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느 날 한순간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 오랜 세월 발전하고 진화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세상이 이루어졌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값진 발명품이 문명의 발전을 앞당겼고,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 나쁜 관습을 깨뜨리는 데 기여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이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화합과 질서’입니다.화합과 질서는 인류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동가치입니다. 이것이 깨지면 전쟁이 발발했고, 이것이 무너지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3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 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 이 있다.
목조불감(조선시대, 높이 33cm, 폭 22×18.1cm)감실(龕室)은 팔각이며, 3단으로 구분된 지붕은 중앙이 돌출되어 있다. 형태는 가운데 감실을 중심으로 양쪽에 문이 달려 있는 여닫이 형식이다. 감실에는 좌상의 본존과 입상의 협시보살로 구성된 삼존과 동자가 배치되어 있다. 오른쪽에는 지장보살, 왼쪽에는 관음보살이 서 있는데 본존과 함께 아미타 구품인을 하고 있다. 삼존의 상체는 하체에 비해 크고 얼굴은 약간 앞으로 숙이고 엄숙하지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협시보살의 법의는 통견의로 전신을 덮고 있다. 동자는 무릎을 꿇고 정면
꿈이란 참으로 신비한 체험입니다. 꿈속의 세계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진 것일까요? 물론 대부분의 꿈은 ‘개꿈’이라고 하는, 별로 의미를 둘 수 없는 꿈입니다. 그런데 ‘개꿈’이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그런 ‘개꿈’을 꾸지 않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개꿈’을 통해 현실에서 겪는 여러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큰 문제가 일어납니다.꿈의 작용그런 꿈의 작용을 한 번 쉽게 말해볼까요? 물에 빠진다든가 하여 “이크! 다 젖었네.”하는 꿈을 꾸고 깨어보니 ‘오줌을 쌌더라.’는 식의 체험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2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 이 있다.
〈젠틀 매드니스(Gentle madness)〉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우아하고 점잖은 광기’라는 뜻의 제목입니다. 이 말은 1800년대 미국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가 자기 할아버지를 가리켜서 “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거의 책에 미치다시피 한, 가장 고귀한 질병이라 할 수 있는 애서광증(愛書狂症)에 푹 젖어버린 분”이라고 소개하면서 쓴 말입니다.〈젠틀 매드니스〉는 제목 그대로 책에 미친 사람들에 관한 기록입니다. 그런데 읽는 사람보다는 모으는 사람을 소개하고 있지요. 희귀본이나 유명인사가 오래 소장한 수택본(手澤本), 명망
▲ 메타버스 시대의 불교 ‐ 총론무궁무진 소재 품은 불교메타버스 콘텐츠 보물창고 - 글 김성규2020년 발병한 COVID-19 팬데믹으로 우리 인간은 일상적인 대면생활이 마비되고 모든 것이 단절되면서 이제까지 마음껏 누리던 자유가 없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극복으로 메타버스(Metaverse)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어느 일요일, 대구 시내에 있는 포교당 보현사에 법회를 보러 갔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이 신자들에게 모바일 티켓을 설명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선재아바타와 함께 떠나는 M도리천에서 M도솔천까지의 여행’ 티켓이었다.
폭이 몇백 리나 되는 강을 보셨나요? 800리나 된다네요. 배를 타고 건너도 한세월 가야 하겠지요? 그런데 배도 띄우지 못하는 강이래요. 깃털도 가라앉아 버리는, 약수(弱水)라는 물이 흐르는 강이래요. 그런 강이 현장법사 일행을 떡하니 가로막네요. 인도로 가야 하는데, 강을 건너야 하는데 건널 길이 없네요. 거기다 일행을 막아서는 흉악한 요괴까지 있어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요괴가 바로 사오정입니다. 하늘의 관리였다가 죄를 지어 추방당해 요괴가 되었고, ‘유사하’라는 강에서 사람을 잡아먹고 살다가 결국 현장법사 호위대 삼총사의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수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는 날에도 관람객이 많지 않은 고즈넉한 장소가 있다. 이곳은 울창한 나무 사이 굽이굽이 길을 따라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석조물이 놓여있는 야외전시장이다. 서울 종각에 있었던 보신각종과 이름 모를 무덤 앞의 문인석과 무인석을 지나다보면 어느 순간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석탑과 석등, 승탑과 탑비를 발견하게 된다. 파란 하늘 아래 천천히 걷다 보면 나무와 풀잎 너머 화강암의 반짝거림 속에 처음엔 무심한 듯 석조물을 지나치다, 다시 돌아보며 감탄하고, 이윽고 조금은 의아하고 복잡한 감
고타마 붓다 재세 시에 소나(Sona)는 사밧티(Savatthi)의 좋은 가정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예쁘게 성장하여 부잣집 아들과 결혼하여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열 명의 자녀를 낳아 길렀기 때문에 ‘자식 많은 소나’로 알려졌습니다.그녀는 자녀 10명의 행복을 위하여 평생을 보냈습니다. 소나는 자녀들을 즐겁게 양육했고, 그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는 적합한 배우자를 찾아 결혼을 시켜 주었습니다. 소나와 그녀의 남편은 자녀·손자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남편의 출가와 자녀의 홀대소나의 남편은 신심 있는 재가 신자였습니
호흡과 음료와 식생활은 우리의 생존에 긴급한 3대 요소이다. 호흡을 위해서는 공기가 필요하고 습기가 보존되는 나무 밑이나 굴(窟)이 필요하다. 왕자였던 석가모니는 국가의 갈등을 벗어난 인간의 궁극적 구제를 과제로 삼았다. 먼저 각자 개인의 수양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세속의 영화를 멀리하고 출가하였다. 보리수 밑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음식을 극히 소량으로 줄였고 모든 고행을 그대로 경험하였다.수행 장소는 공기가 신선하고 수분이 보존되어야 적합하다. 나무 아래는 수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다. 공기와 물은 식품과 달리 대체 가치를 지불하
전미경 2023년 作자연, 공존 01 _ 28x20cm _ 종이에 자연물전미경 작가는 일곱 번의 개인전을 열었고, 작품 ‘공작새’와 ‘세레나데2’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렸다. 저서로 〈풀꽃으로 그리는 그림 압화〉·〈풀꽃 그림〉·〈풀꽃으로 그린 풍경〉이 있다.
설산(雪山)내가 사는 애월읍 장전리에서는 한라산 산봉우리가 저만치 보인다. 그 산정을 볼 때마다 어떤 위엄 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부동의 자세를 보여주지만 그것은 오히려 위세가 있되 엄숙하고 점잖다. 한라산에 눈이 내려 우러러보는 산정은 이제 고결한 흰 빛이다. 나는 생활을 하다 이따금 산봉우리를 본다. 그럴 때마다 산정은 순은(純銀) 그 자체요, 고고(孤高) 곧 그것이다. 나는 너무 찌든 상태로 살고 있고, 또 나는 너무 혼미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됨됨이가 어떠한지, 불안정하지 않은지, 속내가 난마(亂
● 할아버지는 말했다. “사람은 하늘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하늘 조심하듯이 일꾼들을 조심해야 한다. 성인은 ‘밥이 하늘[食而天]’이라고 말씀하셨다. 밥을 성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밥을 먹지 않아야 한다. 밥 만드는 일은 성스러운 행위다. 사람은 밥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 농부는 농사 잘 짓는 일이 밥값이고, 어부는 고기 잘 잡는 일이 밥값이고, 머슴은 주인집 일을 성실하게 하는 것이 밥값이고, 의사는 병 고치는 일이 밥값이고, 학생은 공부하는 것이 밥값이고, 효도하는 것이 밥값이고, 임금은 백성을 가없
대학시절, 자주 사용하던 낱말들이 있었다. ‘허무’, ‘허전하다’, ‘슬프다’, ‘좌절감’, ‘울먹이다’, ‘천둥같이 울었다’, ‘우울의 극치’ 등이다. 김남조 선생님의 시 강의에서 “허전하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 시절 그분의 한마디는 내 안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졌고, 그 말과 의미까지 내 것이 되어 가고 있었다.그래서 그 말을 후렴처럼 사용하며 살았다. 그뿐이겠는가? 사실은 ‘나’라는 여자의 그 내면에 이런 ‘청승’이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낱말은 그 시절 멋으로 사용했던 표현들이기도 했다.
고난에 빠진 중생을 구제해주는 자비로운 관음보살님을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면 바로 이 모습이 아닐까?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시대 목조관음보살상은 갸름한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가녀린 팔과 다리에 흘러내리는 천의와 옷주름, 섬세한 손끝의 긴장감과 화려하면서도 번잡하지 않은 장신구를 갖추고 있다. 오른 무릎을 세우고 왼쪽 다리는 내려뜨린 채 어딘가에 걸터앉은 자세는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入法界品)’에서 선재동자가 찾아간 보타락가산(補陀落迦山)의 관음보살 모습을 재현한 듯하다. 경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러한 자세는 고
만약 석가모니 부처님이 21세기에 살아계신다면, 어떤 학문 분야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이실까? 어떤 학문의 이론이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실까? 아마도 심리학(心理學)이 아닐까 싶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겪는 심리적 고통의 원인과 치유 방법을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불교와 심리학의 관계불교는 동양의 심리학이라고 할 만큼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방대하고 심오한 이론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불교는 인간을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심리치유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 2,50
명(明)대의 오승은(吳承恩, 1500-1582)이 지은 소설로, 중국 4대 기서(奇書)의 하나이며 대표적인 신마소설(神魔小說)이다. 현장법사가 천축(天竺, 현재의 인도)에 가서불경을 구해온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야기다. 오승은이 모두 지은 것은 아니고, 당(唐)대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와 송(宋)대의 〈대당삼장취경시화(大唐三藏取經詩話)〉 등 민간에 전해 오던 각종 설화·전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말에 들어온 것으로 보이며, 조선시대에는 허균(許筠)·홍만종(洪萬宗)·이규경(李圭景) 등 많은 문인이 탐
처마 밑 연꽃이 천년을 산다진흙 물결도 없는데한 번 돋아나면 오직 적멸을 향해 움직인다그러니 꽃은 피고 지는 게 아니라화려함 뒤에 숨어나무의 숨결과 함께천천히 조금씩 흩어지고 있는 거다처음엔 그저 썩지 않게다스리는 일이라 여겼다그런데 틈 하나 없이나무를 껴안고 놓지 않는다이것은 밀봉이 아니라 밀착색(色)이 공(空)을 향해 걸어가려는 의지봉황의 춤이 허공중에 스민다바람이 색을 민다풍경 소리가 찰방찰방 헤엄친다지붕 아래 꽃들이 소리 나는 쪽을 본다색과 색이 만나 서로의 색을 탐독한다꽃의 안쪽을 볼 수 있는 안목이 될 때까지나는 화두 밑
스님의 초상화를 ‘진영(眞影)’이라 합니다. 진영이란 ‘진짜 모습’, 그러니까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이란 뜻이니, 오늘날의 ‘증명사진’에 해당합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겉모습 속에서 참된 것을 찾는다[以影尋眞]’는 멋스런 뜻도 있지만, 그렇게 거창한 표현은 접어두겠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는 지금 대각국사 의천의 진영, 의천 스님의 초상화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스님은 고려 초기인 1055년에 태어났습니다. 태조 왕건이 고려를 개국한 지 137년 째 되던 해입니다. 스님이 살아계신다면 960세를 훌쩍 넘으셨을 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