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편지, 마음을 배달합니다

| 청춘을 힘들게 하는 사회

어느 사회이건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 즉, 사회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우리 사회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청년 실업이다. 청년은 생애주기에서 가장 왕성한 시기로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취업준비로 황금 같은 시기를 썩히고 있다.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이다. 그런데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으로 사회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요즘의 청년은 시급을 받고 노동의 대가로 받은 일당으로 소비를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마련해주지 못한 정부는 ‘청년수당’이란 얄팍한 당근을 던져주며 기다리라는 희망고문을 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청춘은 성장할 수 없다. 청춘은 복지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다. 청춘을 사회적 약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청춘은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이다. 수당이나 던져주며 청춘의 손발을 묶어두는 것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멈추게 하는 재난이다.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마치 ‘금수저 신드롬’에 빠져있는 나약한 존재인 냥 인식하고 있는 것이 청춘을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부처님께서는 어느 나라에서 어느 부모에게서 어떤 성(姓)으로 태어난 것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였다. 우선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은 행운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다. 구한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정치……. 끊임없이 힘든 시대가 계속되었는데 지금은 국가브랜드도 높고, 민주주의가 실현되었으며,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물질적인 풍족함을 누리고 있다.

청춘을 힘들게 하는 사회문제는 제도가 정비되고 합리적인 정책만 마련되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다. 청춘에게 희망을 주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 나의 청춘은

만약 과거 어느 시점으로 잠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20대 초반을 선택할 것이다. 당시는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온갖 고민을 다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보내던 암울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때 나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갖고 있었다. 우선 부모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다. 아버지는 사업에 실패하여 가족들을 가난으로 내몬 무능한 분이셨지만 연탄가스를 맡고 죽어가는 딸을 업고 병원으로 달려가 생명을 구해준 능력자였다. 엄마는 장애인 딸의 손과 발이 되어준 나의 분신이었다. 당시 오빠와 언니 둘은 언제라도 동생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있던 조력자였다. 지금은 부모님과 오빠가 돌아가시고, 언니 둘도 자기 가정이 있다 보니 예전처럼 무한 후원과 조력을 받을 수는 없다.

그보다 그 시절이 더 그리운 것은 그때 나에게는 청춘이라는 너무나도 귀하고, 매우 강력한 젊음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리 높은 장벽이 가로 막혀 있어도 열심히 노력하면 뛰어넘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일에 도전했고 문이 열리지 않아도 돌아서지 않고 인내하며 기다렸다. 절망하지 않았고, 원망하지도 않았다. 언젠가는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은 꿈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다.

그 시절 나는 아름다웠다. 꾸미지 않아도 예뻤다. 젊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춘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다. 그런데 그때는 청춘이 아름다운 줄도 몰랐고, 청춘이 힘이 센 줄도 몰랐다. 그래서 만족할 줄 모르는 교만으로 행복을 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나는 청춘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 이 시대 청춘에게 띄우는 편지

나는 그대가 부럽네. 그대는 명석한 두뇌와 건강한 몸을 가졌기 때문이지. 그대의 머릿속에서 무엇이 창조될지 기대가 된다네. 인간의 능력은 잠재된 것이 80%에 이른다고 하니 그 잠재력이 발현되면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

환경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게. 그대의 부모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네. 부모는 그대를 이곳에 태어나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하신 거라네. 부모덕을 보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네. 완벽한 몸을 주신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대는 사회적 지위를 목표로 삼지 말 것을 당부하네. 경험이 축적되어 능력이 되면 지위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라네. 누가 누구의 ‘빽’으로 어느 자리에 오른 것을 절대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네. 누군가의 힘을 빌린 순간 그 사람에게 종속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지. 자기 힘으로 이루어내야 그 지위가 오롯이 자기 것이 되기에 소신껏 일을 할 수 있다네.

그대는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바라네. 일을 하면 돈은 생기는 법인데 돈돈 하면 마치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되지 않겠는가? 어떤 일을 하건 처음부터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한다네.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해서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지.

돈은 생활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편일 뿐 돈이 행복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작금의 현실에서 증명되지 않았나. 최고의 권력자의 추락은 모두 돈 때문이지 않은가?

앞으로 우리 사회는 권력과 재력을 자랑하면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될 것일세. 만약 권력을 자랑하면 사람들은 당신을 피할 걸세. 권력은 위험한 화약고이니 말일세. 그리고 만약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할 걸세. 돈은 문제해결은커녕 더 많은 문제를 양산시키는 독 뭉치라네.

그대들이 믿을 것은 오직 하나, 그대의 젊음일세. 젊다는 것은 뭐든지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하지. 가능성을 믿고 그대의 꿈에 베팅하기 바라네. 그대 머리 위에 햇살이 비춰지고 있으니 겁낼 것은 없네. 그 햇살은 눈이 부시도록 밝아 그대에게 후광이 되고 있다네. 그대는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이고, 무엇보다 시간이 많다는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게.

나는 그대를 믿네. 그대는 현명하여 자신의 미래를 올바르게 준비하며 열심히 발전 동력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 끝으로 한 가지 보태자면 자신의 성장이 사회발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것을 공진(共進)이라고 한다네. 공진이라는 화두를 갖고 미래를 향하고 있는 그대는 ‘선샤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나.

방귀희

1957년생. 지체장애(1급)를 앓고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를 맡고 있다. <E美지> 발행인이자 숭실사이버대학교 방송문예창작학과 특임교수, 숭실대학교 사회복지복지대학원 겸임교수. 동국대 불교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숭실대에서 사회복지 박사학위를 받았다. 〈솟대문학〉 발행인을 역임했으며, 국민훈장 석류장 · 한국방송작가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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