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 (275호)

세친의 〈대승오온론〉 역주서
〈오온과 유식〉
모로 시게키 저 ㆍ 김명우 옮김 / 민족사 / 20,000원

유식을 근본사상으로 하는 유식학파는 중관학파(中觀學派)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양대 학파로 불린다. 유식(唯識)사상은 무착과 세친에 의해 체계화되고 발전했다. 세친(世親, Vasubandhu, 400~480)은 유식사상을 크게 일으킨 인물로, 〈유식삼십송〉ㆍ〈유식이십론〉ㆍ〈대승오온론〉 등 유식 관련 저술을 많이 남겼다.

〈오온과 유식〉은 일본의 촉망받는 유식학 학자인 모로 시게키(師茂樹) 하나조노대학 교수가 쓴 〈대승오온론〉의 역주서다. 〈대승오온론〉은 오온(五蘊, 색ㆍ수ㆍ상ㆍ행ㆍ식)으로 유식학을 설명하는, 짧지만 중요한 논서다. 그러나 세친의 다른 저작들과 달리 불교 연구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연구된 적도 거의 없다. 한국 내에서 출간된 〈대승오온론〉 관련 연구서는 이 책이 유일하다.

저자는 유식사상을 설명함에 있어 〈대승오온론〉에 나타난 유식사상의 보수적 측면에 주목했다. 여기서 ‘보수적 측면’은 부처님 재세 당시부터 이어져 온 전통을 연구의 근거로 삼는다는 의미다.

시게키 교수는 “〈대승오온론〉은 〈유식삼십송〉보다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고, 아비달마를 대표하는 문헌인 〈아비달마구사론〉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이런 의미에서 〈대승오온론〉은 유식을 이해하는 데 적합한 문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오온ㆍ12처ㆍ18계ㆍ오위백법 등 유식사상의 핵심적 내용을 그림과 표로 정리해 보다 쉽게 유식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승오온론〉 본문은 현장 스님이 번역한 한역과 현대어 번역을, 한역과 산스크리트어 역, 티베트어 역의 내용이 다른 경우에는 각각 현대어 번역을 함께 실었다.

자주사학에서 바라본 우리 古代史
〈고주몽성제에서 광개토대제까지〉
고준환 / 양현문고 / 18,000원

한국교수불자연합회 초대회장을 지낸 고준환(77) 경기대 명예교수가 고구려ㆍ백제ㆍ신라ㆍ가야ㆍ야마대 왜 등 다섯 나라의 고대사를 자주사학 관점에서 풀어낸 책을 출간했다.

〈고주몽성제에서 광개토대제까지 - 대제국고구려ㆍ백제ㆍ신라ㆍ가야ㆍ왜 5국 역사기행〉은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부터 대제국을 완성한 광개토대왕에 이르는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내용은 △4국을 통일한 불교국가 신라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국제결혼 △한국불교의 가야 초전(初傳) △김수로왕의 딸 묘견공주가 중애천황과 결혼 후 야마대 왜를 69년 간 통치한 기록 등이다. 단군조선을 비롯해 환단조선과 세계 첫 문명인 발해연안 문명(홍산ㆍ요하ㆍ대릉하ㆍ백두산ㆍ압록강ㆍ대동강 문명 포함)을 우리 민족이 창출(創出)했다고 주장도 실려 있다.

이밖에도 동명성왕의 부친인 고모수왕과 후손이 태평양을 건너가 건국한 나라 ‘맥이고(貊耳高)’가 현재의 멕시코이고, 금나라의 시조인 아골타와 청나라의 시조인 누르하치가 마의태자의 후손이며, 그들의 부족 이름인 애신각라(愛新覺羅)는 ‘신라를 사랑하고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 등 기존 사학계에서 수용하지 않고 있는, 자주사학계 학설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

저자는 “고대 5국 역사기행은 지금부터 2,000년 전후의 일이고, 신화ㆍ설화ㆍ제학설ㆍ사대식민사관ㆍ왜곡 등으로 많은 베일에 싸여 있지만, 사료에 충실하며 후손들이 자긍심과 호연지기로 웅혼무비하고 영광스럽고 행복하게 사는 기초를 마련하느라 노력했다.”면서 “고대사의 모든 사실을 알 수는 없어 이야기 전개상 추정이나 비정(比定)한 것이 있음을 밝힌다. 영명한 후진들의 확실한 탐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역사 오류 잡고 재해석한 부석사
〈다시 읽는 부석사
김태형 / 상상창작소 봄 / 19,000원

오래된 사찰일수록 옛 기록은 드물고, 전해 내려오는 얘기는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해당 사찰의 역사가 잘못 전해지기도 한다. 신라의 의상대사가 창건한 화엄십찰의 본찰 격인 영주 부석사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까지 전하는 부석사 역사에 관한 오류를 바로잡고, 감춰진 역사를 들춰낸 책이 〈다시 읽는 부석사-부석사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그 첫걸음〉이다.

현 순천 송광사 성보박물관 학예사인 저자가 2013년부터 4년 간 부석사성보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하면서 부석사의 역사를 속속들이 파헤쳐 기존에 발표된 논문과 책, 신문기사의 오류를 반박한 내용,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들이 담겨 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는 부석사와 관련된 잘못 알려진 설과 주장들을 고증을 통해 바로잡는 ‘팩트 체크’, 2장과 3장에는 부석사 창건 때부터 지금까지의 상세한 역사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자료들을 수록했다. 4장에는 한국 고건축을 대표하는 국보 제18호 무량수전을 비롯한 국보 5건과 보물 6건, 경상북도유형문화재 2건 등 부석사 성보문화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사진이 실렸다. 5장은 부석사 경내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책에서 ‘고려 현종 또는 원융국사의 중창설’, ‘부석사의 다른 이름 흥교사, 선달사 설’, ‘동방사지(東方寺址)의 정체’, ‘뜬금없는 이야기들(사명당 유정 중창설, 사라진 부석사 범종과 그 밖의 이야기들)’ 등에 대해 구체적 증거를 들어 반박한다. 특히 부석사의 실제 금당이 현 무량수전이 아니라, 보물 제220호 북지리 석조여래좌상이 본래 있던 터인 동방사지[부석사 동쪽에 있는 절터]이며, 동방사지가 우리나라 최초로 비로자나 삼신불을 봉안했던 곳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주목된다.

부록에는 부석사 1300년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연표와 도표로 정리한 조선후기 부석사의 법맥(法脈)이 실려 있다.

흑백사진으로 보는 암자이야기
상무주 가는 길
김홍희 / 불광 / 19,800원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명인 김홍희. 그가 1995년 중앙일보에 ‘암자로 가는 길’ 연재 이후 23년 만에 혼자 모터사이클을 타고 오른 암자 26곳을 흑백사진 100여 컷에 담아냈다.

만 2년이 걸렸다. 종교가 크리스천인 작가가 암자에 끌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부처님의 부르심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작가는 암자를 순례하며 부처님을 향한 사랑이 깊어졌다고 고백한다. 또한 인간 예수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종교의 경건주의보다 종교가 존재해야 하는 마땅한 바를 다루려 했다.”며 “그러면서도 재미있게, 사진과 글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지는 새로운 장르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는 ‘암자를 다시 찾아가는 명백한 이유’를 주제로 순천 송광사 불일암, 여수 금오산 향일암, 구례 화엄사 연기암 등을 담았다. 2장은 ‘봄 속에 있어도 봄을 모르는 이에게’를 주제로 함양 지리산 상무주암, 합천 해인사 백련암, 양산 통도사 극락암 등으로 묶었다. 3장 ‘천년의 시간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경주 남산 옥룡암, 대구 파계사 성전암, 영천 은해사 운부암 등을, 4장 ‘어느 날 카메라도 버리고 남은 한 자루의 펜도 버리고’에는 고창 선운사 도솔암, 서산 연암산 천장암, 평창 오대산 미륵암 등을 담았다.

어느 페이지를 먼저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26곳 암자를 향한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글과 사진은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룬다. 김홍희 작가는 “순서 없이 눈을 끄는 사진이 있는 곳에서 호흡을 멈추고 책을 읽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홍희 작가는 스테디셀러 〈암자로 가는 길〉을 비롯해 현각 스님의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법정 스님의 〈인도 기행〉 등에 사진을 실은 바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