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원인은 탐·진·치
명상의 일상화로 벗어나자

“라아 미사미 나사야, 나베 사미사미 나사야, 모하자라 미사미 나사야.”

이 구절은 ‘신묘장구대다라니’에 포함된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으로 여기서 ‘미사미’는 ‘비상(非常)’·‘독(毒)’ 등의 의미가 있다. ‘라아 미사미’는 탐욕의 독, ‘나베 사미사미’는 분노의 독, ‘모하자라 미사미’는 어리석은 행동의 독이고, ‘나사야’는 ‘낫도록 해주십시오, 벗어나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욕구, 관계에 대한 탐착과 애착,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 등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중독의 원인으로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욕구, 관계에 대한 탐착과 애착,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 등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중독의 원인으로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중독은 질병이다

대비주(大悲呪)의 이 구절에는 ‘탐진치’ 삼독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를 청정하게 하겠다는 서원이 담겨 있다. 동시에 중독을 일으키는 근원이 탐애·분노·어리석음이라는 가르침도 내포하고 있다. 물질에 대한 지나친 욕구, 관계에 대한 탐착과 애착,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 등은 현대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중독의 원인이며, 최근 큰 사회문제로 부각해 사회적 중독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가 마약·알콜·게임·니코틴·카페인·도박·섹스·스마트폰 등 다양한 중독 현상에 직면해 있다. 이들 중독은 처음에는 호기심·즐거움·쾌락 등 사소한 관심에서 출발하였다가 스스로 헤어나기 어려운 질병이 되고 그것이 만연하면서 사회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일반적으로 중독은 신체적 문제를 발생하며 해독제가 필요한 경우의 중독과 정신적 의존증을 일으키며 치료법이 명확하지 않은 중독으로 구분된다. 식중독이나 가스 중독 등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포이즈닝(Poisoning)’이라고 하고, 마약이나 향정신성 약물에 중독된 경우는 ‘어딕션(Addiction)’이라고 하여 다르게 표현한다. 현재 사회문제가 된 경우는 마약·오피오이드·펜타놀 등 향정신성 약물 등을 비롯해 음식·게임 등의 분야에서 다양하게 중독을 일으키는 요소들이다. 이렇게 현대사회는 중독사회라고 규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중독은 질병이다.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치료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중독을 진단하는 국제적 기준으로는 △물질에 대한 강력한 욕구의 발생 △물질 사용에 대한 자발적 통제의 어려움 △해당 물질의 지속적 사용 의지의 형성 △해당 물질 사용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경우, 그리고 점차 필요량이 증가하여 중지 시 금단 현상을 경험하는 정도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중독의 특징은 내성(耐性)·금단(禁斷)·갈망(渴望) 등 세 가지 현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약물에 대한 내성은 효과가 유지되려면 더 많은 양의 약물이 필요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진통제·항암제 등의 사용 시에도 내성이 생기면 용량을 올리거나 더 강력한 종류의 약물을 사용해야만 한다.

금단 현상은 특정 약물이나 대상·행위를 충동적·습관적으로 하게 되며, 이를 중단할 경우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알코올·니코틴·커피 등 기호식품, 진정제·수면제·항불안제·중추신경자극제 등과 같은 약물, 그리고 인터넷·쇼핑·게임·운동·도박 등과 같은 행위와 관련된 경우도 있다. 금단현상은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 데 일반적으로 우울·불안·불면·두통·피로·소화불량·무기력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갈망은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이나 행동을 반드시 다시 찾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갈망은 갈증에서 생긴 소망으로 간절하게 원하고 갖고 싶으나 얻기 어려운 현실적 요인이 작용한다. 갈망은 자신의 내부로 향하는 구도(求道)의 길이 있고, 자신의 외부로 향하는 패도(悖道)의 길이 있다. 구도의 갈망은 서원·원력과 같은 종교적 갈망도 있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지나치면 시야가 좁아지고, 타인의 세계를 배려하지 않는 부정적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패도의 갈망은 먹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은 마음으로 나타나며 이 과정에서 중독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내성·금단·갈망의 현상을 일으켜 중독의 요인이 되는 것은 물질(物質)·행위(行爲)·관계(關係)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 물질적 중독은 약물·음식 등 중독성이 있는 물질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질적 중독은 물질이 몸 안으로 흡수되었을 때 도파민을 생성케 하여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데, 그 물질이 내성을 일으켜 점차 더 많은 양을 찾게 되면서 결국 그 물질에 의존하는 정신적 현상에 직면하게 된다.

둘째, 관계중독은 관계가 깨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트라우마를 일으키고 이것이 병적인 대인관계 집착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계중독은 학대·추방·존엄성 침해 등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위계 사회의 지나치게 엄격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 투쟁과 갈등 및 다툼 현상이 심화되어 생존 불안에 직면한 경우 등에도 관계중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관계중독은 인간관계의 결핍으로 인해 친밀감에 대한 갈망과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함께 작용하며 의존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런 현상은 유년기 성장과정에서 결핍이 심리적 독립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성인이 된 이후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사이버 공간으로 확대되면서 병적인 집착으로 만성적인 외로움, 공허함을 호소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인 쾌락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셋째, 행위중독은 중독성 있는 행위나 매체에 과몰입함으로써 일상의 권태로움을 잊게 하려는 것이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져 정상적인 삶이 어렵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행위중독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음주·흡연·도박·쇼핑·인터넷·게임·가상세계·스마트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음주와 흡연은 빈번한 행위가 반복되면서 물질중독이 함께 일어난다.

고통·즐거움 균형 깨질 때 위험

중독은 ‘뇌’가 하는 일 중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학습 능력과 보상을 통해 균형을 찾으려는 여러 기능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들의 뇌는 쾌락을 느끼는 물질에 반응하게 되면 동시에 고통을 느끼는 물질을 생성하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활성화된 쾌락을 상쇄시키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뇌는 지나친 쾌락도 지나친 고통도 잊게 만들어 항상성을 유지하게 한다.

그런데 마약이나 음식·운동 등에 의해 쾌락 물질을 한 번 맛본 사람은 그것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강렬해지고, 그 뒤에 찾아오는 고통도 커지면서 더 강렬한 쾌락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형성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중독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중독에 크게 관련된 호르몬은 도파민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운동신경 조절, 감정 조절 등의 기능에 관여한다. 도파민은 인간의 의욕·행복·기억·인지·운동 조절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뇌에서 도파민이 너무 과도하거나 부족하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조현병·치매·우울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불교에서는 존재 현상을 오온(五蘊)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온은 색·수·상·행·식으로 물질·느낌·생각·의지·인식 등이 반복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형성 체계를 설명하는 불교적 개념이다. 오온 중에서 수온(受蘊), 즉 느낌의 반복적 경험에는 괴로운 느낌의 고수(苦受), 즐거운 느낌의 낙수(樂受),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사수(捨受)가 있다.

사람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나 압박·우울·불안 등의 괴로움에 직면하면 그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뇌에서 자동적으로 분비됨으로써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즉 뇌는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양을 조절함으로써 고수(苦受)와 낙수(樂受)가 균형을 이루어 자동적으로 사수(捨受)가 되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마약을 비롯한 중독성 물질은 도파민의 분비체계, 분해 후 재흡수 과정을 망가트림으로써 의존성을 높이게 만든다.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데 비하여 이를 억제할 수 없게 되면 쾌락 후에 우울증이 수반되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됨으로써 중독에 빠지는 게 중독의 원리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느끼고 싶지만 그것을 느끼고 난 후의 느낌, 즉 행복의 역치(閾値) 현상, 자극에 대한 반응도 커지기 때문에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고, 그렇지 못하면 삶의 재미가 없어지고 우울한 감정이 일어나게 되는 신경체계를 갖고 있다. 비유로 말한다면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아서 먹을 때는 즐겁지만 바로 녹아 버리듯 사라지는 것과 같다.

최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마약사범으로 검거된 사람은 1만 2,387명이다. 이 중 10대 294명, 20대 4,203명, 30대 2,817명 등으로, 20~30대의 젊은 층의 마약범죄가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20대 연령층에서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이유는 20대가 도파민 생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기 때문인데, 그만큼 중독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대표적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밝혀졌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연스럽게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대표적 방법이 명상이다. 명상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밝혀졌다. ⓒGettyimagesBank

현 사회의 병폐, 개인 노력 중요

현대사회를 중독사회라고 말하는 것은 중독에 빠질 수 있는 물질이나 현상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나타난 사회적 역기능 현상 때문이다. 청소년들이나 청·장년층에서 디지털 중독이 일어나는 것은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는 기회가 증가한 반면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잘 알리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회구성원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정의와 공정이 무너지면서 불평등이 심화되어 피해의식이 증가하는 부분도 특정한 물질이나 영상·행동에 중독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의료기술 만능주의가 횡행하면서 성형수술 중독이 늘어나고, 성형 과정에 사용하는 마취제를 찾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약물중독도 증가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풍요에 대한 열망은 ‘풍요중독사회’를 만들고, 이에 대한 결핍을 정부가 무한 대출로 해결하려는 정책을 펼치면서 빚에 중독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과학만능주의는 기술중독사회를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중독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특히 중독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마약의 경우 1회 투약만으로도 중독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한 마약 성분이 들어 있는 의약품이 넘쳐나기 때문에 개개인이 스스로 조심하고 절제하지 않으면 누구나 중독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중독이든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연스러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명상이다. 명상을 통해 집중된 마음이 계발되면 자연스럽게 도파민·세로토닌·옥시토신 등과 같은 행복호르몬이 분비되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건 의학적으로도 밝혀졌다.

미국의 존 카밧진 (Jon Kabat-Zinn) 교수는 ‘명상에 기반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BSR)’을 개발하여 미국 전역의 병원과 대학에 확산시킨 바 있다. 티베트 불교의 상징인 달라이라마 14세도 자신의 몸을 통해 선정 상태에서 뇌신경과 호르몬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연구하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들이 모여서 명상 수행이 ‘열반’이라는 조건 없는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중독사회에서 벗어나는 길은 명상이 일상화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스스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까지는 자신에게 맞는 올바른 수행법을 선택하고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집중이 상당한 시간 지속될 때 명상을 통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참고 견디는 인내의 시간이 요구된다.

다행스럽게도 전국의 각 사찰에는 기도정진과 참선 등을 통해 불자들에게 명상의 행복을 맛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천태종은 ‘일심청정 관음정진’ 염불 주송으로 불자들을 깊은 삼매의 경지로 이끌고 있다. 그렇지만 명상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에 부합하는 다양한 수행·포교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중독에서 벗어나 열반의 행복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종단과 각 사찰에서 명상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에 더 적극적이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문화치유명상 단체 사단법인 동명 이사장,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재가불자가 되는 길〉·〈둥근 깨달음 천수경〉·〈10분 치유명상〉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현재 수행포교방법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금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