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276호)

새해가 밝았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는 이 시간의 운행 속에서 역주행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상상의 역주행, 과거로 돌아가고자 함이 아니다. 보다 새로운 내일을 향해 상상의 창을 열어젖힌다.

지나친 답습과 훈련의 연속이었다. 자유롭고 행복한 정원을 꿈꾸며, 이것이 두 길이 아니길 나에게 간절히 바라며, 괜찮은 것들을 모았다 흐트러뜨리고, 다시 정리해 놓았다 버리고, 또 새로운 것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내 유년의 정원에는 그러한 시간이 갇혀 있었다.

나의 고지식함이 제일 불편하다. 하지만 전통에 의한 반복과 연속성은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그것에 귀 기울이면 다 들을 수 있다. 유쾌한 현대적 계승을 위한 우리의 본질이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나래를 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모든 것은 현재를 살고 있지만, 과거와 미래가 함께 있다. 유년의 정원에 피었던 꽃 한 송이는 사라지고 없어도 그 향기는 영원하다는 믿음이 진실이듯.

최문정

불화작가.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했다. 중요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로, 2003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경북 · 충남도 문화재위원,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전승공예대전 심사위원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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