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경의 미학, 불교의례(274호)

불교 집안에서 왕왕 회자되는 말에는 촌철살인의 맛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노는 입에 염불하라.’는 말이다. 이때의 염불 念佛은 부처님을 기억하고 상념 想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억하고 생각하며 마음에 떠올리는, 염불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은 누구일까? 그냥 부처님이라고 해도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어떤 부처님을 언급하려는지 알아차렸을 것이다. 바로 아미타부처님이다. 염불은 보편적인 부처님을 마음속에서 일으키는 것이라고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염불과 오늘 다루려는 염불의 제일대상인 아미타불께 찬탄으로 올리는 예경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국보 282호. 영주 흑석사 목조아미타여래좌상.

염불에 대해 알아보면 염불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염불과 찬탄의 예경이 몸과 마음속에서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 먼저 염불은 무엇이고, 염불의 대상이 되는 부처님은 누구인지 알아보자. 염불은 부처님을 마음속으로 칭념하며 모시는 것이다. 부처님의 모습이나 부처님의 공덕을 관찰하고 염상 念想하고, 또 입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이 모두 염불이다. 초기불교 시대에 염불의 대상이 된 부처님은 당연히 석가모니부처님이었다. 대승불교 시대에는 과거 · 현재 · 미래의 부처님이나 동남서북의 공간에 자리한 무수한 부처님이 등장하였지만, 그 중에서 아미타부처님이 대표로 받아들여졌다.

흔히 ‘염불을 장엄한다.’고 표현한다. 이때 장엄염불은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할 때 ‘나무아미타불’ 염불에만 그치지 않고 염불 앞에 게송을 염송하는 것으로, 염불장엄의 극치라고 말할 수 있다. ‘장엄염불’의 대상은 아미타부처님이다. 아미타불은 무량수불 無量壽佛, 무량광불 無量光佛이라고 부르며 한량없는 수명의 부처님, 한량없는 광명의 부처님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관무량수경〉에서 부처님은 아미타불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아미타불의 신장은 60만억 나유타 那由他 항하사 恒河砂 유순 由旬이고, 눈은 사대해의 물과 같다. 옥호는 다섯 수미산과 같고, 몸의 광명은 백억 삼천대천세계와 같다. 그러나 이것은 범부의 마음의 힘으로는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의 힘으로써 기억하고 상상하면 반드시 얻을 수 있다. 부처님의 상호만을 상상해도 무량한 복덕을 얻을 수 있다. 하물며 부처님께서 구족하신 몸의 상호를 관상할 수 있는 것이랴. 혹은 장육신 丈六身을 관상 觀想할 수 있다면 또한 얻을 수 있다.”

불교천태중앙박물관 소장 아미타불도.

이제 아미타부처님에 대한 찬탄과 예경에 대해 알아보자. 아미타부처님은 서방정토 극락세계를 건설한 부처님이다. 〈무량수경〉에 의하면 아미타부처님은 오랜 옛날 법장이라는 비구로 48가지 원을 세우고 수행하여 극락세계를 건설하였다. 48원 가운데 18번째 십념왕생원 十念往生願이 대표적이다. 자신이 부처가 되면 그를 믿고 그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모두 극락세계에 태어나서 열반에 이르도록 하는데, 만일 그렇지 못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불도 佛道를 이루지 않겠다는 서원이다.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부르면 반드시 극락에 태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신행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행하기 쉬운 관문’이란 뜻에서 ‘이행문 易行門’이라고 한다.

아미타불은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교화주 敎化主이다. 아미타불을 신앙하는 행자들은 극락전 혹은 미타전이라는 전각을 짓고 아미타부처님의 상을 조성하여 모시고 신행을 한다. 조성할 때는 중앙에 아미타부처님, 왼쪽에 관음보살, 오른쪽에 대세지보살상을 모시는 게 상례이다. 간혹 관음 · 지장보살을 모신 경우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행해지는 아미타부처님과 극락세계의 보살님에 대한 찬탄과 예경은 〈사성례 四聖禮〉라는 의식예문으로 진행된다. 그 내용은 대체로 이렇다.

먼저 향을 살라 올리며 다음의 향운게송 香雲偈頌을 읊는다. “내가 이제 한 줄기 향으로 다함없는 구름향 덮개를 만들어 극락의 네 성인께 받들어 올리오니 자비로써 저희를 연민히 여겨 받아주소서.” 그리고 “나무 서방정토 극락세계 아등도사 무량수 여래불 나무아미타불”이라고 한 후 ‘나무아미타불’을 열 번 칭명한다. 이렇게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 일체청정대해중보살一切淸淨大海衆菩薩을 예경하고 십념한다. 이어 “오로지 네 성인이시여, 대자대비로 저희들의 절을 받으시고 가피력을 입혀주어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함께 아미타부처님의 원력의 바다에 들게 하옵소서.”하고 발원한 다음에 대자보살발원게송으로 찬탄하고 왕생발원과 상품상생진언, 원성취진언, 보궐진언, 보회향진언 등을 염송한다. 마지막은 “서방의 안락국토 安樂國土에서 중생들을 이끌어주시는 대 인도자께 머리 숙여 절하오며, 제가 왕생을 발원하고 발원하오니 자비로써 거두어 주옵소서.”라고 극락의 네 성인께 예경을 마친다.

그런데 〈사성례〉에는 예경 이전에 향을 올리는 향운게송만 있고, 아미타불의 찬불게송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장엄염불에 나오는 찬불게송 두 수를 감상해 보자. 〈석문의범〉의 장엄염불에 수록된 기준으로 볼 때 여덟 번째 게송이다. “아미타부처님 어디에 계시는지요. 마음속에 부여잡고 간절하여 잊지 않고, 생각하고 생각하여 생각 없는 곳에 이르게 되면 여섯 문에서 항상 자금 광명 놓게 되리라.” 이 게송이 염불하는 간절함을 노래한다면 다음의 두 번째 게송은 만월이 가득한 극락전과 옥호의 광명을 노래한다. “극락당 앞 가득한 달빛, 옥호의 금빛은 허공을 비추누나. 한 순간 그 명호 부르면 어느 순간 무량한 공덕 이루리.”

이와 같이 찬탄하고 “일심으로 서방 극락세계의 아미타부처님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라며 예경을 하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여법한 아미타부처님에 대한 찬탄 예경이 된다. 아미타불의 광명만큼 빛나며 무량한 공덕이 있는 염불 예경을 어찌 노는 입에 하지 않으랴.

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동국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동국대 · 금강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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