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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보살 예경예경의 미학, 불교의례5 (276호)
고려 지장보살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소장. 비단에 채색.

지옥중생을 교화하고자 지옥 문전을 떠나지 않으시고 천 줄기, 만 줄기 눈물을 흘리시는 지장보살. 이보다 더 거룩한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지장보살본원경〉을 보면 문수보살이 “지장보살이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십지보살에 머물면서 교화한 중생의 숫자를 나의 지혜로도 셀 수 없다.”고 말하면서 부처님께 지장보살이 과거세에 지은 공덕을 말씀해주시길 청한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신다.

“지장보살이 십지과위를 증득한 이래 교화한 이의 숫자는 항하사수보다 많다.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로 있을 때의 일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장보살의 위신력과 서원은 생각하고 헤아릴 수 없으니 미래세에 이 보살의 명호를 듣고 찬탄하거나 우러러 보며 절하고, 명호를 그리거나 공양을 올리거나 형상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조각하여 만들거나, 형상에 보기 좋게 칠을 하는 선남자 · 선여인은 삼십삼천에 100번 태어나고 영원히 악도에 떨어지지 않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장보살이 과거세에 선업을 닦은 두 가지 인연을 설하셨다.

오랜 겁 이전에 지장보살은 한 장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라는 부처님이 계셨다. 장자의 아들은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의 상호가 천복으로 장엄되어 있음을 보고, 어떤 인연으로 서원을 세우셔서 그와 같은 상호를 이루시게 되었는지를 여쭙는다.

사자분신구족만행여래께서는 “오랜 세월 동안 고통 받는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시켜야 한다.”고 대답하셨다. 장자의 아들은 곧바로 “미래세가 다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겁이 될지라도 업으로 고통 받는 육도중생을 위하여 널리 방편을 베풀어 다 해탈하게 하고서야 나 자신도 불도를 이루리라.”고 서원하고 말로 다할 수 없는 오랜 겁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살행을 닦고 있다.

또 오랜 겁 이전에 각화정자재왕여래라는 부처님이 계실 때, 지장보살이 어느 바라문의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삿된 것을 믿고 항상 삼보를 가볍게 여겼다. 오래지 않아 목숨이 다해 무간지옥에 떨어졌다. 바라문의 딸은 어머니가 인과를 믿지 않고 악업을 일삼았으므로 악도에 떨어졌을 것으로 짐작하고, 집을 팔아 향과 꽃 등 여러 공양구를 구입한 후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사에 가서 공양을 올렸다.

바라문의 딸은 오래도록 흐느껴 울며 부처님을 우러러 보며 기도하였는데, 홀연히 공중에서 목소리가 들리며, 이렇게 말했다. “슬퍼하지 말라. 어머니가 간 곳을 알려주겠다. 집으로 돌아가 단정히 앉아 내 이름을 염송하면 어머니가 태어난 곳을 알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바라문의 딸은 집으로 돌아와 단정히 앉아 어머니를 생각하며 각화정자재왕여래를 염했는데, 하루 낮밤이 지나자 홀연히 무독귀왕이 다스리는 무간지옥에 다다르게 되었다. 무독귀왕은 “이곳은 악한 짓을 하고 죽은 중생이 49일이 지나도록 그를 위해 공덕을 지어 고난에서 건져주는 일이 없거나, 살았을 적에 스스로 착한 일을 지은 것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본래 지은 업에 따라 지옥에 떨어지게 되어 이르게 되는 곳”이라고 알려주었다.

바라문의 딸이 어머니를 찾자 무독귀왕은 “각화정자재왕여래 탑사에서 공양을 올리고 복을 닦은 공덕으로 바라문 딸의 어머니는 사흘 전에 천상에 났고, 그날 이 무간지옥에 있던 죄인들도 모두 함께 천상에 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무독의 말을 들은 바라문의 딸은 “미래의 겁이 다하도록 죄의 고통에 빠진 중생을 위해 방편을 베풀어 기필코 해탈케 하겠다.”고 서원하였다.

이렇게 지장보살은 과거생에 장자의 아들과 바라문의 딸로 태어나 여래의 모습을 보고 보살도 닦기를 발심했다. 어머니가 무간지옥에서 고통 받는 것을 보고 방편을 베풀어 지옥의 중생들의 고통이 다하고 해탈할 수 있도록 크신 원력을 세운 지장보살의 두 인연설화는 무엇을 알려주고 있는가?

선운사 금동지장보살. 보물 279호.

첫째는 훌륭한 상호만을 보고도 발심하는 모습이고, 둘째는 고통 받는 중생들을 보고 구제하고자 서원을 세우는 모습이다. 이와 같은 서원을 세워 보살행을 닦은 지장보살의 공덕이라면 한량없을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인연설화에서 여래의 상호가 천복으로 장엄된 것을 보고 발심한 장자의 아들은 결국 백 가지 보배로 장엄된 상호를 지닌 지장보살이 되었다. 지장보살의 모습은 단정 · 엄숙하고, 위덕이 수승하다. 그래서 여래와 보현보살과 관음보살을 제외하고는 넘어설 자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우리는 상호 장엄을 성취한 지장보살을 뵐 수 있게 된다.

두 번째의 인연설화는 지옥중생을 제도하는 장면인데,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닦은 업은 공양과 염송이다. 바라문의 딸은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 위해 집을 팔았다. 이는 자신의 가장 귀중한 터전까지도 아낌없이 바치는 보시의 실천이다. 바라문의 딸이 이룬 서원의 성취는 다름 아니라 아낌없는 보시의 실천과 칭명염불임을 알려준다. 지장보살을 예경할 때 하는 다음의 탄백(歎白)은 이 고사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

地藏大聖威神力 지장보살 대성인의 크신 위신력은,
恒河沙劫說難盡 항하사겁을 말할지라도 다할 수 없어
見聞瞻禮一念間 상호를 뵙고 명호를 듣고 잠깐 동안 예배해도
利益人天無量事 인간계나 천상계나 다 이익을 얻으리라.

이렇게 한량없는 공덕과 단정 · 엄숙한 모습의 지장보살을 찬탄하며 지극한 마음으로 절을 올리는 것이다.

사찰에서 지장보살은 대체로 대웅전 왼쪽 명부전에 주로 모셔져 있다. 오른쪽의 관음전과 대비를 이룬다. 별도의 전각에 모시지 못할 때는 주전의 좌우 보처보살이나 시립보살로 모시기도 한다. 주불과 좌우 보처보살님께 예경할 때, 혹은 원불로 지장보살님을 모시고 있을 때는 각 부처님과 보살님의 상호와 공덕을 찬탄하면서 지극한 마음으로 위의 구절을 읊으며 1배 혹은 3배를 올리면 최상의 예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동국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동국대 · 금강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 등을 펴냈다.

글 · 이성운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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