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바와 사뭇 다른,호연지기 가득한 하회 '안동과 하회마을'그 옛날 안동과 풍산들녘사실 내 고향은 안동에서 100리 쯤 떨어진 경북 영주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을 안동에서 유학하였고, 10년이 지난 뒤에 대학생활을 안동에서 다시 시작하였다. 그 후 줄곧 안동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하회마을 입구로 삶터를 옮긴 상태다. 그러고 보니 안동은 비록 태어난 고향은 아니지만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제2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20년을 넘게 이곳에서 강의하고
지난해 8월 마지막 날. 경주의 이른 새벽 공기는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나선 내게 꽤나 서늘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시간으로 그날 밤쯤 인도에 도착하면 이 새벽의 상쾌함이 그리워질 거라는 동료의 말에 옷 걱정은 접어두었다. 경주에서 인천공항까지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워낙 일찍 일어난 탓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버스는 어느덧 공항에 도착해 있었다.짐을 부치고 인천 발 뉴델리 행 비행기 티켓을 손에 쥐었지만, 여전히 인도에 간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다. 인도불교를 전공한 후, 그에 대한 짧은 지식으로 밥 먹고 살아가고 있지만
세계 3대 종교의 하나로 꼽히는 불교를 연구하는 대학은 세계 각국에 고루 퍼져 있다. 대다수의 불교도는 아시아에 분포돼 있지만 불교학에 대한 연구는 서구가 더 활발하다. 본 연재는 개괄적이나마 불교학 연구로 이름 높은 대학을 포함한 ‘세계의 불교대학’을 소개하며, 특징과 함께 연구성과와 방향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대만(台灣)의 사립종합대학 중 한 곳인 불광대학(佛光大學)은 불광산사(佛光山寺)를 개산한 성운대사(星雲大師)에 의해 2000년도에 ‘불광인문사회학원(佛光人文社會學院)’이란 이름으로 개교했다. ‘의(義) ·
10여 년 전, 인근 앙가국을 복속시킨 마가다국은 성세(成勢)를 누리고 있었다.수도 왕사성의 왕궁, 빔비사라왕의 집무실로 한 신하가 들어왔다. “대왕이시여,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왕사성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빔비사라왕은 부처님의 출현 소식이 놀랍고, 반가웠다.“우리 마가다국에서 가장 큰 교단을 이끄는 깟사빠 삼형제가 일천여 무리를 이끌고 왕사성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무리 중에 부처님이 계시다고 하는데, 삼형제 중 첫째인 우루웰라 깟사빠가 부처님이라는 소문도 있고, 그보다 한참 젊은 수행자가 부
불교교리의 핵심만을 골라 쓴 경전이라는 뜻에서 ‘심경(心境, Heart Sutra)’이라고 부르는 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오온이 공(空, Śūnyatā)한 것을 비추어보고, 온갖 고통과 재액에서 벗어났느니라[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반야심경의 첫머리‘공’은 미묘한 뜻을 갖고 있으나, 일차적인 뜻은 ‘없음’이다. ‘없음’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체 사물에 실체(實體)가 없다.’는 뜻이다. ‘실체’란 ‘다른 사물과 구분되는 성질을 가진
상좌부불교의 종주국매월 음력 보름 ‘포야 데이’에팔계(八戒) 지키며 금욕스리랑카는 인도의 동남단에 위치한 섬나라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인도양의 한복판에 위치해 예로부터 해양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이 되었다. 마르코 폴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극찬했고, ‘신밧드의 모험’에서 신밧드가 보석을 찾아 떠난 섬 세렌디브가 바로 이곳이다. 진귀한 보석과 아름다운 해변,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어 ‘인도양의 진주’란 애칭으로 불려왔지만 불자들에게는 불교왕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불교는 종교 이상이다. 그들
지속 관리 통한 예방이 최선불교는 육근(六根), 즉 안의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외부 경계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기관으로 본다. 즉, 주체성은 없으나 본래 마음의 ‘굴림’ 역할을 충실히 따르는 대행기관으로 본다. 한의학에서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밖으로 하늘의 기운과 통하고, 안으로 생명의 핵심인 오장(五臟)과 직접 연계하므로, 양생(養生)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소중한 기관이다. 눈은 간장, 혀는 심장, 입은 비장, 코는 폐장, 귀는 신장과 기능적으로 연결되므로, 얼굴의 눈 · 혀 ·
친구여, 가까이에 오고 있는가? 겨울은 참 길었다네. 겨울바람은 너무도 가혹했다네.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고, 외로운 사람 더욱 외로운 이 죽일 놈의 겨울은 도무지 해빙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꽁꽁 얼어붙은 연못에 삐쭉 올라 온 어느 짐승의 허연 뼈가 찬바람을 맞고 있었다네.봄은 영영오지 않을 것 같다고생살을 에는 바람을 맞으며강둑에 지는 노을 바라보며그가 고개를 떨구자겨울이 그랬다피하지마그럭저럭지나가는 상처라면그게 상처냐고골수로 파고드는 아픔이살아가는 밑천일 거라고떠나지마서러운 건 잊고행복했던 것만 기억하자내가 좀 심했어가는 길목을
고려불화 배채법 고집내면 표현하는 창조적 감수성 뛰어나 출가(出家)를 한 바 있는 김종우 작가는 30여 년 전 만봉 스님 문하에서 불화에 입문했다. 이후 박정자 선생과 이익상 선생에게 불화를 배웠다. 글씨는 현강 박홍준 선생을 사사했다.그는 전통을 철저하게 탐구하는 동시에 소신을 고집스레 굽히지 않는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전통불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내면세계를 분출하는 직관과 창조적 감수성이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크게 ‘고려불화의 전통을 계승한 표현양
〈법화경〉 28품의 온전한 해설서선화상인 법화경 강설(전 2권)선화상인 강설ㆍ정원규 편역 / 불광출판사 / 7만원 중국 3대 역경가로 평가받는 고승 구마라집(344~413)에 의해 한역된 〈법화경〉은 모두 6만9,384자의 한자가 들어 있는 방대한 경전이다. 한 번 이상 등장하는 한자만도 1,742자다. 양의 방대함은 차치하고라도 온갖 비유로 점철된 경전이기 때문에 행간 하나하나에 숨겨진 뜻을 제대로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법화경〉은 그동안 한문 원본만 있거나 한글 번역만 있는 사경집 또는 독송집
새해가 밝았다.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는 이 시간의 운행 속에서 역주행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상상의 역주행, 과거로 돌아가고자 함이 아니다. 보다 새로운 내일을 향해 상상의 창을 열어젖힌다.지나친 답습과 훈련의 연속이었다. 자유롭고 행복한 정원을 꿈꾸며, 이것이 두 길이 아니길 나에게 간절히 바라며, 괜찮은 것들을 모았다 흐트러뜨리고, 다시 정리해 놓았다 버리고, 또 새로운 것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내 유년의 정원에는 그러한 시간이 갇혀 있었다.나의 고지식함이 제일 불편하다. 하지만 전통에 의한 반복과 연
“어른이 되어서 어떤 사람이 될래?”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 들어본 질문이다. 대통령, 장군, 과학자 등 나름의 꿈을 표현하면, 어른들은 기특해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질문을 하는 어른이 있을까? 그리고 나름의 꿈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또 얼마나 있을까?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고용불안 악화로 청년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겠지만,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고, 어떤 일을 잘하는지’와는 무관하게 명문대, 대기업만을 향해 달리게 한 사회의 업보적 책임은 없을까?우리 사회
사람은 깊은 물이나 계곡을 건너기 위해 돌과 나무로 다리를 만들었다. 다리는 어느 한 곳과 다른 한 곳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라는 이유로 상징적 의미로도 자주 사용됐다. 대표적 예가 사찰에 놓여 중생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 즉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을 이어주는 경우다. 현재 우리나라 사찰에는 옛 다리가 여럿 남아 있다. 어디 사찰뿐일까? 궁궐에도 아름다움을 위해, 한적한 마을에도 백성들의 편리함을 위해 다리는 놓였다. 이런 다리는 대부분 종교적 의미나, 민중의 염원 등 갖가지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옛 다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
내시경 검사는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검사 중의 하나이다. 수면내시경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수면내시경을 하다가 죽기도 하고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는 기사를 보면 왠지 찜찜해서 망설여진다. 수면 내시경을 받는 두 집단에 관한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있다. A그룹은 20분짜리 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처음 10분은 환자를 억지로 고통스럽게 하고, 후반 10분은 의도적으로 편하게 내시경 검사를 했다. B그룹은 반대로 처음 10분은 편하게 검사하고, 나중 10분은 환자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검사를 했다. 검사가 끝나고 두 그룹에게 검사가 어땠느냐
선재동자에게 깨달음의 길 알려주려고사방이 어둑한 가운데 저 멀리 하늘에 두둥실 달이 떴습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달빛 속에서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으니, 관세음보살님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을 보자면, 세상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목에는 아름다운 보석목걸이를 걸었고, 머리에는 화려한 관을 쓰고 계십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차림새 위에 날아갈 듯 가벼운 너울을 쓰고 계십니다. 하늘의 달빛이 그 하얀 너울에 반사되어 화사함을 더합니다. 지금 이곳은 보타락가산. 어둠이
지옥중생을 교화하고자 지옥 문전을 떠나지 않으시고 천 줄기, 만 줄기 눈물을 흘리시는 지장보살. 이보다 더 거룩한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지장보살본원경〉을 보면 문수보살이 “지장보살이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십지보살에 머물면서 교화한 중생의 숫자를 나의 지혜로도 셀 수 없다.”고 말하면서 부처님께 지장보살이 과거세에 지은 공덕을 말씀해주시길 청한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신다.“지장보살이 십지과위를 증득한 이래 교화한 이의 숫자는 항하사수보다 많다.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로 있을 때의 일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장
고사(固辭)의 마음이 있었지만 얼결에 수락을 하다 보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 설렘도 있다. 나는 문학을 공부한 후 아나운서가 되어 방송을 하고, 때로 글을 쓰고 살아왔다. 하지만 주로 남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을 뿐 평론을 하거나 분석을 해 본 적은 없다. 또한 불자로 살아왔지만 기회가 닿아 두어 해 동안 새벽잠에서 깨어 서너 번 〈묘법연화경〉과 〈한글 팔만대장경〉을 소리 내어 읽었던 적 외엔 부처님 말씀을 깊이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런데 앞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연속으로 읽어 드리려니 이 또한 걱정이 앞
김법영전각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3회와 다수의 입선 경력이 있다. 각국 IOC 위원의 전각을 제작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서울 안국동에서 자신의 호를 딴 후재전각실을 운영 중이다.
어떤 대상을 찬탄하고 그 대상에 예경하는 행위는 그 대상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의 표현이다. 특정 대상에 존경과 신뢰를 가지려면 가장 먼저 그 대상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호에 살펴보고자 하는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불보살님이라 할 수 있다.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도 그 명호를 들어보았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다.그런데 막상 ‘관세음보살이 누구인가?’하고 물으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절에 오래 다닌 불자도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나 조석
아들아, 오늘 아침 취업시험을 보러가는 너의 뒷모습이 너무나 짠하게 다가와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는 “이번엔 꼭 합격했으면 좋겠는데…….”하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더구나. 엄마아빠의 이러한 간절함마저도 너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구나.하지만 아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잘 될 것이다. 마음 느긋하게 먹고 긍정적인 자세로 시험에 임하도록 해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눅 들거나 용기를 잃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임하길 바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다.영국의 역사학자 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