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국수? 웬 뜬금없는 법정 국수! 다소 무례하게 들릴 수 있고 낯선 이름의 국수 이름을 불쑥 말하면서 사찰음식을 이야기하려니 나도 조심스럽다. 사찰 음식에 대한 풀이나 설명은 30만 어휘가 수록된 국어 대사전에도 없다. ‘사찰’ 따로 ‘음식’ 따로 어휘설명이 돼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별다른 풀이나 설명 없이도 사찰음식이 무언지는 알 수 있겠다. 간단하다. 사찰은 절이요, 음식은 먹고 마시는 것. 그러니까 수행하는 스님들이나 절에 법회 때 모인 신도들이 끼니때에 먹거나 마시는 음식, 그것이 사찰음식일 것이다. 그러니 보통의 사
편백(扁柏)나무는 피톤치드(식물이 박테리아·해충의 퇴치를 위해 생산하는 유기화합물)가 많이 나오는 유익한 나무다. 전남 장성군과 전북 고창군에 걸쳐있는 축령산은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나무의 군락지다.전북 순창 출신인 독립운동가 임종국(林種國, 1915~1987)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황폐화한 산림에 34년 간 편백나무·삼나무·낙엽송 등 78만 그루를 심고 가꿨다. 오늘날 국립장성치유의숲은 그렇게 만들어졌다.장성치유의숲을 대표하는 수종은 편백나무와 삼나무다. 잎이 닮아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같
휘발성 강한 유화 물감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사방의 벽은 부처님·꽃·오두막 등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작품마다 붓 자국이 선명했다. 한 가운데 놓인 이젤(Easel)에 다가가 보니 캔버스에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겹겹의 물감이 덧칠해져 있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몇 걸음 물러나 살펴보니 흐드러지게 핀 꽃송이였다.서양화가 조재익(60)은 지난 8월 ‘무경계(無境界·No boundary)’를 주제로 스물한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무경계란 곧 ‘나 없음’이며 ‘애씀 없는 노력’이다. 이를 캔버스에 드러내고자 했다.”
불교 경전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문학작품과 동화는 의외로 많습니다. 우리나라 고전 문학이나 동화 중에도 이런 사례가 여럿 있지요. 그 가운데 〈옹고집전(雍固執傳)〉과 〈심청전(沈淸傳)〉은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힙니다. 〈두껍전〉·〈별주부전〉 같은 작품도 부처님 〈본생담〉에 비슷한 구조를 가진 작품이 있어, 불교와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이 작품들이 불교 작품을 그대로 본 따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가 비슷하기에 사람이 만들어 내는 문화도 비슷할 수밖에 없지요. 서로 다른 수많은 시간과
육지에서 가장 넓은 아시아대륙은 거의 모든 중요한 세계종교가 기원한 요람이다. 고대 4대 문명 중 하나는 아프리카 나일강에서 시작하였지만 셋은 아시아에서 시작하였고 이보다 늦은 그리스·로마 문명이 유럽의 지중해에서 꽃을 피웠다. 아메리카 신대륙은 마야와 잉카와 아즈텍문명의 고향이지만 세계종교가 기원한 지역은 오직 아시아대륙뿐이다. 종교의 뿌리는 전통종교인 세계종교와 다양한 지역에서 혁신적인 신흥종교가 서로 경쟁했지만 세계종교는 보수성에 중심을 두는 속성이 있다.종교는 민족이나 문화·전통뿐 아니라 음료와도 관계가 깊게 연결되었다. 줄
미국 뉴욕주 우드스탁 시에 농가 헛간을 개조하여 만든 콘서트홀이 하나 있었다. 정형화된 틀을 벗어나 강한 개성을 발하는 사람을 뜻하는 ‘매버릭(Maverick)’이라는 이름의 이 콘서트홀에 1952년 8월, 한 남자가 등장했다. 청중들의 박수를 뒤로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앞에 놓인 악보를 한동안 살피던 남자는 이윽고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않았다. 그저 33초, 2분 40초 그리고 1분 20초를 지날 때마다 음표 하나 없는 깨끗한 악보만 넘길 뿐이었다. 그렇게 4분 33초의 시간이 무심하게 흘러갔
밧다 카필라니(Bhaddā Kāpilānī)는 맛다(Madda)국의 사갈라(Sagala) 출신 코시야 종족(Kosiyagotta) 브라흐민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사갈라는 현재 파키스탄 펀잡 지역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수치마티(Sucimati)이고 아버지는 카필라(Kapila)였습니다. 밧다는 어렸을 때 까마귀에게 벌레가 잡아먹히는 고통을 목격하고 수행자로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맛다국의 사갈라 마을에 밧다 카필라니가 태어나 자라고 있었을 때, 핏팔리(Pippali)는 마가다국의 그레이트 포드(Great Ford)라고 불리는 마을에
〈대각국사문집〉에는 의천 스님의 수많은 글 가운데 유달리 성격이 다른 긴 편지가 있습니다. 속가의 형님인 숙종 임금에게 화폐를 만들어 보급할 것을 청하는 글입니다. 스님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아주 많은 문헌을 두루 읽었고 화폐유통의 역사를 조목조목 밝히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재정을 담당한 연구기관의 보고서라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세속적인 일과는 결연히 작별을 고한 출가자가 돈과 관련한 내용을 이리도 길고 자세하게 펼치고 있는 것이 의아합니다.어쩌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첫째는, 출가한 스님이라 하더라도 고려국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초·중·고 12년 동안 교과서에서 글과 사진으로 만나는 반가사유상.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라는 낯설고 긴 이름이지만 온 국민이 다 아는 우리나라 최고의 국보이다. 필자는 2년 전 어느 봄날 방송국 교양프로그램 담당 피디(PD)를 만날 일이 있어 옛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사진을 한 장씩 보여줬다. 그때 PD가 사진을 보면서 내 설명을 듣다가 “아! 국보 반가사유상이 2점 있었어요? 설명을 듣기 전에는 사진 속 반가사유상이 같은 것이라
고타마 붓다 재세 시에 파타차라(Paṭācārā Therī)는 사밧티(Sāvatthi) 시에 살던 한 부자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성년이 되었을 때 막일을 하던 집안의 하인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녀의 부모가 부자집 아들과 약혼을 주선했을 때, 그녀는 약혼 전날 사랑하는 하인에게 함께 도망을 가자고 말했습니다. 하인은 함께 도망갈 것을 약속하고, 조금이나마 저축한 돈을 가져왔습니다. 두 연인은 살금살금 파타차라의 집에서 빠져나와 사밧티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로 피신했습니다.남편과 두 아이를 잃다부자의 딸이었던 파타차라는 곧
고타마 붓다 재세 시에 소나(Sona)는 사밧티(Savatthi)의 좋은 가정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예쁘게 성장하여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여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열 명의 자녀를 낳아 길렀기 때문에 ‘자식 많은 소나’로 알려졌습니다.그녀는 자녀 10명의 행복을 위하여 평생을 보냈습니다. 소나는 자녀들을 즐겁게 양육했고, 그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적합한 배우자를 찾아 결혼을 시켜 주었습니다. 소나와 그녀의 남편은 자녀·손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남편의 출가와 자녀의 홀대소나의 남편은 신심 있는 재가 신자였습니
왕족 출신인 케마(Khema)는 마가다 왕국의 사갈라(Sagala) 시에 살았습니다. 그녀의 황금빛 피부 때문에 그녀의 부모는 딸의 이름을 ‘케마’라고 지었습니다. 케마는 자라서 빔비사라(Bimbisara) 왕의 첫 번째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고, 그녀 자신도 자신의 절묘한 아름다움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녀는 왕에게서 부처님에 대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라는 제안을 듣지 못한 척 무시했습니다. 그녀는 부처님을 친견하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케마 왕비는 생각했습니다.
서울 강남지역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지다. 높은 빌딩도 많고, 값비싼 외제차도 흔하게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강남은 ‘부자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 지역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있다.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우면종합사회복지관은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 임대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어 복지대상자가 많다. 이경희(56) 우면종합사회복지관장은 2018년부터 이 복지관의 관장을 맡아 직원들과 함께 복지대상자들의 만족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피아노 교사에서 사회복지사로이경희 관장은 대구에서 사 남매 중 둘째로 태
어쩔 수 없는 일폭우와 폭설을 감당하는 일도 버겁지만 바람을 감당하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얼마 전 또다시 실감했다. 쏟아져 내려오는 비는 물길을 돌릴 수 있고, 갑자기 내리는 많은 눈은 그때그때마다 사람의 노동과 땀으로 치울 수 있지만 바람이 야수처럼 불어오는 것은 막거나 대처할 마땅한 방도가 없다. 그래서 물이나 눈보다 바람이 더 무서운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시작된 바람은 밤이 되자 점점 몰아쳤다. 전기가 들어왔다 나가기를 거듭했다. 집안의 전기를 최대한 껐다. 집은 바람 속에 섬처럼 있었다.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집
“세 가지를 명심하거래이. 첫 번째는 공부 열심히 하는기다. 공부 많이 한 너거 숙모 봐라. 공부 많이 항께 아들도 많이 낳지 않냐? 그래야 사람들이 떠받드는 기라. 무시 받는 기 젤 나쁜 기다. 두 번째는 돈을 많이 벌어라. 살아봉께 여자도 돈이 필요하더라. 남자 돈 받는 거 그거 마음 상할 때 많다.” 그리고 어머니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세 번째를 말씀하셨다. “여자로서도 행복해라.”서울 가는 딸어머니는 서울로 가는 딸에게 재차 이 세 가지를 확인시켰다. 그것도 전화로 말이다. 이 당부는 처음 한 말이 아니다. 아마도, 아니 적
연극인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무대를 놀이터로, 의상바구니를 요람 삼아 자랐다. 아이는 국극 배우인 어머니의 아역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무대의 매캐한 먼지 냄새와 배우들의 화려한 의상, 다채로운 연기, 관객의 박수갈채를 마음의 안식처로 여기던 아이는 그렇게 연극인이 됐다. 배우 김성녀(73)의 이야기다.마당놀이의 대모인 김성녀는 가수, 가야금병창, 연극·뮤지컬·드라마 배우, 교수,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등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하는 팔방미인이다. 최근 모노드라마뮤지컬 ‘벽속의 요정’에서 1인 32역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녀는 불
예로부터 ‘한밭’으로 불리는 대전(大田)은 유구한 역사를 지녔지만, 고려시대 이전의 문화유적은 별로 없다. 다만 보문산 보문사지, 보문산 마애여래좌상, 식장산 고산사 등 불교유적에서 지난 역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朱子學]의 대가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한 사람인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선생은 말년에 이곳 대전의 소제동 일원에 터를 잡았다. 송시열 선생의 유흔(遺痕)이 남아 있는 가양동 인근에는 선생을 기리는 우암사적공원이 조성돼 있다. 사적공원 내에는 우암이 말년에 건립해 경학을 하며 후학
인간관계는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불행의 주된 근원이다. 가족이든 연인이든 또는 친구든, 가까운 사람과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도움을 주고받는 친밀한 관계는 행복의 중요한 원천이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일수록 부딪히는 일도 많다. 서로의 성격, 가치관, 행동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갈등을 겪더라도 서로 양보하고 절충하고 화해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할 뿐만 아니라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아 갈등과 불화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모두 고통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주변 사람 고통주는 성
한 부부가 ‘사마바티(Samavati)’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딸과 함께 밤사(Vamsa)의 한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 마을에 전염병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사마바티와 그녀의 부모는 많은 사람과 함께 피난처를 찾기 위해 밤사의 수도인 코삼비(Kosambi)로 향했습니다. 도시는 난민으로 가득 차 있었고, 코삼비 시민들은 그들에게 식량을 제공할 시설을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정오마다 식량을 배급했는데, 난민들은 최대한 많은 음식을 가져가려다 몸싸움을 벌이곤 하였습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간단한 질문은 수 세기 동안 인류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진 물음이다. 인간은 이 근본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학자와 영적 지도자에게 의존했고, 지금도 과학자·철학자·예술가들은 인간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애쓰고 있다.심리학에서도 “인간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심리치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담·심리치료 분야의 대표적인 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을 본능과 무의식에 지배당할 수 있는 존재로 보면서, 본능과 무의식을 현실적으로 잘 다스리는 게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