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교리의 핵심만을 골라 쓴 경전이라는 뜻에서 ‘심경(心境, Heart Sutra)’이라고 부르는 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 오온이 공(空, Śūnyatā)한 것을 비추어보고, 온갖 고통과 재액에서 벗어났느니라[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반야심경의 첫머리‘공’은 미묘한 뜻을 갖고 있으나, 일차적인 뜻은 ‘없음’이다. ‘없음’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체 사물에 실체(實體)가 없다.’는 뜻이다. ‘실체’란 ‘다른 사물과 구분되는 성질을 가진
지속 관리 통한 예방이 최선불교는 육근(六根), 즉 안의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를 외부 경계를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기관으로 본다. 즉, 주체성은 없으나 본래 마음의 ‘굴림’ 역할을 충실히 따르는 대행기관으로 본다. 한의학에서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밖으로 하늘의 기운과 통하고, 안으로 생명의 핵심인 오장(五臟)과 직접 연계하므로, 양생(養生)에서 으뜸으로 여기는 소중한 기관이다. 눈은 간장, 혀는 심장, 입은 비장, 코는 폐장, 귀는 신장과 기능적으로 연결되므로, 얼굴의 눈 · 혀 ·
선재동자에게 깨달음의 길 알려주려고사방이 어둑한 가운데 저 멀리 하늘에 두둥실 달이 떴습니다. 달빛이 은은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달빛 속에서 환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이가 있으니, 관세음보살님입니다.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을 보자면, 세상 그 누구보다 화려하게 차려 입었습니다. 목에는 아름다운 보석목걸이를 걸었고, 머리에는 화려한 관을 쓰고 계십니다. 눈부시게 화려한 차림새 위에 날아갈 듯 가벼운 너울을 쓰고 계십니다. 하늘의 달빛이 그 하얀 너울에 반사되어 화사함을 더합니다. 지금 이곳은 보타락가산. 어둠이
지옥중생을 교화하고자 지옥 문전을 떠나지 않으시고 천 줄기, 만 줄기 눈물을 흘리시는 지장보살. 이보다 더 거룩한 이야기가 또 있을 수 있을까? 〈지장보살본원경〉을 보면 문수보살이 “지장보살이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십지보살에 머물면서 교화한 중생의 숫자를 나의 지혜로도 셀 수 없다.”고 말하면서 부처님께 지장보살이 과거세에 지은 공덕을 말씀해주시길 청한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설하신다.“지장보살이 십지과위를 증득한 이래 교화한 이의 숫자는 항하사수보다 많다. 하물며, 성문이나 벽지불로 있을 때의 일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장
고사(固辭)의 마음이 있었지만 얼결에 수락을 하다 보니,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 설렘도 있다. 나는 문학을 공부한 후 아나운서가 되어 방송을 하고, 때로 글을 쓰고 살아왔다. 하지만 주로 남의 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을 뿐 평론을 하거나 분석을 해 본 적은 없다. 또한 불자로 살아왔지만 기회가 닿아 두어 해 동안 새벽잠에서 깨어 서너 번 〈묘법연화경〉과 〈한글 팔만대장경〉을 소리 내어 읽었던 적 외엔 부처님 말씀을 깊이 공부한 적도 없다. 그런데 앞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느낄 수 있는 책을 연속으로 읽어 드리려니 이 또한 걱정이 앞
어떤 대상을 찬탄하고 그 대상에 예경하는 행위는 그 대상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신뢰의 표현이다. 특정 대상에 존경과 신뢰를 가지려면 가장 먼저 그 대상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호에 살펴보고자 하는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더불어 한국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불보살님이라 할 수 있다. 불교를 신앙하지 않는 사람도 그 명호를 들어보았을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다.그런데 막상 ‘관세음보살이 누구인가?’하고 물으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절에 오래 다닌 불자도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나 조석
백성의 편에서 구상한 화폐 주조의천 스님은 송나라에 머물 때 불교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의 실물 경제도 유심히 관찰해 고려의 대표적인 화폐인 해동통보(海東通寶)를 유통시키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송나라의 수도인 개봉을 비롯해 여러 도시와 항구를 방문하면서 사람들이 화폐를 매개로 물건을 매매하는 모습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참으로 신기하구나.”어느 날 의천 스님이 인파로 북적이는 개봉의 시장거리를 유심히 관찰하며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곁에서 수행하던 제자 수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스님, 무엇을 보셨기에 신기하다고
“인류 넘어설 인공지능 대비책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공유”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1973년생으로 스웨덴의 철학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교수이자, 옥스퍼드대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 소장이다. 2005년 설립된 이 연구소는 미래학자, 엔지니어, 경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측 · 연구하는 곳이다.그는 미국의 외교전문지가 선정한 ‘세계 지성 100인’에 두 차례나 이름을 올렸는데, 철학자로
왕꽃우물 광장 건널목을 지납니다.9월입니다.가혹했던 여름 폭염의 흔적은 기억을 잃어버린 듯 하늘 높이 뭉게구름 둥실 띄운 채, 아무렇지도 않게 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렸네요.건들건들 부는 가을 건들바람에 살살이 꽃이 흔들리고 있어요.광장에 들어서자 재즈바이올린 소리가 점점 가까워집니다.Les Feuilles mortes 枯葉 가을이면 어김없이 들리는 샹송이죠.“나를 사랑했던 당신, 당신을 사랑했던 나, 그러나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아요.”자크 프레베르의 시에 조세프 코스마가 곡을 붙인 노래로 영어제목으로 Autumn Le
‘관세음의 노래’는 법정 스님 작사‘산은 산 물은 물이로다’는 성철 스님 법어에중앙대 박이제 교수가 곡 붙여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길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기상청의 온도계는 기록 갱신을 이어갔고, 낮밤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는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다. 100여 년 만의 더위라 했던가? 모두들 사는 게 어렵고 팍팍하다는 요즘, 날씨마저 심술을 부렸으니, 지난 여름은 정말 ‘고약한 여름’이었음에 틀림없다. 고약한 여름은 날씨만 그런 게 아니었다. 불교계의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 소식들도 푹푹 찌는 무더위와 함께 모두의 마
불교 집안에서 왕왕 회자되는 말에는 촌철살인의 맛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노는 입에 염불하라.’는 말이다. 이때의 염불 念佛은 부처님을 기억하고 상념 想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억하고 생각하며 마음에 떠올리는, 염불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은 누구일까? 그냥 부처님이라고 해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떤 부처님을 언급하려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바로 아미타부처님이다. 염불은 보편적인 부처님을 마음속에서 일으키는 것이라고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염불과 오늘
목판 인쇄, 대장경으로 빛나다의천 스님이 한국불교사에 남긴 업적은 여러 가지이다. 그 중에서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업적은 이 땅에 천태종을 창종한 점과 함께 교장 敎藏의 결집을 들 수 있다. 교장은 기존 대장경을 구성하는 경율론 삼장에 장소 章疏, 다시 말해 주석서들을 집대성해 만든 하나의 장[一藏]을 가리킨다.알려져 있듯이 고려시대에는 두 차례 대장경 판각이 있었다. 모두 외침에 대응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불력 佛力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도에서 판각불사를 하게 되었다.1010년 11
대웅전(大雄殿)에는 대체로 석가모니부처님이 주 존상으로 모셔져 있다. 좌우보처로는 문수 · 보현보살이나 관음 · 지장보살이 모셔진다. 간혹 가섭존자나 아난존자가 협시하기도 한다. 좌우에 어떤 보살님과 존자님이 모셔져 있느냐와 무관하게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시는 게 일반적이다.석가모니부처님은 설명할 것도 없이 불교의 교주(敎主)이다. 삼계(三界)의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생(四生)의 자비로운 어버이이시며, 모든 불자들의 근본 스승이시다. 불자라면 누구나 석가모니부처님의 자식
불심 깊은 교장선생님 권유로1973년 찬불가공모전 당선돼지난주 모 사찰의 신도대상 불교기본교육 요청에 따라 찬불가 수업을 다녀왔다. 요즘은 일정 정도의 규모가 있는 도심 사찰들은 불교교양대학 형태, 규모가 작은 사찰이나 포교당은 단일 과목으로 불교기본교육을 지도한다. 불교에 관심 있는 분이나, 불제자의 길을 제대로 가고 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불교 입문과정이라고 생각한다.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주로 가족을 따라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었거나, 친구의 권유로 불교를 접했다. 물론 다른 종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 4개월 만의 귀국의천 스님은 송나라로 건너가 14개월 동안 선지식들과 교류하며, 교장 결집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출국할 때는 조정의 반대로 밀항을 해야 했지만, 국제적인 명성과 함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귀국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어머니 인예태후의 간절한 요청으로 귀국한 의천 스님은 먼저 국왕에게 사죄하는 편지부터 올려야 했다.의천 스님의 ‘사죄하는 글’을 보면 “멋대로 떠난 죄는 엄한 벌을 받아 마땅하고 법을 구하기 위한 마음으로 저녁에 죽게 되더라도 감수하겠습니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승통으로
과학 발달할수록 진리 가까워진다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김성구 / 불광출판사 / 2만원 '종교’와 ‘과학’은 영역과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관련 없는 분야로 인식하기 쉽다. 그래서 종교를 과학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하나의 모험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11년부터 9학기 동안 동국대학교에서 ‘불교와 현대물리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담았다. 저자는 과학자의 눈으로 불교의 개념과 교리체계를 해석하기 위해 아인슈타인, 칼 세이건 등 종교의 가치와 의미를 역설한 세계적인 과학자에 주목했다.아인슈타인은 “미
법기보살(法起菩薩)의 상주처높이 1,638m. 금강산은 동해에 임박한 태백산맥 북부의 아름다운 명승지로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이름이 알려져 있다. 최고봉인 비로봉(1,638m)을 중심으로 주위가 약 80㎞에 이르는데, 강원도의 회양(淮陽) · 통천(通川) · 고성(高城)의 3개 군에 걸쳐 있으며, 면적이 약 160㎢에 이른다.금강산의 ‘금강(金剛)’이라는 말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 “해동에 법기보살(法起菩薩)이 상주하는 금강산이 있다.”고 적힌 데서 연유되었다.
월주 스님 격려·지원 힘입어 탄생5월의 하늘이 푸르다. 완연한 봄기운에 녹음이 짙어가고 여기저기 피어나는 꽃들이 만발하듯 내 마음도 춤을 춘다. 엊그제 다녀온 깊은 산 인연의 절에도 연등이 손님맞이 손짓을 하던데, 오늘 저녁 종로의 퇴근길에도 오색 빛 가로 연등이 환희의 축제를 예고하는 듯하다.연등회. 올해도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여 전국적으로 연등축제가 열린다. 이제는 서울 · 부산 · 대전 · 대구 · 광주 등 대도시를 비롯하여 전
오월 초순의 맑은 아침입니다. 며칠 전 출근길엔 날벼락처럼 우박이 쏟아지더니 어제 낮엔 한여름처럼 더웠습니다. 언제까지가 봄일까요? 연둣빛 신록은 짙은 녹음으로 번져가고 숲과 호수를 향해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어디까지가 우정이며, 어디까지가 사랑입니까?저의 삶은 대체로 무미건조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도 정확하지 않네요. 최근에 저는 언어보다 사람을 믿는 이가 되어갑니다. 매일매일 글을 썼고, 십오 년 이상 거의 매일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살아오던 단순한 삶이 일순간 바뀌었습니다. 지난 시월 초순에 ‘책방이듬’의 문을 연 후 제
천태도량을 세울 오래된 꿈1085년 정월이었다. 만 30세로 접어든 의천 스님은 어머니 인예태후와 둘째형이자 고려의 제13대 국왕인 선종(宣宗)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려고 입궐했다. 그때 의천 스님은 송나라 구법여행에 대한 계획을 다시 밝혔다. 그는 이미 열아홉 살 되던 해에 부왕이던 문종에게 송나라 유학의 꿈을 말했다가 반대에 부딪힌 일이 있었다. 그 뒤 문종이 1083년 7월에 세상을 하직하자 맏아들인 순종이 37세의 나이로 제12대 국왕에 즉위했다. 순종은 본래 병약한 데다 아버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탓에 즉위한 지 석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