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나는야 꽃중년, 일하는 시니어 (275호)

댄스스포츠 임영옥 단장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

‘원투 차차차~’, ‘쓰리포 차차차~.’

지난 10월 22일,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이하 부산다사랑복지관) 지하 강당에서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었다. 여덟 명의 어르신들이 두 명씩 짝을 이뤄 경쾌한 리듬에 몸을 싣고 춤을 추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몸짓으로 볼 때 댄스스포츠 솜씨가 전문가 이상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어르신들은 부산다사랑복지관 댄스 봉사단 단원들. 4년째 복지관에서 무료로 댄스봉사를 하고 있는 임영옥(73) 단장을 만났다.

4년째 부산다사랑복합문화예술회관에서 무료로 댄스봉사를 하고 있는 임영옥 단장.

“댄스를 접하게 된지 10년이 넘었어요. 우연히 친구가 복지관에서 웰빙 댄스를 배워보자고 해서 따라왔다가, 같이 가자고 했던 친구는 그만 두고 저 혼자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춤을 배워 볼 생각도 못해봤어요.”

지인의 권유로 댄스스포츠를 시작했다는 임 단장. 그녀는 2014년 경 복지관에서 봉사단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댄스봉사단에 자원했다. 이후 매주 월요일이면 이곳 부산다사랑복지관에서 공연연습을 한다. 뿐만 아니다. 매주 금요일에는 대한적십자사에서 저소득 어르신에게 나오는 필수품과 반찬 등을 노인들에게 배달하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씩 헌혈을 해온지도 벌써 20회가 넘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산다는 임영옥 단장은 “집에 있으면 할 게 있나요? 마음을 편히 내려놓으니 하고 싶은 일이 천지에요. 이렇게 아프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행복한 삶이겠죠.”라며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표했다. 임 단장도 젊었을 때는 직장에 다니느라 바빴다. 당시에 돈을 벌면 벌수록 걱정은 늘어났다. 그런데 지금은 걱정이 하나도 없다. 공연을 보고 기뻐해주는 관객들을 볼 때면 연습으로 누적됐던 피로가 저절로 사라질 정도라고.

임 단장은 “공연을 하다보면 어르신들이 같이 일어나 노래를 하고 춤을 추기도 한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훗날 내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사람의 관객만 있어도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 수 없이 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쉬운 무대는 한 번도 없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안무를 외울 정도로 열심히 연습하지만, 긴장감 때문에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항상 떨린다고. 막상 무대에 오르고 나면 떨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댄스 삼매에 빠져든다는 임영옥 단장. 어떤 수익도 따르지 않는 봉사활동에 대한 고충은 없는지 묻자, 돌아온 임 단장의 대답은 고충보다는 ‘행복’이었다.

“무대에 오르려면 무대 밖에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아요. 어떤 무대에는 오히려 돈을 내고 오르기도 합니다. 또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무대의상을 제작해야 합니다. 천을 직접 떼어다가 재봉틀로 재단을 하고, 그것도 힘들 때면 구입을 하기도 하지요. 매번 같은 의상만 입으면 보는 사람도 지루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임영옥 단장과 봉사단원들이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일흔이 넘은 나이지만 임 단장은 지금이 오히려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며칠씩 쉬는 연휴가 가장 싫다는 그는 “밖으로 나와 봉사자들과 대화도 나누고, 봉사도 하다보면 자칫 빠질 수 있는 우울증을 떨칠 수도 있다.”며 “가까운 복지관에 가서 문을 두드리면 어디든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봉사 자리가 있을 것이다. 봉사를 망설이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용기를 내서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욱 건강해졌다는 임 단장은 다리가 아파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날까지 댄스봉사를 계속 하는 게 목표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위로와 희망을 안겨주는 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임영옥 단장. 세상을 밝히고,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그의 뒷모습이 자못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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