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나는야 꽃중년, 일하는 시니어 (275호)

일자리 봉사, 김정오 씨
부산 다솔어린이집

직장을 은퇴한 후 일과 봉사활동을 병행하며,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 노인 일자리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김정오(여, 80) 어르신이다.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이하 부산다사랑복지관)을 통해 노인일자리를 소개받은 김정오 어르신은 부산 다솔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다.

김정오 어르신이 시인모임에서 발표할 예정이라는 자작시를 낭독하고 있다.그렇게 쓴 시가 벌써 공책으로 4권 째다. 〈사진=정현선 기자〉

김정오 어르신은 다솔어린이집에서 소일거리를 도우며 용돈을 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세 시간 동안 마당 청소, 창문 닦기, 아이들 간식준비, 장난감 청소 등을 돕는다.

“40여 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어요. 자동차 오일필터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였는데, 일흔이 넘어서도 다녔어요. 하루는 퇴근하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쓰러졌어요. 구급차에 실려 갔죠. 병명이 ‘전정신경염’이라고 하더군요. 귓속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겼던 모양이에요.”

그때 나이가 77세였다. 40여 년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하다가 집에 가만히 있으려니 우울증이 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후 바로 복지관에 나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지난 2월, 일자리를 추천받아 어린이집에 나가게 됐다.

김정오 어르신은 “인생을 살아보니, 모든 일이 내 맘같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게 때가 맞아야 하지,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직장도 마찬가지였다.”며 갑작스레 바뀌게 된 인생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현재 한 달에 10회 어린이집에 출근한다.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는 공휴일 외에 10회만 채우면 된다. 김정오 어르신은 정기적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직장이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그리고 그 이상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김정오 어르신은 어린이집에서 소일거리를 도우며 행복한 인생 2막을 열었다.

일이 없는 날에는 부산다사랑복지관에 나가 봉사를 한다. 비누를 만들기도 하고 어르신들 휴대폰을 소독해주기도 한다. 틈틈이 설거지도 도맡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복지관에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요즘에는 살아온 날에 대한 단상들을 글로 써서 낭독하는 취미도 생겼다. 벌써 공책으로 네 권을 채웠다.

김정오 어르신은 부산다사랑복지관 도서관에서 열리는 시인모임에서 낭독할 자작시 ‘추억’의 한 구절을 들려주었다.

그슬린 구리 빛 얼굴에 누런 군복차림 양 어깨에 붙어진 밥풀때기
- 중략 -
내일을 모르고 마냥 좋아
꿈만이 나의 인생에 전부인양
아 그때가 그립고 아쉽다.

지구는 돈다는데 나의 젊음은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아름다웠던 내 젊음을 잡지 못한 내 마음은 바보였구나.

젊은 시절에는 직장생활에 치여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는 김정오 어르신은 좋은 시를 공유하고 남이 쓴 시를 들을 수도 있어 시인모임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어린이집은 1년에 한 번씩 일자리가 바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개월에 한 번씩이었다. 부산다사랑복지관에서 뽑는 노인 일자리는 300여 명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한다. 김정오 어르신의 일자리 기간은 11월 말 만료되는데,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그때는 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

김정오 어르신은 “옛날 생각하면 지금 나라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는 아주 좋아졌다. 아플 때 건강보험도 잘 되어 있다. 뭐든지 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개개인의 성격도 중요하겠지만 용기를 내기만 하면 할 일이 아주 많다. 복지관에 나오기만 하면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고 노인 일자리에 대한 애착심을 드러냈다.

자신의 앞가림은 자기가 하고 싶어 수의를 미리 준비해놨다는 김정오 어르신. 그녀는 오늘도 일하며 즐기는 인생 2막을 통해 봄처럼 파릇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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