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경의 미학, 불교의례(273호)

대웅전(大雄殿)에는 대체로 석가모니부처님이 주 존상으로 모셔져 있다. 좌우보처로는 문수 · 보현보살이나 관음 · 지장보살이 모셔진다. 간혹 가섭존자나 아난존자가 협시하기도 한다. 좌우에 어떤 보살님과 존자님이 모셔져 있느냐와 무관하게 중앙에 석가모니부처님을 모시는 게 일반적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설명할 것도 없이 불교의 교주(敎主)이다. 삼계(三界)의 중생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사생(四生)의 자비로운 어버이이시며, 모든 불자들의 근본 스승이시다. 불자라면 누구나 석가모니부처님의 자식이요, 제자이다. 우리를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자비로운 근본스승, 그분에게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혹은 절에 들릴 때마다 법당을 찾아 가장 먼저 인사를 올린다.

그렇다면 대웅전 중앙에 계신 석가모니부처님께 인사를 올릴 때는 어떻게 찬탄하고 예경을 해야 할까?

먼저 준비한 공양물이 있을 경우에는 법당에 들어서자마자 공양물을 불기(佛器)에 담아 불전에 올리고 향을 사른다. 포장이 된 공양물은 그대로 불전에 올려도 무방하다. 공양물을 올렸다면 뒤로 물러나 부처님을 향해 삼배를 올린다. 마지막 절을 한 후에는 앉은 상태에서 다시 반배를 한 다음에 일어선다.

아침저녁에 칠정례(七頂禮)로 예경하는 현재의 예불의식에서는 별도의 찬탄구절을 활용하지 않고, 정근을 마칠 때 탄백(歎白, 불보살에 대한 찬탄)을 하거나 부처님을 청해 모실 때 가영(歌詠, 부처님에 대한 찬미)을 한다.

그렇다면, 석가모니부처님을 찬탄하는 게송으로는 어떤 것이 쓰이고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 불교에서 가장 널리 애용되는 찬탄게송은 “천상천하무여불(天上天下無如佛) 시방세계역무비(十方世界亦無比) 세간소유아진견(世間所有我盡見) 일체무유여불자(一切無有如佛者)”이다. 이 게송은 〈불본행집경〉에 실린 것으로, 〈백장청규증의기〉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일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게송은 현재와 같이 몇 글자가 고쳐져 실려 있다.

게송을 풀이하면 이렇다. 먼저 전반 두 구절은 ‘성인의 세계와 범부의 세계, 시방이라는 세상의 구석구석 어디에도 부처님과 비교될 만한 이가 없다.’는 뜻이다. 이어 후반 두 구절은 ‘우리 주변에 살아가는 인간의 무리 중에서 찾아봐도 부처님과 비교될 이가 없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다. 최상의 존재인 부처님을 다른 어떤 존재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하지만 상대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어떤 대상이든 비교했을 때 더 잘 이해를 하고, 납득을 한다. 그래서 이런 비교를 통해 최상의 그분이 바로 석가모니부처님임을 칭송하며, 절을 올리는 것이다.

부처님에 대한 찬탄게송은 경전이나 참회문 등에 자주 등장한다. 그렇지만 의례 · 의식으로 정착되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실제 찬탄게송은 주로 의례 · 의식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웅전 불전 앞에 섰을 때 주 존상이 석가모니부처님이면 이 게송을 염송하고 절을 올리면 된다. 대중이 함께 절을 할 때는 선창자가 선창하면 대중이 합송으로 따라하면 된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거나 혼자일 때는 어색할 수 있으므로 마음속으로 소리를 내뱉지 않은 채 ‘천상천하무여불 …… 일체무유여불자’라고 왼 후 ‘일심정례(一心頂禮) 시아본사(是我本師) 석가모니불(釋迦牟尼世尊) : 일심으로 석가모니 세존께 머리 숙여 절한다는 뜻’이라고 아뢰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이렇게 찬탄하고 절을 올리면 공경심이 드러나고, 행위와 마음이 한결 구체화된다. 언어로 구체화하지 않으면 불분명해지므로 찬탄을 통해 구체화할 때 공경하는 마음은 더욱 높아진다. 물론 무턱대고 절을 해도 공덕은 있다. “마음속으로 공경하면 되지.”라고 말하는 분도 더러 있지만 마음은 몸을 통하지 않으면 구체화될 수 없다. 그래서 공경하는 마음을 찬탄에서 출발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불교에는 108배, 1000배, 3000배 등 절 수행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숫자를 정해놓고 절을 올리거나 수없이 절을 올린다. 간편하지만 굳센 마음이 요구되는 정진법이다. 이때 우리의 본사(本師)에 대한 찬탄은 우리 신앙의 좌표를 분명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

삼보예경에서 밝혔듯이 삼보에 대한 귀의는 삿된 스승을 버리고 바른 스승에게 귀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바른 스승의 대표적인 불보살이 바로 ‘본사 석가모니부처님’이시다. 석가모니부처님에 대한 찬사는 경전에 넘쳐난다. 찬탄게송 가운데 자주 쓰이는 게송은 〈화엄경〉 등에 보이는 “여래묘색신(如來妙色身) 세간무여등(世間無與等) 무비부사의(無比不思議) 시고금경례(是故今敬禮)”이다. 이 게송은 앞의 게송보다 더 구체적이다. 앞의 칠언절구가 천상천하나 시방세계나 일체 세간에서 석가모니부처님과 비교될 이가 없다고 추상적으로 말했다면, 이 게송은 색신의 오묘함이 세간의 다른 어떤 이도 따르지 못한다며 구체적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공경히 절을 올려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방등경〉의 ‘화취보살찬불게’도 신심을 돋운다.

“세존의 색신은 금으로 된 산과 같으며(世尊色身如金山), 천 개의 태양이 세간을 비추는 것과 같네.(猶如千日照世間) 능히 일체중생을 여러 고뇌에서 빼내나니(能拔一切諸苦惱), 이제 대법왕께 머리를 숙입니다.(我今稽首大法王)”

이 게송도 앞의 찬탄게송처럼 세존의 형상을 ‘묘색신’으로 표현했는데, 화려한 금산(金山)에 빗대어 찬탄하고 있다. 부처님 몸의 뛰어남은 32상(相) 80종호(種好)로 표현된다. 석가모니부처님은 보통 사람이 갖추지 못한 특별한 상호를 가졌다는 의미다. 이 역시 공경과 찬탄을 통해 신심을 드높이려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찬탄과 예경의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을 내려놓고, 우리의 언어와 마음도 올곧게 다져진다. 위의 세 가지 게송 중에 하나쯤을 암송해서 예경하면, 부처님을 보다 잘 알아차리게 되고, 우리 불자들이 나가야 할 길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찬탄하며 예경하는 가운데 우리의 신심은 절로 늘어나고 깊어질 것이다.

창녕 관룡사 대웅전의 삼존불.

이성운

현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 동국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 불교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을 맡고 있다. 동국대 · 금강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불교의례, 그 몸짓의 철학〉,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공저)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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