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직원과의 ‘소통’은
중간관리자 최고 덕목이죠!”

현재 서울시에서 건립한 시립 노인종합복지관은 총 19곳이다. 그중 강북노인종합복지관은 천태종복지재단에서 수탁해 운영 중인 강북구 유일의 시립 노인복지관이다. 이곳에는 천태종복지재단이 운영을 맡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13년 동안 복지관 발전과 직원들의 복지향상에 힘쓰고 있는 나영식(46) 부장이 근무하고 있다.

어머니 권유로 사회복지학과 입학

나 부장은 고향이 대전이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단양 구인사를 다녔다. 어머니는 신심 돈독한 천태불자였지만, 어렸던 그는 왜 절에 가야 하는지, 기도는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 채 어머니를 따라다녔다. 집 근처에 있던 삼문사에도 자주 데려갔는데, 이곳에서 스님에게 합장 인사하는 법과 기본적인 사찰예절을 가르쳐줬다.

그렇다보니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불교라는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게 됐다. 어머니는 삼문사 신도회에서 소임을 맡고 있다가, 1993년 대전 광수사가 낙성함에 따라 소속사찰을 광수사로 옮겨 합창단·다도반 총무, 신도회 재무·총무를 거쳐 현재 여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어머니를 따라 구인사와 삼문사를 다녔던 나영식 부장도 강북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며 서울 삼룡사(주지 무원 스님·천태종 종의회의장) 청년회장을 거쳐 현재는 청년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그의 꿈은 사회복지사는 아니었다. 세무공무원이었던 아버님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레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게 꿈이자 목표였다. 그는 한성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한 후 전공에 맞춰 여러 곳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한곳에 정착하지 못했고, 여러 이유로 방황도 했다. 그때 어머니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봐라.”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이 있어서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어머니의 지속적인 설득에 결국 마음을 고쳐먹었다.

“당시 사회복지사는 박봉이고, 누군가를 위해 봉사해야 하고, 어르신을 상대해야 해서 업무가 힘들 것이란 편견이 있었어요. 주변에서도 ‘집안에 복지사가 2명이면 기초생활수급자다.’는 부정적인 말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머님의 조언도 있었고, 일을 쉬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라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보자는 생각에 인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재입학했어요.”

대학을 졸업한 2003년, 31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사회복지사로 첫발을 내디뎠다. 첫 직장은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춘천시니어클럽이었다. 이곳에서 일 년 동안 근무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퇴사를 해야 했다. 이후 사회복지와 관련 없는 일을 하다가, 어머니의 조언과 일 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일할 당시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라 2007년 춘천동부노인복지관에 입사했다. 2년 뒤에는 현 근무지인 강북노인복지관 총무과장으로 옮겨와 13년 동안 근무하고 있다.

나영식 부장(오른쪽)이 복지관 입구에서 시설 이용 어르신에게 체온측정 및 손 소독을 안내하고 있다.
나영식 부장(오른쪽)이 복지관 입구에서 시설 이용 어르신에게 체온측정 및 손 소독을 안내하고 있다.

두 차례 우수직원 표창 받아

서울시립 강북노인종합복지관(관장 일지 스님, 이하 강북노인복지관)은 서울시 강북구 삼양로92길 40(인수동 122)에 자리 잡고 있다. 본관(지하 1층~지상 3층)과 신관(지상 2층~4층)으로 나뉘어 있으며, 어르신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연꽃식당·체력증진실·다예실·서예실·장기·바둑실·북카페·탁구실·휴게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사업과 운영에 대한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주요 업무는 사업의 방향성 설정과 주요사업 결재, 인사·노무 운영관리 등이다. 지금은 연륜이 쌓아 수월하게 업무를 보고 있지만, 2019년 4월 부장으로 승진 직후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특히 관리자와 평직원 간에 발생하는 견해의 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줄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관리자라는 직책 때문에 복지관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업무를 총괄해야 했지만, 평직원들은 복지관 편을 든다고 서운해했다. 그래서 먼저 ‘소통’을 통해 직원들에게 다가갔다.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고,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귀 기울였다. 그리고 복지관의 입장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제 나름대로 직원들과 열심히 소통하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저와 같은 관리자를 보면 우선 피하려 하고, 대화하기 어려워합니다. 그래도 끊임없이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일 년에 한 차례씩은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직원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또 직원들의 성장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조언도 해주고 있어요. 그런 노력 덕분인지 13년 동안 별다른 사고 없이 운영된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사업으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삼성전자 후원으로 2019년부터 3년간 진행한 ‘나눔과 꿈-공유토론학교’사업을 꼽았다.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어르신들이 공유하고 토론하며, 해당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토론은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와 복지관 홈페이지에 올려 누구나 시청할 수 있게 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하지만 이 일을 통해 영상제작 및 편집의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세대 간 노인 문제를 함께 공유할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유익했다.

또 2017년 12월 27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강북노인복지관에 방문해 독거어르신 가정방문과 안부전화 봉사활동을 했을 때, 복지관의 증축(3번)·리모델링(2번) 공사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나영식 부장은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2016년 10월 30일 열린 천태종복지재단 창립 17주년 기념식과 2021년 12월 16일 열린 천태종복지재단 학술대회에서 우수직원 표창장을 받았다. 2015년에는 노인의날을 맞이 어르신 복지분야 우수종사자에게 주는 서울시장상도 수상했다.

나영식 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16일 영양에서 열린 천태종복지재단 학 술대회에서 우수직원 표창장을 받았다.
나영식 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은 그동안의 노고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16일 영양에서 열린 천태종복지재단 학 술대회에서 우수직원 표창장을 받았다.

“복지관 발전·어르신 행복 발원”

서울 강북구는 구도심권으로 다른 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그만큼 노령층의 복지 욕구가 상승하고 있는 곳이다. 주거 중심지역이다 보니 경제활동지수 또한 낮아서 경제 가능 인구는 감소하는 추세다. 나영식 부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커뮤니티 케어 기반 사회안전망 구축 △환경변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 △어르신 사회참여 및 지역사회 교류 확대 등을 통해 노인복지관이 가지고 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복지관 사업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노인복지’라는 단종복지관의 한계를 넘어 주민참여 기반 마련과 교육지원체계 활성화를 통한 개별성장 지원 및 세대 간 소통을 통한 지역사회 복지관으로의 역할 증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장기화 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복지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수행이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복지관 5개년 사업방향(지역의 가치 재창출, 복지의 균형적 공존, 인권 중심의 복지공동체, 스마트복지 플랫폼 마련)을 중심으로 앞으로도 어르신의 행복과 지역사회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영식 부장은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하는 예비 후배들에게 ‘사명감’을 강조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복지현장은 힘든 부분이 많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자세가 우선돼야 하기에 본인 사명감과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단순히 사회복지만 공부할 게 아니라 컴퓨터 관련 기술도 많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도 취득하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를 계기로 사회복지 분야의 가치 실현에 대한 기준이 매우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요즘, 단순 지원 형태의 사회복지에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에 지역사회 및 주민이 참여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근무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항상 버팀목이 되어주신 부모님, 잘 이끌어준 관장님들과 선배·동료들, 그리고 잘 따라준 직원들 덕분이라고 말하는 나영식 부장. 앞으로도 사회복지 변화의 중심에 서서 강북노인복지관의 발전과 지역 어르신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주길 기대한다.

나영식 부장이 ‘맞춤형주거환경개선 사업’ 일환으로 관내 주거취약계층 홀몸어르신 댁을 방문해 방 청소를 하 고 있다.
나영식 부장이 ‘맞춤형주거환경개선 사업’ 일환으로 관내 주거취약계층 홀몸어르신 댁을 방문해 방 청소를 하 고 있다.
나영식 부장은 ‘소통’을 통해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나영식 부장은 ‘소통’을 통해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복지관이 진행한 후원캠페인 ‘마음온프로젝트’에 참석한 나영식 부장이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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