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 라마가 이끄는 비밀 수행티베트 불교에서 스님과 신도들이 만나는 방식은 독특하다. 교리와 법문을 직접 설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상징적 의식을 통해 교감하고 이끌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밀교(密敎)’와 ‘라마(Lama) 제도’라는 티베트 불교의 두 가지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밀교는 문자나 언어로 가르침을 펼치는 현교(顯敎)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비밀스러운 수행법과 의식으로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고, 교의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구전으로 직접 전수된다. 티베트 불교는 인도에서 건너온 밀교적 성격이 강한 불교와 토착신앙
〈유마경〉은 한 품 한 품이 모두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대승의 근본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난 ‘관중생품(현장 역에서는 ‘관유정품’)’에 나오는 천녀의 이야기는 그 가운데서도 대승의 근본정신을 드러내면서, 우리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었지요. 그것이 우리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핵폭탄급의 파급력을 가졌다는 것도, 그런 핵폭탄급의 이야기를 불발탄으로 만들어온 우리 불자들에게 부끄러움이 있다는 것도 모두 인정하실 만하지요? 그리고 그런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부처님의 말씀으
지구상에는 수없이 많은 나무들이 존재한다. 불교에서는 그중 세 종류의 나무를 성스러운 나무 즉, ‘3대 성목(三代聖木)’으로 꼽는다. 아기 부처님이 태어날 때 마야부인이 의지한 무우수(無憂樹), 수행자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을 때 그늘을 만들어준 보리수(菩提樹), 그리고 열반에 들 때 하얀 꽃을 내려준 사라수 두 그루[娑羅雙樹]다.그중 깨달음의 상징이 된 보리수는 불교를 상징하는 나무가 되어 나무이름까지 깨달음을 나타내는 ‘삐팔라(Pippala)’로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불교의 성지는 물론이고 수행처에는 반드시 성수(聖樹)인 보리
현재 서울시에서 건립한 시립 노인종합복지관은 총 19곳이다. 그중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은 천태종복지재단에서 수탁해 운영 중인 강북구 유일의 시립 노인복지관이다. 이곳에는 천태종복지재단이 운영을 맡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13년 동안 복지관 발전과 직원들의 복지향상에 힘쓰고 있는 나영식(46) 부장이 근무하고 있다.어머니 권유로 사회복지학과 입학나 부장은 고향이 대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단양 구인사를 다녔다. 어머니는 신심 돈독한 천태불자였지만, 어렸던 그는 왜 절에 가야 하는지, 기도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어
잡초날씨가 궂은 날이 아니면 짬이 날 때마다 잡초를 뽑는다. 잡초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고 자란다. 여름에는 잡초가 매우 버겁다. 다루기가 어렵다. 그나마 늦가을부터는 그 기세가 꺾이니 이런 겨울날에 시간이 날 때마다 잡초를 뽑는다. 그냥 두어도 시들 것을 무엇 하러 굳이 뽑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잡초를 이기기에는 이 겨울의 시간만 한 때가 없다. 겨울에 그 뿌리를 뽑아 봄에 잡초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는 것을 조금은 막고자 하는 것이다.봄에서 가을까지 자란 잡초의 뿌리는 한껏 깊어져 뿌리의 그 근거를 떼어내기가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종정(宗正)을 지낸 한암(漢巖) 대종사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스님은 구한말인 1876년 강원도 화천에서 온양(溫陽) 방씨(方氏) 기순(箕淳)과 선산(善山) 길씨(吉氏)의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속명은 중원(重遠)이다.22세 때인 1897년, 금강산 장안사에서 행름선사(行凜禪師)를 은사로 출가했다. 1899년, 금강산 신계사에서 보조국사(普照國師)의 〈수심결(修心訣)〉을 읽다가 크게 발심했고, 김천 청암사 수도암에서 만난 경허(鏡虛)화상의 〈금강경(金剛經)〉 법문을 듣고 첫 깨달음을 얻었다. 합천 해인사
사랑이 그대에게 손짓하거든 따라가셔요.그 길이 비록 험하고 괴로울지라도사랑의 날개가 그대를 품을 때는 안기셔요.날개 속에 숨겨진 칼이 그대를 상하게 하더라도사랑이 그대에게 말할 때는 믿어 주셔요.비록 그의 음성이 뜰 안을 황폐케 하는 폭풍처럼그대의 꿈을 휩쓸어 버릴지라도.사랑은 그대에게 면류관을 씌우듯이그대를 십자가에 못박을 터이니까요사랑은 곡식단을 묶듯이 당신을 그 안으로 모읍니다.사랑은 그대가 알몸이 되게 도리깨질을 합니다사랑은 그대의 껍질을 벗기고 자유롭도록 채찍질을 합니다사랑은 반드시 이 모든 일을그대의 마음이 신비를 깨닫도
2021년 12월 초, 영화 ‘칼융이 보내온 편지(A Letter from Carl Jung)’가 ‘뉴욕국제필름어워즈(New York City International Film Festival)’·‘베스트 이스탄불 영화제(Best Istanbul Film Festival)’·‘포트 블레어 국제영화제(Port Blai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칼융이 보내온 편지’는 윤용진 감독(60·법명 헐화·歇和)이 영화 ‘할(喝)’·‘선종 무문관’에 이어 세
경북 안동(安東)은 안동 권씨와 김씨, 풍산 류씨 등 권문세족이 뿌리내리고 살아온 대표적인 ‘양반고을’ 중 한 곳이다. 유교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에 이어 한국의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이 중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안동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유교문화가 깊게 스며있는 고장이지만, 그렇다고 불교 유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불교가 국교였던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조탑리 오층전탑(보물)·운흥동 오층전탑(보물)·평화동 삼층석탑(보물)을 비롯해 영국 엘리자
요즘 한국 사회는 갈등과 분노가 심각한 수준이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진영 갈등뿐만 아니라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노사 갈등, 빈부 갈등 그리고 가정에서는 부부 갈등과 부모-자녀 갈등까지 더해지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에 분노의 폭탄을 지닌 사람을 잘못 건드리면 쉽게 폭발하곤 한다. 매번 뉴스에서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채 폭력을 휘두른 사건을 보도하는데, 이때 ‘분노조절장애’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사회학자들은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 또는 ‘울분사회’라고 진단한다. 실제 심리상담소에도 분노조절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들
라자가하(Rājagaha)의 상인들은 창녀 암바팔리(Ambapālī) 덕분에 베살리(Vesālī)시가 더욱 빛나고 화려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라자가하에도 아름다운 유녀가 있어야 한다고 빔비사라(Bimbisāra)왕에게 건의했습니다. 빔비사라왕이 허락하자, 상인들은 아주 예쁜 여인 살라바티(Sālavati)를 공식적인 유녀로 위촉했습니다. 살라바티와 하룻밤 동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많은 돈을 내야만 했습니다.몇 해가 지나 유녀 살라바티가 아들을 낳았지만 그 아기는 길에 버려졌고, ‘지바카(Jīvaka)’라는 이름을 받았
집을 사랑한 거북사람들은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내 집 뿐이리.”하는 노래를 부르며 집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라고 말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장소인 집을 등에 늘 짊어지고 다니는 나는 거북입니다. 등딱지의 무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사지와 머리를 등딱지 속으로 쏙 집어넣으면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얼마나 편하고 좋은가요? 여차하면 쏙~ 숨어버릴 수 있고, 무척 단단하여 웬만큼 억센 이빨을 가진 동물이 아니면 으스러뜨리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곳,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이 사람이 인생의 긴 여정에서 항상 승리했고, 타고난 성공의 비결이 있을 것이라고 어림짐작한다. 이런 사고는 결과만 보고 쉽게 판단하려고 하는 생각의 습관에 기인한다. 그렇다 보니 승리를 얻기 위해 수없이 실패를 겪었던, 승리자의 보이지 않는 모습을 읽어 내는 사람은 드물다.승리는 “겨루어서 이긴다.”는 의미다. 그런데 승리하기 위해서는 싸우는 상대방을 꺾기 전에 먼저 자신에게 주어진 많은 장애물과 겨뤄 이겨내야 한다. 다시 말해, 승리와 성공을 위해서는 올바른 사고를 방해하는 내면의 오래된
설법으로 민중 일깨운 ‘창도사’초기 중국불교에서는 스님을 ‘교화자(敎化子)’라고 부른 적이 있다. ‘대중을 불교의 가르침으로 이끌어 교화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말이다. 당시 스님들은 인도 승가와 마찬가지로 탁발을 했는데, 중국에서 걸인을 ‘화자(花子)’·‘규화자(叫化子)’라고 부르는 것도 ‘교화자’에서 유래되었다.불교가 중국에 처음 전해졌을 때는 경전이 번역되지 않아서 탁발 걸식으로 유행(遊行)하며 중생을 교화해야 했기에 초기 스님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것이었다. 스님들은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운문 형식의 경구를 노래처럼 들려주
∷ 무대 _ 인도 바이샬리 성, 유마거사의 방∷ 주요 등장인물 _ 유마거사, 문수사리보살, 사리불, 천녀(天女)∷ 함께 한 대중 _ 많은 보살대중과 성문대중∷ 주요 전개 과정문수사리보살이 “보살은 중생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에 대해 유마거사는 “중생이란 고정불변의 실체가 없으니, 환술로 만들어진 존재를 보듯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보살이 중생을 이렇게 바라봐야 중생을 향해 걸림 없는 사랑을 베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정한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을 실천해 나가는 길을 설파한다.유마거사의
매화의 가장 큰 매력은 긴 겨울 혹독한 추위에 지친 이들에게 봄소식을 알려주는 전령 역할을 맡고 있다는 데 있다.옛 사람들은 매화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당나귀를 타고 먼 길 여행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심매객(尋梅客)’ 혹은 ‘탐매객(探梅客)’이 생기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이들이 매화를 기다린 까닭은 봄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돌덩이처럼 얼어붙은 고목에서 얇고 여린 꽃잎을 피워내는 강인함과 절개를 지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화에서 새로운 봄[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았으며, 고목에서 꽃을 피우는 회춘을 보았기
조선시대 유학자의 문화는 흔히 ‘선비문화’라고 불렸다. 선비는 고고한 절개와 지조를 지키며 ‘인의예지신’을 숭상했다. 하지만 조선 중기 이후 당쟁이 치열해지면서 싸움에서 진 세력은 참형을 당하거나 유배를 떠나야만했다. 이런 정치판에 환멸을 느낀 이들은 조정을 멀리한 채 낙향해 자연과 어우러진 집이나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면학과 수양 그리고 후학을 가르치며 말년을 보냈다. 강진 백운동원림은 불연(佛緣)이 깃들어있고, 자연을 벗 삼았던 선비들의 정신이 함께 담긴 옛 정원이다.佛緣 그윽한 곳에 건립전남 강진군은 예로부터 월출산과 고려청
대체적으로 심리학자는 마음의 수행에 대해 회의적이다. 영적 수행자도 대체적으로 심리치료나 심리학적 분석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이질적인 두 집단은 서로의 다른 점을 강조하고 상대를 부정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심리학과 영적 수행이 동일한 방향을 지향한다고 보고, 두 분야의 차이점을 극복하면서 보완점을 모색하려는 심리학자와 영적 수행자도 있다. 이들은 상대를 부정할 때는 보지 못하는 상대의 장점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선 두 집단이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안내자이자 개척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불교가 서구에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런데 과연 행복이란 무얼까? 행복의 가장 대표적인 정의는 심리적 안락, 즉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다. 불교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경지도 청정부동심(淸靜不動心)이다. 우리의 마음은 본래 맑고 고요한데 안팎의 자극에 휘둘리면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고 산란하다. 더구나 매일 수많은 사건이 벌어지는 복잡한 사회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현대인의 마음을 가장 산란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번뇌는 바로 걱정이다.
근래 불교계에서 학인 스님들의 설법대회와 염불대회가 잇달아 열렸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스님의 설법을 듣는 데 익숙했던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시간이었다. 신세대 스님들의 노래와 연행이 어우러지고 가요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아 부르는가 하면, 염불대회에 ‘랩 하는 스님’이 등장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젊은이들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불교가 되려면 스님들의 설법도 다양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중생 눈높이에 맞춘 설법이처럼 ‘중생의 눈높이에 맞춘 설법’은 불교의 역사와 함께하는 것이었다. 근기가 다르고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