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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속 동물마음 엿보기_새(下)“우리의 지저귐에는 부처님 가르침 담겼어요!”

길고 긴 밤이 지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눈을 뜹니다. 이른 새벽이면 우리는 부지런히 소리를 내는데 사람들은 이런 우리의 소리를 ‘지저귐’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지저귐을 들으면 누구나 정신이 번쩍 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의 지저귐에는 중생의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아난존자와 두 앵무새의 성불

석가모니 부처님이 계실 때 남에게 베풀기로는 으뜸인 급고독장자라는 이가 있었습니다. 스님들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급고독장자 집으로 갔고, 장자는 즐겁게 보시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집에는 스님들의 출입이 끊이지 않았고 언제나 법문이 흘러 나왔지요.

장자의 집에는 앵무새 두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 말을 알아들을 정도로 영리해서 장자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앵무새들은 멀리서 스님들이 오는 것을 보면 집안으로 날아가서 알려주었고, 그러면 가족들은 스님을 맞이할 채비를 했습니다.

어느 날 아난존자가 급고독장자의 집을 찾았다가, 영리한 앵무새를 보고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부처님 가르침을 들려줄까?”

그러자 새들은 아난존자 앞에 얌전하게 날아와 앉았습니다. 존자는 말했지요.

“자, 들어보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괴롭지 않은 게 없단다. 이것이 바로 괴롭다는 성스러운 이치[苦聖諦]란다, 그런데 이 괴로움은 그냥 제멋대로 생겨나는 게 아니라 다 이유가 있어서 생겨난 것이란다. 이것이 바로 괴로움은 인연이 있어서 생겨난다는 이치[集聖諦]란다, 중생들은 괴로움이 엄습하면 죽도록 힘들어하지만 이 괴로움이란 것은 소멸하게 마련이란다. 이것이 바로 괴로움은 없어진다는 이치[滅聖諦]이지. 하지만 그냥 없어지지는 않아. 괴로움을 없애는 성스러운 수행이 있는데 이걸 실천해야 한단다. 이것이 바로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이라는 이치[道聖諦]란다.”

아난존자는 사성제(四聖諦)라는 귀한 법문을 새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귀담아 들어야할 것임을 이렇게 앵무새 두 마리에게 몸소 보여주신 것이지요. 아난존자는 법문을 마친 뒤에 당부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너희는 날아다닐 때에도 쉬지 않고 ‘고-집-멸-도’를 외거라. 알았지?”

아난존자가 이렇게 당부하고 떠나자 앵무새 두 마리는 장자의 집 문 앞에 있는 나무로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사이좋게 차례로 나무를 오르내리며 쉬지 않고 지저귀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괴롭지 않을 수 없다-괴로움은 인연이 있어 생겨난 것이다-괴로움은 그 인연이 다하면 사라지게 마련이다-괴로움을 없애려면 수행을 해야 한다.”

앵무새 두 마리는 키 큰 나무를 일곱 차례 오르내리면서 아난존자가 들려준 법문을 쉬지 않고 외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해가 저물어 나무 위 보금자리에 깃들었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바로 그날밤 야생 삵이 새둥지를 덮쳐서 앵무새 두 마리를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다음 날 아난존자가 탁발을 하러 마을로 들어갔다가 이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그는 전날 자신의 법문에 귀를 쫑긋하고 있던 새 두 마리 모습이 아른거려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아난존자는 부처님께 돌아가서 이 사정을 말씀드리며 여쭈었습니다.

“부처님, 제가 사성제를 가르쳐 준 앵무새 두 마리는 어느 곳에 태어났습니까?”

“그들은 너에게서 법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진리를 외운 공덕으로 사왕천에 태어났다. 그곳에서 죽으면 더 높은 하늘로 가서 태어날 것이고, 또 그 하늘에서 죽으면 다시 더 높은 하늘로 가서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일곱 차례 하늘을 오르내리며 긴 수명을 누리고 부족한 것 없이 풍요롭고 안락하게 지낼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이 세상으로 내려와서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며, 그들은 집을 떠나 수행자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앵무새로 있을 때 고집멸도 사성제를 외워 지녔으니 그 공덕으로 마음이 열려서 벽지불이 될 것이요, 담마와 수담마라는 이름으로 불릴 것이다.”(〈현우경〉)

두 앵무새는 비록 전생에는 작은 새였지만 아난존자의 법문을 귀담아 듣고, 일러주신 대로 쉬지 않고 외운 공덕으로 천상에 태어났고, 그리고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나서는 수행자가 된 뒤에 부처님에 버금갈 정도로 도가 아주 높은 벽지불이라는 훌륭한 성자가 된 것이지요.

〈현우경〉에 따르면 급고독장자의 집에 살던 두 앵무새는 아난존자의 ‘사성제’ 가르침을 배운 후 훗날 벽지불이 되었다.

佛說 듣고 천상 태어난 기러기

이런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코살라국 파세나디왕에게 이웃나라에서 새하얀 기러기 500마리를 조공으로 바쳤습니다. 파세나디왕은 기러기들을 그대로 부처님이 계신 기원정사로 보냈지요.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면 절에 있는 스님들이 다 모였는데 기러기 500마리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부처님은 사람이시니 사람의 말로 법문을 하십니다. 그런데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새들이 무엇을 하러 참여했는지 의아하신가요? 부처님은 한 가지 음성으로 설법하시지만 듣는 이는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알아듣고 이해합니다. 그러니 우리 새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처님의 설법음성은 청아하고 고운 새들의 지저귐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500마리 흰 기러기들은 스님들 틈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는 행복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어때? 정말 좋은 말씀이지?”

“맞아. 난 감동했어. 거의 울 뻔 했다니까.”

“나도, 나도…….”

사람들은 기러기들이 일제히 울어대는 소리에 웬 난리인가 싶었지만 사실 이들은 부처님 법문에 받은 감동을 나누면서 행여 법문을 잊어버릴까 자꾸 되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후 오래지 않아 사냥꾼에게 목숨을 잃었지만 이 500마리 기러기들은 하나같이 천상에 태어났지요. 천상의 신으로 태어난 이들은 자신들이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이런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전생에 기러기로 살면서 부처님 법문을 듣고 기뻐한 일 말고는 없는데…….”

그래서 부처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고 사람의 몸으로 변신하고서 지상으로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잡보장경〉에 전하고 있습니다.

지구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동물이 살고 있고 저마다 나름의 소리를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 우리들 작은 새의 지저귐을 듣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근심이 사라진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지요? 우리의 지저귐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랍니다. 방금 들은 아난존자의 법문을 잊지 않으려고 소리 내어 되뇌는 것이요, 부처님 법문을 찬탄하며 기뻐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지요. 근심걱정에 애태우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두려움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숲으로 가서 우리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수많은 경전에서 부처님 음성을 찬탄할 때면 반드시 “가릉빈가 새의 지저귐과도 같아서 청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정토에는 그 어떤 동물도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새만큼은 예외입니다. 흰 고니와 공작과 앵무와 사리조(舍利鳥)와 가릉빈가와 공명조(共命鳥) 같은 여러 새들이 날마다 이른 아침, 한낮, 저녁, 초야(初夜), 중야(中夜), 후야(後夜) 여섯 차례에 걸쳐 아름답고 온화한 소리를 내고 있다고 〈불설아미타경〉에서 일러주고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들이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소리는 바로 37조도품(三十七助道品)이라는 수행법입니다. 극락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청아하면서도 부드럽고 사랑스런 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이면서 부처님 가르침과 승가를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니 새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마음공부를 하고 성불을 향한 공덕을 쌓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극락정토의 새들은 아미타부처님께서 법의 음성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새의 모습을 취한 것이라고 하니 이 또한 기억해야겠습니다.

우리는 다양하게 소리를 냅니다. 나무를 쪼거나 위아래 부리를 맞부딪치거나 꽁지깃을 바람에 떨리도록 하거나 명관(鳴管)이라는 신체기관을 진동하면서 소리를 내지요. 아무래도 좋습니다. 혹시 오늘 아침, 새소리에 잠을 깨셨나요? 그렇다면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라는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지혜를 품으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눈을 뜨신 겁니다. 성실하고 진지하고 행복하게 하루를 살자고 마음을 내셨다면 당신은 이미 아미타부처님의 극락정토에 계신 것이지요.

〈잡보장경〉에는 500마리의 기러기가 불설(佛說)을 듣고 천상에 태어나는 이야기가 전한다. 새떼가 미얀마 양곤의 한 사찰 위를 날고 있다.

이미령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경전번역가이자 불교대학 전임강사, 북 칼럼니스트이다. 현재 BBS불교방송 ‘멋진 오후 이미령입니다’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 〈붓다 한 말씀〉·〈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이미령의 명작산책〉 등이 있다. 또 〈직지〉·〈대당서역기〉 등 많은 번역서가 있다.

글 이미령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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