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내면검색’ 도입한 어플 ‘마음 근육’ 단련 큰 도움

구글 초창기 멤버이자 엔지니어인 차드 멩 탄(Chade Meng Tan)은 어느 날 명상이 가진 놀라운 효과에 매료됐다. 그는 구글의 지원을 받아 신경과학자·심리학자·선승(禪僧)의 도움을 받아 명상을 기반으로 하는 감성지능 강화프로그램 ‘내면 검색(Shearch Inside Yourself)’을 만들었다. 차드 멩 탄은 구글 직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효과를 확인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저술했다. 이 프로그램과 책은 전 세계에 ‘명상 열풍’을 불러일으켰는데, 국내 명상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이하 어플) ‘마보’도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어플 ‘마보’를 실행하면 귀여운 ‘잠보’ 일러스트와 함께 기분·상황·분위기 등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명상훈련 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재생하면 안내 음성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녹음된 음성은 마보지기 유정은 대표의 목소리다.

행복 찾던 컨설턴트가 만든 어플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은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행복은 무엇일까?’와 같은 고민을 한다. 유정은 대표도 어린 시절 이런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고민은 사춘기 이후까지 이어져 그녀를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 입학하게 만들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외국 컨설팅 회사에 입사해 기업의 조직·인사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조언을 해봤고, 시스템도 개선해 봤다. 하지만 개인의 내면이 변하지 않으면 조직 내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을 뿐이다.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더 나은 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서울대학교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여전히 어린 시절부터 해오던 고민에 대한 답을 찾던 중, 우연히 차드 멩 탄의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접하게 됐다. 그녀는 과학과 논리를 바탕으로 소개된 명상과 그 효과에 이끌렸고,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한다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유 대표는 망설임 없이 곧장 차드 멩 탄에게 “한국에 당신의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그녀는 3개월 간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공부했고, 실제로 수련하는 시간을 가진 뒤 2013년 1월 구글 본사로 찾아가 직접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어플 ‘마보’를 출시한 유정은 대표는 2017년 다시 구글 본사에서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고, 올바른 명상을 지도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

유정은 대표는 2013년 10월 15일 한국내면검색연구소를 세웠다. 이후 본격적으로 구글의 ‘내면검색’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명상대중화를 위한 강연과 교육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가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위한 명상 밋업(Meet-Up)인 ‘지퍼즈 서울(gPause Seoul)’을 만들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만난 한 엔지니어로부터 ‘목소리를 녹음해 달라.’는 뜻밖의 부탁을 받는다. 이 엔지니어는 “기존의 명상 어플은 종교 색채가 짙거나, 영어로 되어 있어서 명상을 하기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실마리를 얻은 유정은 대표는 명상을 하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을 위한 어플 제작을 결심했다. 그녀는 ‘지퍼즈 서울’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곧장 어플 구상에 들어갔다. ‘마음챙김 명상을 대중화해서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있었다.

유정은 대표는 어플의 사업성과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고자 베타 버전 어플을 출시한 뒤, 2016년 8월 1일부터 한 달간 ‘와디즈(Wadiz)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목표액은 200만 원으로 ‘마보’ 평생이용권을 내걸었는데 하루 만에 목표액을 넘었고, 총 마감액은 목표액의 723%(1,460만 원)에 달했다. 시장성을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그녀는 2016년 9월 12일 안드로이드용을, 10월 18일 IOS용 어플을 정식으로 출시했다.

어플을 넘어 팟캐스트까지

어플 마보를 출시한 뒤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나서 인생이 변화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유 대표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끼는 한 편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하는 고민과 책임감을 느꼈다. 그녀는 결국 2017년 미국 구글 본사에서 진행한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과정’을 이수해 ‘올바른 방향으로 명상을 지도하는 선생님’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인증을 받았다.

유정은 대표는 명상에 대해 “명상은 외부의 변화를 통해 내면의 고통 원인을 제거하는 게 아니다. 단지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관조(觀照)하는 것”이라 정의하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고 삶의 고통을 인정할 때 진정한 치유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어플 이름 ‘마보’는 ‘마음을 바라보고 통찰해 알아차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어플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에 관한 연구는 이미 뇌과학·신경계·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마보’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운영하고 있다.

또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항목을 선택하면, 실시간으로 같은 내용을 듣는 이용자를 확인할 수 있다. 명상이 끝난 뒤에는 소감이나 고민·느낌 등을 댓글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어플 ‘마보’ 캡쳐 화면. 귀여운 일러스트와 다양한 콘텐츠, 실시간 소통 기능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커뮤니티 기능을 만든 배경에 대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어플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부처님께서 이미 답을 주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교의 삼보[佛·法·僧] 중 승가(僧伽)는 함께 수행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말해준다.”면서 “같은 마음을 가진 공동체와 함께할 때 수행의 효과가 두드러지므로, 사용자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명상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명상을 나무에 빗대 명상 누적시간을 씨앗·새싹·가지·묘목·나무 등으로 등급을 나눴다.

어플 ‘마보’ 이용권은 한 달에 4,900원·1년에 34,000원(월 2,833원)이다. 가입 후 일주일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유정은 대표는 “꾸준히 운동하면 몸에 근육이 붙고 건강해지듯이, 꾸준한 명상도 우리 마음의 근육을 키워 내면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유정은 대표는 명상 대중화와 어플 홍보를 위해 SNS를 적극 활용 중이다. 블로그·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을 통해 명상과 어플을 소개하게 하고, 간단한 소식과 이벤트 등을 올리고 있다. 2018년 9월부터는 팟캐스트(Pod cast)의 일종인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어플 ‘마보’ 콘텐츠 항목 중 일부를 방송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시기에는 네이버가 의료진· 자가격리자 등을 위해 진행한 ‘코로나19 마음처방전 시리즈’에도 참여했다.

새 버전 출시, 명상 대중화에 한걸음

어플 ‘마보’는 출시 후 극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8년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선정 ‘올해를 빛낸 숨은 보석 앱’ 부분 우수상을 수상했다.

유정은 대표는 “지금까지 ‘마보’를 개발·출시·운영하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없었다.”고 답했다. 그녀는 구성원 모두가 ‘큰 회사가 되는 것’이나 ‘엄청난 수익창출’을 마보의 성공으로 생각하지 않고, 명상하는 사람들의 친구 같은 어플로 오랫동안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작은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어플을 만드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은 대표와 어플 ‘마보’를 가꿔나가는 직원들. 왼쪽부터 권기헌(CSO)·신소연(운영)·강소영(일러스트레이터)·유정은(대표)·김신제(개발자)·윤찬식(CTO) 씨. 최근 이다빈(UX/UI 디자이너) 씨가 새롭게 합류하면서 총 7명이 마보를 함께 운영 중이다.

유정은 대표는 ㈜마보와 협업하려는 기업의 러브콜도 많이 받고 있다. 현대·SK등 대기업을 비롯해 경기도 소방서·사회복지센터와 같은 지자체·공공기관 등과도 협업했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와 연계해 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나 코로나19 격리환자에게 1개월 무료이용권을 지원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 중이다.

‘마보’ 출시 이후 유사한 플랫폼을 적용한 명상 어플이 하나 둘 출시됐다. 유 대표는 이를 경쟁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명상대중화’라는 큰 틀에서 보면 목표는 동일하기에 ‘마보’가 좋은 선례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명상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대중화에 조금 더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마보’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새 버전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유정은 대표. 그녀는 처음 어플을 개발하며 팀원들과 나눴던 고민과 목표, 즉 ‘마보’에 대한 초심을 변함없이 지켜나가길 소망한다.

차드 멩 탄은 그의 저서에서 “내면의 행복은 전염성이 있다. 누군가 행복의 빛을 뿜어낼 때 주변사람은 그에게 더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서술했다. 명상은 마음의 근육을 단련해 내면의 힘 기르는 과정이다. 어플 ‘마보’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게 키운 사람들이 뿜어내는 행복과 긍정에너지가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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