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육신의
무상 깨닫고
아라한에 올라

왕족 출신인 케마(Khema)는 마가다 왕국의 사갈라(Sagala) 시에 살았습니다. 그녀의 황금빛 피부 때문에 그녀의 부모는 딸의 이름을 ‘케마’라고 지었습니다. 케마는 자라서 빔비사라(Bimbisara) 왕의 첫 번째 왕비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고, 그녀 자신도 자신의 절묘한 아름다움을 매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녀는 왕에게서 부처님에 대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으라는 제안을 듣지 못한 척 무시했습니다. 그녀는 부처님을 친견하거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케마 왕비는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아름다움을 좋지 않은 것이라고 보시는 것 같다. 나의 아름다움에서 결점을 볼 것이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케마는 부처님을 뵈러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외적인 아름다움은 무상(無常)하고 깨달음에 있어서 가치가 없다.’고 분명히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삽화=필몽〉
〈삽화=필몽〉

부처님을 만난 케마

부처님의 헌신적인 제자였던 빔비사라 왕은 케마 왕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길 원했습니다. 왕은 생각했습니다. ‘나는 부처님의 으뜸가는 제자로 알려지고 칭송받는데, 나의 왕비가 부처님을 뵈러 가지 않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왕은 왕비가 부처님이 머물고 있는 사원을 방문하도록 하기 위해 계획을 생각했습니다. 빔비사라 왕은 음악가들에게 부처님께서 머물고 있는 숲의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노래로 묘사하게 했습니다. 아름다움을 극도로 좋아했던 케마는 부처님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에 대한 그들의 노래를 황홀하게 들었습니다. 숲의 아름다움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서 케마 왕비는 부처님이 계신 곳을 방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왕비는 왕에게 가고 싶다는 심정을 말했습니다. 왕이 대답했습니다. “숲으로 가십시오. 그러나 부처님을 만나지 않으면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마세요.” 빔비사라 왕에게 확답하지 않고 케마 왕비는 부처님이 계신 숲으로 출발하려고 했습니다. 왕은 왕비와 함께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명령했습니다. “왕비가 숲 구경을 하고 부처님을 뵙고 돌아오면 좋다. 그러나 만약 왕비가 숲만 보고 부처님을 보지 않고 돌아오고자 하면 반드시 왕의 명령을 상기시켜 부처님을 뵙고 오도록 해야 한다.”

왕비는 부처님이 계신 숲속 여기저기를 거닐고 즐기다가 부처님을 뵙지 않고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나 왕의 부하들은 왕비의 뜻과 달리 왕비를 부처님 앞으로 인도하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시다가 멀리서 케마 왕비가 사원에 가까이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처님은 신통력으로 자신의 옆에 절묘하게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부처님의 신통력에 의해 만들어진 소녀의 모습은 오직 케마에게만 보였습니다. 케마는 부처님을 만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보다 훨씬 아름다운 이 여인의 미모에 감탄했습니다. 케마는 부처님 곁에서 부채질하고 있는 아름다운 소녀에게 관심이 끌려 법회 모임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던 케마는 자신의 미모를 훨씬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왕비 케마는 아름다운 소녀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의 자만심은 사라졌다. 천상의 천사들과 같은 아름다운 여인이 부처님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종이 되기에도 합당하지 아니하다. 미친 자만심으로 가득찬 나의 사악한 마음이 소멸하였도다.”

아라한 오른 후 출가

부처님은 케마 왕비의 눈앞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소녀가 서서히 나이 들게 만드셨습니다. 케마는 소녀의 아름다운 피부가 주름지고, 머리카락이 회색으로 변하고, 몸이 늙는 것을 보았습니다. 소녀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아름다웠던 몸이 마침내 죽어 시신이 되어 부패해지고 뼈 더미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왕비는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아름다운 몸에도 불행이 닥치는데 내 몸에도 똑같은 불행이 오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소녀가 죽어 썩어가는 시체가 된 모습을 목격한 케마는 자신의 육체가 무가치하고 무상함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언젠가는 자신의 몸도 늙고 결국 썩어가는 시체가 될 것임을 깊이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마음 상태가 이제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오, 케마 왕비여! 몸은 뼈와 살을 담고 있는 자루와 같습니다. 질병과 부패에 취약한 이 썩어가는 몸을 주의 깊게 살펴보십시오. 어리석은 자들이 그렇게 높이 평가하는 몸을 주의 깊게 살펴보십시오. 이 어린 소녀의 아름다움의 무가치함을 보십시오.”

부처님은 게송으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번뇌가 있는 사람은 시냇물을 따라 달린다.
마치 거미가 자신이 만든 거미줄을 따라 달리듯이.
현명한 사람은 번뇌를 단절하고 유행(遊行)한다.
어떤 기대도 없이, 모든 괴로움을 이미 버리고.

게송의 말미에 그 자리에서 왕비는 해탈을 이루었습니다. 인연으로 만들어진 모든 현상이 무상하다는 것을 이해한 케마는 그녀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자증(自證)하게 되었습니다. 이 절세의 아름다운 소녀도 자신의 눈앞에서 늙고 썩어가는데 어떻게 케마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를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은 그녀에게 탐욕과 감각적 쾌락의 위험을 가르치고 일시적인 감각적 쾌락을 포기하도록 권유했습니다. 영적으로 개발된 마음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집중해서 케마는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케마는 부처님께 경배하고 왕궁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왕비는 왕의 처소에 가서 왕에게 경배하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왕비가 자신에게 경배하지 않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왕은 알았습니다. ‘왕비가 아라한이 되었음에 틀림없구나.’ 왕은 왕비에게 “부처님을 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왕비는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시여! 당신은 약간의 통찰력을 얻었을 뿐이지만, 나는 부처님의 진정한 통찰력을 얻었습니다. 저로 하여금 출가하게 해 주십시오.” 왕이 대답했습니다. “좋습니다, 왕비여!” 그리고 왕은 왕비를 황금가마에 태워서 비구니 승원으로 모시고 가도록 했습니다.

아라한과에 도달한 후 케마는 육체의 무상함과 감각적 쾌락의 위험성을 깊이 자증했습니다. 마라가 한 열렬한 재가자로 변신해 다음과 같이 케마 비구니를 유혹하려고 했습니다.

당신은 너무 젊고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젊음의 꽃 속에 있습니다.
오십시오, 고귀한 여인이여! 함께 즐깁시다.
5중 악기의 앙상블의 음악에서.

이미 아라한이었던 케마는 그를 다음과 같이 훈계했습니다.

나는 버림받고 수치를 당한다.
이 썩는 육신으로 인해,
병에 걸려 매우 연약하다.
나는 감각적 갈애를 뿌리 뽑았다.

감각적 쾌락은 이제 칼과 같다.
오온(五蘊)은 그들의 도마이다.
당신이 감각적 쾌락이라고 부르는 것
나에게 전혀 기쁨이 되지 않는다.

모든 곳에서 쾌락이 파괴되었다.
어둠의 덩어리가 산산조각이 났다.
악한 자여 이것을 알라.
당신은 패배했다, 살인마여!

현실을 모르는 바보들은
숲의 빈터에서 은둔을 추구한다.
행성, 별, 또는 불을 숭배한다.
탐욕의 더러움을 없애기 위해.

모든 인간 중 가장 고귀하신 부처님,
위대한 그를 나는 경배하네
반복되는 출생의 슬픔에서 벗어나
나는 고귀한 승가를 헌신적으로 지킨다.

〈삽화=필몽〉
〈삽화=필몽〉

전생의 수행 공덕

케마는 오래전 전생에 공덕과 지혜를 실천했기 때문에 부처님의 진리를 매우 빨리 꿰뚫을 수 있었습니다. 진리와 지혜에 대한 강한 끌림 때문에 케마는 전생에 부처님·벽지불·보살과 가까운 곳에 태어나고 법을 학습하고 수행하고 가르쳤습니다. 10만 겁 전, 파두뭇타라(Padumuttara) 붓다 시대에 케마는 한사바티(Hannsavati) 시의 하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승려와 비구니 모임에서 법을 가르치던 파두뭇타라 부처님에게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파두뭇타라 부처님께 음식 공양을 바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 부처님께 공양하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했습니다. 그녀는 미래에 부처님의 으뜸되는 여성 제자가 되어 최고의 지혜를 갖고자 하는 대원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케마는 그녀의 대원을 이루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노력했습니다.

91겁 전 비팟시(Vipassi) 부처님 당시에 그녀는 비구니로 법을 가르치는 스승이었습니다. 가쿠산다(Kakusandha) 부처님, 고나가마나(Konagamana) 부처님, 카삿파(Kassapa) 부처님, 현겁의 부처님들께서 재세할 때 케마는 각각의 부처님의 재가신자였으며, 사원을 세우고 각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보시를 베풀고 부지런히 법을 배우고 수행했습니다.

이러한 전생의 수행 공덕으로 케마 비구니는 아직 출가하지 않은 재가자의 몸으로 아라한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매우 짧은 시간에 해탈을 해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전생에 지은 수행 공덕에 의해 부처님의 육신의 무상(無常) 법문을 깊이 이해해 자증했기 때문입니다.

케마 비구니는 그 후 지혜제일의 비구인 사리불처럼 지혜제일의 비구니로 칭송되었습니다. 케마 비구니는 지혜와 더 높은 가르침을 설명하는 능력으로 모두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예리한 지혜와 따뜻한 자비로 케마 비구니는 많은 후배 비구니들을 가르치고 지도했습니다. 또한 케마 비구니는 자비와 이해심으로 남녀 재가신도들에게 법을 가르쳤는데, 이 기록이 많이 전하고 있습니다.

케마 비구니는 출가 전 자신의 미모에 자만하여 진실의 법을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왕의 현명한 계획과 부처님의 도움으로 육신의 무상을 목격하고 자증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몸일지라도 결국 죽어 부패하게 된다는 사실을 철저히 자각해 육신의 애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죽음 앞에 아름다운 육체도 부패해 사라지니 육체의 아름다움에 애착하거나 거기에서 쾌락을 찾지 말아야 한다고 케마 비구니는 자신의 경험담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안양규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교수.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학사,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했다. 일본 동경대(東京大) 외국인연구원,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특별연구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장·불교문화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불교상담학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역·저서로 〈행복을 가져오는 붓다의 말씀〉·〈붓다의 입멸에 관한 연구〉·〈The Buddha’s Last Day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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