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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불교대학1_대만 불광대학불교 공부와 함께 인격 수행도
  • 글 · 사진 송욱희 기자
  • 승인 2019.01.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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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불광대학 캠퍼스.

세계 3대 종교의 하나로 꼽히는 불교를 연구하는 대학은 세계 각국에 고루 퍼져 있다. 대다수의 불교도는 아시아에 분포돼 있지만 불교학에 대한 연구는 서구가 더 활발하다. 본 연재는 개괄적이나마 불교학 연구로 이름 높은 대학을 포함한 ‘세계의 불교대학’을 소개하며, 특징과 함께 연구성과와 방향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

대만(台灣)의 사립종합대학 중 한 곳인 불광대학(佛光大學)은 불광산사(佛光山寺)를 개산한 성운대사(星雲大師)에 의해 2000년도에 ‘불광인문사회학원(佛光人文社會學院)’이란 이름으로 개교했다. ‘의(義) · 정(正) · 도(道) · 자(慈)’를 건학이념으로 삼고 있으며, 2006년 ‘불광대학(佛光大學)’으로 명칭을 바꾸고, 2007년 불교학과를 신설했다. 지난해 11월 ‘세계의 불교대학’ 취재를 위해 대만 불광대학을 찾았다.

| 성운대사 원력으로 2000년 개교

천태종립 금강대학교 불교학과 재학시절 1년 간 머물렀던 타이페이[台北]를 10년 만에 찾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과 달리 타이페이 중심가는 널찍한 주황색 지붕으로 덮인 기차역, 대만의 랜드마크 101빌딩, 미츠코시백화점, 그 뒤편의 쇼핑거리 모두 그대로였다. 마치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 반갑고 익숙한 풍경이었다.

타이페이 기차역에서 이란현(宜蘭縣) 자오시[礁溪]로 가는 기차를 탔다. 대만 불광산사에서 설립한 불광대학이 있는 자오시는 타이페이의 남서쪽에 있는 소도시로 온천이 유명하다. 시외버스로 1시간, 가장 느린 기차로는 2시간이 걸린다. 느릿느릿한 기차 안에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임미산(林美山) 꼬불꼬불한 산길을 한참 오르면 불광대학 정문이 보인다.

이튿날 오전, 한국인 유학생 K가 알려준 버스정류장에서 20NTD(New Taiwan Dollar)를 내고 학교 셔틀버스를 탔다. 버스는 기숙사 ‘임미료(林美寮)’ 앞에 정차해 학생을 가득 태우고,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이나 올라갔다. 버스를 탄지 20분쯤 지났을까. 불광대학 정문과 함께 검고 긴 담벼락이 펼쳐졌다. 이 담벼락에는 불광대학에 보시를 한 수만 명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불광산사를 개산한 성운대사는 1996년 3월, 매달 100NTD(현재 한화로 약 3600원)으로 누구나 꾸준히 후원할 수 있는 ‘백만인흥학위원회(百萬人興學委員會)’를 결성했다. 이런 대만불자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원력은 불광대학 발전과 재학생을 위한 기금 조성에 큰 힘이 됐다. 또한 이 기금은 불광대학을 비롯해 대만 자이(嘉義)에 위치한 남화대학(南華大學), 미국 서래대학(西來大學), 호주 남천대학(南天大學), 필리핀 광명대학(光明大學) 등 불광산사에서 설립한 5개 학교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버스는 정문을 통과한 뒤 백만인흥학회관(百萬人興學會館, 후원자기념관 및 숙소) · 운혜루(雲慧樓, 창의과학학원) · 남자기숙사 · 운수헌(雲水軒, 불교학원) · 적수방(滴水坊, 채식식당) · 회은관(懷恩館, 실내체육관) · 교사기숙사 · 운오관(雲五館, 도서관) · 여자기숙사 · 덕향루(德香樓, 사회학원) · 운기루(雲起樓, 행정 · 인문학원) 등 주요 대학 건물을 차례차례 지나갔다. 해발 430m 임미산(林美山)과 57만㎡의 대학 면적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자오시 시내에서 정문 입구까지의 거리와 넓은 교내에 띄엄띄엄 세워진 건물을 감안할 때, 셔틀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자동차나 오토바이 이용은 불가피해 보였다.

불광대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인문학 강의동 ‘운기루(雲起樓)’.

| 불교학도, 엄격한 기숙사 생활

본 기획 취지에 맞게 먼저 불교학과에 대해 알아보자. 불광대학은 불교정신으로 개교한 학교지만, 불교학과의 개설은 조금 늦은 2007년이다. 현재 불교학과는 학부생 107명(외국인 50명), 석사생 56명(외국인 20명), 박사생 25명(외국인 9명) 등 총 188명이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30~4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불교학과 학부생 및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은 기대 이상이다. 다른 학과와는 달리 매년 10만NTD(한화 약 360만원)의 불학청영장학금(佛學靑英奬學金)을 받는데, 사립대학이면서도 국립대학 등록금 수준이기 때문에 장학금으로 기숙사 비용 일부까지 충당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신 불교학과 재학생은 교내기숙사 생활이 의무사항이다.

매일 오전 6시 45분, 불교학과 학생들은 아침예불에 참석해 경전을 독송한다.

기숙사생은 매일 아침예불에 참여해야 하고, 아침 · 점심 · 저녁 식사당번을 정해 공양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 불자들의 보시로 식재료를 구입하고, 스님의 지도 아래 준비하는 공양은 당연하게도 채식식단이다. 식사당번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돌아오는데, 아침당번일 경우에는 아침예불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예불 및 공양은 남녀가 다른 공간에서 행하고 있다.

기숙사 식사당번이나 아침예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학부 재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엄격한 편이다. 이밖에도 학교에서는 △일일좌선체험 △사찰연수 △다선일미(茶禪一昧) 차 시음 △불교학술대회 등 다양한 활동을 장려 · 지원하고 있다. 국제적 규모의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종교학연구소(宗敎學硏究所)’와 ‘불교전문도서관’도 별도로 운영 중이다.

불교학과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이른 아침, 운수헌 법당에 도착했다. 비구니 스님과 불교학과 여학생들이 의복을 갖추어 입고 복도에 마주보고 서서 예불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6시 45분, 나무판을 두드려 예불의 시작을 알리자 학생들이 차례차례 법당으로 들어왔다. 약 30분간 염불을 하고, ‘아미타경’을 독송했다.

예불을 마친 후 공양실로 이동해 자리에 앉은 후 다함께 공양게를 읊었다. 학생들은 식사당번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을 만큼 접시에 덜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조용한 가운데 식사를 했다. 공양을 마친 뒤에는 공양실 밖에 있는 싱크대에 사용한 접시를 씻어 놓고 나왔다.

아침예불이 끝난 직후 대중식당으로 이동해 아침공양을 한다. 사진은 공양하기 전 공양게송을 외우는 모습.

공양실 앞에서 인도 뭄바이 출신으로 현재 대학원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는 아시니(Ashwini)와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불광대 불교학과에 진학한 것과 대학생활을 아주 만족해했다.

“세계 여러 대학에 원서를 넣었는데, 종교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불교학을 배우기에 이곳만큼 좋은 조건은 없었어요. 장학금을 지원해주는 덕분에 학비에 대한 부담을 덜었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기숙사 생활과 아름다운 자연환경도 좋습니다. 특히 석사과정은 중국어 트랙과 영어 트랙 두 형태로 개설되어 있는데, 중국어가 취약한 저의 경우는 모든 수업을 영어로 듣고, 영어로 졸업논문을 쓸 수도 있습니다.”

영어로 대학원 수업을 진행하는 덕분에 이탈리아 · 말레이시아 · 헝가리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불교학을 전공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꿈을 키우고 있다. 아시니는 기숙사 내부도 안내해주었는데, 학부생일 경우는 4명, 대학원생일 경우는 2명이 함께 방을 쓰고 있었다. 4인실의 경우에는 개인 책상과 옷장위에 침대가 올려져있는 블록형태로 만들어져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는데, 각자의 구역이 정확하게 구분돼 있었다.

2018년 가을, 좌선 체험을 하고 있는 불광대 불교학과 학생들.

| 수업참관 - 배움과 실천이 접목

현재 불교학과에서는 만금천(萬金川) 불교학원장, 곽조순(郭朝順) 학과장을 비롯한 11명의 교수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교수들 중 과반수가 미국 버지니아대 · 영국 런던대 · 독일 함부르크대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문대 유학파 출신이다. 캐나다 맥마스터(McMaster) 대학교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증치면(曾稚棉) 교수의 배려로 ‘〈법화경〉 강독’ 수업을 참관했다.

한 학기동안 〈법화경〉 28품을 읽어가는 수업인데, 이날은 ‘궁자(窮子)의 비유’로 유명한 제4 신해품을 배울 차례였다. 학생들은 교재 대신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보며 수업을 했는데, 수업을 시작하기 전 인터넷 드라이브에 업로드 된 강의 자료를 다운받아 예습을 하고, 수업교재로 쓴다고 했다. 대만 · 한국 · 말레이시아 ·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출 · 재가자 17명이 강의실에서 증치면 교수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나누었는데, 유쾌한 얼굴로 크게 웃기도 하는 등 분위기는 밝았다.

증치면 교수의 ‘<법화경> 강독’ 수업.

불광대학에서 4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 증(曾) 교수에게 불광대학과 다른 대학의 차별성에 대해 질문했다. 증 교수는 ‘불교학을 배우는 동시에 인격을 함께 수양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침예불 · 공양 준비 · 봉사활동 · 공동체생활을 통해 학생들은 ‘아는 불교’가 아닌, ‘실천하는 불교’를 배우고 익힌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수업시간에는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수업시간에는 학생들이 〈법화경〉 내용과 사상을 배우고,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도록 가르치고 있어요. 학생들 중에는 종교가 없거나, 종교가 다른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지도합니다. 경전을 ‘신앙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고대 문헌이자, ‘연구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죠. 종교를 떠나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법화경〉에 담긴 지혜를 배워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된 배움은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하고, 내면의 변화를 통해 행동의 변화로 표출되어야 한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증 교수님의 말은 불광대학이 추구하는 방향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학문의 습득만큼이나 중요한 ‘인격의 성숙’을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교육제도에서 놓치고 있는 게 새삼 안타까웠다.

불교학과 석사과정에서 영어트랙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맨 왼쪽이 인도 뭄바이에서 온 아시니(Ashwini).

| 채식학과 신설, 체인점 ‘적수방’과 연계

이번 취재에는 유학생 K씨의 도움이 컸다. 그와 불교학 강의동 운수헌(雲水軒) 앞에서 만나 학교를 둘러본 후 점심으로 교내 채식식당 ‘적수방(滴水坊)’에서 돈가스 정식을 먹었다.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채소로 만든 돈가스였다. 대만에서는 종교적 신념 또는 건강상의 이유로 채식이 널리 인기를 끌고 있다. 채식 전문식당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식당에서 채식을 요청하는 일이 크게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대만국적기 ‘중화항공’에서 채식 기내식을 별도로 제공하는 점도 동일한 맥락의 경우다.

규칙적인 생활, 채식 실천 및 공양 준비, 봉사활동은 인격을 수양하는 여러 방편이다.

채식의 대중화에 따라 불광대학도 2013년 ‘건강 · 채식산업학과[健康與創意素食產業學系]’를 신설했다. 이 학과는 불광산사가 대만 전역에 걸쳐 운영 중인 채식식당 적수방(滴水坊)의 운영과 새로운 채식메뉴 연구 ·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대만은 인도에 이어 채식 인구비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국민의 약 14%)로, 채식문화는 대만인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불광대학은 불교학과와 채식학과 이외에도 △중국문학 · 응용학과 △역사학과 △외국어문학과 △문화자산 · 창의학과 △방송학과 △정보응용학과 △제품 · 매체설계학과 △미래 · 웰빙산업학과 △사회학과 △심리학과 △관리학과 △공공사무학과 △응용경제학과 등 15개의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학부생 3000여 명, 대학원생 580여 명이 재학 중이며, 교수는 170명 정도 된다.

불교전문도서관에는 각종 언어로 된 불교경전과 불교학 관련 전문서적이 가득하다.

짧은 기간의 취재였기에 불광대학 불교학과 이외에는 개괄적으로도 살펴보지 못했다. 하지만 불교학과 재학생이라면 신앙적 측면에서 입학했든, 학문적 측면에서 입학했든 간에 예외 없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소속돼 그 안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과 의무를 배우고 있었다. 위대한 스승, 부처님의 가르침을 학문의 영역에서 배우는 동시에 배운 바를 실천하고, 이를 통해 내면을 변화시키려는 여러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 나은 인간을 만들겠다.’는 교육 목표와 설립 취지가 잘 지켜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교학으로 이름난 대학은 서구에 많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불교의식을 행하고, 엄격한 규율 안에서 불교정신을 습득하도록 이끌어주는 대학은 찾아보기 드물다. 수많은 대만불자들의 간절한 염원으로 세워진 불광대학의 남다른 교육방침이 훗날 좋은 결실로 사회와 세계에 환원되길 기대한다.

수업을 듣기 위해 불교학 강의동 ‘운수헌(雲水軒)’으로 향하는 학생들.

글 · 사진 송욱희 기자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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