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의 보급 및 교류를 통해 국가 간 협력을 증진시키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전문기구다. 이 기구는 1972년 채택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에 근거해 인류를 위해 발굴 및 보호·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등재된 세계유산 중 문화유산은 869곳. 이 중 불교문화유산 중 일부를 선별해 소개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다. 자바(Java)섬은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고 그 중심은 족자카르타이다. 자바섬
〈무소유〉란 책을 아시지요? 1976년 4월 15일 범우사에서 초판을 발행한 이후 16쇄를 찍고, 1985년 7월 30일 표지를 바꿔 찍은 2판은 63쇄까지 그리고 1999년 9월 5일 양장본으로 갈아입은 3판은 무려 91쇄까지 나아간 법정 스님의 명저 말입니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도록 더 이상 책을 내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스님께서 남기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200쇄는 족히 넘겼겠지요. 총 35편의 산문으로 이루어진 〈무소유〉는 ‘범우문고 002’란 시리즈 넘버를 달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른바 문고
1965년 가을, 어느 토요일 오후쯤으로 기억된다. 빈 강의실에서 동국대학교 문학동아리 합평회를 마치고 모두들 함께 나오는 길이었다. “자네 우리 집에 한 번 놀러오게.”지도교수로 모셨던 서정주(1915~2000) 선생님께서 나에게 건넨 말이다. 나는 순간 가슴이 뛰고 아찔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합평회에 내놓은 회원들의 작품 중에서 선생님이 호평을 해주신 뒤끝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분의 눈에 들게 되었고, 그 이후로 습작품을 들고 선생님 댁을 드나들게 되었다.집으로의 초대와 술대접선생님을 처음 뵌 것은 그보다 3
아버지는 나보다 세 살 위인 형에게 심부름을 시키곤 했는데, 형은 그 심부름의 임무를 받을 때마다 혼자 수행하려 하지 않고, 나를 손짓해 불러내서 앞장세우곤 했다. 엄존하는 가부장제 속에서, 형의 권력의 영향권 안에 있는 나는 싫든 좋든 형의 명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형이 심부름을 수행하기 위해 나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을 꾸짖으려 하지 않았다. 동생을 제압하고 사는 형의 행위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형의 권력나의 영육(靈肉)의 성장속도는 형보다 빨랐던 듯싶다. 형은 세 살 아래인 나보다 체구가
법회가 열리는 이맘때면 조그마한 다람살라에는 전 세계에서 온 법회 참석자 이외에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달라이라마를 만나 ‘자비’를 배우러 온 이방인들에게 ‘자비’를 구하러 저 아랫마을에서 온 걸인들이다. 며칠 내내 좁은 다람살라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마주쳤던 사람들이라 이미 낯이 익다. 법회가 마치는 시간이면 그들은 어김없이 남걀 사원 앞에서 기다리며 ‘적극적’으로 자비를 구한다. 윤회(輪廻)로 설명하자면, 성하지 않은 몸을 이끌고 길바닥에 앉아 구걸하는 이들은 전생의 업보가 무거워서 일 것이다.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선생님 가신지 어언 1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은 여전히 저희들 곁에 계십니다. 선생님의 수필집 은 출판사가 샘터에서 민음사로 옮겨진 뒤에도 서점의 가판대에 올려 있는 베스트셀러입니다. 선생님은 독자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문학의 불멸성을 누리고 계십니다.선생님께서 사셨던 서울 서초구는 선생님이 생전에 즐겨 걸었던 길을 ‘금아 피천득의 길’로 명명했습니다. 고속터미널에서 이수교차로에 이르는 그 길에 가면 선생님의 좌상과 선생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명문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선생님의 제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금아 피
존경 받는 어른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 되자공자는 서른에 뜻을 세우고 마흔에 미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르렀고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아는 지천명(知天命)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했다. 나는 60이 넘었지만 지천명의 경지는 고사하고 아직 불혹의 경지에도 도달 못한 것 같다. 내 친구는 식당에서 젊은이들이 노인을 욕하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 세상의 어른으로서 젊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는데, 나 자신을 포함해서 노인세대는 어쩌면 과거의 노인과는 달리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세대로 추락해버
육근의 마지막 의근(意根)은 생각과 감정을 포함하는 의식이다. 유식론만큼 깊이 있지는 않지만, 인간 생명을 물심양면으로 관찰하는 한의학은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동일하게 여겨, 인간의 감정과 정신사유 활동을 오장(五臟)과 연계하는 특징이 있다. 지면상 이번에는 감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 감정과 건강의 관계신행과 건강을 해치는 가장 큰 병인(病因)은 바로 ‘화병(Hwa-byung)’과 같은 격한 감정이다. 인간 생명과 생활의 다양한 요소에서, 감정은 품격있는 정신과 건강 생활을 방해하는 최고의 적인 동시에 우리 마음이 여러 물질과 모
나가세나 스님과 토론 끝에 모든 의문 풀고 불교에 귀의알렉산더 대왕의 인도 원정(B.C. 327) 이후 서북 인도는 한때 그리스 왕에 의해 통치됐다. 기원전 2세기 후반 그 지역을 통치한 왕은 그리스계 메난드로스(Menandros)다. 메난드로스는 팔리어로 ‘밀린다(彌蘭陀)’로 번역된다.밀린다왕은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인근에서 태어났다. 왕위에 오른 뒤 영토 확장에 힘을 쏟아 여러 나라를 합병했으며, 유화정책으로 민중의 선망을 얻었다. 또 타고난 경제적 감각으로 부강한 나라를 건설했다. | 나가세나 스님을 만나다밀린다왕은
남방 상좌부불교에서는 “‘나’라는 것에는 실체가 없어 무아(無我)라고 하지만 일반 사물을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법(法, dhamma)은 존재한다.”고 본다. 반면에 북방 대승불교에서는 “아(我)도 공하고 법(法)도 공하다.”고 본다. 즉 일체가 공(空, ..nya)하다고 본다. 현대물리학자들의 견해는 대승불교 쪽에 더 가깝다.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Carlo Rovelli, 1956~ )는 저서 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물질이 소립자로 이루어졌다는 것도 어떤 편의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세상은 그렇게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집안은 물론 풍광이 좋은 곳에 정자를 지어 사색과 풍류를 즐겼다. 아울러 후학을 양성하는 학문의 전당으로도 활용했다. 모함을 받거나 죄를 지어 첩첩산중이나 제주도 같은 섬으로 유배된 이들도 정자를 지어 시인묵객과 교류하며 여생을 보냈다. 개울이나 연못을 건너 정자로 가는 길, 다리는 필수였다. ‘세상과 세상을 잇는 다리’ 마지막 순서로 경남 거창 용원정(龍源亭) 쌀다리, 전남 완도군 보길도 세연정(洗然亭) 굴뚝다리(판석보, 板石洑), 경북 봉화 닭실마을 청암정(靑巖亭) 석교(石橋) 등 선비 정신이 담긴 정자의 다
| 벼랑 위의 성지, 바뇨레지오 시차적응을 하지 못한 탓인지, 낯설음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 밤을 꼬박 새웠다. 그것이 아니라 해도 네댓 시간이 적정수면인 탓에 여행을 가면 새벽에 노트북을 들고 호텔 로비로 가는 것이 일과다. 이번 순례의 짝인 동국대 박경준 교수와는 이미 세계불교학대회 때 여러 날 동침한 경험이 있다. 넓은 도량을 지닌 분이라 그냥 방에서 작업하라 말하지만, 숙면을 방해할 수는 없었다.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졸리지는 않았다. 덕분에 밤새 인터넷을 뒤질 수 있었다.
참 화려합니다. 어찌나 화려한지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누가요?관세음보살, 바로 그 분 말입니다.물론 모든 관세음보살상과 그림이 다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단아하고 소박한 모습도 아주 많습니다. 하지만 경전에서 그리고 있는 그 분의 모습이나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를 보면, 세상의 감탄사를 전부 쏟아내도 모자랍니다. 먼저, 관세음보살의 몸을 그리고 있는 〈관무량수경〉을 보기로 하지요. 무엇보다도 관세음보살은 무척 키가 큽니다. 자그마치 80만억 나유타 유순이나 된다고 합니다. ‘나유타’, ‘유순’에 대한 설명은 접어두더라도 그 키가 80
세계 불교연구센터와 연계폭넓은 지역학적 접근법 통해불교전문가 육성·배출함부르크는 독일의 주요 항구도시로, 대부분의 건물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재건되었기 때문에 세련되고 도회적인 느낌이 든다.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평생교육연구소(UNESCO Institute for Lifelong Learning), 독일 지역학 연구소(GIGA German Institute of Global and Area Studies), 막스플랑크 비교 국제사법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Comparative and Internationa
고즈넉한 한옥 100여 채 품은500년 전통의 호남 3대 名村나주 도래한옥마을은 나주시 다도면 풍산(楓山)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을 뒷산인 감태봉의 물줄기가 세 갈래로 마을을 통과해 ‘내 천(川)’자를 이룬다고 해서 ‘도천(道川)마을’로 불리다가 도내마을-도래마을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마을의 형성은 1480년경 조선 중종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마을에는 문(文) 씨·김(金) 씨·최(崔) 씨 등이 살고 있었는데 15세기 중엽부터 풍산 홍씨(豊山洪氏)의 집성촌으로 바뀌게 된다. 필자의 시조는 고려 고종 때 국학의 직학(直學, 교
불향 따라 세계인 발길 몰려인도는 명맥만 … 불자 1% 미만인도는 불교의 발상지다. 하지만 현재의 인도에는 불교 관련 유적만 산재해 있을 뿐, 불자를 찾아보긴 힘들다. 필자가 처음 인도를 여행한 건 1997년이다. 이후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인도를 여행했다. 짧게는 수십 일에서 길게는 몇 달간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불교의 흔적들을 보고 느꼈지만 그 내용으로 인도불교를 소개하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세계 불교인들이 주목하는 티베트 망명정부인 다람살라(Dharamshala)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마중물은 깊은 땅속에 있는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한 바가지의 물이다. 그 한 바가지의 물이 없다면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물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물 한 바가지를 붓고 펌프질을 하면 지하에 고여 있던 수십 배의 물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이웃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우리 사회의 마중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종합사회복지관은 주로 사업 특성에 따라 사례관리팀, 지역사회조직팀, 서비스제공팀으로 나누어 운영한다. 번동5단지 종합사회복지관도 이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 중인데, 이번 호의
“도깨비들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성정을 가진 족속이다. 도깨비는 암수를 불문하고, 평생 동안 십대 청춘들처럼 피가 끓기 때문에 성정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도록 산만해서 가만히 놔두면 인간 세상에 문득 끼어들어 엉뚱한 사고를 저지르곤 한다. 도깨비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고 감성적인 존재들이다.”나의 할아버지는 우리 민족의 삶 속에 깃들어 있는 도깨비의 존재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했다. 도깨비들의 울력 도깨비나라 정부는 기운이 넘쳐나는 도깨비들을 관리해야 한다. 도깨비들은 인간 세상에 기생하면서 인간 세상의 질서를 헝클
불교 업신여기다, 예언 듣고 귀의대승불교 촉발, 아시아 곳곳에 전파카니시카왕은 쿠샨왕조를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불교에 귀의한 이후 불교를 보호하고, 불교교단에 재정적으로 많은 후원을 했다. 인도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왕과 더불어 불교를 비호(庇護)한 명군으로 추앙받고 있다.| 목동의 깨우침에 귀의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건타라국 도성 포로사포라(현 페샤와르 지역)에 계실 때의 일이다. 성 밖 동남쪽으로 8~9리를 가다 보면 높이가 100여 척에 달하며, 가지와 잎이 빽빽한 보리수가 있었다. 과거 네 분의 부처
흔히 세월을 유수(流水)와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첨단 기술의 발전은 이보다 더 빠른 듯하다. 아날로그 세상이 순식간에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었고,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이젠 LTE 시대조차 넘어 5G 시대다. 첨단 산업분야 종사자들은 이럴 때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았다간 시대의 트렌드를 놓쳐버리게 되고, 트렌드를 읽지 못한 책임은 생존의 위협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치열한 IT분야에서 아이디어로 벤처기업을 일궈낸 청년사업가 고경환(39) 씨다. 벤처기업(venture business)은 첨단 기술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