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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로나19’ 함께 이겨내요!
  • 조용주·문지연 기자
  • 승인 2020.11.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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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온정마저 ‘꽁꽁’
“관음보살 자비 손길이 간절해요”

세계적으로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는 모든 국민을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이들은 소외된 이웃이다. 연말이 다가올 때면 그나마 관심을 보여주던 세상의 온정도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 호에는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기관과 무료급식소를 찾아 후원 감소와 자원봉사자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사정을 들어봤다. 

 노들장애인야학

2019년 8월 8일 노들장애인야학 개교기념일 행사 후 학생·교사·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

“장애학생 한 끼 식사
후원해주세요!”

코로나19로 전국 대부분의 학교가 문 여닫기를 반복하면서 학생들은 배움에 목마르고,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특히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던 설움과 차별을 겪는 장애 학생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특별한 학교’에 나갈 날을 더욱 간절하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10월 11일을 기점으로 1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장애 학생들은 학교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다함께 기뻐했다. 10월 22일 오후 장애 학생들이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노들장애인야학(교장 박경석, 이하 노들야학)’을 찾았다.

노들야학을 방문한 목요일은 특별활동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목공반 수업을 하고 있는 교실 문을 열자 4명의 학생이 조각칼로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최진학 지도교사에게 학생들이 만들고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우드 버터나이프를 비롯해 나무젓가락과 나무숟가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물건을 만들고 있었다.

목공반 학생들이 집중하며 조각하는 와중에 반대편 교실에서는 “야~ 야~ 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라는 노랫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옆 교실로 가자 노들음악대의 노래연습이 한창이었다. 이들은 10월 23일 열린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무상급식 후원, 2020 평등한 밥상’ 행사 때 부를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연습하고 있었다. 복도에는 한동안 이들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노들야학에서는 국어·영어·수학 등의 과목과 목공·글쓰기 등 다양한 특별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노들야학은 교육의 기회를 놓친 장애인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3년 8월 문을 연 야학이다. 1·2교시(오후 5시~6시 30분)와 3·4교시(오후 7시 30분~9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기초문해(청솔1) △초등과정(청솔2·3) △중등과정(불수레) △고등과정(한소리) 반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70여 명의 장애학생들이 월·화·금요일 기초사회를 비롯해 국어·수학·영어·과학·철학·역사·장애학 등의 과목을 배우고 있다. 또 목요일에는 노들음악대·영화·목공·미술·글쓰기·검정고시 등 학생들이 원하는 특별활동에 참여한다.

노들야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지체·언어·정신·발달 등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등록증을 가진 만 20세 이상 성인으로 배움에 열의가 있다면 누구나 상관없이 학교에 입학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졸업은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해야 하는데,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 노들야학을 12년 동안 다니며 공부하고 있는 장애경(54, 여) 씨는 “어릴 때 몸이 안 좋아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러다 활동가 선생님 소개로 노들야학을 알게 돼 다니게 됐다.”면서 “이곳에서 다양한 과목을 배우고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다. 또 어려운 우리를 위해 무료로 저녁밥을 주니 참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노들야학은 정부보조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중 정부보조금은 학교 임대료와 인건비로 사용되며, 후원금은 학기 중 학생에게 저녁을 제공하는 무상급식에 사용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정부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100%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전적으로 후원금에 의지하기 때문에 노들야학은 후원금 마련을 위해 일 년에 한 번씩 후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노들음악대 특별활동에서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후원자들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다 보니 후원금이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과거에는 가끔 거액을 후원하는 후원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많이 줄어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후원행사도 계속 연기되다가 지난 10월 23일 진행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소규모로 열려 기대만큼 모금을 하지는 못했다.

노들야학 박누리 교사는 “무상급식에 들어가는 금액이 일 년에 약 6,000만 원 정도 소요되는데 이 금액을 모두 후원금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후원금이 많이 줄어든 상황인데, 후원금이 줄어들면 무상급식 운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급식의 양과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급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많은 분들이 후원과 응원을 해준다면 학생들이 급식을 잘 먹고 그 힘으로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모두가 다 어려운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단체에 더 많은 후원과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들야학은 교사와 자원활동가도 모집하고 있다. 교사는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노들야학에서 진행하는 소정의 과정을 한 학기 동안 이수해야 한다. 또 자원활동가는 중증장애인의 활동·수업보조 및 행사보조 등의 업무를 맡는다. 수업(책·교구재), 야식거리 등 소중한 마음을 담은 물품 후원도 가능하다. 후원자들은 기부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고, 소득법상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노들야학의 소식지 계간 〈노들바람〉도 받아볼 수 있다.

예금주-노들장애인야학
국민은행 488401-01-202282
농협은행 029-12-200545
후원문의 02)766-9101

● 홈리스 여성지원센터 ‘화엄동산’

화엄동산 임수영 원장과 입소자들이 직접 만든 천연비누를 판매하고 있다.

“세상 향한 자활의 용기
응원해주세요!”

서울 장충체육관 옆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줄지은 주택 사이에 홈리스 여성지원센터 ‘화엄동산’이 있다. 이곳은 ‘(사)우리는 선우’가 1998년 IMF로 노숙인이 급증하던 시기에 여성노숙인이 최소한의 안전망 안에서 자립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자 세운 자활(自活)시설이다.

‘화엄동산’은 〈화엄경〉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다양한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지내는 세상’이라는 뜻을 담았다. 지하 1층·지상 2층 구조로 최대 15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현재 9명이 입소해 있다.

임수영(56) 원장과 총무 두 사람이 입소자들의 식사준비부터 의료지원·심리치료·자활지원 등 모든 업무를 소화한다. 두 사람이 맡기에는 너무 벅찬 업무여서 청소·조리 등을 도와줄 봉사자를 구해봤지만, 사회적으로 ‘노숙인’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탓인지 봉사자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봉사자가 더욱 줄었다.

화엄동산은 정부에서 입소자 1명 당 월 운영비 79,000원과 식비 약 15만원(아침·저녁, 한 끼 당 2,500원)을 지원받고 있다. 기본 운영비가 지원되다보니 타 단체보다 사정이 나아보일 수 있지만, 공과금·냉난방비·생필품·식자재 구매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정부지침에 따라 사무실·생활실 등을 정기적으로 방역·소독해야 한다. 매일 살균소독수로 청소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외부 방역업체를 이용하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 비용도 만만찮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난방비 또한 걱정이다.

화엄동산 입소자들이 무료급식소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있다.

화엄동산은 부족한 운영비를 후원금으로 충당해왔는데, 코로나19로 다들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갈수록 후원이 감소하고 있다. 임 원장은 “어려운 시기에 후원이 줄면서 운영 전반에 고민이 많다.”면서 “그래도 입소자들의 재기를 응원하는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버텨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는 화엄동산의 운영방식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이전에는 ‘일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입소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와 결핵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아야 한다. 입소 후에는 침대 한 칸과 사물함 등을 배정받아 최대 2년까지 머물 수 있다. 입소자들은 서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코로나19 예방에 더욱 철저하다. 발열체크를 비롯해 몸에 이상이 있는 경우, 사무실에 알린 뒤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화엄동산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지하 생활실을 임시 격리실로 꾸몄다.

임 원장은 입소자들의 지역사회 활동이 줄어든 게 가장 아쉽다고 말한다. 그동안 입소자들은 스스로 사회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무료급식소 배식봉사나 소외계층에 수제 천연비누를 전달하는 등의 여러 활동을 펼쳐왔다. 이러한 활동은 입소자들에게 자활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줬는데, 코로나19 확산 후 지역행사나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스스로가 사회에 필요한 존재고, 돈이 없어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주는 건 정말 중요한 교육”이라면서 “화엄동산 입구에 별다른 간판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도 주위에서 입소자를 ‘노숙인’이 아닌 한 명의 사회구성원이자 이웃으로 보게 하고자 함이고, 입소자도 스스로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라고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화엄동산에서는 독립한 입소자가 다시 거리에 나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다시 시설로 들어올 수 있게 돕기도 한다. 화엄동산에 재입소한 박아름 씨(30대, 가명)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오산 지역의 한 공장에서 근무하다 급작스럽게 일자리를 잃었다. 다시 구직을 해봤지만 쉽지 않았고, 월세가 밀리면서 결국 원룸에서 쫓겨났다. 한 순간에 거리에 나앉은 그녀는 일시보호시설인 ‘디딤센터’를 거쳐 2018년 12월 화엄동산에 입소했다.

(시계방향으로) 화엄동산 2층 생활실의 공동거실. 지하 생활실에 마련된 입소자들의 운동 공간. 2층 생활실 내부. 인터뷰를 하는 박아름 씨와 같은 생활실을 사용하는 입소자.

박아름 씨는 약 5개월간 화엄동산에 머무르다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면서 독립했지만 또다시 직장을 잃고 말았다. 긴급지원을 받았음에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었고, 밀린 월세를 내지 못해 매입임대주택에서 나오게 됐다. 결국 지난 9월 화엄동산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름 씨는 “다시 돌아오게 될 줄 몰랐지만, 화엄동산에 와서 ‘사법통역사’라는 꿈과 정부지원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려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면서 “숙식과 병원비 등 여러 지원을 해줘서 고맙고, 불편한 점이나 힘든 일도 있지만 꿈을 이룬 모습을 상상하다보면 이 정도 불편함은 금세 잊게 된다.”고 말했다.

나비는 번데기 안에서 힘을 기르며 인내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 시간이 지나면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해 비상한다. 화엄동산은 본의 아니게 거리로 내몰린 우리의 이웃들이 사회로 나아갈 힘을 기르는 좁은 공간이다. 이들이 용기와 힘을 길러 다시 날개를 활짝 펼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금자리가 든든하고 따뜻해야 한다.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이 절실하다.

예금주-화엄동산
국민은행 491001-01-301464
우리은행 1005-002-533006
후원문의 02)2642-1363

● 원각사 무료급식소·미아 자비의 집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8월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다시 대체식을 제공했다. 대체식을 받으려는 어르신들이 탑골공원 삼일문 앞에 길게 늘어서 있다.

“주먹밥·도시락은
어르신 유일한 한 끼

코로나19로 인해 무료급식소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급식소를 찾던 어르신들이 끼니 해결할 곳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 일부 무료급식소에서 대체식을 제공하거나 도시락을 준비해 어르신들의 끼니 해결에 나섰다. 그 중 두 곳을 찾아가 봤다.

날이 부쩍 쌀쌀해진 10월 1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주지 원경 스님)’를 찾았다. 한창 대체급식을 만들고 있던 강소윤 총무(53)는 “총 300인 분을 준비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새벽같이 와서 줄을 서는 게 안타까워 오전 7시에 번호표를 130장만 배부하는데, 5분이면 동난다. 번호표를 받은 분들은 주변에 흩어져 계시고, 7시 이후에 오신 분들은 170명 안에 들기 위해 탑골공원 앞에서 줄을 서고 계신다.”고 설명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주먹밥·두유·빵 등으로 구성된 대체식을 제공하고 있다. 주먹밥은 매일 속 재료가 달라지는데, 이날은 ‘야채 주먹밥’이 나왔다. 자원봉사자들은 호박·당근 등의 야채를 먹음직스럽게 볶아 밥에 섞어 야구공만한 주먹밥을 만들었다. 주먹밥 하나로 세끼를 나눠드시는 어르신이 많아 넉넉히 드리려다보니 크기가 점점 커졌다. 주먹밥은 하루에 300~320개 정도 만드는데, 인력과 운영비의 한계로 더 이상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이날 강 총무와 함께 주먹밥을 만든 자원봉사자들은 ‘1365자원봉사자포털’을 통해 온 학생들이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총 32개 봉사팀(1팀당 8~11명)이 돌아가며 봉사를 했는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봉사자가 급격히 줄었다. 코로나19는 후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원각사 무료급식소는 정부 지원 없이 후원금으로 운영해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후원이 전년도 대비 50% 가까이 감소했다. 하지만 급식소 이용 인원은 오히려 늘어 고민이 많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대체급식으로 주먹밥을 만드는 자원봉사들.

오전 10시 30분이 가까워오면 탑골공원 입구에는 줄이 끝도 보이지 않게늘어선다. 어르신들은 종로구청 소속 공공근로자들의 안내에 따라 손 소독과 발열체크 후 탑골공원 대기소에 들어가 앉는다. 3년째 이곳을 찾는다는 이순자(77) 할머니는 매일 오전 4시 30분에 집을 나와 상계역에서 지하철 첫차를 타는데, 종로3가에는 6시 10분쯤 도착한다. 오전 7시에 번호표를 받은 후 대기소 문이 열릴 때까지 꼬박 세 시간 반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이 할머니는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힘들어. 요새는 날이 추워져 더 괴롭지만 누가 이렇게 음식을 주겠어.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는데, 집에 있으면 밥을 못 먹어. 그래도 여기는 밥도 주고, 손소독도 해줘서 좋아.”라고 말했다.

오전 11시 30분이 되자 한 사람씩 순번대로 대체식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한 어르신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그 옆에는 300명 안에 들지 못한 어르신들이 남은 대체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15분도 되지 않아 준비한 대체식 300인분이 모두 동났다. 남은 음식을 기다리던 사람에게는 약간의 빵과 두유가 배급됐다. 자신의 순서 앞에서 음식이 떨어진 한 할아버지는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못내 아쉽다는 듯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김학채 봉사자가 어르신의 체온을 재면 자비의 집 원장 정수 스님은 어르신의 이름과 체온을 기록한 후 도시락을 나눠준다.

10월 12일 월요일 오전 9시,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자비의 집(원장 정수 스님)’ 주변에는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이 거리를 띄워가며 앉아 있었다. 자비의 집에서 월·목요일 두 번 나눠주는 도시락을 받기 위해서다. 원래 도시락은 오전 9시부터 나눠주지만, 이날은 주문한 떡이 늦게 배달되는 바람에 도시락 배급 시간이 늦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채근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팥떡이 도착하자 자원봉사자 김학채(61) 씨가 “어르신들, 차례차례로 오셔서 도시락 받아가세요.”하고 외쳤다. 김학채 씨가 체온계로 어르신들의 체온을 재면, 정수 스님이 어르신의 이름과 체온을 기록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스님은 어르신들의 이름을 묻지도 않고, 얼굴만 보고 명단을 작성했다. 스님에게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누군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여기에 있던 세월이 얼만데 그걸 모르겠느냐.”며 멋쩍게 웃었다.

이날 어르신들에게 드린 도시락은 양념김·팥떡·라면·요구르트였다. 도시락을 받아가는 한 어르신에게 ‘오늘 받은 도시락을 어떻게 드시냐?’고 물어봤다. 어르신은 “여기서 도시락을 못 받아가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버리려고 내놓은 폐기 음식을 먹어야 한다. 목요일까지 아껴서 조금씩 먹는다. 스님 덕분에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먹고 살 수 있다.”며 “급식할 때도 스님이 매일 잘 챙겨줬는데, 코로나19로 어려워지면서 더 챙겨주려고 노력하신다. 참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미아 자비의 집에서 어르신들께 나눠 드리는 간편식.

자비의 집은 1993년 9월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17년째 운영 중인 무료급식소다. 그동안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0여 명에 달하는 독거어르신 및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해왔지만, 코로나19로 2월부터 급식을 무기한 중단했다. 그 대신 도시락을 비롯해 곰탕·추어탕·설렁탕·음료수·떡·김·라면 등 집에서 바로 해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봉투에 담아 전달하고 있다.

도시락은 월·목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비의 집에서 나눠주고 있는데, 등록된 어르신들에게만 제공한다. 직접 배달을 해보기도 했는데, 집에만 있게 된 어르신들이 우울증을 겪는 것 같아 현장 배급으로 전환했다. 도시락 비용은 서울시가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회가 어렵고, 급식도 하지 않다보니 후원금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정수 스님은 “후원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사회가 어려워지면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다. 이분들이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십시일반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금주-사회복지원각
농협 301-0168-4929-11
국민은행 006001-04-282872
후원문의 02)723-6677

예금주-자비의 집
기업은행 005-087161-01-016
국민은행 006001-04-282872
후원문의 02)945-4200

조용주·문지연 기자  smcomnet@naver.com

행복을 일구는 도량, 격월간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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