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호

엄마 또는 아빠가 다닌 유치원을 자녀가 다니는 경우는 흔한 사례일까? 유치원의 역사가 오래되었더라도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전국에 종립 유치원 16곳을 운영 중인 천태종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빈번하다. 원아들이 바른 마음·바른말·바른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실시하고 있는 천태 유치원의 인기가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세 가족을 만나 추억담을 들어봤다.

부산 광명사 _ 광명유치원
엄마 김성주·딸 김서율

드넓은 부처님 도량에서 바른 인성 배우니 든든해요.”

글 이강식 기자

부산 광명유치원 동문인 엄마 김성주 씨와 딸 김서율 양. 뒤로 유치원 건물과 놀이터가 보인다. 

 

내가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34년 전인 1988년 출간된 세계적인 에세이스트 로버트 풀검의 수필집 제목이자 1부의 제목인데, 지금까지도 어린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쓰이고 있다. 전체 내용은 유아교육과는 무관한데, 세상살이에서 중요한 것은 원칙임을 강조하고 있다.

유치원은 친구들과 뛰어놀며 사회생활을 배우고,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인격을 형성해 가는 교육현장이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원칙을 배우고, 융통성도 배운다. 유치원에서 이뤄지는 교육은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았던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생생한 추억으로 남아, 때로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이런 행복한 기억은 자녀 교육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다.

부산시 금정구 천태사찰 광명사(주지 춘광 스님)에는 19831월 설립한 천태종 부산지역 유치원인 광명유치원(원장 배향숙)이 있다. 사찰과 한 공간을 사용하다 보니 여타 천태종립 유치원에 비해 사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 개원한 지 40년이나 되다 보니 사찰과 유치원 간에 발생하는 소소한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그중 하나가 광명유치원을 졸업한 부모가 자녀를 광명유치원에 보내는 경우다.

부모와 자식이 같은 유치원을 다니려면 우선 한 동네에 오랫동안 살아야 하고, 유치원이 폐원하지 않고 운영되어야 된다. 또한 인기 있는 유치원의 경우에는 높은 입학 경쟁률도 뚫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64일 광명유치원 18회 입학생인 엄마 김성주(28) 씨와 40회 입학생인 딸 김서율(5) 양을 부산 광명사에서 만났다. 김성주 씨가 서율 양을 광명유치원에 입학시킨 이유는 자신이 다녔던 광명유치원에 대한 좋은 추억 때문이다. 그래서 이사 계획도 서율 양과 둘째 채율 양(3)이 유치원을 졸업한 뒤로 미뤘다고 한다.

(좌)2001년 부산 금정초등학교에서 열린 유치원 가족운동회에서 엄마와 함께. (우) 2000년 광명유치원 법당에서 열린 제18회 입학식.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성주 씨의 유치원생 때의 모습이다.
(좌)2001년 부산 금정초등학교에서 열린 유치원 가족운동회에서 엄마와 함께. (우) 2000년 광명유치원 법당에서 열린 제18회 입학식.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성주 씨의 유치원생 때의 모습이다.

 

저는 광명유치원에 2000(6) 입학한 18회 입학생이고, 언니는 1996(5) 입학한 14회 입학생이었어요. 저와 언니 모두 광명유치원에 대만족했었어요. 우리 자매를 광명유치원에 보내신 부모님도 무척 만족하셨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래서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제 아이도 광명유치원을 선택했지요. 다만 워낙 경쟁률이 높은 유치원이어서 떨어질까 걱정을 해야 했습니다. 서율이가 광명유치원에 합격한 날, 3대가 모여 축하파티를 했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성주 씨와 언니, 그리고 부모님은 광명유치원의 어떤 점이 좋았던 걸까? 성주 씨는 어린 시절의 기억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광명유치원에 다닐 때였다고 말했다. 넓은 유치원 부지에서 자상한 선생님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친구들과 쌓은 좋은 추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추억을 자신의 아이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는 그녀의 바람대로 서율이는 그녀의 유치원 후배가 됐다.

성주 씨가 기억하는 즐거운 추억은 한둘이 아니다. 그녀는 또렷이 남아 있는 기억 중 가장 좋았던 추억으로 놀이터 같은 사찰을 꼽았다. 당시 그녀의 집은 유치원까지 걸어가기에 꽤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매주 일요일이면 세 살 터울의 언니와 손을 꼭 잡고 광명사 법당(현 관음전)에 와서 절을 올리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성주 씨가 유치원을 다닐 때는 지금에 비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훨씬 넓었다고 했다. 그 드넓은 공간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수영장이 유치원 앞마당에 있지만 당시에는 지하에 있었는데, 친구들과 수영복을 입고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도 떠올렸다. 또 유치원에서 파자마를 입고 친구들과 12일 캠프를 했을 때, 강당에서 춤추고 실컷 놀 때는 좋았지만, 친구들과 잠을 자려다가 엄마가 보고 싶어서 울었던 기억도 털어놨다. 그때 선생님이 토닥여 주어서 겨우 잠들었던 기억, 학예회 준비할 때 열심히 안무 연습을 했던 기억, 가족운동회를 했던 기억 등은 세월이 많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가끔씩 생각이 난다.

6월 8일 광명유치원에서 열린 학부모 참여수업에서 성주 씨와 서율 양이 만들기와 놀이 등을 하고 있다.
6월 8일 광명유치원에서 열린 학부모 참여수업에서 성주 씨와 서율 양이 만들기와 놀이 등을 하고 있다.

 

제 기억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유치원을 다닐 무렵이라고 말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면서부터는 공부에 쫓겨 별다른 추억이 없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공부 걱정 안 하고 마음껏 놀 수 있었던 유치원 시절을 가장 행복한 시절로 꼽았던 겁니다. 제 아이들도 저처럼 광명유치원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녀를 낳으면 아마 저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조기교육 바람이 불어 영어유치원 등 학교 공부의 선행학습에 집중하는 유치원이 한동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성주 씨는 아이들에게 유치원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았다. 성주 씨가 광명유치원을 선택한 중요한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인성 교육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이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버릇없는 아이가 될 것 같으면 벌을 주거나 매를 드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명유치원에 보내면 가정에서 별도로 인성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도움이 된단다.

서율 양에게 유치원 생활에 대해 묻자 광명유치원은 건물이 커서 좋고, 선생님도 너무 좋아요. 뛰어노는 거랑 노래 부르고 색칠하는 것도 재밌어요.”라고 대답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즐겁게 뛰어 놀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노는 것 이상 무엇이 더 중요할까?

성주 씨는 예절과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서율이가 광명유치원에 다니면서 인사성이 밝아졌고,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집에 와서도 스스로 하려는 모습을 볼 때면 흐뭇하다. 그리고 서율 양은 유치원에서 얼마나 신나게 뛰어노는지 집에 돌아오면 오후 8시도 되지 않아 꿈나라로 떠난다.

김성주 씨는 광명유치원은 넓은 부지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인성 바른 씩씩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는 곳이라며 요즘 아이들은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는데, 광명유치원에 다니면 광명사가 함께 있어서 자연스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다.”고 광명유치원의 장점을 설명했다. 사찰 마당에서만 뛰어놀아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광명유치원을 다니는 서율이는 그런 면에서 큰 복을 받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성주 씨는 어린 시절 광명유치원에 다니면서 불교를 접한 인연으로 현재 천태종 사찰에서 신행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할머니·엄마와 함께 부산 삼광사·광명사·단양 구인사 등 천태사찰에 법회가 있을 때마다 다녔다. 요즘은 친정엄마와 남편, 아이들까지 함께 법회에 참석해 신심을 쌓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사찰에서 봉사활동도 했다는 김성주 씨.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녀는 우리 아이들이 광명유치원에서, 그리고 부처님의 품 안에서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인성 바른 사람으로 성장해 세상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산 삼학사 _ 삼학사금강유치원
아빠 김원·딸 김태영

저를 닮아 산만한 아이, 정서 안정에 큰 도움됐어요.

글 정현선 기자

 

2()째 천태종 마산 삼학사 부설 삼학사금강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부녀(父女)가 있다. 김원(36) 씨와 딸 김태영(7) 양이 그 주인공이다. 평일 오전 인터뷰를 위해 삼학사금강유치원에 들어서자 반야심경을 독송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 멀리 들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김태영 양이 허리를 굽히며 고사리 손을 모아 합장인사로 맞아줬다.

마산 삼학사(주지 갈수 스님·천태종총무부장) 내 위치한 삼학사금강유치원(원장 신영희)1989년 유성유치원으로 설립됐다. 2017년 삼학사금강유치원으로 원명이 변경됐으며, 작년까지 총 3,657명에 달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현재 만 3세부터 5세까지 170여 명의 어린이가 부처님 품 안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꿈을 키우고 있다. 29년 전 유성유치원으로 불리던 당시 이곳에 다녔던 김원 씨는 어느덧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외동딸 태영 양도 대를 이어 삼학사금강유치원에 2년째 다니고 있다.

사찰 유치원에 자녀를 보낸다고 해서 모두 불교신자는 아니다. 김원 씨도 그렇다. 그의 어머니 또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원 씨와 두 살 어린 여동생을 삼학사금강유치원에 입학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로운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이웃에 알고 지내던 유성유치원 선생님의 추천이 계기가 됐고, 집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어린아이에게 어떤 유치원에 다니고 싶은지 의견을 묻지는 않잖아요. 제 어머니는 집과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저를 보내셨던 것 같아요. 당시 집에서 유치원까지 걸어서 10분 정도가 걸렸어요. 같은 아파트에 살던 친구들과 함께 걸어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성인이 되어 어머니께 여쭤보니 동네 이웃 중에 유성유치원에 근무하던 선생님이 계셨다고 해요.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게 됐고, 덕분에 유치원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들으면서 아이 둘을 믿고 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외에 또 하나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아이의 정서적 안정이다. 김원 씨는 자신은 어렸을 때 주의가 산만한 아이였다고 고백했다. 부모님께서 유성유치원에 입학을 시킨 이유 중에 하나가 불교유치원에 보내면 산만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하셨단다. 돌이켜보니 목탁소리를 들으며 방석에 앉아 부처님께 절을 하고 어른들을 따라 염불을 외던 시간들이 정서적 안정과 내적 성장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해 11, 6살 딸아이를 자신이 졸업한 삼학사금강유치원에 입학시켰다. 현재 집에서 유치원까지는 차로 15분 남짓.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아이를 삼학사금강유치원에 보낸 가장 큰 이유는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신뢰 높은 교육환경이다. 사찰과 유치원의 경계가 없어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열린 교육을 통해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김원 씨가 자신이 졸업한 삼학사금강유치원을 찾아  딸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짚었다.

 

태영이가 어렸을 때의 저를 닮아 산만한 편이에요. 자아와 인격이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에 불교유치원을 다니면 바른 인성과 차분한 정서가 자연스럽게 아이 몸에 스며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어릴 때부터 관음정진과 어린이 오계를 외고 육바라밀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일상에서도 의젓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어요.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친구들과의 교우관계도 좋고, 어른들에게 먼저 인사하는 등 예의바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이밖에도 불교유치원은 명상과 다도, 체험·미술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부녀가 대를 이어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 삼학사금강유치원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교육청 교육과정에 맞춰 기존의 정적이던 교육환경에서 체험활동 위주의 교육으로 변화한 것이다. 지난 2018년 여름에는 아이들의 안전과 쾌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유치원 리모델링 공사도 완료했다.

신영희 삼학사금강유치원장은 모든 천태종립 유치원이 그렇겠지만 삼학사금강유치원은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종단과 사찰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에 공간 활용도가 우수하고, 지상 1층부터 4층까지 법당 마당·유치원·키즈존·대웅보전·옥상 텃밭과 모래놀이터 등에서 최적의 놀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록 아버지와 딸의 유치원 활동은 세대와 문화의 차이를 보이지만 추억은 별반 다르지 않다. 김원 씨는 유치원에서 노란 원복(園服)을 입고 대형전지에 적힌 반야심경을 소리내어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태영 양도 집에 와서 똑같이 합장을 하고 반야심경을 왼다. 그 모습을 보면서 딸이 자신과 같은 유치원을 다닌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또 어린 시절 유치원을 갈 때마다 만나게 되는 탱화 속 호법신장을 무척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탱화를 보고 무섭다고 말하는 딸에게 아빠도 어릴 때는 그랬다.”고 말해주면서 가끔 유치원 시절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고 옛 생각에 젖어 들기도 한다.

 

대를 이어 유치원 학연을 맺다 보니 특별한 추억이 많아요. 아이가 나중에 커서 어린 시절의 사진을 들춰볼 때 아빠와 같은 추억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특별한 선물이 될 것 같아요. 훗날 태영이가 가정을 이뤘을 때 아이를 삼학사금강유치원에 보낸다면 저도 적극 추천할 생각입니다. 3대째 이어질 추억담에 벌써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네요.”

불교유치원을 잘 운영해 지역에서 선호하는 유치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또 다른 어린이 포교라고 볼 수 있다. 마산 삼학사 부설 삼학사금강유치원에서 2()를 넘어 3, 4대로 이어지는 유치원 동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29년 전, 7살이었던 김원 어린이(두 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 째)가 노란 원복을 입은 연화반 친구들과 견학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울산 정광사 _ 정광사금강유치원
엄마 김지현·아들 고다율

가족 추억 대물림해주는 소중한 유치원

 

글 조용주 기자

울산 정광사(주지 화산 스님) 부설 정광사금강유치원(원장 이언영)1997년 개원해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현재 3세반·4세반·5세반·혼합반 등에 총 212명의 원아가 돌봄과 교육을 받고 있다. 주지 스님과 24명에 달하는 교직원의 사랑과 열정은 25년 간 2,700여 명에 달하는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울산에서 삼 남매를 키우고 있는 김지현(36) 씨는 정광사금강유치원에 다은(10)·다혜(8)·다율(5) 삼 남매를 모두 입학시켰다. 두 딸은 이미 유치원을 졸업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막내아들 다율이는 현재 유치원에 재학 중이다. 엄마 지현 씨도 어릴 때 대구에서 살면서 천태종 대구 대성사 부설 동해유치원을 다녔다. 같은 유치원은 아니지만, ()를 이어 천태종립 유치원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삼 남매의 엄마인 지현 씨는 독실한 불자 집안에서 자랐다. 그녀의 외할머니는 김제 금산사에서 절 일을 도우며 사셨을 정도로 신심이 돈독했다. 그 덕에 친정 부모님도 집과 가까운 절에 다니면서 불자의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대구로 이사를 했는데, 집 근처에 위치한 대성사를 다니면서 사찰 부설 유치원인 동해유치원에 지현 씨를 입학시켰다.

당시 대성사 동해유치원은 유치원 행사 때 원생 부모님들의 참여가 무척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천태종 산하 유치원의 특징이기도 한데, 원생 부모님 중 다수가 천태종 사찰의 신도이다 보니 유치원 행사나 유치원 행사와 연계된 사찰 행사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았다. 당연히 유치원의 인지도가 높았기 때문에 지현 씨 어머니는 대성사 부설 동해유치원에 지현 씨를 보내게 된 것이다.

지현 씨는 어릴 때여서 기억은 잘 떠올리진 못했지만, 당시에 찍은 사진을 보면서 추억을 더듬었다.

김지현·고영준 부부와 다은·다혜·다율 삼 남매 모습. 지현 씨와 삼 남매는 천태종립 유치원을 다닌 추억을 공유 하고 있다.(좌) 김지현·다율 모자와 이언영 원장, 다율의 담임선생님이 유치원에서 웃어 보이고 있다.
김지현·고영준 부부와 다은·다혜·다율 삼 남매 모습. 지현 씨와 삼 남매는 천태종립 유치원을 다닌 추억을 공유 하고 있다.(좌) 김지현·다율 모자와 이언영 원장, 다율의 담임선생님이 유치원에서 웃어 보이고 있다.

 

“1992년에 동해유치원에 입학했어요. 친구와 함께 즐겁게 유치원을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당시 생일잔치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생일잔치 때 부모님과 함께 한복을 입고 축하잔치를 했거든요. 보통은 그런 자리면 으레 자식이 부모님께 재롱을 피우잖아요? 그런데 동해유치원에서는 엄마가 저를 위해 축하인사를 해주고, 무용도 해주고, 꼭 안아 주셨어요. 아이들을 위해 부모님들이 그런 노력을 했다는 게 신기해서인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요. 또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두류공원에서 반월당까지 제등행진을 한 것도 기억이 납니다.”

지현 씨는 19926살 때 동해유치원에 입학한 후 71학기까지 1년 반을 다녔다. 그런데 아쉽게도 2학기 중간쯤에 다시 이사를 하게 돼 동해유치원에서 졸업하지는 못했다. 동해유치원에 있던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너무 서운해서였을까? 지현 씨는 새로 다니게 된 유치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기 싫다.”고 떼를 썼었다고 회상했다.

성인이 된 후 결혼해 울산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 지현 씨는 그곳에서 삼 남매를 낳았다. 아이들이 나이 차이가 있음에도 삼 남매 모두를 정광사금강유치원에 보낸 가장 큰 이유는 지현 씨가 어렸을 때 동해유치원에 다니며 느낀 좋은 추억 때문이다. 또한 사찰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태도, 먹거리 등에 믿음이 갔다. 특히 매주 월요일 오전에 3층 법당에서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인성 교육이 마음에 들었다. 인성 교육은 부처님 전에 착하고 바르게 자라겠다.’는 약속을 시작으로 삼귀의 어린이 오계 발원문 산회가 등의 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 사찰의 유치원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는 정광사금강유치원에 대한 지현 씨의 신뢰를 더욱 높여줬다. 정광사금강유치원은 이언영 원장이 부임한 2017년 이후 교실 바닥공사·화장실 리모델링 등 아이들의 안전과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지원하고자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지현 씨는 자신과 삼 남매가 같은 천태종립 유치원을 다녔다는 점은 아이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고 강조했다.

저는 30년 전 대구 대성사 부설 동해유치원을 다닐 때 제등행진을 체험했는데, 30년이 지난 후 첫째 딸이 저와 함께 울산에서 열린 제등행진에 참가했어요. 태화강에서 공업탑까지 꽤 긴 거리였는데 다은이도 제가 어릴 때처럼 잘 걷더라고요. 함께 연등을 들고 아이와 함께 걷다 보니 제 어릴 때 기억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뭉클했어요. 31년 전 담임선생님이 지금도 천태종립 유치원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무척 반가웠어요. 만약 제 아이들이 정광사금강유치원에 다니지 않았다면 저의 유치원 시절을 언제 다시 떠올려보겠어요.”

동해유치원 입학식 날 어머니와 김지현 씨(좌) 모습, 김지현 씨(아이들 기준 위에서 아래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는 1992년 동해유치원에 입학했다. 당시 대성사 주지 세운 스님의 모습도 보인다.
동해유치원 입학식 날 어머니와 김지현 씨(좌) 모습, 김지현 씨(아이들 기준 위에서 아래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네 번째)는 1992년 동해유치원에 입학했다. 당시 대성사 주지 세운 스님의 모습도 보인다.

 

지현 씨는 삼 남매도 훗날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면 자녀들을 천태종립 유치원에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자신과 삼 남매가 추억을 공유하듯 삼 남매도 자녀들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할머니에서 손자까지 3대가 천태종립 유치원에 대한 추억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언영 정광사금강유치원장은 유아교육기관을 대물림하면 다양한 장점이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효과는 부모와 아이가 어린 시절을 공유하면서 함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유아들이 성인이 되고, 다시 할아버지·할머니가 됐을 때도 이어지는 끈끈함이 있기 때문에 유치원 대물림이 활성화됐으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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