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갈애와윤회를 노래하다갈망은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범부들의 원동력이자 족쇄이다. 때로는 보통 사람의 보통 욕망인 듯하고, 때로는 한없이 삶을 소진하는 갈애(渴愛). 이 갈애로 인해 울고 웃는 우리의 인생사를 생각하다 보면 나는 영화 ‘아마데우스(Amadeus)’를 떠올리게 된다.영화의 주인공은 안토니오 살리에리(Antonio Salieri, 1750~1825)다. 하나님을 섬기는 정갈한 삶을 원했던 궁정악장 살리에리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신께 헌정하는 지고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지만 자신의 평범한 음악적 재능이 늘 고민이었다
관세음보살로 화한디우 티엔 공주 기리며연초 세 달간 열려세계 곳곳에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여 개의 다양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그중 많은 축제가 지리적·문화적·종교적 중요성이 서로 얽혀 있다. 또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유대교의 신년제(Rosh Hashanah), 힌두교 축제인 디왈리(Diwali), 이슬람의 이드 알피트르(Eid al-Fitr) 등 대부분의 종교는 축제를 통해 한 해를 기념한다.열대 계절풍 기후인 태국에선 우기(雨期)가 찾아올 즈음에 물 축제가 시작된다. 물총·호스·양동이 등 물을 담을 수 있는 온갖 도구를 동
지혜로운 원숭이 왕아득히 먼 옛날, 부처님께서는 한때 원숭이 왕이었습니다. 보름을 걸어야 맞은편 국경에 도달할 정도로 큰 영토를 가진 대왕이었습니다. 거느린 원숭이도 8만 마리나 되었지요. 왕은 원숭이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도록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왕이 원숭이들에게 말했습니다.“이곳의 나무 열매를 거의 다 먹었다. 내일, 동쪽 산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곳은 망고 나무가 매우 많다. 닷새는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동 중간에는 열매도, 물도 부족하니 아침을 많이 먹어 두도록 해라.”이튿날, 원숭이들이 이동을 시작했습
돌에 새긴 극락정토사찰에 가면 종종 쌓아 놓은 검은 기와를 보며 기와불사에 참여한 사람들의 글귀를 살펴보게 된다. 누군가는 간단명료하게 무병장수와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고, 누군가는 빼곡하게 깨알 같은 글씨로 가족과 친지 이름만 쓰며, 누군가는 현실에서 마주한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부처님오신날 오색 연등을 보다 보면 갖가지 소원을 담아 이름을 적는 사람들을 마주하는데, 미소가 가득한 사람, 무언가 잔뜩 기대한 사람, 의지가 결연한 사람 등 수많은 얼굴 표정을 볼 수 있다. 큰 뜻을 위하든, 작은 뜻을 위하든 나의
매년 주요 도시 순회하며등(燈)·불꽃으로 무사태평 기원새해가 시작하는 음력 정월은 중화권에서 가장 큰 명절입니다. 춘절(春節)이라고 부르는 설날은 연휴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이고 거의 한 달 내내 새해의 들뜬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그 전통은 대만에서도 이어져 사람들은 섣달그믐날 밤인 ‘추시[除夕, 음력 12월 말일]’에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고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 식사하는데, 이를 ‘웨이루[圍爐]’라고 부릅니다.대만인들은 설날인 정월 초하루에 절에 가서 새해 첫 참배를 한 후 친가의 부모님과 지내고, 초이틀에는 외가에 가서 인사를
음악을 선 수행 방편 삼은베를린필 종신 지휘자두 눈을 지그시 감고 은빛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음악에 몰입한 듯, 내면에 몰입한 듯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는 지나가 버린 아름다운 시절의 한 장면을 목격하는 듯하다. 현대는 오케스트라 단원과 지휘자 사이에 민주적 관계가 정립했지만, 카라얀은 활동 당시 제왕적 리더십과 시대를 앞선 감각으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그렇게 얻은 화려한 타이틀이 ‘음악의 황제’·‘음악의 제우스’·‘
붓다를 잉태한어머니의 숨결인도의 불교 성지를 순례하다 보면 글이나 그림 또는 영상으로는 접할 수 없는 감동과 강렬한 환희를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성지 곳곳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부처님의 흔적과 켜켜이 쌓여 있는 수많은 구도자의 발자취 때문이다. 부처님의 흔적은 여전히 살아 숨쉬며 순례자를 맞이한다.아시따 선인(仙人)은 선정에 들었을 때 도리천의 신들을 만났다.“신들께서는 왜 그리 기뻐합니까? 깃발을 들고나와서 왜 저리 흔듭니까? 악마들과의 전투가 끝난 뒤 신들이 승리하고 악마들이 패배했다 하여도 이렇게까지 축하한 적
아주 옛날, 북인도에 카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왕은 나라를 잘 다스렸습니다. 왕실도, 신하도, 백성도 행복했습니다.슬픔은 엉뚱한 데서 왔습니다. 왕비가 병으로 일찍 죽었습니다. 그때 첫째 왕자 마하사사가 열 살, 둘째 왕자 찬다는 일곱 살이었습니다. 왕과 두 왕자는 매일 눈물 밥을 먹었습니다. 백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1년이 지났습니다.“나라에는 왕비님이 계셔야 합니다.”신하들은 왕에게 매일 간청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왕은 새 왕비를 맞이하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새 왕비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왕은 막내 왕자를 안고
싸라기눈과붉은 동백꽃새 달력을 받고내가 살고 있는 제주시 애월읍 장전리에서 가장 가까운 농협은 하귀농협인데, 오늘은 하귀농협에서 새해 달력이 배달되어 왔다. 아주 큰 달력이었다. 글씨가 큼직큼직했고, 음력과 절기가 표시되어 있었고, 또 농작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적혀 있었다. 가령 양력 1월에는 노지감귤·한라봉 등 만감류, 쪽파·마늘·만생종 양파·브로콜리·봄 감자·보리 등의 작물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이른바 농사 달력이라고 할 수 있을 법한 달력을 받았더니 비록 나는 텃밭을 가꾸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30년 전 대성사 어린이회 추억황룡사 어린이회 지도 큰 도움”천태종 전국 사찰 중 현재 어린이회를 운영 중인 사찰은 42곳이다. 어린이회는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棟樑)을 키우는 터전으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린이회’의 주인공은 당연히 ‘어린이’이지만, 이들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존재는 바로 지도교사이다. 2024년에는 어린이·학생 불자의 양성을 위해 전국 각 지역 사찰에서 포교 활동을 펼치는 어린이회 지도교사들을 만나 그들의 보람과 애환을 들어보고자 한다. 첫 순서는 2018년부터 인천
사찰문화재 10만 컷 찍다가토속·무속 담은 민화 푹 빠져민화는 ‘백성[民]이 사랑한 그림[畵]’이다. 민화에 그려진 다양한 상징물에는 선조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려진 사물에 따라 장생도·화훼도·소과도·화조도·축수도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민화는 꽤 오랜 기간 속화(俗畫)·잡화(雜畵)로 불리며 대중의 관심에서는 멀어져 있었다.운명처럼 민화를 만나 그 매력에 푹 빠져 한평생 민화를 수집한 이가 있다. 윤열수(76) 가회민화박물관장이다. 2002년 가회민화박물관을 설립한 그는 현재 국·내외 전시를 통해
중독의 원인은 탐·진·치명상의 일상화로 벗어나자“라아 미사미 나사야, 나베 사미사미 나사야, 모하자라 미사미 나사야.”이 구절은 ‘신묘장구대다라니’에 포함된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으로 여기서 ‘미사미’는 ‘비상(非常)’·‘독(毒)’ 등의 의미가 있다. ‘라아 미사미’는 탐욕의 독, ‘나베 사미사미’는 분노의 독, ‘모하자라 미사미’는 어리석은 행동의 독이고, ‘나사야’는 ‘낫도록 해주십시오, 벗어나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중독은 질병이다대비주(大悲呪)의 이 구절에는 ‘탐진치’ 삼독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청정하
산꼭대기 사찰서 먹은새해 첫날 떡국 한 그릇‘밥값하고 사는가?’사찰에서 공양할 때마다 매 순간 마음속을 강하게 울리는 ‘화두’이다. 어린이법회에 다니던 때부터 사찰에서 음식을 먹었으니 45년가량 사찰음식을 먹은 셈이다. 단언컨대 그 세월 동안, 법회 참석부터 합창단 지휘와 공연 등을 하면서 먹어본 사찰음식은 전부 맛있었다. 사찰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지는 맑은 기운과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든 사찰음식이 조화를 이루는데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식탐 생길 때 ‘참회진언’ 암송〈아함경(阿含經)〉에는 “음식을 정도에 맞게 절제하면 다음
수행 밑거름으로 삼을음식 만드는 신성한 영역‘주인의 자리’인 동쪽에 위치사찰 부엌을 ‘공양간(供養間)’이라 부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공양’이 식사를 뜻하는 말로 쓰인 것처럼 ‘공양간’이란 용어 또한 근현대 어느 시기에 정착된 듯하다. 이전에는 정지·정주·부엌이라 불렀고, 문헌에는 고원(庫院)·고주(庫廚)·향적당(香積堂)·주방(廚房) 등이라 기록하였다. 은해사 백흥암·백양사·금산사·동학사 등의 공양간에는 지금도 ‘향기로운 음식이 가득한 곳’이라 하여 ‘향적당’·‘향적실’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사찰의 공양간은 대
조선 초 성리학의취약한 사후세계불교의례로 보완한국 전통문화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문화재청이 지정한 국가무형문화재 중 불교 무형문화유산의 비율은 상대적으로 적다. 1973년 봉원사 영산재(靈山齋)가 중요무형문화재 50호로 지정된 이후 2013년과 2014년 들어서야 불교 의례로 수륙재(水陸齋)가 지정됐다는 사실은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당시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125호로 삼화사수륙재, 126호로 진관사수륙재 그리고 127호로 아랫녘수륙재를 지정했다. 여기서 수륙재의 무차평등한 법식(法式)과 재회(齋會)의 연원을
보석 장식한 광배와 대좌신라 장인 예술혼 깃들어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은 존재로서 일반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32가지 모습과 82가지 특징, 즉 삼십이상(三十二相) 팔십종호(八十種好)를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이 특징 가운데는 우리가 잘 아는 부처님의 모습처럼 튀어나온 정수리인 육계나 나선형으로 돌돌 말린 소라 모양 머리 등이 있고, 전혀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 같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팔이나 물갈퀴 같은 특징도 있다. 부처님의 모습을 재현한 삼국시대부터 지금까지 불상에 이 모든 특징을 담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금빛으로 빛
두 대의 자전거내 집에는 두 대의 자전거가 있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오면서 다른 세간살이와 함께 배에 실려 왔다. 그런데 창고를 짓지 못해 그만 바깥에 세워두게 되었는데, 비와 바람과 이슬과 서리와 눈을 맞고 서 있는 모습이 볼 때마다 미안하고 딱했다. 비닐로 안장을 싸매고 자전거 전체를 또 한 번 덮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전거는 풍찬노숙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타이어는 펑크가 났고 바퀴에는 녹이 슬었다. 점점 방치되어 추레한 행색이 되고 말았다.얼마 전 자전거를 가만히 보고 있는데 옛날 생각이 문득 났다. 아버지께서 김
한 환경예술가가 10여 년간 전 세계를 여행하며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 등 환경오염 지역, 가뭄과 물 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기후 재난 지역,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종 등을 렌즈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지난 호에 소개한 ‘제자리에 없는 물질’과 함께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지구를 지켜라!:액셔니스트의 삶’ 부문에 출품된 환경다큐멘터리 ‘지구보호단(EARTH PROTECTORS)’이다.감독이자 주인공은 프랑스계 미국인 여류 사진작가 앤 드 카르부치아(Anne de Carbuccia, 이하 앤)다. 그녀는 ‘인간이 활동하거나
현대인의 삶은 바쁘다. 매일 해야할 일도 많고, 신경 써야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빨리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늘 바쁘고 여러 가지 걱정에 시달린다. 돈 문제, 자녀 문제, 직장 문제, 인간관계 문제로 걱정하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삶에서 부딪히는 모든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소멸하게 되는 죽음 앞에서 모든 삶의 문제는 사소한 것이다.생자필멸(生者必滅), 즉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모르스 세르타, 호라 인세르타(Mors certa, hora incerta.)’
천태종 서울 명락사(주지 자운 스님)에서 신행활동을 하고 있는 정태유(69) 불자는 어렸을 적부터 지독한 가난과 싸우며 가족을 건사하느라 부처님 법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삶을 살았다. 그는 늘 마음속에 ‘은퇴를 하면 꼭 부처님 도량에서 봉사를 하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그 다짐처럼 은퇴 후 명락사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정태유 불자를 만나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고1 중퇴, 직업전선 뛰어들어정태유 불자는 1954년 11월 경상북도 경주시 천북면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