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 쉽지 않은 길
상대 향한 이해심 가장 중요”

서울 강남지역은 우리나라 경제의 중심지다. 높은 빌딩도 많고, 값비싼 외제차도 흔하게 다니는 곳이다. 그래서 강남은 ‘부자동네’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 지역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이 있다.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우면종합사회복지관은 서초구 우면동에 자리하고 있다. 인근 임대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어 복지대상자가 많다. 이경희(56) 우면종합사회복지관장은 2018년부터 이 복지관의 관장을 맡아 직원들과 함께 복지대상자들의 만족도 향상에 힘쓰고 있다.

피아노 교사에서 사회복지사로

이경희 관장은 대구에서 사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상주로 유교적 예법을 중시하는 가정에서 자랐다. 그런데 집안은 모두 불교를 신앙했다. 할머니는 마을 인근의 작은 조계종 사찰에서 일을 도왔고, ‘이경희’란 이름도 스님이 작명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불자로 성장해 사찰에 다녔다. 2004년 천태종복지재단 산하 춘천동부노인복지관 입사를 계기로 춘천 삼운사에 다니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신심 돈독한 천태불자의 삶을 살고 있다.

이경희 관장은 이 당시 춘천금강불교대학에 입학해 불교교리와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의 가르침을 배웠다. 또 ‘상월원각대조사기 배구대회’에 단체줄넘기 선수로 참가해 매일 저녁 퇴근 후 삼운사 신도들과 연습을 했다. 연습 과정은 힘들었지만, 신도들과 함께했던 당시 기억은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후 천태종복지재단 내에서 산하시설로 발령 날 때는 항상 인근 천태사찰에서 신행활동을 했다. 서울시립 강북노인종합복지관(2012)에 근무할 때는 서울 삼룡사, 압구정노인복지센터(2016)에 근무할 때는 서울 성룡사, 영주시노인복지관(2017)에 근무할 때는 영주 운강사·안동 해동사를 다녔다. 지금은 서울 관문사 기획위원에 이어 지도위원 소임을 맡아 꾸준히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업무를 보면서 힘들 때면 항상 구인사를 찾아 4박 5일 기도를 했어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일 년에 꼭 한 번씩은 구인사를 찾아갔죠. 구인사 기도를 다녀오면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지고, 재충전이 되더라고요. 요즘은 틈틈이 시간을 내서 〈법화경〉 사경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의 꿈은 사회복지사가 아니었다. 일찍 피아노를 배워 자연스레 대학도 피아노 관련 학과로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피아노학원 교사로 일하다가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병원을 확장한 지인의 부탁을 받아 병원에서 행정직으로 일했다.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어려운 사연을 가진 환자들을 자주 만나게 됐다. 이때부터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무엇을 하면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편이라 별다른 문제없이 필기시험과 사회복지 실습 등을 거쳐 2002년 사회복지사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 관장의 첫 근무지는 경기도 오산의 한 재가복지센터였으며, 이후 천태종복지재단 산하시설에서 19년째 근무 중이다. 10년 전에는 노인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자 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 2013년에 노인복지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관장은 20년간 복지현장에서 이용자들을 위해 헌신한 경력을 인정받아 천태종복지재단 우수직원 표창(2008)·사회복지 기여 종사자 강원도지사상(2010)·천태종복지재단 장기근속자 표창·사회복지 기여 종사자 서울시장상(2016)·서초구청 서초여성상(2020) 등을 수상했다.

이경희 관장의 주요 업무는 복지관 직원관리 및 외부민원 처리다.
이경희 관장의 주요 업무는 복지관 직원관리 및 외부민원 처리다.

직원관리·외부민원 처리 주 업무

서초구립 우면종합사회복지관은 서울시 서초구 바우뫼로 7길 11(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63번지)에 위치해 있다.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있으며, 독거노인·장애인·한부모가정·소년소녀가정 등 사회 소외계층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공간·경로식당·피아노교실·컴퓨터실·상담실·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이경희 관장의 주요업무는 복지관 직원관리다. 이 관장은 일 년에 한 번씩은 1대1 직원 면담을 하며 업무 전반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각 직원이 담당하는 사업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슈퍼비전을 제시해준다. 또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는 직원과 대화를 통해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한다. 중간관리자급 직원들과도 수시로 소통을 하면서 직원들을 잘 다독여달라고 당부한다.

최근에는 신입직원으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말)가 많이 입사했는데, 이들과의 세대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은 제가 신입으로 일하던 시절과 업무환경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한 예로 갑자기 급한 업무가 생겨 한 직원에게 오전 8시에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했더니 내용은 확인했는데 출근시간인 9시가 돼야 답장이 오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지금 신입직원 세대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요시한다는 말을 듣고, 우리 세대 때의 태도를 강요하기보다 제 자신이 시대에 맞게 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중간관리자급 직원에게도 업무시간 외에는 웬만해선 연락을 하지 말라고 해요.”

외부민원을 처리하는 일도 이 관장의 업무다. 복지관에서 사업을 전개하다 보면 보다 많은 대상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중복 대상자를 최대한 제외한다. 그럴 때면 혜택을 받지 못한 복지대상자가 찾아와 “나는 왜 물품을 주지 않느냐?”라며 항의하는 일이 발생하고는 한다. 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대상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직원들이 응대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대상자들이 보건복지부·서초구청 등에 민원을 넣기 때문에 이경희 관장이 책임지고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직원들도 다독여야한다. 이 관장은 직원들의 자존감 보호를 위해 신입직원 입사 초기 민원인 응대요령에 관해 직접 교육하고, 기존 직원들과 수시로 상담을 진행해 필요시 정신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경희 관장(오른쪽 두 번째)은 2016년 10월 30일 구인사에서 개최한 ‘천태종복지재단 창립 17주년 기념행사’에서 장기근속자 표창을 수 상했다.
이경희 관장(오른쪽 두 번째)은 2016년 10월 30일 구인사에서 개최한 ‘천태종복지재단 창립 17주년 기념행사’에서 장기근속자 표창을 수 상했다.

“사회복지사, 쉽지 않은 직업”

이경희 관장은 앞으로의 복지분야는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보다 대상자 개인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별 욕구에 맞게 다양한 사업을 정비해 그들의 만족감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회에 걸쳐 직원 워크숍을 진행해 사회복지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토론을 통해 복지변화와 주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 복지관의 비전·미션·인재상·핵심가치 등을 재수립해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복지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동(洞) 중심의 밀착형 복지정책 흐름에 맞춰 주민 밀착형 복지관으로 탈바꿈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이 관장은 사회복지사를 꿈꾸고 있는 예비 후배들에게는 제1종 보통 운전면허를 비롯한 다양한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행사 현장에서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풍선아트·캘리그라피 등의 자격증이 있으면 본인은 물론 기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워드·엑셀·PPT 등 기본적인 문서 활용 능력과 유튜브 같은 영상제작 및 편집 기술을 미리 배워놓으면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장은 “사회복지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직업이다.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에게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0월이면 복지사 경력 21년차가 되는 이경희 관장. 정년을 몇 해 앞둔 그녀는 복지사 업무와 함께 꾸준히 천태사찰에 다니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희 관장이 2017년 9월 개최한 ‘영주시노인복지관 개관식’에서 내빈들에게 복지관을 안내하고 있다.
이경희 관장이 2017년 9월 개최한 ‘영주시노인복지관 개관식’에서 내빈들에게 복지관을 안내하고 있다.
이경희 관장은 2018년부터 우면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고 있다. 이 관장이 주민에게 나눠줄 후원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이경희 관장은 2018년부터 우면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고 있다. 이 관장이 주민에게 나눠줄 후원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이경희 관장은 영주시노인복지관장 재임시 복지관 이용자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영주 운강사 김장나눔 행 사(위)와 노인의날 기념행사(아래) 모습.
이경희 관장은 영주시노인복지관장 재임시 복지관 이용자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행사에 참석했다. 영주 운강사 김장나눔 행 사(위)와 노인의날 기념행사(아래) 모습.
이경희 관장이 2019년 5월 어린이날을 맞아 관문사에서 개최된 ‘제12회 우면산의 꿈 글·그림 축제’에서 글자를 넣은 대형비빔밥을 비 비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경희 관장이 2019년 5월 어린이날을 맞아 관문사에서 개최된 ‘제12회 우면산의 꿈 글·그림 축제’에서 글자를 넣은 대형비빔밥을 비 비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경희 관장이 점심 후 직원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 관장은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업무 전반에 관한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있다.
이경희 관장이 점심 후 직원들과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 관장은 직원들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업무 전반에 관한 애로사항을 들어주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