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변상도로 읽는 부처님말씀(274호)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70X95cm

부모님 권유로 부처님께 귀의

코살라국 파사익波斯匿왕과 말리末利 부인은 얼마 전 수도인 사위성 인근 기수급고독원
祇樹給孤獨園에 머무르고 계시던 부처님께 귀의했다.

“우리 딸 승만은 지혜롭고 근본이 뛰어나서, 부처님을 뵙기만 한다면 가르침을 잘 이해해 의심이 없는 경지를 얻을 것입니다. 편지를 보내 보리심을 발하게 합시다.”

부처님을 만나 인생의 바른 길을 알게 된 왕과 왕비는 아유타국 우칭왕友稱王에게 시집간 딸, 승만 부인도 부처님 가르침에 귀의하길 바라면서 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찬탄하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 편지는 궁녀를 통해 승만 부인에게 전해졌다.

편지를 받아 읽은 후 승만 부인은 다음과 같이 게송을 읊었다.

듣건대, ‘부처님의 음성은

세상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니

그 말씀이 참으로 진실하다면

마땅히 공양을 닦아야 하리.

우러러 생각건대,

세존께서 세상 위해 출현하셨다면

마땅히 불쌍히 여겨

나로 하여금 뵈올 수 있게 하시리.

승만 부인이 게송을 읊자, 부처님께서 허공에 청정한 광명을 비추며 나타났다. 그 모습을 본 승만 부인과 권속들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대면서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했다.

삼베에 천연안료, 천연염료. 70X95cm

승만 부인, 서원을 세우다

부처님은 승만 부인과 권속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찬탄했다. 이 선근으로 한량없는 아승지겁을 지낸 뒤 신과 사람 가운데서 자재한 왕이 될 것이다. 다시 한량없는 부처님을 공양하면서 2만 아승지겁을 지나면 부처가 될 것이다.

그 부처님 이름은 ‘보광普光여래’ · ‘응공’ · ‘정변지’이며, 그 부처님 국토에는 모든 나쁜 갈래[악취, 惡趣]와 늙음 · 병 · 쇠퇴 · 뜻에 맞지 않는 괴로움이 없으며, 또한 선하지 않은 악업도 없을 것이다.

그 나라의 중생들은 모습 · 힘 · 수명 · 다섯 가지 욕망 · 모든 소유물에 있어 쾌락하기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보다도 더 뛰어날 것이다. 선근을 닦는 모든 중생들이 그 나라에 모일 것이며, 중생들은 모두 대승에 머무를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승만 부인에게 수기受記(부처가 되리라는 예언)를 하셨다. 승만 부인이 수기를 받을 때, 그 곳에 있던 한량없는 중생과 모든 신과 사람들이 그 나라에 태어나기를 원하였으므로 부처님께서는 모두에게 예언하셨다.

승만 부인은 수기를 받고 합장하며 부처님 앞에서 열 가지 서원을 세웠다.

“오늘부터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다음의 열 가지 서원을 실천하겠습니다.

첫째, 받아 지닌 계율에 대해 범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둘째, 모든 어른들에게 오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셋째, 모든 중생에게 화내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넷째, 다른 사람의 신체 및 소유물에 대해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다섯째, 모든 것에 대해 인색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여섯째, 자신을 위해 재물을 모으지 않고, 가난한 중생을 돕는데 쓰겠습니다.

일곱째, 자신을 위해 사섭법 四攝法을 행하지 않겠습니다. 애착하지 않는 마음, 싫어하거나 만족하지 않는 마음, 걸림 없는 마음으로 중생을 거두겠습니다.

여덟째, 부모가 안 계신 아이, 자식이 없는 노인, 죄를 짓고 갇힌 사람,

병든 사람과 괴로움에 처한 중생을 보면 잠시도 외면하지 않고 반드시 안온하게 하겠습니다.

아홉째, 동물을 잡아 기르는 등의 갖가지 올바르지 못한 생활방편과

계를 깨뜨리는 행위를 보면 절대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잘못을 항복 받아야할

사람에게는 항복받고, 용서해줄 사람은 용서하겠습니다.

열째,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여 잊지 않겠습니다.

가르침을 잊는 것은 곧 대승을 잊는 것이고, 대승을 잊는 것은 곧 바라밀을 잊는 것이고, 바라밀을 잊는 것은 대승을 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런 열 가지 서원을 지닐 수 있고, 행할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는 대중 가운데 하늘꽃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하늘의 미묘한 소리가 나게 하소서.”

승만 부인이 이같이 서원을 세웠을 때, 허공에서 수많은 하늘꽃이 쏟아져 내렸다.

승만 부인은 다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세 가지 큰 서원을 말했다.

“부처님, 저는 진실한 서원으로 한량없는 중생을 안온케 하고,

이 선근으로 어느 생에서든 올바른 가르침의 지혜[正法]를 얻겠습니다. 올바른 가르침의 지혜를 얻은 후에는 중생을 위해 싫증내지 않고 법을 설하겠습니다. 올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인 다음에는 육신과 생명, 재물을 보시해 이 가르침을 수호하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승만 부인이 세운 세 가지 서원을 증명하며 이같이 말씀하셨다.

“승만 부인의 세 가지 큰 서원은, 마치 모든 형체 있는 것이 허공 속에 다 포함되는 것과 같다. 보살들이 세운 갠지스 강의 모래알같이 많은 모든 원願 역시 전부 이 세 가지 큰 원 속에 포함된다. 이 세 가지 큰 원은 진실하며 광대한 것이다.”

승만 부인의 사자후

승만 부인의 서원을 듣고 증명하신 부처님은 광명을 대중에게 널리 비추시고, 허공으로 7다라수多羅樹만큼 떠오른 후 사위성으로 돌아가셨다. 승만 부인과 권속들은 합장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부처님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기뻐하며 저마다 여래의 공덕이 갖추어졌음을 찬탄했다.

이후 승만 부인은 남편 우칭왕友稱王에게 대승을 찬탄하고, 성城 내의 일곱 살 이상 여인들을 교화했다. 우칭왕도 일곱 살 이상의 모든 남자들을 대승으로 교화해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대승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한편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으로 돌아오신 부처님은 장로 아난과 제석천과 그 권속들에게 승만 부인의 서원이 담긴 경전을 설하시고 나서 제석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여래의 진실한 제일의第一義 공덕을 찬탄한 것이고, 불가사의한 큰 서원이고, 모든 원을 거두어들이는 대원大願이고, 하나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고, 다함없는 성스러운 진리이다. 또 이 경은 여래장을 설한 것이고, 전도된 견해와 올바른 견해를 설한 것이고, 자성의 청정한 마음의 두 가지 측면을 설한 것이고, 여래의 진실한 아들을 설한 것이고, 승만 부인의 사자후를 설한 것이다.

제석천이여, 이 경에서 설하는 바는 모든 의심을 끊고 궁극적인 뜻에 안주하며 하나의 길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승만 부인이 사자후한 경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이 법에 머무르며 받아 지녀 읽고, 외우며 널리 설하라.”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여! 높으신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제석천을 비롯해 장로 아난 · 아수라 · 건달바 등은 모두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환희하며 그 가르침을 행하였다.

신진환
불교미술 작가. 금강산 신계사 복원 불사 벽화조성(2007), 제3회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향전 전체 대상(2009),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011), 제27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우수상(2013), 제2회 용성문화제 ‘올해의 불교미술인상’(2018)을 수상했다. 매년 국내외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으며, 금년에는 터키 앙카라 아트페어와 이스탄불 아트페어(AB갤러리 초대), 뉴욕 알재단 초대 옥션전, 홍콩 아트페어(Regina Gallery 초대)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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