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오장육부의 거울

지속 관리 통한 예방이 최선

불교는 육근(六根), 즉 안의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외부 경계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기관으로 본다. 즉, 주체성은 없으나 본래 마음의 ‘굴림’ 역할을 충실히 따르는 대행기관으로 본다. 한의학에서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밖으로 하늘의 기운과 통하고, 안으로 생명의 핵심인 오장(五臟)과 직접 연계하므로, 양생(養生)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소중한 기관이다. 눈은 간장, 혀는 심장, 입은 비장, 코는 폐장, 귀는 신장과 기능적으로 연결되므로, 얼굴의 눈 · 혀 · 입 · 코 · 귀 등 오관(五管)은 건강 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불제자로서 신행과 양생에서 육근을 ‘온갖 경계에 집착하지 않도록’ 제대로 사용 · 관리하는 생활실천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6회에 걸쳐 ‘육근으로 보는 건강’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최근 고령화와 함께 눈의 건강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눈은 한 번 나빠지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관리와 예방이 무척 중요하다. 눈은 오관(五官)의 하나로 사람의 전체적인 기운과 마음을 반영한다. 그래서 눈을 통해 신체의 삼보(三寶)인 정기신(精氣神)은 물론 오장육부(五臟六腑)와 십이경락(十二經絡)의 상태도 관찰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눈의 질병은 외부 감염, 피로와 영양 부족, 과도한 업무로 인한 눈의 혹사, 스트레스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다. 실내 작업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은 사무직은 눈을 많이 사용하므로 특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 또 노화로 인해 정기(精氣)가 고갈될 때도 눈의 피로와 질환이 올 수 있다.

| 눈 건강과 음식

눈의 건강은 혈액이나 영양상태와 관련이 깊어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 눈에 좋은 음식은 간장과 비뇨생식기의 정기(精氣)를 저장하도록 도와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눈의 건강은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 외에 노화와 관련이 깊다. 노화는 간신(肝腎)의 정기 부족이 근원적 요인이다. 정기(精氣)는 두뇌의 활력, 성적 에너지, 체력 등의 바탕이 되므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데, 음식으로 보완할 수 있다.

음식 섭취는 개인의 몸[五臟六腑] 상태나 계절(기후)에 맞춰 고르게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음식의 섭취는 내부의 기운에 상응하여 정기를 보강하는 방법이다. 가령 눈에 좋은 음식을 사상체질로 살펴보면, 소음인은 부추 · 양배추 · 시금치 · 들깨기름 · 고추 · 닭백숙 또는 삼계탕 · 생태탕 · 인삼 · 홍삼 · 대추 · 건강 · 계피 등이 좋다. 소양인은 상추 · 케일 등의 쓴맛이 나는 채소와, 녹차 · 숙주나물 · 빈대떡 · 우엉 · 팥죽 · 참깨기름 · 생선회 · 돼지족발과 수육 · 구기자 · 산수유 · 우엉씨앗 등이, 태음인은 당근 · 호박 · 콩 · 된장 · 두부 · 소고기 · 마 · 연근 · 잣 · 결명자 · 연한 원두커피 등이, 태양인은 모과 · 오가피 차 · 포도 · 냉이나물 · 대합조개국 등이 알맞다.

제철 음식은 자연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있다. 따라서 인체의 정기를 보충하는 훌륭한 재료가 된다. 체질에 맞는 음식 섭취가 신체 내적인 적응이라면, 제철 음식은 외적 적응인 셈이다. 또한 음식의 고른 섭취는 인체 소화기의 구조적 특징이나 치아 건강을 감안해서도 당연히 필요하다.

반대로 기름진 음식과 술을 과다하게 먹어 몸에 습열증(濕熱證, 과잉 수분과 탁한 기운이 변하여 생기는 노폐물+발열 증상)이 일어난다. 이 경우 눈의 건강을 해치고, 심한 경우 고질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양기를 돋우는 음식이나 보약을 먹고도 눈 건강에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습열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눈 건강에 좋은 차는 국화 · 결명자 · 뽕나무 가지와 뽕잎 차 · 오미자 차 등이다.

| 눈 운동과 지압

눈의 건강은 말초혈액순환과 연관되므로, 눈 운동과 지압이 좋다.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에 손바닥을 36회 정도 비빈 다음 따뜻한 손바닥을 양 눈에 대고 지그시 누른다. 이 상태로 눈동자를 8∼36회 가량 상하좌우로 회전운동(눈알 돌리기)을 한다. 그 다음에 편한 손가락으로 양 눈 주위를 돌아가며 3∼5분가량 마사지한다. 특히 콧등과 경계되는 양 눈의 안쪽 부위를 충분히 지압한다. 마무리는 눈꼬리와 귀 사이에 혈관이 박동하는 태양혈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1분 가량 3∼5회 지압하면서 마친다. 안경을 벗어놓고, 하루에 오전 · 오후 · 저녁으로 세 차례 정도 실시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눈이 심하게 피곤하다면, 뒷머리의 정중앙에서 좌우 약 1cm 부위의, 머리카락이 시작하는 곳에서 약간 윗부분으로 올라가면서 1cm 간격으로 3∼5군데 정도를 양손 엄지로 강하게 1분 가량 지압한다. 또 손바닥 가장 안쪽 오목하게 들어간 노궁(勞宮) 경혈 자리를 번갈아 가며 엄지로 강하게 1분씩 지압한다. 그 다음에 양손 손가락의 손톱 마디 부분을 엄지에서 새끼손가락의 순서로 정성껏 주무른다. 좌우 발가락도 마찬가지로 하면 더 좋다.

| 눈 건강 위한 생활습관

눈의 건강은 간장(肝臟)의 기능과 관련이 깊은데, 간의 건강은 수면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계절에 맞게 잠자고 일어나는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봄에는 해가 저물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며, 여름과 가을에는 늦은 밤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며,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유익하다.

또 평생 지켜야 하는 양생의 금기가 있는데, ‘밤에 촛불을 켠 채 방사(房事)를 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부부관계를 할 때 밝은 조명은 정기를 손상하고 눈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회피하라는 의미다. 이 때는 혈액 순환을 담당하는 간장 기능이 저하하고, 인체를 방어하는 면역기능이 떨어지므로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 차갑거나 축축한 습도 등도 해롭다. 이렇게 남녀가 관계를 맺을 때 빛의 차단은 아주 중요한 양생법이다. 그래서 ‘태교 포교사’임을 자처하는 필자는 난임 부부에게 성관계 때 조명은 물론이고 눈을 감으라고 권유하기까지 한다.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해도 정기가 흩어지고, 과도하게 마음을 써도 눈과 귀가 흐려진다. 양생법을 잘 실천하는 사람은 늘 생각, 걱정, 욕심, 일, 말[言], 웃음, 근심, 즐거움, 기쁨, 노여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이 12가지를 줄이자는 말은 바로 평정심을 유지하여 온갖 모습에 집착하지 않고, 생명에너지의 소모를 최소화해, 건강과 장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기를 절약하자는 뜻이다.

우리가 양생을 실천해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노화는 일어난다. 이 노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신체와 정신을 힘들게 하는 ‘무리하는’ 것과 ‘계속하는’ 것이다. 일상에서 어떤 동작이나 작업을 몇 시간씩 그리고 수회에 걸쳐 계속하고, 결국은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무리하면 건강에 이상신호가 나타난다. 한의학은 이런 만성 소모성 질환을 ‘허로(虛勞)’, ‘노권(勞倦)’이라고 부르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 이런 질병에서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부분도 눈이다. 과도한 일로 인한 과로에 대한 대안은 바로 휴식이다.

| 욕심의 절제도 유익

눈의 건강과 예방에서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마음 씀씀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말하는 심화는 눈 · 심장 · 두뇌에 타격을 준다. 그러므로 스트레스의 통제에는 부처님의 청정광명한 평정심으로 끈기 있게, 절제를 통해 억누르는 방법이 최고다. 한의학에서는 욕심의 절제를 통한 심화의 조절을 주장한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정력을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눈의 건강을 해친다. 그래서 욕심의 절제가 제대로 안되면 울체(鬱滯)된 허화가 생겨 심장 · 신장 · 간장의 양기를 소모하여 정력이 감퇴되고, 신체와 눈의 노쇠가 빨리 오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 부처님의 청정광명한 평정심으로 수행을 제대로 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심화를 조절할 수 있다. 즉, 신체의 상초에서 가슴이 시원하게 청심(淸心)하고, 중초에서 소화가 잘 되어 통중(通中)하고, 하초에서 비뇨생식기의 열기와 정기가 보강되어 온하(溫下)한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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