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과학(274호)

‘의식은 언제 처음 생길까?’
2차 회의에서 활발히 논의

2년 만에 미국서 2차 회의

‘제2차 마음과 생명 회의’는 1989년 10월 5일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뉴포트 비치 Newport Beach에서 열렸다. ‘제1차 마음과 생명 회의’가 1987년 10월에 열린 지 2년 만의 일이다. 이 회의의 창립을 추진하여 이루어 낸 달라이라마는 제1차 회의에 참석했던 리빙스턴 R. Livingston을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제2차 회의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에 리빙스턴은 ‘뇌과학과 불교’라는 대명제를 걸고 관련 전문분야의 저명한 석학들로 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선정된 위원은 다음과 같다.

처치랜드(P. S. Churchland) : 캘리포니아대학 철학과 교수
다마시오(A. R. Damasio) : 아이오와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
스콰이어(L. R. Squire) : 캘리포니아대학 정신과 교수
홉슨(A. Hobson) :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주드(L. L. Judd) : 국립정신건강연구소 소장
리빙스턴(R. Livingston) : 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과 명예교수

2차 회의가 열리던 첫 날 새벽 달라이라마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로 결정됐다. 수상 모습.

2차 회의가 열리던 첫날, 동 트기 전인 새벽 3시쯤 노르웨이의 오슬로로부터 달라이라마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화에 이어 각국의 방송사 등 여러 매체에서 전화가 몰려왔는데 오전 7시쯤 달라이라마는 전화 받는 것을 중지하고, 예정된 회의계획에 따라 오전 9시 정상적으로 ‘마음과 생명 회의’를 진행한다고 선언하였다. 회의는 계획대로 주로 서구과학이 보는 인간의 마음과 불교적 관점에 대하여 매우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제2차 마음과 생명 회의’에서는 △마음의 자연과학 △의식의 범위 △뇌 기능의 전개 △특정 뇌 영역 △잠재의식에서의 인식과 전생의 기억 △기억의 해부 △수면과 꿈 상태의 뇌 제어 △희미하고도 신비한 의식의 출현 △의식에 대한 과학적 확신 △정신적 장애 등 의학과 뇌 과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전문적 영역이 논의됐다. 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으나 일반인의 흥미를 끄는 대목도 더러 있었다.

이 글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인간의 의식에 대한 논의 중 일부를 옮겨 보고자 한다.

태아가 엄마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을 의식의 작용으로 볼 수 있을까

| 육체에 의식은 언제 생기는가?

‘사람의 몸속에 의식은 언제부터 나타나는가?’ 즉, 인간의 생애 중에 언제 처음으로 의식이 생겨나는가 하는 주제는 서구 학계에서 큰 쟁점이 되어 왔다. 미국 학계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미국의 ‘기술과 과학 아카데미’의 관련 분과에서도 이 문제를 숙고 중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한 ‘마음과 생명 회의’의 대화 일부를 인용해 본다.

달라이라마 :‘의식 意識’이란 무엇입니까?

처치랜드 :‘의식’이란 색상, 냄새, 모양, 소리 그리고 분노나 당황과 같은 감정 등의 알아차림을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이 꼭 하나의 사물이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라이라마 :인간의 태아가 형성되는 단계 중 어느 단계에서 최초로 의식이 나타나게 됩니까?

홉슨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리빙스턴 :인간의 몸은 점진적으로 생물학적 성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특정한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의식이 시작되는지는 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생물학적 조직의 시작과 의식의 시작은 아마도 점근적 漸近的으로 일어나고, 또한 세포의 분화, 이동 및 상호작용으로 초기의 두뇌 조직을 이루며, 계속적인 생물학적 발달로 임신과 출생까지 이르게 됩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 뇌는 350g 정도 되는데

6개월이 지나면 그 부피가 2배가 됩니다. 그 뇌의 부피는 생후에도 계속 자라서 네 번째 생일이 되었을 때 다시 6개월 때 부피의 2배가 됩니다. 그 이후에는 20세쯤 될 때까지 그 머리의 크기가 10%쯤 더 자라고는 더 이상 자라지 않습니다. 태아의 의식은 분명히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되는데 어느 시점부터 의식이 시작되는지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알 수 없습니다.

처치랜드 :태어나기 전부터 의식이 시작된다고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리빙스턴 :예를 들면, 당신이 출생 직전 3개월부터 시작하여 신생아로 태어나기 직전까지는 계속하여 태아를 길들일 수 있습니다.

홉슨 :조건적 가능 Conditionability을 의식에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리빙스턴 :제가 예상하기로는 자궁 속에서 태아는 때때로 불그스름하게 혹은 완전히 검게 둘러싸인 어떤 구역에서 주어진 조건의 인식과 의식으로 색상도 감지하고, 움직이기도 하며, 어머니의 심장 소리나 태반 속을 흘러가는 혈액의 소리도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동적인 영역에서 사람은 탄력 있고, 수축되는 힘을 받으며, 움직일 수 있고,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완하고, 그의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사람의 말소리나 음악과 같은 외부의 소리도 감지합니다. 그것이 유의미한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하여 저는 같은 기준을 동물에게도 적용해 보았습니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두리번거리고 좋은 소리를 향하여 눈길을 주고 자기 어머니의 소리를 분별하여 듣고 배가 고프면 후각 · 미각 · 촉각 · 몸짓을 이용하여 어머니의 가슴을 더듬으며, 만족하면 가슴을 밀어내고 잠에 빠집니다. 선생은 그 아이가 머릿속에 언어적 범주가 형성될 때까지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다마시오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조금 쉽게 말씀하시지요.

달라이라마 :제가 생각하기로는 비록 태아라도 자궁 속에서 좋은 조건으로 잘 성장한다면 일정한 촉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청각적 감성이냐, 또는 시각적 감성이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빙스턴 :그건 청각적 능력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청각적 기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록 태어난 지 몇 주 안 되는 미숙한 유아라도 배 속에서 들은 자기 어머니의 목소리를 구분해 내며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것은 테이프에 녹음된 어머니 음성이 들릴 때 그 음성 속에서 어머니의 맥박 속도와 강도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 속에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경험한 음향학적 기억들이 담겨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른 신생아의 어머니가 동일한 내용을 동일한 방법으로 테이프에 녹음하여 이 아이에게 들려주었을 때 그 속에 자기가 태어나기 전에 경험한 음향학적 기억들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자기 어머니의 테이프를 들었을 때와 같은 반응은 나타내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처치랜드 :또한 태아는 배 속에서 뜀박질(Jump, 한국에서는 ‘발길질’로 표현)을 합니다. 특히 자기 어머니가 움직여 태아도 이동할 때 그 배에서 소리가 날 정도로 뜀박질을 합니다.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만 이런 움직임이 무엇인가를 인식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달라이라마 :아마도 일종의 경험이나 느낌이 있었을 것입니다.

처치랜드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게 바로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겁니다.

리빙스턴 :그러나 자기 어머니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 아이가 그 목소리를 경험했기 때문이고, 그 특정한 목소리에 반응을 보이는 것입니다.

다마시오 :그러나 그것이 의식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리빙스턴 :선생의 말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인간과 동물의 경우, 의식은 더 많은 문제를 남깁니다. 우리는 의학적으로 행동적 태도에 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위의 인용 내용은 우리 대부분이 전혀 알 수 없는 태아와 유아기의 본성적인 능력과 행동을 과학자들이 깊은 연구와 실험을 통하여 얻은 귀중한 지식을 사실 그대로 서술한 것으로, 생활 속에서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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