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이드(276호)

〈법화경〉 28품의 온전한 해설서
선화상인 법화경 강설(전 2권)
선화상인 강설ㆍ정원규 편역 / 불광출판사 / 7만원

중국 3대 역경가로 평가받는 고승 구마라집(344~413)에 의해 한역된 〈법화경〉은 모두 6만9,384자의 한자가 들어 있는 방대한 경전이다. 한 번 이상 등장하는 한자만도 1,742자다. 양의 방대함은 차치하고라도 온갖 비유로 점철된 경전이기 때문에 행간 하나하나에 숨겨진 뜻을 제대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법화경〉은 그동안 한문 원본만 있거나 한글 번역만 있는 사경집 또는 독송집 위주로 시중에 유통됐다. 간혹 〈법화경 강의〉ㆍ〈법화경 강설〉 등의 제목으로 묶인 책은 있었으나 제목과 달리 총 28품의 〈법화경〉 중 인기 있는 ‘관세음보살보문품’ 등 일부 품만 설명했다.

〈선화상인 법화경 강설〉은 중국 위앙종 제9대 조사로 추앙받는 선화상인(宣化上人, 1918~1995)이 제자 다섯 명을 대상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불교강당에서 진행한 〈법화경〉 강의를 편역한 것이다. 1품인 ‘서품(序品)’에서 28품인 ‘보현보살권발품(普賢菩薩勸發品)’까지 〈법화경〉 전품을 강설했다. 강설에는 대의와 요지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비유에 포함된 단어에 대한 설명까지 포함돼 있어 대승의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인 제자를 대상으로 한 강의이기 때문에 대승의 요지뿐 아니라 행간과 단어가 가지고 있는 뜻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덕분에 〈법화경〉에 처음 입문하는 불자들은 물론 그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된다.

편역을 맡은 정원규 씨는 “선(禪)과 정토수행으로 중국에서 이미 일가를 이룬 선화상인이 미국에서 제자들을 상대로 한 강연은 21세기 〈법화경〉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큰 울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경전 속 붓다 사유의 근원 찾기
곰브리치의 불교 강의
리처드 곰브리치 / 불광출판사 / 25,000원

석가모니 부처님은 자신이 깨달은 내용을 풍자와 비유[方便]를 통해 제자들에게 가르쳤다. 그런데 이 풍자와 비유는 당시 부처님의 제자들이 가르침을 오해하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브라만교의 교리를 차용한 부분이 그렇다. 이 책은 초기불교 경전과 브라만교 경전의 세밀한 비교 분석을 통해 그 오해의 내용이 무엇이고, 부처님이 깊이 사유한 내용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인도 사회에서 업(業)과 윤회, 신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의(祭儀)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기 이전부터 깊게 뿌리내려져 있었다. 부처님은 이 업과 제의를 과감하고 대담한 방법으로 재해석해 윤리화함으로써 인류 문명의 지적 도약을 이뤄냈다. 다시 말해, 부처님은 브라만교에서 ‘제의를 거행하는 성스러운 작업’을 뜻하는 업(karma)의 의미를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행위’라는 보편적 의미로 재해석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방편을 사용해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런데 비유와 반어법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독특한 설법 방식과 브라만교 교리를 차용한 부분은 자주 부처님 가르침에 대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이런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는데 주력하고 있다. 초기경전과 브라만교의 베다 성전을 비교 분석해 오해를 밝히고, 부처님의 진정한 사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이 책의 토대는 2006년 가을, 런던대학교 동양ㆍ아프리카연구원의 초청으로 열린 ‘누마타 불교강연’ 내용이다. 당시 저자는 ‘붓다 사유의 기원과 위대함’이란 주제로 10회에 걸쳐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강연에서 업설(業說)이야말로 부처님의 세계관을 살피는 데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설은 부처님의 삶을 조망하는 근본사상일뿐만 아니라 기본 교리를 논리적으로 만드는 핵심이라 주장했다. 그래서 이 책은 업을 기본으로 다양한 불교 용어의 사례를 짚어가며, 부처님 사유의 근원으로 안내한다.

무비 스님의 ‘법성게’ 해설서
법성게 선해
설잠 스님 찬ㆍ무비 스님 강설 / 담앤북스 / 15,000원

신라시대 의상(義湘) 스님은 해동화엄의 초조(初祖)로 불린다. 스님은 668년 〈화엄경〉의 핵심사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 완성하는데, 이 법계도는 7언(言) 30구(句) 210자의 ‘법성게(法性偈)’로 이뤄져 있다.

법성게는 ‘법성원융무이상(法性圓融無二相)’에서 시작해 ‘구래부동명위불(舊來不動名爲佛)’로 끝난다.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사람인 설잠 스님[김시습]은 주해(註解)를 달고 설명했는데, 그것이 〈화엄일승법계도주(華嚴一乘法界圖註)〉다.

설잠 스님은 후대의 사람들이 ‘화엄일승법계도’를 교리적인 측면으로만 해석한 것에 대해 탄식하고, 기존의 교학적 해석과 달리 선사(禪師)의 안목으로 선리(禪理)에 맞게 다시 해석했다. 법계도 각 구(句)마다 주(註)를 달았다. 그리고 선(禪)적인 표현 가운데서도 경전의 요체를 잘 파악해 선의 어록을 구사하면서 ‘법계도’의 참뜻을 밝히고 있다.

〈법성게 선해〉는 〈한국불교전서(韓國佛敎全書)〉에 수록돼 있는 설잠 스님의 〈화엄일승법계도주〉를 이 시대의 대강백 무비 스님이 우리말로 풀이하고 강설한 책이다. 무비 스님은 게송 중 ‘능입해인삼매중(能入海印三昧中) 번출여의부사의(繁出如意不思議)’에 대해 “능히 해인삼매 가운데 들어가서, 마음대로 부사의한 경계를 무한히 만들어낸다.”고 풀이했다.

무비 스님은 또 “능입은 능인(能人)이라고 되어 있는 곳이 많다. 언제부터인가 한 번 잘못 표기하게 되니 그것이 고쳐지지 않고 세상에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다음 구절인 ‘번출(繁出)’이라는 말과 서로 대칭을 이루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처럼 무비 스님은 설잠 스님이 선과 화엄을 원융ㆍ회통시켜 선리로 해석한 ‘법성게’의 게송 구절구절의 내용과 의미를 자세하고 세밀하게 밝히고 있다.

선(禪)의 요지 담긴 대혜종고 편지 모음
서장(書狀)
대혜 스님 지음ㆍ지상 스님 역해 / 불광출판사 / 33,000원

대혜종고 스님(1089~1163)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선승으로 간화선을 창시했다. 〈서장(書狀)〉은 스님이 사대부들에게 간화선을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 편지를 모은 책이다. 당시 뛰어난 문장가들인 소식ㆍ왕안석ㆍ범중엄ㆍ엄우 등이 〈서장〉을 통해 그들의 삶을 완성시키려 했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려고 애썼다.

원제목은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로 〈임제록〉ㆍ〈벽암록〉ㆍ〈허당록〉등과 함께 선불교의 칠부서(七部書)로 일컬어져 왔다. 예로부터 불가에서는 ‘참선의 지도서로서 〈육조단경〉을 스승으로, 〈서장〉을 도반으로 삼는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다. 또 선방 수좌들이 ‘다른 모든 것은 다 버려도 걸망 속에 이 책만은 짊어지고 다녔다.’고 할 만큼 〈서장〉은 선 수행의 훌륭한 길잡이로서 평가받는다.

〈서장〉은 사대부와 지식인, 즉 스님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간단명료하면서도 시원시원하게, 철저하면서도 친절하게 간화선 공부법을 설한 선서(禪書)다. 물론 지식인들이 자만에 빠져 자칫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수많은 예와 은유ㆍ비유를 들어 옆길로 새지 않도록 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다 보면 ‘마음에 와 닿는 글귀’나 ‘의문이 가는 글귀’가 생기게 되는데, 그걸 품고 일상생활 속에서 계속 생각하면 좋은 공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서장〉은 지난 1999년 번역ㆍ출간한 책의 개정판이다. 역자인 지상 스님은 법주사ㆍ직지사 강원에서 〈서장〉을 지도한 이래 지금까지 〈서장〉에 대한 공부를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막히는 한자에 답답함을 느껴 올바른 풀이를 위해 중국 북경수도사범대학에서 공부하고 6년 만에 귀국한 후 다시 〈서장〉 번역에 매달렸다. 스님은 의문을 풀고, 오류는 바로잡고, 본문과 주에 대한 전거와 출처까지 샅샅이 밝혀 개정판 〈서장〉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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