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평범한 일상부터 템플스테이 후기까지 실어

강혜성(우)·최지윤(좌) 부부는 자신들의 일상을 블로그에 짧은 글과 사진으로 정리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소통의 즐거움 속에 쌓여 가는 기록들은 부부가 함께 만든 한 권의 책이다.

‘블로그(Blog)’는 자신의 관심사나 생각을 글과 사진을 통해 자유롭게 게시하고,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개인 웹사이트다. 블로그의 글은 △여행 △스포츠 △패션 △요리 등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으며, 간단한 검색으로도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위스덤 커플(Wisdomcouple)’은 강혜성(34)·최지윤(29) 부부가 사진과 짧은 글을 통해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는 블로그다. 여행·데이트·농촌체험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고, 특히 템플스테이를 체험한 후기가 잘 정리되어 있어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상 공유 위해 블로그 개설

여름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던 6월 21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블로그 ‘위스덤 커플’의 운영자 강혜성·최지윤 부부를 만났다. 이날 부부는 (사)맑고향기롭게에서 주최한 ‘법정 스님 수행처 사진 공모전’에 참가하고자 길상사에 방문했다. 두 사람을 따라 경내를 거닐며 이들의 일상이 담긴 블로그 ‘위스덤 커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강혜성·최지윤 부부는 2015년 ‘마인드맵 스터디’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비슷한 성격과 서로의 닮은 가치관에 끌렸고, 혜성 씨의 고백으로 사귀게 됐다. 2년의 연애 끝에 결혼한 두 사람은 어느덧 4년차 부부다.

블로그 ‘위스덤 커플’은 지윤 씨가 결혼할 무렵인 2016년 여름 두 사람의 연애와 일상을 담은 글을 올리면서 개설했다. 블로그 이름은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혜로운 커플’이란 의미를 담아 지었다. 지윤 씨는 여행지·맛집 등을 소개하고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 정보를 공유하는 게 즐거웠다. 결혼 후에는 혜성 씨도 블로그 운영에 함께 참여하다보니, 마치 온라인에 ‘신혼집’을 차린 느낌이었다.

부안 내소사 템플스테이에서 ‘차 명상’을 체험하는 지윤 씨. 〈사진=Wisdomcouple〉

2017년, 부부는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일을 그만두고 공백기를 가졌다. 이 기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진행하는 ‘템플스테이 만원의 행복’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부부는 ‘한 달 동안 여행 다니는 셈치고 전국을 돌아보자.’며 7개 사찰에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템플스테이가 처음이었던 두 사람은 인터넷으로 미리 관련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인터넷에는 템플스테이에 관한 여러 정보가 있었지만, 정작 부부가 원하는 내용은 없었다. 지윤 씨는 ‘템플스테이에 다녀오면, 우리가 알고 싶었던 정보를 위주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부가 처음 방문한 사찰은 경기도 양주시의 육지장사다. ‘도리천궁(忉利天宮)’이라는 별명을 가진 육지장사는 풍수지리상 길지(吉地)에 속해 방문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두 사람은 생애 첫 템플스테이가 익숙지 않아 어색했지만, 색다른 경험에 매순간이 즐거웠다. 또 사찰 주위에 펼쳐진 숲과 맑은 하늘에 푹 빠져, 본격적으로 템플스테이를 즐기게 됐다.

지윤 씨는 육지장사에서 체험한 프로그램 중 목탁과 죽비소리에 맞춰 여러 사람과 함께 절을 했던 108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부부는 불자가 아니었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운동 삼아 108배를 하곤 했다. 템플스테이를 마친 뒤, 부부는 사찰에 오기 전에 궁금했던 점과 사찰에 대한 정보를 중심으로 작성한 후기를 블로그에 올렸다.

생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운영

블로그 ‘위스덤 커플’에 올리는 글은 부부가 함께 작업한 결과물이다. 템플스테이·여행 등 글의 주제가 결정되면 혜성 씨는 관련 사진을 촬영하고, 지윤 씨는 이에 대한 생각과 감정, 정보 등을 기록한다. 이후 혜성 씨가 촬영한 사진을 정리·보정해 넘기면, 지윤 씨가 넘겨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작성해 업로드 한다. 블로그 이웃과의 소통도 지윤 씨 몫이다.

글이 늘어날수록 방문자도 점점 증가했고, 부부의 후기를 보고 템플스테이를 신청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해줘서 고맙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부부는 이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게 갈수록 재미있고 뿌듯했지만, 책임감과 부담감도 커졌다. 질 좋은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그 욕심에 집중하다보니 블로그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취미였던 블로그 운영이 일상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블로그는 혜성 씨가 사진을 찍고 지윤 씨가 글로 정리하며, 함께 운영해 나가고 있다. 부부가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위해 촬영한 사진을 함께 보고 있다.

혜성 씨는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몇 백 장씩 찍게 됐다.”며 “그 사진을 정리하고 보정하면서 ‘블로그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게 아닐까?’라는 회의감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일상과 블로그 운영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두 사람 모두 취업을 하면서 멈출 수 있었다. 부부는 대화를 통해 소중한 일상을 담던 공간이 생활에 부담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블로그 운영에 힘을 빼고, 많은 글을 올리기보다는 한 달에 2~3개 정도의 글을 여유 있게 올리기로 했다.

지윤 씨는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땐 잠시 블로그를 멈추고 소설·에세이 등을 읽으며 머리를 식힌다. 특히 순천 송광사 불일암에 방문한 뒤 법정 스님(1932~2010)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맑고 향기롭게〉·〈낡은 옷을 벗어라〉 등 스님의 저서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사람은 ‘블로그는 부부가 함께 즐기는 취미생활이고, 현재의 일상에 더욱 집중하도록 돕는 방법 중 하나’라고 입을 모았다.

블로그 모아 에세이 출간 계획

지난 3년간 부부는 육지장사를 시작으로 △남양주 봉선사 △서울 화계사 △여주 신륵사 △구례 화엄사 등 20여 사찰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윤 씨는 “보통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비슷한 체계를 가졌지만, 각 사찰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서 매번 새로운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가장 좋았다고 생각되는 사찰을 묻자 “한 군데만 뽑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좋았다.”면서도 2019년 9월과 2020년 1월, 두 차례 다녀왔던 전라북도 부안 내소사를 추천했다. 부부는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진 전나무 숲길과 청련암의 빼어난 풍경, 스님과의 차담 등 내소사에서 지냈던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템플스테이의 매력에 빠진 혜성 씨는 2020년 2월, 전라남도 강진 백련사에서 한 달간 장기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용한 선원에서 수행하며 사색에 잠겼던 느낌은 그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매력적인 경험이 됐다. 부부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보다 가까워졌고, 서로를 더 존중하게 됐다. 지윤 씨는 “여행지에 가면 숙소·맛집·관광지 등 서로 신경 써야할 일이 무척 많은데, 사찰에서는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서 “그 속에서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꿈이 생겼다. 혜성 씨는 일상의 추억을 더 자세하고 역동적으로 남길 수 있는 ‘유튜브 채널’ 개설을, 지윤 씨는 블로그 기록을 모아 에세이를 출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로그 ‘위스덤 커플’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강혜성·최지윤 부부가 함께 글과 사진으로 정성들여 꾸린 한 권의 책이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일상을 ‘지혜롭게’ 기록하며 꿈을 이뤄나가길 기대한다. 

선암사에서 편백나무숲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윤 씨. 〈사진=Wisdomcouple〉
블로그 ‘Wisdomcouple’ 캡쳐. 부부가 함께 체험한 템플스테이 기록이 잘 정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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