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의 인문학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가을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려지는 노래다. 딱히 받아줄 사람 없어도, 왠지 보내고 싶은 편지. 책갈피에 곱게 말린 붉은 단풍잎이나 노란 은행잎에 마음을 담아 ‘가을 편지’를 썼다.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육개(陸凱)가 강남에 있을 때다. 겨울이 지나고 매화가지에 봄빛이 깃들기 시작했다. 마침 역(驛) 관리를 보던 육개는 북쪽 장안에 있는 친구 범엽(范曄)에게 편지를 보낸다.역리를 만나 매화를 꺾어 농두 사람에게 부치네.강남엔 별 거 없고, 그저 한 가지에
SNS 시대, 왜 편지인가?정성 담은 한 통의 편지마음과 마음 이어주는 ‘情’‘손편지’, 요즘은 친구나 가족, 사제지간에도 잘 쓰지 않아 과거의 통신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시대에 접어들면서 손편지는 우리 곁에서 더욱 멀어졌다. 스마트기기 사용이 보편화 되면서 전자우편(이메일)의 이용률마저 줄고 있는 추세다.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사람들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시대의 흐름이니 어쩌겠는가.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을 SNS에 올려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
조선시대에는 신분의 귀천을 떠나 나이 80을 넘으면 조정에서 잔치를 열어주는 ‘양로연(養老宴)’ 제도가 있었다. ‘양로연’은 국상이나 흉년을 제외하고는 중단하지 않을 정도로 국가 중대사의 하나였다. 한양에서는 왕과 왕비가, 지방에서는 지방관이 축하연을 베풀었다. 90세가 넘으면 매년 술과 고기ㆍ술잔을 챙겨줬고, 100세를 넘으면 1년 치 쌀과 함께 매달 술과 고기를 받았다고 한다. 또한 임금조차도 그들을 깍듯이 예우했다.2018년,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JTS는 ‘Join Together Society’의 약자다. 풀이하면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만나 인종ㆍ종교ㆍ민족ㆍ성별ㆍ사상ㆍ이념에 관계없이 작은 힘을 함께 모아 협력하여 일해 가고자 하는 모임이다.인도 JTS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6년간 고행하셨던 전(前) 정각산 아래 15개 마을을 대상으로 교육ㆍ의료ㆍ마을개발ㆍ긴급구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부처님 재세 시에 시체를 갖다 버리던 곳이다. 그래서 ‘버려진 땅’이란 이름 ‘둥게스와리’라고 불린다. 이곳 주민 80%는 만지면 더러워진다는 불가
마술봉사 이성렬 씨춘천동부노인복지관“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직접 마술도구를 만들고, 마술도 개발했어요. 그랬더니 아팠던 제 몸이 건강하게 회복됐어요.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봉사가 오히려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춘천에 위치한 한 유치원 교실. 태극기로 만든 나비넥타이를 매고,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색 조끼를 입은 이성렬(76) 어르신이 교실 입구에 들어서자, 선생님과 함께 노래를 배우고 있던 원생들의 눈에 호기심이 잔뜩 어린다. 어르신이 아이들을 향해 “안녕하
댄스스포츠 임영옥 단장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원투 차차차~’, ‘쓰리포 차차차~.’지난 10월 22일,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이하 부산다사랑복지관) 지하 강당에서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여덟 명의 어르신들이 두 명씩 짝을 이뤄 경쾌한 리듬에 몸을 싣고 춤을 추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몸짓으로 볼 때 댄스스포츠 솜씨가 전문가 이상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어르신들은 부산다사랑복지관 댄스 봉사단 단원들. 4년째 복지관에서 무료로 댄스봉사를 하고 있는 임영옥(73) 단장을 만났다. “댄
시니어체육활동지원사업 강호영 씨춘천동부노인복지관“적은 금액이지만 한 달 용돈도 마련하고, 운동도 하게 되니 내 건강과 체력도 좋아지고 일석이조(一石二鳥)입니다. 저처럼 시니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건강도 지키고, 용돈도 벌어보시길 권합니다.”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춘천동부노인복지관(관장 이영신) 3층에 위치한 탁구장. 많은 어르신들이 열심히 탁구를 치고 있었다. 한쪽에서 강호영(79) 어르신이 초보자로 보이는 한 어르신에게 탁구를 지도하고 있었다.강호영 어르신은 “잘 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수준급 실력입니
일자리 봉사, 김정오 씨부산 다솔어린이집직장을 은퇴한 후 일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 노인 일자리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김정오(여, 80) 어르신이다.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이하 부산다사랑복지관)을 통해 노인일자리를 소개받은 김정오 어르신은 부산 다솔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다. 김정오 어르신은 다솔어린이집에서 소일거리를 도우며 용돈을 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세 시간 동안 마당 청소, 창문 닦기, 아이들 간식준비, 장난감 청소 등을 돕는다.“40여 년 동
탁발로 하루 시작, 평생 한 번 출가결혼 · 화장 등 불교 역할 일상 깊숙이 태국의 상좌부불교태국의 국토 면적은 51만 3,120㎢로 세계 51위이다. 프랑스나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 넓이다. 한반도의 2.3배, 대한민국의 5배에 해당하는데, 평야가 많다. 미얀마 · 캄보디아 · 라오스 ·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인구는 약 6,900만 명(2018년 기준)에 달한다. 다수 종족은 타이족이지만
우주의 실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지난 호에서는 ‘제2차 마음과 생명 회의’의 일부를 간략하게 소개한 바 있다. 이번 호에서는 1997년 10월 27일부터 5일간 ‘신물리학과 우주론’이란 주제로 인도 다람살라의 달라이라마 공관에서 열린 제6차 ‘마음과 생명 회의’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회의는 미국과 유럽의 저명한 과학자 여섯 명과 달라이라마, 그리고 두 명의 통역이 참가한 가운데 하루에 8시간씩 빈틈없이 진행되었다. 제6차 회의 선정 위원핑켈스타인(D. R. Finkelstein) : 조지아공과대학 물리학과
대전 광수사와 불연(佛緣) 맺고대석 스님 노랫말에 곡 붙여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KBS홀에서 제2회 도솔 전국합창제가 열렸다. 예선을 통과한 11개 팀이 본선에 참여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비록 올해로 두 번째 열린 경연이지만, 전문적인 합창 경연이라는 점과 푸짐한 상금 등으로 인해 불교음악계의 여느 대회보다 관심 높은 대회였다.불교문화 후원을 위해 도솔회를 직접 창립하고, 불교합창대회를 이끌고 있는 분은 함현 스님이다. “이번 합창대회가 씨앗이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찬불가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하며,
제주도 전역을 지배하는 한라산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높이는 1,950m이다. 한라산이라는 이름은 산이 높아 산정에 서면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이며, 부악 · 원산 ·선산 ·두무악 ·영주산 ·부라산 ·혈망봉 ·여장군 등으로도 불려왔다. 특히 한라산은 화산활동이 잠시 멈춘 휴화산으로 〈동국여지승람〉에는 1002년과 1007년에 분화했다는 기록과 1455년과 1670년에 지진이 발생하여 큰 피해가 있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세친의 〈대승오온론〉 역주서〈오온과 유식〉모로 시게키 저 ㆍ 김명우 옮김 / 민족사 / 20,000원 유식을 근본사상으로 하는 유식학파는 중관학파(中觀學派)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양대 학파로 불린다. 유식(唯識)사상은 무착과 세친에 의해 체계화되고 발전했다. 세친(世親, Vasubandhu, 400~480)은 유식사상을 크게 일으킨 인물로, 〈유식삼십송〉ㆍ〈유식이십론〉ㆍ〈대승오온론〉 등 유식 관련 저술을 많이 남겼다.〈오온과 유식〉은 일본의 촉망받는 유식학 학자인 모로 시게키(師茂樹) 하나조노대
아이들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참 빨리 배우는 것 같다. 두 살배기 아들은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엄마아빠 스마트폰을 가져와 바닥에 놓고, 그 앞에 턱하고 앉는다. 그리곤 어깨너머로 배웠는지 켜지지 않은 스마트폰 화면에 집게손가락을 가져다댄 후 패턴(잠금장치)을 푸는 것처럼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모습이 귀여워 패턴을 풀어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단어인 ‘오~ 오~ 오~’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인다. 볼수록 신기하다.네 살이 된 처조카는 혼자 스마트폰을 보며 영어 알파벳과 기본적인 영어 단어를 배웠다. 어떤 아이
“인류 넘어설 인공지능 대비책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공유”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1973년생으로 스웨덴의 철학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이자,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 소장이다. 2005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미래학자, 엔지니어, 경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 · 연구하는 곳이다.그는 미국의 외교전문지가 선정한 ‘세계 지성 100인’에 두 차례나 이름을 올렸는데, 철학자로
마음 치유하는 녹색의 병원,‘숲’에서 푸르게 힐링하세요! 자신의 그림자와 발자국이 싫은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림자와 발자국을 떨쳐 버리려 마구 달렸다. 하지만 걸음을 빨리 할수록 발자국은 많아졌고, 아무리 빨리 달려도 그림자는 떨어져나가지 않았다. 달리고 달리던 그 사람은 결국 기운이 빠져 죽고 말았다. 그는 그늘에 들어가면 그림자가 생기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했다. ‘잡편雜編’에 나오는 이야기다.누구에게나 일상은 녹록지 않은 무게를 가진 발자국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모님 권유로 부처님께 귀의코살라국 파사익波斯匿왕과 말리末利 부인은 얼마 전 수도인 사위성 인근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머무르고 계시던 부처님께 귀의했다.“우리 딸 승만은 지혜롭고 근본이 뛰어나서, 부처님을 뵙기만 한다면 가르침을 잘 이해해 의심이 없는 경지를 얻을 것입니다. 편지를 보내 보리심을 발하게 합시다.”부처님을 만나 인생의 바른 길을 알게 된 왕과 왕비는 아유타국 우칭왕友稱王에게 시집간 딸, 승만 부인도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길 바라면서 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편지는 궁녀를 통해 승만 부인
“늦게 배운 공부에 날새는 줄 몰라요!”어르신 학생 초 · 중등교육기관남들이 학교에 다닐 때 다니지 못했다는 건, 남들이 배울 때 배우지 못했다는 건 단순히 글자를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불편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한다는 사실은 남편 또는 아내에게, 자식이나 손주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치부다. 누군가 ‘글도 읽을 줄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라 손가락질 할까봐, 사람들과 어울릴 때면 자신도 모르는 새 움츠러들고, 주눅 들고, 의기소침해진다. 이때 용기를 내어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기 시
왕꽃우물 광장 건널목을 지납니다.9월입니다.가혹했던 여름 폭염의 흔적은 기억을 잃어버린 듯 하늘 높이 뭉게구름 둥실 띄운 채, 아무렇지도 않게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네요.건들건들 부는 가을 건들바람에 살살이 꽃이 흔들리고 있어요.광장에 들어서자 재즈바이올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Les Feuilles mortes 枯葉 가을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샹송이죠.“나를 사랑했던 당신, 당신을 사랑했던 나, 그러나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아요.”자크 프레베르의 시에 조세프 코스마가 곡을 붙인 노래로 영어제목으로 Autumn Le
‘의식은 언제 처음 생길까?’2차 회의에서 활발히 논의2년 만에 미국서 2차 회의‘제2차 마음과 생명 회의’는 1989년 10월 5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 Newport Beach에서 열렸다. ‘제1차 마음과 생명 회의’가 1987년 10월에 열린 지 2년 만의 일이다. 이 회의의 창립을 추진하여 이루어 낸 달라이라마는 제1차 회의에 참석했던 리빙스턴 R. Livingston을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제2차 회의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에 리빙스턴은 ‘뇌과학과 불교’라는 대명제를 걸고 관련 전문분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