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의 이달의 찬불가(275호)

대전 광수사와 불연(佛緣) 맺고
대석 스님 노랫말에 곡 붙여

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KBS홀에서 제2회 도솔 전국합창제가 열렸다. 예선을 통과한 11개 팀이 본선에 참여했는데, 열기가 대단했다. 비록 올해로 두 번째 열린 경연이지만, 전문적인 합창 경연이라는 점과 푸짐한 상금 등으로 인해 불교음악계의 여느 대회보다 관심 높은 대회였다.

불교문화 후원을 위해 도솔회를 직접 창립하고, 불교합창대회를 이끌고 있는 분은 함현 스님이다. “이번 합창대회가 씨앗이 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찬불가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기대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결 밝고 건강해지길 부처님 전에 축원한다.”는 함현 스님의 인사말처럼 한 마음으로 부르는 찬불가, 도솔합창제의 진정한 울림에서 불교음악의 희망과 미래의 꿈을 키워본다.

경연이 마무리되고, 축하공연과 심사평 이후 본격적인 시상이 시작됐다. 무대에 오르는 수상자들 사이로 기쁨과 탄식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며 필자 역시 가벼운 긴장과 흥분을 느꼈다. 참가한 모든 합창단을 속속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참가단체의 지휘자들과는 대부분 선후배 관계이다 보니 수상결과에 따라 마음이 이리저리 쏠리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상이자 하이라이트인 대상과 최우수상 발표. 경연에 참여한 합창단이나 관계자들, 그리고 객석을 가득 메운 모두의 마음과 시선이 무대에 쏠렸다.

“대상! 서울 금강선원 가가합창단!!”

사회자의 우렁찬 소개와 함께 여기저기 축하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 오르는 금강선원 가가합창단 단원들은 기쁨에 껑충껑충 뛰었다. 단원들과 함께 지휘자 서근영 선생이 다소 긴장한 얼굴로 무대에 올라와 감격의 대상을 수상했다.

서근영 선생은 이번 호에 소개할 ‘밝은 햇살처럼’의 작곡가다. 그의 불교음악 인연은 이렇다. 신심 깊은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녀는 여고 1학년 때 천태종 대전 광수사를 찾아갔다. 당시 여느 사찰에서 볼 수 없었던 그랜드 피아노를 광수사에서 보는 순간 반드시 이 사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리라고 꿈을 키웠다고 했다.

꾸준히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워나가던 그녀는 충남대 음악대학에 합격해 피아노를 전공하게 된다. 그리고 여고생 때 꾸었던 꿈을 현실에서 이룬다. 다름 아닌 광수사 피아노와의 만남이다. 어떠한 불연(佛緣)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연한 기회에 광수사 합창단 반주자로 입문하게 됐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 삼아 반주를 하게 됐는데, 나중에는 정식 반주자로 자리매김한다. 이 일은 그녀가 불교음악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서근영 선생이 불교음악에 입문한 후 세운 두 번째 꿈은 ‘최영철 선생님과의 만남과 가르침’이다. 필자는 이번 호 원고를 위해 그녀와 통화를 했는데, 이 대목에서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평소 불교음악을 사랑하는 불자이자 합창단 반주자로 활동하면서 최영철 선생님의 여러 작품을 접하며 흠모했단다. 그래서 최영철 선생을 꼭 한 번 만나고 싶었고, 가르침을 받고 싶었단다. 그리고 불교음악의 대가(大家) 최영철 선생과의 만남은 그녀의 음악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그녀와 최영철 선생의 인연은 지휘자와 반주자로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인 지휘자 수업을 받게 되고, 작곡자의 길에 들어설 때까지 20여 년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러한 음악여정 속에 정식 지휘자로 데뷔를 하는데, 이곳 역시 대전 광수사였다. 2009년 이후 지금까지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광수사와의 불연 속에서 그녀는 피아노 연주가이자 지휘자로써의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대전 · 충청 지역은 물론 서울 등 기타 지역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서근영 선생은 8년 전 불교합창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천안 성불사)과 지휘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도솔합창제 대상까지 그녀는 항상 새로운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그녀는 작곡자로서의 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소개하는 ‘밝은 햇살처럼’(대석 스님 작사/서근영 작곡)이란 곡도 그렇지만, 서근영 선생이 작곡한 곡은 매우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밝은 햇살처럼’은 서근영 선생과 천태종 대석 스님의 인연을 통해 탄생했다. 서 선생은 평소 대석 스님은 잘 알고 있었지만, 스님이 노랫말을 즐겨 쓰시는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광수사의 합창단원 중 한 분이 ‘대석 스님이 노랫말을 쓰셨는데, 발표하고 싶어 하신다.’며 여러 편을 건네줬단다. 그 중에서 가장 가슴에 와 닿는 노랫말을 골라 곡을 붙인 게 바로 ‘밝은 햇살처럼’이다.

이 곡은 전형적인 찬불가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경쾌한 리듬과 흐르는 코드화성이 듣기 좋다. 쉽고 편안하게 풀어나가다 보니 많은 불자들이 사랑하는 애창곡이 될 수밖에. “우리 함께 사는 세상 사람들아~”로 시작하여 “이루어 보세.”라는 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녀가 왜 작곡을 하는지, 합창단을 지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젊은 불자음악인의 꿈과 희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결혼은 언제?” 필자의 짓궂은 질문에 “연애하는 것보다 불교음악 활동이 더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당당함에 우리는 서로 한참을 웃었다. 외국 유학을 갔다 온 것보다 최영철 선생을 만나 더 큰 가르침을 받았다는 그녀의 환한 미소에서 돈독한 사제지정(師弟之情)이 느껴졌다. 지금도 매주 지휘를 위해 서울을 오간다는 그녀, 불자들에게 큰 공부와 위안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와의 대화는 즐거웠다. 꿈을 위해 쉼 없이 정진하는 불교음악인 서근영을 박수로 응원한다.

이종만

싱어송 라이터로 노래와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1995년 찬불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좋은 벗 풍경소리’를 창단해 현재까지 찬불가 제작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불교음악인이다. 현재 좋은 벗 풍경소리 대표, 뉴트리팝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지휘,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대표곡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장돌뱅이’, ‘오늘은 좋은날’, ‘길 떠나자’, ‘좋은 인연’, ‘너와 나’를 비롯해 많은 곡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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