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대성사 어린이회 추억

황룡사 어린이회 지도 큰 도움”

정효미 책임지도교사.
정효미 책임지도교사.

천태종 전국 사찰 중 현재 어린이회를 운영 중인 사찰은 42곳이다. 어린이회는 불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량(棟樑)을 키우는 터전으로 그 중요성과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린이회’의 주인공은 당연히 ‘어린이’이지만, 이들을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존재는 바로 지도교사이다. 2024년에는 어린이·학생 불자의 양성을 위해 전국 각 지역 사찰에서 포교 활동을 펼치는 어린이회 지도교사들을 만나 그들의 보람과 애환을 들어보고자 한다. 첫 순서는 2018년부터 인천 황룡사(주지 진철 스님) 어린이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효미(44) 책임지도교사다.

초등학교 때 대성사 어린이회 다녀

불교 집안에서 태어난 정효미 지도교사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어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를 참배했다. 당시 천태종 2대 종정예하인 대충대종사를 친견하기도 했다. 어린 소녀가 처음 본 구인사는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구인사에 간 첫날, 밤하늘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별이 지금도 그녀의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다. 구인사 참배를 계기로 대구 대성사 어린이회 활동을 시작했다.

대성사 어린이회는 정효미 지도교사에게 따뜻한 추억을 남겨 준 곳이다. 당시는 특별한 활동이나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저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찬불가를 부르고, 팀을 짜서 야외활동을 하는 게 주된 활동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이회 활동은 부모님이 허락한 최고의 바깥 활동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부모님은 어린 딸이 친구들과 집 밖에서 놀겠다고 하면 걱정이 되어서 허락해 주지 않았지만, 절에 간다고 하면 쉽게 허락을 해주었다. 또 대성사 어린이회는 선후배나 동기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던 시기에 그것을 깨닫게 해준 곳이기도 했다.

“제가 어릴 때 대구에서 구인사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은 없어진 비둘기호 기차를 몇 번 갈아타야했어요. 자동차로는 소백산 죽령고개를 넘어가야 했기에 5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여정이었죠. 혼자 갔다면 험난하고 고되고 힘들었겠지만, 항상 어린이회 친구·언니·오빠들과 함께였어요. 그래서 구인사 가는 길은 항상 즐겁고 행복했어요. 또 수련법회에 가면 사찰별로 팀을 나눠서 여러 종류의 활동을 했는데, 그럴 때는 대성사 어린이회에 대한 소속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녀는 어린이회·학생회 활동의 즐거움을 학교 친구들도 느낄 수 있도록 친한 친구들에게 사찰에 함께 가보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그녀는 청년회 회원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밤을 새우며 태극등·종기등을 만들었고, 절에서 기도하며 등교하기도 했다. 불교, 특히 대성사에서의 어린이·학생회 활동은 그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후 천태종 중앙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부산 삼광사에서 신행활동을 하다가 2013년 남편의 전근으로 경기도 김포시에 정착했다. 인천 황룡사에서 어린이회를 지도하기까지 신행 활동 과정이다.

정효미 책임지도교사는 2018년부터 인천 황룡사 어린이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정효미 책임지도교사는 2018년부터 인천 황룡사 어린이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 교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법회 때 ‘환경보호’ 프로그램 진행도

처음 황룡사에 다닐 때는 어린 딸(6)과 아들(3)을 데리고 일반(성인)법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법회에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큰 소리로 웃고, 울고, 장난치기 일쑤였다. 주변에서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 눈치가 보였다. 그러다 황룡사에서 어린이 법회를 운영한다는 걸 알고 난 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어린이 법회에 참석했다. 어린 시절 그녀가 활동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어린이 법회였지만, 아이들이 시끄럽게 해도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법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 법회에 참여하면서 청년회 활동을 하던 중 당시 주지스님이 청년회원들에게 “어린이 법회가 운영되기는 하지만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청년회에서 어린이 법회 운영을 맡아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주지 스님의 제안은 그녀는 물론 어린이회 출신이자 지도교사를 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물러난 다른 청년회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정효미 지도교사는 황룡사에서 청년회·자모회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신행생활의 대부분을 대성사에서 했기 때문에 황룡사에 대한 애정이 ‘내 절’이라고 하기에는 낯설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지도교사’ 업무는 ‘나의 자리’·‘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고, 황룡사를 애정 가득한 ‘내 절’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대성사는 제가 어릴 때부터 몇 십 년 동안 다녔던 절이었고,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 주고 예쁘게 봐주셨어요. 그런데 황룡사에 와서는 청년회에 몇몇 아는 분들만 계셨고, 잘해주셨지만 제 스스로 황룡사에서 어떤 일을 찾아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어린이회 지도교사를 맡은 건 저에게 참 다행스런 상황이었죠. 물론 ‘어린이회를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른 동료교사와 함께였기에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었죠. 특히 아이들의 성장에 제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돼서 너무 기뻤어요.”

현재 황룡사 어린이회에는 정효미 교사를 비롯해 총 4명의 지도교사가 있다. 매달 첫째·셋째 주에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1부는 법회, 2부는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회 지도교사들은 황룡사 어린이회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늘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공유한다.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지구온난화·기후변화·바다오염 등 환경 살리기를 주제로 2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자료와 영상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으며, 에코백 만들기·마리모(毬藻, マリモ) 키우기·식물 키우기·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통해 아이들이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모회장을 겸하고 있는 정효미 지도교사는 자모회에서 직접 만든 꽃바구니를 정기법회 때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어린이회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사찰에 비해 어린이회 운영에 있어 재정적 자립도가 높다. 운영비는 주로 2부 프로그램 준비물·공양비·간식비·행사비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매월 첫째 주는 절에서 제공하는 음식으로 점심공양을 하지만, 셋째 주에는 아이들이 원하는 떡볶이·피자·햄버거 등을 지도교사와 자모회원들이 직접 만들거나 구입해 나눠주고 있기 때문이다. 간식 나눔은 처음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님이 어린이 법회 중에 어색하지 않게 해주는 소일거리로도 안성맞춤인데, 이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어린이회 활동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3년째 황룡사 어린이회 지도교사를 맡고 있는 나지현(30) 교사는 “법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려주고, 이를 통해 바른 인성을 가꿀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든 지도교사가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도교사들은 황룡사 어린이회에서 바른 인성을 배운 아이들이 훗날 사회에 나가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선 주지스님, 사찰 간부 등과 원활하게 소통·화합해야 한다. 주지 진철 스님과 어린이회 지도교사·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어린이회를 잘 운영하기 위해선 주지스님, 사찰 간부 등과 원활하게 소통·화합해야 한다. 주지 진철 스님과 어린이회 지도교사·아이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책임 지도교사 조율 역할 중요”

정효미 지도교사가 말하는 어린이 법회 운영 팁은 △아이들과 부모의 입장에서 법회 운영하기 △주지스님을 비롯한 사찰 간부들과 소통·화합하기 △항상 웃으면서 아이들을 이해하기 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분야를 잘 조율하기 위해서는 “책임 지도교사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을 상대로 법회를 진행하려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해요. 내가 세운 계획이라고 해서 내 의견을 밀어붙이면 안 되고, 항상 모든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둬야 하죠. 그리고 어린이회 운영을 위해서는 주지스님은 물론 사찰의 간부님, 법당·공양간 보살님 등 여러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역대 주지스님은 물론 현 주지 진철 스님과 간부님들께서 어린이회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마지막으로 함께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과도 서로 격려하며 한 가족이라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죠.”

정효미 지도교사는 황룡사 어린이회 발전을 위해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어린이회 홍보를 목적으로 부처님오신날 33인등에 소원을 적고, 직접 등을 달아보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회 부모를 사찰로 이끌 방안으로 ‘꽃꽂이’와 ‘사경’을 계획하고 있다. 아이들이 어린이 법회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꽃꽂이와 사경을 통해 평소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신행 활동 속에서 육아정보도 공유한다면 사찰 법회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효미 지도교사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날에도 아이들이 먹을 떡볶이를 만들고, 법회에 참석한 아이들과 부모님을 챙기고, 여러 프로그램을 돕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바람처럼 황룡사 어린이회가 인근 어린이들이 편안하고 자유롭게 찾아올 수 있고, 부모들도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이자 신행 공간이 되길 기원해 본다.

현재 황룡사 어린이회에는 정효미 교사를 비롯해 총 4명의 지도교사가 있다. 이들은 어린이회 발전을 위해 늘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현재 황룡사 어린이회에는 정효미 교사를 비롯해 총 4명의 지도교사가 있다. 이들은 어린이회 발전을 위해 늘 머리를 맞대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황룡사 어린이회는 프로그램 시작 전·후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지도교사들이 어린이와 함께 놀아주고 있다.
황룡사 어린이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환경 살리기’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황룡사 어린이회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환경 살리기’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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