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지(山地)다보니 도시나 마을이 형성된 곳 인근에도 숲이 산재해 있다. 이들 숲에는 선조들이 살아왔던 수많은 흔적과 추억이 서려 있다. 특히 1,700년 전 전래된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지금도 나무들이 뿌리 내린 흙과 가지를 뻗은 공간 사이사이에 송골송골 돋아나 있다. 코로나19로 여행 떠나기가 꺼려지는 계절, 독자 여러분을 대신해 불심(佛心)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여름 숲을 다녀왔다. 선덕여왕이 묻히길 원했던불국토 신라의 도리천신라는 불교의 나라다. 신라인은 그들이 사는 땅이 부처님의 나라, 즉 불국토
임란 때 사명대사 죽창 만들어나라 지킨 호국신장의 터전오랜 역사를 간직한 산지 사찰에는 사찰보다 더 오래된 숲이 있다. 이 숲을 사찰림(寺刹林)이라 부르는데, 대부분 자연적으로 형성됐지만 화재예방 등을 목적으로 인공조림 한 경우도 있다. 다양한 종류의 아름드리 수목에 둘러싸인 사찰은 아늑할 뿐만 아니라 더위를 피하기에도 제격이다. 사찰림에 특정 수목이 많을 경우, 해당 사찰명에 수목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한다. ‘백련사 동백나무숲’과 같은 예다. 밀양 표충사도 그런 경우다.사명대사(四溟大師) 유정(惟政, 1544∼1610)
왜구 막으려 세운 토성이자혜장과 정약용 교유하던 숲길강진 백련사는 신라시대 말기인 839년에 무염(無染) 선사가 ‘만덕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사찰이다. 강진만(康津灣)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사찰은 원묘요세(圓妙了世, 1163~1245) 스님이 백련결사운동을 주창하면서 천태종의 법맥을 이어나갔던 도량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다와 접해 있다 보니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 조선 초 행호(行乎, ?~1446) 스님이 백련사를 중창할 때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절 앞에 토성을 쌓았는데, 그 자리가 지금의 동백나무숲이다.동백나무숲은
“돌아가 쉬라 새여훗날의 아름다운 하늘 속으로네 지나간 자리엔감꽃 하나 지지 않았으니.”김사인 시인의 시 ‘새’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시인이 우리들 새의 모습을 참 잘 노래한 것 같아 가슴이 ‘찡’합니다. 아름답고 광활한 하늘을 거침없이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존재가 바로 우리들 새입니다. 우리는 작고 가볍습니다. 두 날개만으로 멀리 날아가야 하니 몸이 크거나 살이 찌면 곤란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새들이 다 그렇게 작고 여리지는 않습니다. 작은 꽃 속을 드나들어도 꽃잎 하나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몸집인 벌새가 있는가하면, 날개
2,800년 茶王樹 비롯천년 차나무 군락 이룬천혜의 차나무 박물관우리나라도 보이차(普洱茶) 열풍이 분지 이미 오래여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 보이차는 공차(貢茶)의 한 종류인데, 전한(前漢, 기원전 202년 유방이 건국) 이전에 이미 야생차나무를 발견했던 토착 소수민족인 백복족(百濮族)이 찻잎을 가공했고, 이후 하니족(哈尼族)·라후족(拉祜族)·와족(佤族)에게 제다기술이 전해졌다고 한다. 현재 보이차 생산은 기업화되어 있는데, 이번 호는 이런 점을 고려해 독자들이 자주 접하기 힘든 수
고백합니다. 이번 호에는 일본 고전수필을 대표하는 요시다 겐코(吉田兼好)의 〈도연초(徒然草)〉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꺼내 읽던 중에 ‘아차!’ 싶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주옥같은 글을 먼저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그러한 것처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당대인(當代人)의 삶은 아프고 뜨겁습니다. 그런 중에서도 땀땀이 남긴 선조들의 소중한 기록을 한낱 옛것이라고 저만치 밀쳐놓고 있었다니요.겨레 얼 빛낸 거장들의 글 모음
학교에 가던 아이들은 사장나무 밑에 모여 떨고 있었다. 나도 그 가운데 들어 있었다. 구레나룻이 까만 하사관 하나가 우리들 앞으로 걸어왔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피던 그는 문득 내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고, 세상이 온통 어질어질 기우뚱거렸다. 나를 질질 끌고 가서 논둑 밑에 꿇어앉히고 날카롭게 반짝거리는 뱀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혼겁한 채 떨었다. 하사관이 “너희 학교에 굴 있지? 사람들 숨는 굴 말이야.”하고 물었다. 굴(窟)나는 학교 뒤뜰 변소 옆 언덕에 있던, 일제 때의 방공호를
‘실론(Ceylon)’으로 불리던 시절, 스리랑카는 ‘인도의 눈물’ 혹은 ‘인도양의 눈물’로 불린 적이 있다. 섬의 모양이 물방울처럼 생겼기 때문에 생겨난 별칭이다. 그런데 스리랑카의 긴 역사 대부분이 고난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도의 눈물이 아니라 ‘스리랑카의 눈물’ 혹은 ‘싱할라족의 눈물’이라고 불려야 될 듯하다. 고난이 닥칠 때마다 그들은 왕실을 중심으로 슬기롭게 극복했는데, 스리랑카 왕실의 정신적 지주는 불교였다. 스리랑카에 불교가 전해진 때는 기원전 3세기로, 인도 마가다국 마우리아 왕조의
노모 봉양 위해국존 지위 내려놓고 낙향한일연 스님 효행의 길〈삼국유사(三國遺事)〉는 우리나라 고대사를 연구하는데 있어 자료적 가치가 절대적인 책이다. 이 책은 일연(一然, 1206~1289) 스님이 세수 78세에 국존(國尊)의 지위를 내려놓고 95세의 노모(老母)를 봉양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와 군위 인각사(麟角寺)에 주석하며 집필했다. 사찰 인근에는 스님의 행적과 효행을 기리는 순례길, 일연테마로드(일명 효행의 길)가 조성돼 있다.한국불교는 1,700여 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고승을 배출했다. 그 중 몇 분을 손꼽는다면 일연 스님도
폭력 대신 순응으로격분한 야차를 교화하다이번 이야기는 자야망갈라 가타의 8개 에피소드 중 두 번째로 부처님께서 알라바카 (Alavaka) 야차를 조복시키는 내용이다. 알라바카 야차는 매우 난폭하고 잔인했으며, 교만에 가득 차 있었다. 알라비(Alavi) 왕국에 살고 있던 알라바카는 사람들을 매일 한 명씩 제물로 받으며 살고 있었는데, 마침내 알라비 왕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게 됐을 때 세존이 알라바카의 거주처로 가서 알라바카를 교화시킨다는 내용이다. 알라바카는 인생의 주요 질문들로 부처님을 시험한다. 하지만 결국 부처님의 대답을 듣고
버스는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고, 수평의 시선은 수직으로 바뀌었다. 30분 전만 해도 버스는 커다랗고 우리 일행의 마음은 평안했다. 낮은 구릉 사이로 가없이 펼쳐진 초원, 풀 사이로 아네모네를 비롯한 꽃들이 빨강·주황·노랑 때깔로 너울거리고 포도밭 너머로는 양떼가 한갓지게 풀을 뜯고 있었다. 그러더니 아레쪼(Arezzo)를 지나 ‘포레스테 카센티네시 국립공원(The National Park of Foreste Casentinesi)’으로 접어들자 풍경이 확 달라졌다. 버스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처럼 반도의 등뼈 구실을 하는 아펜니노 산
양자의학에서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세포·조직 및 장기 등이 단일구조가 아니라 ‘상보성 구조’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주장하는 상보성 구조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구조를 말합니다. 즉, 동전의 앞면에는 입자가 존재하고 뒷면에는 파동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분자에는 분자 고유의 파동, 조직에는 조직 고유의 파동 그리고 장기에는 장기 고유의 파동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불교의 이제설(二諦說)은 양자의학의 상보성 원리와 무척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먼저 양자의학의 물질론을 살펴본 다음 불교의 이제설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하는 일을 한다. 21대 국회의원은 총 300명인데, 그 수만큼 국회의원들의 종교도 다양하다. 종교마다 신행모임이 있는데, 불교를 신앙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국회 정각회’다. 강창일(68, 前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정각회 명예회장은 2004년 17대 국회 때 정각회 부회장을 맡은 이후 19대 국회 하반기와 20대 국회 하반기 두 차례 정각회장을 역임한 대표적 불자 국회의원이다. 그를 만나 삶과 신행이야기를 들어봤다. 두 차례 정각
‘블로그(Blog)’는 자신의 관심사나 생각을 글과 사진을 통해 자유롭게 게시하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개인 웹사이트다. 블로그의 글은 △여행 △스포츠 △패션 △요리 등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으며, 간단한 검색으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위스덤 커플(Wisdomcouple)’은 강혜성(34)·최지윤(29) 부부가 사진과 짧은 글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블로그다. 여행·데이트·농촌체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고, 특히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후기가 잘 정리되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
내 유치원 졸업발표회 때의 일이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던 내가 ‘갑돌이와 갑순이’ 공연에서 갑순이로 뽑혔다. 외할머니 댁 식탁의자에서 노래 한 곡 불러본 게 무대 경험의 전부였던 나는 며칠 간 남자아이와 앞뒤로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무릎을 접었다 펴며 얼굴을 마주보는 동작을 익혔다.발표회 날, 선생님이 무릎까지 오는 한복 치마를 입히고 얼굴에 분칠을 해주더니 머리에 주먹만 한 족두리를 씌워줬다. 생애 첫 무대, 사람들 사이로 부모님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나는 떨릴 새도 없이 익숙한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1절을 마쳤을까?
사람들은 기댈 곳이 필요했다. 각자의 이유로 혹은 공동의 이유로.본격적인 코비드19(COVID-19)가 2020년 벽두부터 요란했다. 숨을 곳이 필요했다. 내가 전염이 될까보다는 보균자로 피해를 줄까봐 두려웠다. 당연한 개인적 의무에 성숙한 시민의식, 국민의식이란 과대포장이 민망해 마스크 속으로 칩거했다.공간의 제약으로 대다수를 TV로 유턴시킨 것은 ‘미스터 트롯’. 흥이 많은 민족의 DNA를 자극한 ‘미스 트롯’의 뒤를 이은 미스터들의 트로트는 처음부터 관심이 뜨거웠다. 시청률이 폭주, 온 나라가 젊은 남자들의 꺾기와 콧소리와 바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환경전염병(Ecodemic)’이라는 과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환경전염병’은 미국 수의학자 마크 제롬 월터스(Mark Jerome Walters)가 자신의 저서 〈에코데믹, 새로운 전염병이 몰려온다(Six Modern Plagues)〉에서 제안한 개념으로, 자연 순환과정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확산했다는 주장이다. 관련 내용과 함께 독립다큐 두 편, 대안으로 떠오르는 업사이클링 센터 한 곳을 소개한다.
비닐·플라스틱 줄이기는미래 세대 살리고뭇 생명 구하는 보살행미국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은 1962년 살충제로 인한 생태계 파괴 실태를 고발한 〈침묵의 봄(The Silent Spring)〉을 출간했다. 책은 출간 전부터 미국 화학업계의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미국의 풀뿌리 환경운동을 촉발시켰고 4월 22일 ‘지구의 날(Earth Day)’ 제정을 이끌어냈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도서·영화·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미디어가 대중에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
“깨끗한 세상 만들려‘재활용·새활용’ 계몽해요.”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생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 빈 그릇 운동, 텀블러·장바구니 사용하기 등 개인과 단체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다.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없어진 물건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생산하는 ‘업사이클’도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 중 하나다.‘업사이클’은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이 1993년부터 트
소사 백성목장과 〈금강경〉 법회백성욱(1897~1981) 박사님은 말년의 대부분을 소사 백성목장에서 보내셨다. 타계하시기 얼마 전 거처를 한강변 반도아파트로 옮기시고 거기서 열반하셨다. 나는 2019년 9월 소사 백성목장 옛터를 도반들과 함께 방문하고 박사님의 사리탑에 참배했다. 백성목장은 내가 아내와 함께 신혼여행을 온 곳이기도 하다.현재 그곳에는 선생님이 기거하시던 건물은 없어졌고, 선생님의 사리탑과 동국대학교에서 세운 비석만 남아있다. 원래 경기도 장흥 대승사에 모셨는데 어느 해 큰 홍수로 유실되기 직전에 이선우 도반 등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