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만의 이달의 찬불가(273호)

불심 깊은 교장선생님 권유로
1973년 찬불가공모전 당선돼

지난주 모 사찰의 신도대상 불교기본교육 요청에 따라 찬불가 수업을 다녀왔다. 요즘은 일정 정도의 규모가 있는 도심 사찰들은 불교교양대학 형태, 규모가 작은 사찰이나 포교당은 단일 과목으로 불교기본교육을 지도한다. 불교에 관심 있는 분이나, 불제자의 길을 제대로 가고 싶은 분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불교 입문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주로 가족을 따라 어릴 때부터 불교와 인연을 맺었거나, 친구의 권유로 불교를 접했다. 물론 다른 종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자가 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듯, 이후 사찰예절을 배우거나 삼귀의·반야심경·사홍서원을 외울 때도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눈치껏 보고 따라하는 것으로 배움을 대신했다. 하지만 보다 양질의 불자들을 양성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사찰마다 불교기본교육을 실시하는 게 추세가 된지 오래다.

각설하고, 지난주 찬불가 수업은 삼귀의(三歸依, 최영철 작곡), 청법가(이광수·정운문 작사/이찬우 작곡), 사홍서원(四弘誓願, 최영철 작곡), 산회가(정운문 작사/정민섭 작곡)를 중심으로 보현행원(정운문 작사/ 정민섭 작곡), 우리도 부처님 같이(맹석분 작사/이달철 작곡) 등 찬불가의 이야기와 변천사를 테마로 준비하였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이번 호의 주제곡도 선정했는데, 바로 작곡가 최영철 선생님의 작품 ‘삼귀의(三歸依)’와 ‘사홍서원(四弘誓願)’이다. 예전에는 절에서 삼귀의와 사홍서원을 한문 그대로 염불을 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귀의불 양족존(歸依佛 兩足尊)
귀의법 이욕존(歸依法 離欲尊)
귀의승 중중존(歸依僧 衆中尊)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번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법문무량서원학(法門無量誓願學)
불도무상서원성(佛道無上誓願成)

스님들이야 경전공부를 하셨으니, 그 깊은 뜻을 음미하며 염불을 하듯 읊었지만,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이라 까막눈도 많았는데, 신도들 중에 저 어려운 한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서 염불한 신도가 몇이나 됐을까?

이런 이유로 신도들이 그 뜻을 이해하면서 경건한 마음을 담을 수 있도록 한글 해석본에 곡을 붙인 곡이 요즘 불자들이 법회가 시작할 때와 마칠 때 부르는 다음의 노래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 삼귀의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번뇌를 다 끊으오리다
법문을 다 배우오리다
불도를 다 이루오리다.

- 사홍서원

충남 금산에서 태어난 최영철 선생(94)은 20대 후반 대전 보문학원 보문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면서 불교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었다. 훗날 그의 회고에 따르면 당시 학교장이셨던 이재복 선생님의 돈독한 불심과 가르침에 감명을 받았다.

어느 날, 최영철 선생은 이재복 교장선생님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1973년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한 찬불가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해 보라는 권유였다.

“처음에 교장선생님의 제의를 받았을 때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어요. 당시 불교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더욱이 찬불가는 생소한 분야였죠. 하지만 교장선생님의 독려에 용기를 냈고, 몇 달을 고생해가며 공모를 준비했습니다.”

모든 불교의식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염불 형태의 곡에 음률을 입힌다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는 “짧은 시에 영원히 불러도 질리지 않는 음악, 불심이 가득 담긴 곡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말하면서 곡의 탄생과정을 회고했다. 또 “아직도 생각하면 가슴 뭉클하고 영광스러운 행복”이라며 감격해 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 법. 뒤늦게 접한 당선소식은 평범했던 음악교사를 한평생 불교음악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찬불가와 인연을 맺은 선생님은 이후 불교음악인으로서 왕성하게 활동을 펼쳤는데, 찬불가 작곡 외에도 불교합창단의 활성화를 위해 충청지역을 비롯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그는 1980년대 초반, 대전에서 처음으로 찬불가 합창공연을 개최했고, 지금까지 작곡한 찬불가만 200곡이 넘어 〈최영철 찬불가집〉을 두 권이나 발표했다. 2017년에도 애제자 서근영의 헌정으로 〈최영철 찬불가 108곡집〉을 출간하는 등 노구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찬불가 작사와 작곡, 불교합창단 지도자로 보낸 45년은 그의 인생이요,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교직에서 물러난 후 줄곧 찬불가와 함께했고, 불교음악 발전에 헌신해온 선생님의 노고는 모든 불교음악인들에게 큰 가르침이요, 귀감이 될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합창단 지도와 불교음악 창작에 매진하고 싶다는 최영철 선생님. “찬불가를 부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불심(佛心)”이라는 대선배의 당부에서 삼귀의(三歸依)의 한 음 한 음이 구구절절 가슴에 내려앉는다. 불자의 한 사람으로, 불교음악을 하는 후학으로서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만수무강을 기원한다.

KOMCA(한국음악저작권협회) 승인필.

 

이종만

싱어송 라이터로 노래와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1995년 찬불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좋은 벗 풍경소리’를 창단해 현재까지 찬불가 제작 및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불교음악인이다. 현재 좋은 벗 풍경소리 대표, 뉴트리팝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과 지휘, 조계사 회화나무 합창단을 지휘하고 있다. 대표곡 ‘음악이 생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장돌뱅이’, ‘오늘은 좋은날’, ‘길 떠나자’, ‘좋은 인연’, ‘너와 나’를 비롯해 많은 곡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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