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수(米壽, 88세)가 되는 어머니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다행히 골든타임에 늦지 않아 치료를 잘 받았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현재 ‘존엄 케어’ 시스템을 갖춘 요양병원에 2년째 머무르고 계신다. 이 요양병원에는 60대부터 90대까지의 어르신들이 병실마다 가득 차 있다. 대부분 뇌졸중·뇌경색·파킨슨 질환·치매 등을 겪고 있는 분들이다. 이 병원만 입원환자가 많은 게 아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요양병원은 물론 각종 요양시설마다 환자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2020년 9월말 기준 우리나라 장기요양
우리 집 늙다리소가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했는지, 언제 집을 떠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늙다리소라도 매년 새끼를 낳기 때문에 웬만하면 팔지 않았을 텐데. 아마 형제들 등록금 내는데 보태기 위해 팔았을 수도 있다.저녁이면 마구간 횃대에는 닭이 잠을 잤고, 새벽에는 식구들을 깨웠다. 옆에 매달린 닭 둥지에서는 간간이 달걀을 꺼내기도 했다. 겨울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소죽을 퍼 대나무로 된 소죽통에 나르던 어린 시절 고향 집이 그림처럼 떠오른다.“현탁아, 소고삐 잡고 속새들 밭에 다녀오너라.”증조할아버지는 국민학생인 내게 소를 몰고
구글 초창기 멤버이자 엔지니어인 차드 멩 탄(Chade Meng Tan)은 어느 날 명상이 가진 놀라운 효과에 매료됐다. 그는 구글의 지원을 받아 신경과학자·심리학자·선승(禪僧)의 도움을 받아 명상을 기반으로 하는 감성지능 강화프로그램 ‘내면 검색(Shearch Inside Yourself)’을 만들었다. 차드 멩 탄은 구글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효과를 확인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저술했다. 이 프로그램과 책은 전 세계에 ‘명상 열풍’을 불러일으켰는데, 국내 명상 애플리케이션(Ap
“인구가 팔만 정도인데도 인구 밀도가 매우 조밀한 이 작고 이상한 곳. 바닷가를 따라 마을이 긴 모양으로 늘어서 있어 언제 어디서고 조금만 방향을 틀면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어느 맑은 날, 시내를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울산바위가 어떤 거룩한 속삭임처럼 드러나는 곳. 바다와 이어지는 곳에 바다였던 옛 시간의 흔적이 무려 두 곳이나 호수로 남아 있는 곳. 걸어서 어디든 다다를 수 있고, 그곳으로부터 다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 근래에 스타벅스와 맥도날드가 생긴 곳. 사람들의 말투는 다소 거칠지만 대체로 친절한 곳.”
해가 서산 위에 걸리고, 산그늘이 내렸을 때 인민군이 한재고개를 넘어 마을로 들어왔다. ‘욈소리쟁이’가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높은 목청으로 외쳤다. “인민위원회 회의가 있으니,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거무스레한 그늘이 드리워진 사장 마당에 마을사람들이 모였다. 아버지는 흰 바지와 맨 저고리 차림으로 마을사람 속에 고개를 떨어뜨리고 앉아있었다. 아버지와 더불어 반동자로 지목된 남자들도 보였다. 여섯 마지기 이상 농사를 짓는 사람, 이장이나 어협조합 총대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는 사람은
불교이든 양자의학이든 몸과 마음이 별개이면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유의지를 지니고 있고, 그 자유의지를 이용해 질병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마음을 이용해 육체의 질병을 치료하는 이야기를 말씀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마음(사랑·기쁨·명상·믿음·기도·상상 등)이 뇌를 거쳐 몸과 연결되어 있다는 공식, 즉 마음→뇌→몸의 연결 구조를 글을 읽는 내내 연상해보시기 바랍니다. 조건 없는 사랑은 만병통치약조
쾌락의 극단으로 치닫는 로마인콜로세움 앞에 섰다. 다큐멘터리에서 본 콜로세움에 적용된 과학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로마인들은 서기 72년에서 80년경, 8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높이 48m에 이르는 석조건축을 지었다. 규모만이 놀라운 것이 아니다. 단순하면서 중후한 도리아 양식, 우아하고 섬세한 이오니아 양식, 아칸서스 잎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코린트 양식 등 층마다 다양한 양식의 기둥을 세우고 아치 아래에 아름다운 조각상을 배치했다. 승강기를 만들어 지하에서 맹수와 검투사들이 경기장으로 솟아나오게 했으며, 넓은 경기장을 빠른 시간
길고 긴 밤이 지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눈을 뜹니다. 이른 새벽이면 우리는 부지런히 소리를 내는데 사람들은 이런 우리의 소리를 ‘지저귐’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지저귐을 들으면 누구나 정신이 번쩍 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지저귐에는 중생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아난존자와 두 앵무새의 성불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실 때 남에게 베풀기로는 으뜸인 급고독장자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스님들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급고독장자 집으로 갔고, 장자는 즐겁게 보시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코로나19 여파로 온정마저 ‘꽁꽁’“관음보살 자비 손길이 간절해요”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는 모든 국민을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이들은 소외된 이웃이다. 연말이 다가올 때면 그나마 관심을 보여주던 세상의 온정도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 호에는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기관과 무료급식소를 찾아 후원 감소와 자원봉사자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사정을 들어봤다. ● 노들장애인야학 “장애학생 한 끼
“집안에 불단 조성하면‘신행의 일상화’로신심 굳건해져요!”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고 있다. 집밖으로 나갈 땐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고,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갈 수 없으며, 가족·친구와 모임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일정 인원 이상은 실내 또는 실외 집회도 금지되면서 종교인들의 신행활동에도 비상이 걸렸다.교회 발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非對面)을 위해 온라인으로 법회나 예배를 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도의 평균 연령이 많은 불교계의 입장에서 온라인 법회의 활용도는 낮을 수밖에
세 가지 전도망상 자각시켜그릇된 신앙관 바로 잡아줘마지막 이야기는 ‘승리와 축복의 게송(Jayamaṅgala Gāthā)’ 중 여덟 번째 이야기로 부처님께서 바카 브라흐마신(Baka Brahma)의 망상을 바로 잡아주는 내용이다.부처님 당시 브라흐만교에서는 브라흐마신을 우주의 창조자이자 최고신으로 신앙하고 있었다. 브라흐만교 추종자들은 브라흐마신을 숭배하고 그에게 제사를 지내며 행복을 빌었고, 죽어서는 브라흐마신의 나라에 태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브라흐마신은 오늘날 유일신교의 하나님과 유사했다
19세기 초 영국식민지 시절에 조성다르질링(Darjeeling)은 인도 북동부 서벵골 주에 위치한 도시로 네팔에서 남쪽으로 뻗은 히말라야 산맥 줄기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2,123m에 위치한 이 도시는 세계 3대 명차(名茶) 산지로 유명하다. 면적은 서울의 20분의 1에 해당하는 3,149 k㎡ 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다. ‘다르질링’이란 도시명은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비를 주관하는 신 인드라(Indra)가 항상 지니고 다니는 홀(笏) ‘도르제 링(Doreje Ling, 천둥번개가 머무는 곳)’에서 유래된 티베트어다. 다르질링은
매일아침 예불 올린 참 불자‘한국 상법학의 태두’로 불려무애(無碍) 서돈각(徐燉珏) 박사는 필자의 은사님이다. 제자로 은사님을 추모하는 글을 쓸 기회가 생겨 영광인 동시에 감개무량하다. 무애 선생은 1920년 11월 3일 태어났으니 11월로 꼭 탄신 100주년이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상이 난리를 쳐서 탄신 100주년 기념행사를 하기가 어렵게 되어 무척 안타깝다.필자는 누구보다도 무애 선생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제자로서 합당한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같아 항상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부처님의 위대한 사상을 사해(四
불교 대중화 이끈 신라 최고 학승6년 바위굴 고행 흔적 고스란히원효(元曉, 617~686)는 한국불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고승 중 한 분이다. 스님은 한평생 불교 대중화에 힘썼고, 수많은 저술을 통해 불교 사상의 융합을 모색했다. 스님은 고향인 경북 경산 인근 팔공산 자락의 오도암(吾道庵)에서 몇 년 간의 정진 후 깨달음을 얻는데, 그 유서 깊은 곳에 ‘원효 구도의 길’이 조성돼 있다.‘해골 물’, ‘요석공주(瑤石公主)’, ‘설총(薛聰)’, ‘화쟁(和諍)’, ‘소성거사(小性居士)’……. 신라시대
가족구성원의 취향을 반영하고 주변 마을과 잘 어우러지는 단독주택을 짓는 과정은 분명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이런 집에는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고스란히 깃들어 있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제주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는 이창규(37) 씨를 만났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에이루트(a root architecture)’의 공동대표인 그는 제주에서 지역 건축과 이웃의 삶을 섬세하게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다.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는 감귤 꽃향기를 머금은 나지막한 돌담집이 있다. 소박한 민가 형태의 이 집은 가장 제주다운 공간을 누릴 수 있도
천 년 전 쌓은 2,200여 불탑대평원에 펼쳐진 부처님나라 미얀마의 정식명칭은 ‘미얀마연방공화국’이다. 인구의 89%가 불교를 신앙하는 불교국가로, 명성에 걸맞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찰과 불탑이 있다. 특히 중부 만달레이 지역에 있는 고대 도시 바간(Bagan)은 11~13세기에 건립된 2,200여 기의 불탑이 장엄하는 ‘불탑의 도시’다. 이 도시는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 3대 불교 유적지 중 한 곳인 바간을 연재의 마지막 순서로 소개한다.먼동이 틀 때면 어둠을 뚫고 서서히 드러나는 대지의 기운
〈석씨원류〉는 1486년 조선 성종의 명으로 판각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 됐다가 이후 사명대사가 일본에서 구해온 〈석씨원류〉 1질을 바탕으로 1648년 혹은 1710년 해운 법사와 최서용이 복각했다. 선운사에 보관돼 오던 ‘석씨원류목판(釋氏原流木版,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14호)’은 1980년대 초 관음전에서 일부인 43점이 도난당했다.각 판은 앞·뒷면 모두 판각돼 있다. 하단에는 〈석씨원류〉 본문이, 상단 에는 본문 내용에 해당하는 그림이 조각돼 있다. 목판은 가로 39cm, 세로 29.5cm 크기로 제작됐으며, 총 103매 40
강행복 2003년 作대숲_36x24.5cm 목판
100년 전 영국 식민지 시절 개발고품질 차 연간 5,000톤 생산태국·싱가포르·인도네시아와 국경을 마주하는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시아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적도 부근에 자리하고 있어 연평균 기온이 32~34도를 웃돌지만, 중북부 정글 속 해발 1,500m의 고원지대는 연평균 기온이 15~20도에 불과할 정도로 선선하다. 식민지 시절, 영국인들은 이 비옥한 땅에 차나무를 심었는데, 바로 카메론 하일랜드(Cameron Highlands)다.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홍차의 산지, 카메론 하일랜드 차밭을 소개한다.
우리 집 부엌 안에는 창고를 겸한 골방이 있었다. 신혼의 아버지가 쓰던 방이고, 큰 누님이 태어난 곳이다. 그곳에는 씨앗 자루들, 포개진 곡식 가마니, 쪽파 씨, 마늘씨, 그리고 참깨·들깨 등의 양념재료가 쌓여 있었다. 드나드는 출입문과 뒤란 쪽의 손수건만한 창문은 쥐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 양철로 붙여놓았으므로 한낮에 들어가도 어두컴컴했다. 골방어느 날 오후에 어머니 몰래 쪽파 씨를 훔쳐 화롯불에 구워 먹으려고 들어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곡식 가마니 옆에 누워 있는 누군가의 두 눈이 뒤란 쪽 창문 틈으로 날아든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