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가까이에 오고 있는가? 겨울은 참 길었다네. 겨울바람은 너무도 가혹했다네.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고, 외로운 사람 더욱 외로운 이 죽일 놈의 겨울은 도무지 해빙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꽁꽁 얼어붙은 연못에 삐쭉 올라 온 어느 짐승의 허연 뼈가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네.봄은 영영오지 않을 것 같다고생살을 에는 바람을 맞으며강둑에 지는 노을 바라보며그가 고개를 떨구자겨울이 그랬다피하지마그럭저럭지나가는 상처라면그게 상처냐고골수로 파고드는 아픔이살아가는 밑천일 거라고떠나지마서러운 건 잊고행복했던 것만 기억하자내가 좀 심했어가는 길목을
고려불화 배채법 고집내면 표현하는 창조적 감수성 뛰어나 출가(出家)를 한 바 있는 김종우 작가는 30여 년 전 만봉 스님 문하에서 불화에 입문했다. 이후 박정자 선생과 이익상 선생에게 불화를 배웠다. 글씨는 현강 박홍준 선생을 사사했다.그는 전통을 철저하게 탐구하는 동시에 소신을 고집스레 굽히지 않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전통불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내면세계를 분출하는 직관과 창조적 감수성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크게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표현양
〈법화경〉 28품의 온전한 해설서선화상인 법화경 강설(전 2권)선화상인 강설ㆍ정원규 편역 / 불광출판사 / 7만원 중국 3대 역경가로 평가받는 고승 구마라집(344~413)에 의해 한역된 〈법화경〉은 모두 6만9,384자의 한자가 들어 있는 방대한 경전이다. 한 번 이상 등장하는 한자만도 1,742자다. 양의 방대함은 차치하고라도 온갖 비유로 점철된 경전이기 때문에 행간 하나하나에 숨겨진 뜻을 제대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법화경〉은 그동안 한문 원본만 있거나 한글 번역만 있는 사경집 또는 독송집
새해가 밝았다.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는 이 시간의 운행 속에서 역주행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상상의 역주행, 과거로 돌아가고자 함이 아니다. 보다 새로운 내일을 향해 상상의 창을 열어젖힌다.지나친 답습과 훈련의 연속이었다. 자유롭고 행복한 정원을 꿈꾸며, 이것이 두 길이 아니길 나에게 간절히 바라며, 괜찮은 것들을 모았다 흐트러뜨리고, 다시 정리해 놓았다 버리고, 또 새로운 것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내 유년의 정원에는 그러한 시간이 갇혀 있었다.나의 고지식함이 제일 불편하다. 하지만 전통에 의한 반복과 연
“어른이 되어서 어떤 사람이 될래?”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본 질문이다. 대통령, 장군, 과학자 등 나름의 꿈을 표현하면, 어른들은 기특해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질문을 하는 어른이 있을까? 그리고 나름의 꿈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또 얼마나 있을까?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고용불안 악화로 청년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겠지만,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와는 무관하게 명문대, 대기업만을 향해 달리게 한 사회의 업보적 책임은 없을까?우리 사회
사람은 깊은 물이나 계곡을 건너기 위해 돌과 나무로 다리를 만들었다. 다리는 어느 한 곳과 다른 한 곳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는 이유로 상징적 의미로도 자주 사용됐다. 대표적 예가 사찰에 놓여 중생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 즉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이어주는 경우다.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는 옛 다리가 여럿 남아 있다. 어디 사찰뿐일까? 궁궐에도 아름다움을 위해, 한적한 마을에도 백성들의 편리함을 위해 다리는 놓였다. 이런 다리는 대부분 종교적 의미나, 민중의 염원 등 갖가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옛 다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
내시경 검사는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검사 중의 하나이다. 수면내시경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수면내시경을 하다가 죽기도 하고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는 기사를 보면 왠지 찜찜해서 망설여진다. 수면 내시경을 받는 두 집단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다. A그룹은 20분짜리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처음 10분은 환자를 억지로 고통스럽게 하고, 후반 10분은 의도적으로 편하게 내시경 검사를 했다. B그룹은 반대로 처음 10분은 편하게 검사하고, 나중 10분은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검사를 했다. 검사가 끝나고 두 그룹에게 검사가 어땠느냐
선재동자에게 깨달음의 길 알려주려고사방이 어둑한 가운데 저 멀리 하늘에 두둥실 달이 떴습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달빛 속에서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으니, 관세음보살님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을 보자면, 세상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목에는 아름다운 보석목걸이를 걸었고, 머리에는 화려한 관을 쓰고 계십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차림새 위에 날아갈 듯 가벼운 너울을 쓰고 계십니다. 하늘의 달빛이 그 하얀 너울에 반사되어 화사함을 더합니다. 지금 이곳은 보타락가산. 어둠이
지옥중생을 교화하고자 지옥 문전을 떠나지 않으시고 천 줄기, 만 줄기 눈물을 흘리시는 지장보살. 이보다 더 거룩한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지장보살본원경〉을 보면 문수보살이 “지장보살이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십지보살에 머물면서 교화한 중생의 숫자를 나의 지혜로도 셀 수 없다.”고 말하면서 부처님께 지장보살이 과거세에 지은 공덕을 말씀해주시길 청한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신다.“지장보살이 십지과위를 증득한 이래 교화한 이의 숫자는 항하사수보다 많다.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로 있을 때의 일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장
고사(固辭)의 마음이 있었지만 얼결에 수락을 하다 보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 설렘도 있다. 나는 문학을 공부한 후 아나운서가 되어 방송을 하고, 때로 글을 쓰고 살아왔다. 하지만 주로 남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을 뿐 평론을 하거나 분석을 해 본 적은 없다. 또한 불자로 살아왔지만 기회가 닿아 두어 해 동안 새벽잠에서 깨어 서너 번 〈묘법연화경〉과 〈한글 팔만대장경〉을 소리 내어 읽었던 적 외엔 부처님 말씀을 깊이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런데 앞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연속으로 읽어 드리려니 이 또한 걱정이 앞
김법영전각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3회와 다수의 입선 경력이 있다. 각국 IOC 위원의 전각을 제작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 안국동에서 자신의 호를 딴 후재전각실을 운영 중이다.
‘자장면’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으로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장면을 먹고 싶은 마음에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철부지도 있었으니까. 세상이 좋아져서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중음식, 자장면. 그럼에도 ‘추억속의 자장면’만큼 맛있는 음식은 찾아보기 드물다.대구 대성사 봉사회는 한 달에 두 번, 경내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향림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다. 바로 추억의 자장면 공양이다. 회원들은 신선한 재료를 다듬고, 밀가루를 반죽해 직접 면을 뽑아낸다. 큰 솥에서 방금 건져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수타면을 소
“나는 전생에 佛母 유성 스님, 마지막 꿈은 세계펜화박물관 건립”사람은 누구에게나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이 있다. 다만 그 재능을 발견했느냐, 하지 못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재능을 일찍 발견한 사람은 재능을 일찍 꽃피우기 마련이다. 김영택(73) 화백은 그림에 대한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해 한평생 그 길을 걸었다. 디자인을 전공해 20대에는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다녔고, 이후 20년 간 기업을 경영해 40대에는 세계 톱디자이너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천명에 이르러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바로 펜화. 그리고 23년 간 한 우물
어떤 대상을 찬탄하고 그 대상에 예경하는 행위는 그 대상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의 표현이다. 특정 대상에 존경과 신뢰를 가지려면 가장 먼저 그 대상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호에 살펴보고자 하는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불보살님이라 할 수 있다.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도 그 명호를 들어보았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다.그런데 막상 ‘관세음보살이 누구인가?’하고 물으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절에 오래 다닌 불자도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나 조석
아들아, 오늘 아침 취업시험을 보러가는 너의 뒷모습이 너무나 짠하게 다가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는 “이번엔 꼭 합격했으면 좋겠는데…….”하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더구나. 엄마아빠의 이러한 간절함마저도 너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구나.하지만 아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것이다. 마음 느긋하게 먹고 긍정적인 자세로 시험에 임하도록 해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눅 들거나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임하길 바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영국의 역사학자 아널
| 청춘을 힘들게 하는 사회어느 사회이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 즉, 사회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우리 사회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청년 실업이다. 청년은 생애주기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로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취업준비로 황금 같은 시기를 썩히고 있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이다. 그런데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된다.그런데 요즘의 청년은 시급을 받고 노동의 대가로 받은 일당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
유마거사, 병을 앓다유마거사는 발지국 바이살리에 사는 대부호다. 그는 불교에 깊이 통달했고, 삼계에 대한 집착을 여의었으며, 처자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청정한 행을 닦는데 한시도 게으르지 않았다.가난한 이에게 재물을 나눠주고, 이교도에게 바른 가르침을 일러 주었으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술집과 노름판에도 끼어들었으나 정기(精氣)를 흩뜨리지 않았다. 이렇게 이르는 곳마다 명쾌한 토론과 법문으로 묘법을 전하는 일에 힘썼다.그런 그가 병으로 몸져누웠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병문안을 가게 됐다. 부처님께서도 유마거사가 병으로 누웠다는
인생은 장기적 승부잖니?영모야!내가 정년퇴직을 한지도 벌써 두 해 째구나. 네가 졸업한지는 몇 년 째라고 했지? 이제 너도 아주 젊은 나이라고는 못하겠구나. 준영이의 결혼식에 주례를 맡았던 덕분에 너희들을 만나 참으로 반가웠다. 너희들 대학시절 추억 속에 있는 내 자리를 확인하면서 참으로 감회도 많았구나. 그러던 가운데 너희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고, 너희들의 고민도 들으면서 주제넘게 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 ‘선생 버릇은 버리기 힘들구나.’ 싶어 돌아와 혼자 웃었다.너희들이 결혼하기도 그리 쉽지 않고, 또 아이 낳
세상 한복판 서 있는 그대에게그대가 살고 있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고 시간 또한 현기증이 날 만큼 급히 흘러간다. 바야흐로 글로벌 자본주의 세상이다. 이 세상은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잡아먹는 잔인한 정글세상이다. 넋을 놓고 가만히 서 있으면 나 스스로가 세상에게 잡아먹히고 소멸된다.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금수저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건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건 모든 젊은이들은 세상을 향해 도전하듯이 살지 않으면 안 된다.세상에는 일자리들이 수없이 많은 분야에 걸쳐 얼마든지 있다. 내가 알지 못
백성의 편에서 구상한 화폐 주조의천 스님은 송나라에 머물 때 불교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의 실물 경제도 유심히 관찰해 고려의 대표적인 화폐인 해동통보(海東通寶)를 유통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송나라의 수도인 개봉을 비롯해 여러 도시와 항구를 방문하면서 사람들이 화폐를 매개로 물건을 매매하는 모습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참으로 신기하구나.”어느 날 의천 스님이 인파로 북적이는 개봉의 시장거리를 유심히 관찰하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곁에서 수행하던 제자 수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스님, 무엇을 보셨기에 신기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