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단상 (275호)

아이들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참 빨리 배우는 것 같다. 두 살배기 아들은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데 엄마아빠 스마트폰을 가져와 바닥에 놓고, 그 앞에 턱하고 앉는다. 그리곤 어깨너머로 배웠는지 켜지지 않은 스마트폰 화면에 집게손가락을 가져다댄 후 패턴(잠금장치)을 푸는 것처럼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그 모습이 귀여워 패턴을 풀어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단어인 ‘오~ 오~ 오~’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화면을 움직인다. 볼수록 신기하다.

네 살이 된 처조카는 혼자 스마트폰을 보며 영어 알파벳과 기본적인 영어 단어를 배웠다. 어떤 아이들은 한글을 뗐다고도 한다. 또 떼를 쓰는 아이나 울고 있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할 때도 스마트폰은 유용하다. 이렇게만 보면 스마트폰은 의외로 부모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알다시피 아이들이 이른 시기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언어 · 정서 · 행동 발달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통한 시각과 청각의 강한 자극으로 인해 일상의 평범한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장시간 노출되면 우뇌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주의집중력 저하 · 집착적인 행동 · 언어발달 지연 · 틱장애 · 발달장애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 고민이다. 스마트폰을 계속 아이에게 줘도 되는 걸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겠지만, 식당이나 지하철에서 아이가 울어 주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도 잘 지킬 수 있을까?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강제로 제재(立法)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소리 내어 울 때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달랠 수 있는, 사회의 배려심이 부족한 마당에 이런 강제 규정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싶다.

두 아이를 키우다보니 이래저래 생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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