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해온 환경 위기는 모두가 함께 지은 共業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가 ‘환경전염병(Ecodemic)’이라는 과학계의 분석이 나왔다. ‘환경전염병’은 미국 수의학자 마크 제롬 월터스(Mark Jerome Walters)가 자신의 저서 〈에코데믹, 새로운 전염병이 몰려온다(Six Modern Plagues)〉에서 제안한 개념으로, 자연 순환과정이 환경오염으로 인해 파괴되면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확산했다는 주장이다. 관련 내용과 함께 독립다큐 두 편, 대안으로 떠오르는 업사이클링 센터 한 곳을 소개한다.

기후변화로 지구 평균온도가 오르면서 빙하가 빠른 속도로 해빙되고 있다.해수면 상승 속도는 2000년대 초·중반 가속화됐으며, 매년 해수면이 평균 3.59㎜씩 상승하고 있다.

당신은 일주일마다
신용카드 한 장을 먹고 있다

편리함을 이유로 얼마나 무분별하게 자연을 개발했고, 이산화탄소를 쏟아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구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인류는 개발·성장 이라는 미명 아래 그 신호를 외면했고, 이 결과 지구는 병들어 신음하고 있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구 기온 오르면 전염병도 증가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박쥐를 매개로 인간에게 전파된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일 확률이 높다고 발표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이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전염병을 말한다. △스페인 독감 △조류독감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지난 80여 년간 등장한 신종 전염병 중 70% 이상이 해당한다.

이 감염병의 창궐원인은 △인구 증가 △삼림 파괴 △공장식 축산 △항생제 남용 등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다.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저서 〈바이러스 쇼크〉에서 “바이러스가 한 세대를 거치는데 필요한 기간은 단 하루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바이러스가 새 숙주에 적응하기 위해 변종·돌연변이를 발생시키는 시간은 매우 짧은데, 생태계가 파괴될수록 서식지를 잃은 동물과 인간의 접촉 빈도가 높아져 바이러스가 종(種)을 뛰어넘는 기회를 얻는다는 얘기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는 전염병이 발생하기 좋은 조건을 만든다. 기온이 높아지고 강수량이 늘면 모기·파리 등 질병을 옮기는 곤충이 증가하고, 해수온도 상승과 염분농도 변화는 해양생물 내에 세균과 독소를 증가시킨다. 빙하가 녹으면서 영구동토층에 휴면 중이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변화에 대응하고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는 2016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30년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치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인구 증가와 함께 개인 자동차 수요도 함께 늘었다. ‘Crushed cars #2’ 〈사진=크리스 조던〉

플라스틱에 뒤덮인 지구

기후변화와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도 환경문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몇 년간 국내외에서는 플라스틱 생산 및 사용 규제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특히 EU집행위원회는 2019년 5월, ‘특정 플라스틱 제품의 환경 부하 저감에 관한 지침’을 채택하고, 2025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함량이 25% 이하인 플라스틱 용기는 판매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추출한 원료를 결합해 만든 고분자 화합물질이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총 83억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됐고, 이중 약 63억 톤이 쓰레기로 배출됐다. 폐플라스틱 처리방법은 △소각 △매립 △재활용 등이 있는데, 처리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폐플라스틱을 소각하면 다이옥신을 비롯한 발암물질과 다량의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매립하면 땅속에서 부패하면서 유해가스를 배출해 주변을 오염시킨다. 재활용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중 7% 정도만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다. 이로 인해 재활용을 위한 인건비 비중이 높아졌고, 일부 국가는 개발도상국에 쓰레기를 수출해 자국에서 처리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폐플라스틱은 지하수·하천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표류한다. 1997년에는 북태평양 바다 위에서 거대한 쓰레기지대가 발견됐다. 이곳에 있는 플라스틱은 약 1조 8,000억 개, 무게는 약 8만 톤으로 추정된다. 쓰레기지대는 대서양·인도양·남태평양에도 존재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입자가 작은 ‘미세플라스틱’이다. 이 미세플라스틱은 화학물질을 만나 고농축 독성 물질이 되거나, 먹이로 오인한 플랑크톤, 물고기 등이 섭취하기도 하는데, 먹이사슬을 거슬러 우리의 밥상에도 올라오게 된다. 세계자연기금(WWF)과 호주 뉴캐슬 대학이 공동연구한 〈플라스틱의 인체섭취 평가 연구(2016)〉는 한 사람이 일주일 간 먹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신용카드 1장 무게인 5g에 달하며, 주로 식수와 갑각류·어패류·소금·맥주 등을 통해 섭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태평양 미드웨이 섬의 알바트로스는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고 지속적으로 섭취해, 몸 안에 플라스틱 조각이 쌓여 죽음을 맞이한다. 〈사진=크리스 조던〉

‘생태발자국’을 줄이자

세계자연기금은 인류가 자연에 가하는 영향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넘지 않도록 ‘생태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을 줄이자고 제안한다. ‘생태발자국’은 한 사람이 일 년 동안 사용하는 자원을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과 그 사람이 배출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드는 자원 비용을 땅의 면적으로 환산한 수치다.

세계자연기금이 2016년 발간한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1961년부터 2016년까지 우리나라의 생태발자국은 인구 및 소비 증가로 인해 186%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전 세계 생태발자국도 생태용량(자연자원의 양) 증가율보다 최소 6.8배 빠르게 늘었다. 생태발자국이 커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 적은 양의 자원을 두고 경쟁하게 된다. 생태발자국이 자국의 공급량을 계속 초과하고, 이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인류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의 종말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하나뿐인 지구 생활방식(One Planet Living)’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정부의 정책 수립 △기업의 제품 생산 및 홍보 △개인 차원의 소비 등의 과정에서 ‘자연을 우선으로 삼는 태도’를 지향한다. 특히 개인의 소비 결정과정에서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를 촉구한다. 소비자가 환경 친화적인 제품을 고르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기업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며, 국민의 소비 및 선택 흐름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준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Zero Waste Home)〉의 저자 비 존슨은 현명한 소비의 방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지킬 수 있는 실천 항목인 ‘5R 법칙’을 제안한다. ‘5R 법칙’은 △Refusing(거절하기) △Reducing(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 △Recycle(재활용하기) △Rot(썩히기) 등이다. 비 존슨은 ‘비우는 순간 행복해진다.’며 위 원칙을 기억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생태발자국’은 자연자원에 대한 인류의 수요를 추산한 값이다. 전체 생태발자국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탄소배출을 줄이면,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를 늦출 수 있다. 〈사진=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버려진 오일 필터가 버려져 산처럼 쌓여있다. ‘Oil Filters’ 〈사진=크리스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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