 이어지는 호반로를 따라 한쪽에는 충주호로 연결된 물길이, 반대편에는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어진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 어귀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는데 그 옆에는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탑비(塔碑)가 있다. 고려시대 사찰 터였던 정토사지(淨土寺址)가 충주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미리 옮겨 놓은 법경대사(法鏡大師) 탑비이다. 법경대사 현휘(玄暉, 879~941)는 당나라 유학 후 선법을 전수받고 귀국하였는데, 태조가 국사로 예우하고 정토사에 머물게 했다. 그는 이곳
봄을 만들다이웃집 개이웃집에는 마당에서 기르는 개가 한 마리 있다. 털이 길고 몸집이 크지만 엄청 순하다. 그 개가 급하게 움직이거나 낯선 사람을 향해 짖거나 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름은 ‘멍개’라는데, 그 뜻은 물어보지 않았다. 이제 그 개는 나이가 많이 들었다. 그래서 거동이 더 느려졌다. 눈을 껌벅거리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웃집에서는 하루에 한 차례 천천히 산책시킨다고 했다. 어느 날 아내가 내 집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그 개를 만났다고 했다. 그런데 그 개는 혼자였고, 목줄이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흡사
육아 후 해동사 금강유치원 재입사“어린이회와 함께할 때가장 행복해요!”경북 중북부 지역의 천태종 포교를 이끌고 있는 안동 해동사(주지 덕재 스님)는 해동사 금강유치원을 통해 지역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성을 싹트게 하고, 보리심을 키워주고 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해동사 금강유치원 교사로 해동사와 인연을 맺은 후 현재까지 17년간 해동사 어린이회를 지도하며 미래 불교를 이끌어갈 불자 양성에 앞장서고 있는 금민경(46) 책임지도교사다.어릴 때부터 동네 아이들 돌봐금민경 지도교사는 1977년 안동에서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목청 좋은 울보홀딱 반한 판소리는불연(佛緣)입니다.”유달리 울음이 많은 아이였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먼저 울음소리가 들린다. 울음보가 터지면 쉽사리 멈추지 않았던 터라 집안은 항상 그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부모님의 다정한 토닥임에도 쉽사리 멈추지 않던 울음은 우연히 듣게 된 판소리 한 곡조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그 순간은 국악인 남상일(46, 법명 일륜)의 40년 국악 인생의 시작이었다.걸출한 소리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국악계의 싸이’로 불리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남상일. 그는 각종 공연
분초 다투는 현대인명상 통해 깨어나마음 근육 키워야분초사회(分秒社會)는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아직은 생경한 개념이다. 이 말은 2024년 대한민국의 소비 트랜드를 전망하는 〈트랜드 코리아 2024〉에서 처음으로 제기된 용어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예능 프로그램의 명칭 중에 〈분초세계(分秒世界)〉가 있었는데 분초사회와는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었다. 그렇지만 행위하는 데 있어서 시간이 중요하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현대인의 시간이 책에서 분초사회는 ‘시간이 희소자원이 되면서 시간 효율성을 극도로 높이려는 트랜드를 모두가 분초(分秒
불화·단청과인연 맺게 해준잔치국수잔치국수는 시장이나 길거리에서 자주 접하는 간단한 음식이다. 또한 국수 가닥은 물 흐르듯 걸림이 없어 만드는 사람에 따라 자유롭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명칭도 자유롭다. 스님을 미소 짓게 한다고 해서 승소(僧笑)라는 별칭을 얻었고, 혼례나 회갑연 때 즐겨 먹어 잔치국수란 이름을 얻었다. 재래시장에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는 나에게도 소중한 인연을 맺어 주었다.장엄등 만들고 먹은 연화사 국수천태종 인천 연화사(현 황룡사)는 지금의 나를 키워준 사찰이다. 20대 초반에 연화사 청년
척불 속 불경 수요 증가사신에 하사하기도오늘날 전하는 불교 경전의 상당수는 조선시대 때 간행됐다.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고려시대보다도 조선시대 때 더 많은 양의 불경이 인쇄되고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아카이브에서 분류한 〈고려교장〉을 보면 삼국시대 12종, 고려시대 351종 그리고 조선시대 732종의 경전이 판각·필사되었다는 걸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불교의례와 관련한 문헌은 당(唐)·송(宋)·원(元)·명(明)에서 꾸준히 수입되어 활용되었지만, 조선조 들어서는 이들을 직접 인쇄하거나 우리 실정에 맞게
대중생활 상징하는 공간출가자 감소로 기능 상실대방(大房)은 출가수행자의 대중생활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행자들에게 대방은 선망의 공간이었다. 큰스님부터 학인에 이르기까지 대방에 모여 발우공양을 하는 모습, 강원·선원의 스님들이 대방에서 경전을 읽거나 참선에 든 모습은 더없이 여법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이에 행자들은 대방 앞을 지날 때면 하루빨리 저 자리에 앉겠다는 간절함으로 가슴이 뛰곤 하였다.이윽고 행자생활을 마치고 사미계를 받으면, 강원의 학인으로 대방에서 숙식과 공부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행자 때 찬상을 나르던 대방에서
왕궁에서집 없는 곳으로건기를 맞이해 인도 북부의 부처님 유적지를 순례했다. 부처님 성지가 가까워지면 가녀린 들꽃들이 희뿌연 먼지를 뒤집어쓴 메마른 순례자를 맞이한다. 다가가 만지기라도 하면 이내 무너질 듯 불안한 모습이다. 그들을 지나치지 않고서 거룩하고 안온한 부처님의 성소에 닿을 방법은 없다.얼마나 많은 탄생과 죽음을 지나고서야 길 위의 삶을 멈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번 생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들과 나, 우리 모두 벗어날 수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질문을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