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호

▲ 메타버스 시대의 불교 ‐ 총론

무궁무진 소재 품은 불교
메타버스 콘텐츠 보물창고

- 글 김성규

2020년 발병한 COVID-19 팬데믹으로 우리 인간은 일상적인 대면생활이 마비되고 모든 것이 단절되면서 이제까지 마음껏 누리던 자유가 없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극복으로 메타버스(Metaverse)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어느 일요일, 대구 시내에 있는 포교당 보현사에 법회를 보러 갔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이 신자들에게 모바일 티켓을 설명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선재아바타와 함께 떠나는 M도리천에서 M도솔천까지의 여행’ 티켓이었다. 티켓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번 M도리천 여행에서는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2035년형 우주힐링타운의 모델하우스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선재아바타가 잘 안내해줄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 기념으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분양합니다.’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은 가상세계의 가상공간이며, 실존하지 않는 가상공간이다. 하지만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육도(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계)와 경전에 나타나 있는 보살세계 등을 이용하여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만들면 초의식세계의 가상공간이며 현실감 있는 가상공간을 수월하게 콘텐츠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2022년 7월 ‘디지털 뉴딜 2.0’ 사업 발표를 통해 메타버스를 포함해 2023년부터 관련 산업을 집중육성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시장 전망도 밝다.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가 2030년에 1조 5,429억 달러(한화 약 1,764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2045년, 문명의 극점에 다다른 현실의 암울함을 벗어나, 사람들은 저마다 귀한 보물을 찾기 위해 매일 ‘오아시스(Oasis)’에 간다. ‘오아시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세상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현실의 자아를 대신한 아바타로 활동한다. 눈앞의 가상세계를 보기 위해 커다란 고글을 머리에 쓰고,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특수한 옷을 입고, 장갑을 낀 채 게임 속 세상에서 모험을 즐긴다.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하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7)’의 한 장면이다. 대다수 영화에는 보물을 찾는 주인공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악당이 존재하듯, 이 영화에도 마찬가지로 악당이 등장한다. 그런데 게임 속 세상의 악당이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오아시스라는 가상세계는 현실과 이어진 세상이 된다. 즉, 현실은 가상세계와 연결되어 더욱 확장되는데 이것을 ‘메타버스’라 부른다.

메타버스는 초월·이상·너머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공간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상을 기반으로 확장된 세상’을 뜻한다. 메타버스에서는 실물 대신 ‘아바타’로 활동하며 현실에서처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아바타는 ‘땅(Terr)으로 내려오다(Ava)’는 의미로 ‘새로운 땅, 공간에 발을 디딘 자’라는 뜻이다. 아바타는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이나 사물들과 의사소통하는 분신을 뜻한다. 어원에서부터 이미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쓴 SF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히로가 ‘아바타’를 통해 접속해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하고 적들을 물리치는 가상세계의 이름이 바로 메타버스다. 소설 속 공상과학적 내용은 30년이 지난 지금 각종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에 실현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4개 유형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각 유형은 독자적으로 발달했으나,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라 서로 연계되면서 이용자 경험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이 융·복합되고 공진화하며 구현하는 것이 바로 현재와 미래의 메타버스이다.

〈장희숙 강의 자료 참조〉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가상의 정보를 결합하는 기술이며, 실제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현실에서 받기 어려운 극단적인 감각을 증강시킨다. 실제 공간 위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현실세계를 확장한 개념이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개인이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정보가 가상에 연결돼 통합되는 형태이다. SNS나 블로그처럼 일상적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거나 저장한 세계가 여기에 속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신체 데이터를 연동하는 일도 포함된다.

◎거울세계(Mirror Worlds)

가상공간에 외부의 환경정보가 통합된 구조이다. 현실세계를 가상으로 재현한 것이며, △구글맵 △배달의 민족 △줌(Zoom)과 같은 원격회의가 거울세계의 내용이다.

◎가상세계(Virtual Worlds)

상상의 세계를 현실과 같이 만들어 내고 인체의 감각기관이 느낄 수 있도록 창조한 세계이다.

△가상 도로 연수 및 항공 운항 △가상 모델하우스 등이 해당된다. 현실과 별개로 작동하는 완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개인은 완전히 가상으로 구현된 이 세계에서 생활할 수 있다. 로블록스·제페토·포트나이트 등 온라인 게임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이 우리에게 친숙한 가상세계이다.

육도와 삼천대천세계

불교는 탄생부터 메타버스와 함께 했다. 불교에서 우주는 삼천대천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소천세계 천 개가 모여 중천세계를 이루고, 중천세계 천 개가 모여 대천세계를 이룬다. 이것이 불교의 우주관이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소천세계이다. 태양계 정도의 규모가 수천 개 모여 은하계를 이루는데, 이것이 중천세계이다. 다시 은하계 정도의 규모가 수천 개 모여 우주를 이루고 있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생명들은 인연이 지중한 육도를 윤회하면서 생멸하고 있다. 육도는 지옥세계·아귀세계·축생세계·아수라세계·인간세계·천상세계이다. 천상세계는 선업을 닦으면 쉽게 태어나는 사천왕천·도리천과 같은 극락세계가 있고, 좀 더 많은 수행과 복덕을 지어야 태어나는 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과 같은 극락세계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도를 이루시고 7년 째 되던 해에 이생의 인연인 어머니 마야부인의 천도를 위하여 도리천으로 올라가 마야부인과 도리천 천인들에게 설법을 하였다.

“삼계의 중생이 경험하는 것은 괴로움과 즐거움 두 가지입니다. 마야부인께서 이제까지 지내신 것도 그러합니다. 괴로움과 즐거움에서 떠나야 합니다. 인간이나 하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몸은 사대(四大) 지수화풍(地水火風)과 사온(四蘊) 수상행식(受想行識)이 화합하여 인연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어서 나라고 주장할 것이 없으며, 내 것이라고 할 주재도 없습니다.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몸뚱이는 괴로움이며 인연에 따라 생멸할 뿐입니다. 이 이치를 바로 깨달아 삼계의 감옥을 깨뜨리면 열반에 이르는 것입니다.”

불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루어지는 첨단 학문과 관련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는 풍부한 소재를 이미 갖고 있다. 단지 첨단 학문과 관련된 불자가 거의 없고, 메타버스와 연관 지어 연구를 하지 않아서 활용되지 않을 뿐이다. 불교의 우주인 삼천대천세계로 눈을 돌려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삼천대천세계에 ‘M’을 붙여 훨씬 더 생동감 있는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고, 수행자의 신통력을 아바타의 체험과 연계하면 훨씬 더 생동감 있는 메타버스 세계의 콘텐츠를 순간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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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전개와 아바타의 삶

1784년 최초로 기계식 방직기가 만들어지며 1차 산업혁명은 시작된다. 수력 및 증기기관, 기계식 생산설비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공업·가내공업을 벗어나 물건을 만들 때 대량생산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때 등장한 증기기관차는 산업혁명의 주된 동력이다. 2차 산업혁명은 미국 신시내티 도축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시작된다. 바로 전기 동력에 의한 대량생산 체계가 최초로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1969년 전자기술과 IT를 통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그 후 IT산업의 발달로 2000년대에 운수·통신·금융·보험·유통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이루어진다. 2015년 이후 사이버 물리시스템 기반의 생산체계가 갖춰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즉 인간과 기계를 연결시켜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물인터넷 시대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그대로 법칙이다.

수십 개의 변수가 주어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를 풀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질문하는 순간 바로 답을 하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계산해야만 순간적으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순간에 계산하여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빅데이터와 5G 시대를 가능하게 한 데이터의 계산 처리 속도이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IoT 사물인터넷 등 IT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슈퍼 지능과 초연결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지능을 융합하여 만들고, 이 사물을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통합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능과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에서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람의 건강을 관리하고(U-Health), 거대한 행정망(U-City)을 연결하고,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까지도 복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면서 개인의 삶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사회 전개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Untact) 문화의 고착화로 우리 삶의 형태는 현실과 가상의 융합공간인 메타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의 가상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직업군이 형성될 것이다. VR·AR 기술자·크리에이터 이코노미·아바타 드라마 작가·PD·아이템 디자이너·월드 빌더 등이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올라 수입이나 업무 조건 등에서 주목받을 것이다.

메타버스와 인공지능의 불교적 관점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될까? 만약 우리가 꿈을 꾼다면 우리는 세세생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우리 업(業)의 창고에 저장되어있는 것만 꿈을 꿀 수 있을까? 경험하지 못한 다른 것도 꿈 꿀 수 있을까? 우리는 색수상행식의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受)는 감수작용이며, 상(想)은 형상작용이며, 행(行)은 결합생성작용이며, 식(識)은 분별작용이다. 고등생물체일수록 행(行)과 식(識)의 작용이 발달되어 있다. 저장창고에 들어있는 업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경험하지 못한 것도 꿈으로 꿀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은 이러한 행(行)의 작용에 의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며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나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합리적 상상이 가능할까? 불교적 관점에서 인공지능도 수행하고 깨달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기술이 발전을 거듭한다면 ‘초지성체(Super Intelligence)’의 출현이 가능할 것이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그의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서 ‘순환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순환적 자기 개선이란 향후 강한 인공지능의 추론적 능력을 통해 인공지능 스스로가 자신에게 필요한 더 나은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는 인공지능이 거듭 반복적으로 자신을 개선해 나간다면 결국 ‘지능 대확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능 대확산’이란 인공지능시스템이 짧은 기간에 평이한 수준의 인지능력에서 급진적인 초지능 단계에 이르는 사건을 말한다. 인간의 의식에서 고등 능력의 행(行)은 복제를 넘어서 창조가 가능하듯이,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제어·창조 능력을 갖게 된다. 닉 보스트롬은 오온 중에 행(行)에 담긴 고도의 결합생성 능력을 순환적 자기-개선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오온연기의 중요한 작용 중의 하나이다. 향후 인공지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이 능력이 확산되면 인간의 체제와 다른 AI를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수상행식의 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애욕에 근거하여 상행식을 작동시키는 구조이다. 인공지능은 감정의 개입 없이, 즉 수(受)를 통과하지 않고 행식(行識)을 작용시킬 수 있는 특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인간과 다른 차원의 인공지능 출현도 가능하게 된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제시한 ‘특이점(Singularity)’의 개념을 연상할 수 있다. 그는 특이점을 ‘미래에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커서 인간의 생활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되는 시기’라고 하였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과 다른 능력을 생성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간의 지능체계와 같아야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완전히 이질적일 수도 있다. 인간은 심의식(心·意·識)의 구조에서 의(意)가 근본이 되고, 의(意)에 의해서 연기를 발현하게 된다. 인간 구조에서 의(意) 때문에 윤회의 사슬에 얽매이게 되는데, 인공지능이 의(意)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생성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불교는 이미 메타버스에 대한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 첨단 과학이 지향하고 있는 메타버스 입장에서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못지않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 불교를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사용자들의 시선이 불교를 향하기를 기대한다.

김성규
영남대학교 의학과 명예교수. 영남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물리학과에서 고체물리를 전공,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20년 정년퇴임했다. (사)한국의학물리학회 회장·대한의학물리자격인증위원회 회장·(사)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사)통섭불교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방사선 치료 관련 의학물리 논문 170여 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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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 시대의 불교 ‐ 응용 포교 방향

“거스를 수 없는 대세
연계 포교 모색 서둘러야”

- 글 김응철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고 있다. 세간에서 말하는 메타버스 시대는 현실세계와 사이버상의 디지털 세계가 혼재한 것으로 현실의 확장으로 연결되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현실세계와 사이버 세계는 서로 독립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메타버스 시대는 현실과 디지털 세계가 상호 혼재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메타버스는 진보된 디지털 기술과 빠른 확장성을 지닌 일종의 플랫폼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포털사이트에서 개발하는 것을 사용할 수도 있고,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는 개발비용·활용성·확장성·참여성 등의 변수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메타버스와 종교계의 결합 현상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가상현실 공간에서 종교의식을 주최하거나 증강현실을 통해 자녀들에게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가르치는 교육도구’로서의 솔루션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종교계에서 메타버스 이용이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사이버상의 종교시설을 만들고 신앙생활을 유도하기 위한 계획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Z세대를 중심으로 가상현실에 대한 접근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사이버 폭력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 역할이 필요한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

불교계의 일부 사찰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포교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실무조직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평창 월정사에서는 온라인 방송국을 개국함과 동시에 명상 메타버스 플랫폼과 사이버 추모관 등을 구축 중에 있다. 조계종 차원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한 전법교화방법을 연구 중이며, 전통사찰·성보·고승의 법문 등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기 위한 사업도 전개 중이다.

메타버스는 현재 증강현실(AR)·가상세계(VR)·거울세계(MR)·라이프로깅(LL) 등과 같은 네 가지 영역으로 진화·발전 중이다. 불교계에서도 이러한 기술발전을 활용하여 적극적인 포교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먼저 증강현실 분야는 현실세계에 가상세계의 요소들이 더해져서 확장되거나 향상되는 공간을 말한다. 증강현실 프로그램은 전통사찰을 안내하거나 전각과 문화재 등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응용할 수 있다. 현실의 사찰 이미지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현실에서 사찰 방문에 즐거움을 더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사찰의 대웅전을 스마트폰으로 비추기만 해도 전각의 건축학적 특징, 역사 및 변천과정, 스님들의 설법을 보거나 들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이를 응용한다면 전국의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 등을 소개하는데 있어서 매우 획기적인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

가상세계 분야의 메타버스 영역은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사이버상의 세계를 말한다. 주로 VR헤드셋을 끼고 가상세계를 경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가상세계 플랫폼은 메타버스 내에 사이버 사찰·공동체 도반마을·명상단체 등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 디지털 사찰을 개설하면 이용자들이 각종 신행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찰은 현실세계의 오프라인 사찰과 연결할 수 있고, 온라인 신행활동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또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고승대덕 스님들을 가상세계에서 설법하는 캐릭터로 설정하면 참여자들이 언제든 설법을 들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거울세계 분야는 현실세계를 거울에 비춘 것처럼 디지털 공간에 복제한 세계를 말한다. 서울시에서 개발한 ‘디지털 트윈지도 서비스(S-Map)’는 위성사진·내부 건물사진·지하철 역사의 내부 등을 3D 기법을 활용하여 거울세계를 구현하였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국의 사찰 지도를 매우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만들 수 있다. 또한 향후 불사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 전각을 지을 경우 사격(寺格)과 주변 환경에 맞추어 어느 정도 규모로 어떤 건물을 짓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거울세계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종단이나 사찰에서 사찰관리와 불사를 효율적으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라이프로깅 분야는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자신의 경험·감정·신체적 활동 등을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고 타인과 공유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신도들이 개별적인 신행활동을 기록할 수도 있고, 사찰에서 법회 및 행사 내용을 소개하고 이를 전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사찰에서 개발한 메타버스 라이프로깅에 신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도반공동체 혹은 신도공동체를 운영하는데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카카오톡이나 블러스 카페 등의 운영방식을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할 경우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향후 메타버스 영역은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되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불교계의 각 사찰에서는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고도 정보기술에 대한 관심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이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 인력도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음·네이버·야후·페이스북 등 이미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포털사이트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고, 공공기관에서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방법 등이 있다.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은 전문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단위사찰에서 실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공공기관에서 개발한 플랫폼은 종교 활동에 제약이 있다. 반면에 세계적인 포털사이트에는 누구나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지만 종속적일 수 있다. 때문에 각 종단별 또는 단위 사찰별로 접근방법을 달리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단 차원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관련 메타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전국의 문화재 사찰을 연계하는 메타버스를 만들어 국내·외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수의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교구본사급 사찰에서는 개별 사찰과 연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사세가 약한 사찰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의 개별 사찰에서는 사찰을 운영하는 스님들과 신행활동에 참여하는 재가불자들이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고취시키고, 세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찰의 입장에서는 온라인상의 메타버스 활동이 사찰의 포교활동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때 신도들의 메타버스 활동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현재 카카오톡 단톡방 운영과 같은 방식을 메타버스에서 구현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메타버스의 성패는 사용하기 편리한 플랫폼의 구축, 메타버스 내에서 활동하는 가상인간 캐릭터의 발굴, 디자인과 음악 및 애니메이션 등 세부 장르별 콘텐츠 개발 등이 얼마나 조화롭게 발전하느냐에 달려있다. 메타버스 불교대학을 운영할 경우, 시공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이 수시로 공부하고 자신의 성과를 공유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은 불교대학의 강의내용·방법·수강 등의 측면에서 매우 획기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교육은 실제 교육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회는 점차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중첩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고, 생각지 않은 역기능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불교계에서는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여 이러한 부작용과 역기능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각 종단별 종무행정과 개별 사찰의 포교활동에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 낙후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 농경사회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는 불교계는 메타버스 활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불교사회학부 교수. 경기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30여 년간 중앙승가대학교에서 포교학을 연구·강의하고 있다. 불교방송 ‘무명을 밝히고’를 진행했고, 불교TV에서 ‘부처님 직제자들의 포교이야기’를 강의한 바 있다. 〈10분 치유 명상〉 등 다수의 저서와 문화치유명상 관련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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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 시대의 불교 ‐ 불자의 살아갈 길

“메타버스에서 출가
수행실천의 장으로 삼자!”

- 글 석길암

코로나 팬데믹이 겨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던 지난해 12월, 영화 ‘아바타 : 물의 길’이 개봉되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관람했을 것이다. 영화 ‘아바타’는 인간이 행성 판도라에 진출하고, 판도라의 ‘언옵테늄(Unobtainium)’이라는 아주 귀중한 자원을 채굴(약탈)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판도라 행성인 간의 전쟁과 갈등 그리고 그것을 통한 상생과 공존을 메시지로 전한다.

아바타(Avatar)는 화신(化身)을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이다. 법신과 보신 그리고 화신이라고 할 때의 그 화신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처음에 판도라 행성 나비족의 육체를 아바타로 삼는다. 그러다 나중에는 아예 아바타와 일체가 되어 나비족이 되어간다. 제이크 설리는 처음에 일종의 접속장치를 매개로 나비족의 형태인 아바타에 접속했고, 나중에는 아바타였던 나비족의 육체에 완전히 정신을 이동하는 것으로 영화 ‘아바타’는 끝을 맺는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지구인의 세계와 판도라인의 세계를 오간다. 두 세계는 모두 온전한 현실세계이며, 현실에서도 접촉하고 있는 세계이다. 우리가 맞이하는 메타버스 세계는 이와 유사하지만 다르며, 다르지만 유사하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현실세계를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그 가상공간 안에서 우리 개인 각각의 아바타가 나를 대신해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하게 된다. 현실과의 간격이 어느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현실의 거의 대다수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는 접촉과 소통 그리고 경험을 가능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예측된다. 또 그러한 경험이 역으로 현실의 삶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실과 메타버스 세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와 혼동될 정도의 현실성을 가진다는 점에 메타버스 시대의 특징이 존재한다.

종교라고 해서 세상의 급진적인 혹은 전면적인 변화에서 예외가 될수는 없다.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은 목전의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 불교는 그리고 불자들은 어떻게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우선 메타버스가 적어도 불자들에게 낯선 미지의 세계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 불교 경전이 끊임없이 강조해왔던 인연(因緣)의 그물망이 좀 더 현실적으로 구현된 상태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량수경〉에서는 석가모니불의 말씀에 의해 극락정토의 아미타불이 출현하고, 〈아미타경〉에서는 현재 세계의 석가모니불 말씀에 의해 서방세계의 아미타불을 비롯하여 6방 세계에 여러 부처님이 출현한다. 그리고 그 서방세계 아미타불을 비롯한 6방의 모든 부처님이 이구동성으로 〈무량수경〉과 〈아미타경〉에서 석가모니불이 말씀하신 내용을 증명하고 증언한다.

이때 서방 극락정토세계를 포함한 나머지 6방의 세계는 일종의 메타버스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부처님 세계는 각각의 스토리에 의해 독립적으로 구성된 세계이다. 하지만 동시에 붓다에 의해 증언된 세계이면서, 그 세계의 모든 붓다는 마찬가지로 석가모니불의 말씀을 증언하고 증명하는 상호 관계성을 형성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는 당연히 부처님의 세계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 현실을 기반으로 구성되는 가상세계이기 때문에 좀 더 현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여전히 그런 시대의 삶에서도 유효성을 가진다. 연기(緣起)로서 현실의 괴로움에 직면하고, 그 괴로움의 원인을 파악하여 제거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주체로 거듭난다고 하는 불교적 관점은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세계는 그 자체로 네트워크 곧 관계성에 기반한 세계의 구현이기 때문에 연기적 관계를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낼 것이고, 그 점에만 유의한다면 연기적으로 바라보고 연기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훨씬 더 용이해질지도 모르겠다. 잘만 활용한다면, 메타버스를 매개로 불교적 삶의 방법론을 구현하고 전달하는 방식 역시 훨씬 더 다양하고 강렬해질 수 있다.

일례로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신행과 수행의 공간으로서 사찰은 불자들과 그리 가깝지 않다.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불교는 상대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에, 전통적인 수행과 신행 공간 대부분이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동떨어져 있다. 메타버스는 그 간격을 획기적으로 좁힐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우리의 현실은 도시화되어 있고 다양한 일상에 둘러싸여 숨 가쁘지만, 메타버스는 동떨어져 있던 전통의 공간을 우리의 일상 가까이 구현해줄 수 있다.

또 현실에서 전문적인 수행자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만, 메타버스 세계에서는 출가수행자의 길을 선택해볼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인해 불가능한 경험이 메타버스를 매개로 좀 더 즉각적·감각적으로 추체험(追體驗)될 수도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가져올 삶의 전면적인 변화는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이기도 하다. 결국 좀 더 다양하고 손쉽게 불교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가 불교적 삶의 가능성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점에서 불교는 대단히 유리한 경험들을 선행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특히 스토리콘텐츠가 그것이다. 불교는 2,700년의 역사 속에서 인도-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를 거쳐 동아시아로 전파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민족이 품고 있는 다양한 역사적 스토리콘텐츠를 품고 있다. 그냥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를 불교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스토리들이다. 이 스토리들 하나하나가 불교세계를 구성하고, 그것들이 모여서 다시 불교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콘텐츠로 재구성되어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반영하는 다양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현실세계이고, 그 다양한 가상의 현실세계는 다시 현실의 스토리세계를 재구성한다. 우리는 경전을 독송하고, 독송을 통해서 경전이 말하는 가르침을 듣고 새겨서, 우리의 삶을 재구성하는 원천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대승경전을 받아 지니고, 사경하고, 독송하고, 해설하여 우리 삶을 바꾸어나가는 방식을 오랫동안 반복해왔다. 이미 메타버스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식과 원천의 스토리콘텐츠를 축적하고 있다. 그것을 얼마나 유효적절하게 메타버스 세계에 변주해낼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곧 강점만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 시대에 불교의 사회적 유용성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재가불자로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요청하고 싶다. ‘메타버스를 메타버스로 남겨두지 말라.’는 것이다. 메타버스를 수행과 실천의 장(場)으로 인식하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관계성이 더 즉각적으로 구현되는 메타버스 시대에도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오히려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주인공으로 살아가기’이다. 때문에 메타버스 세계를 우리 삶의 한 공간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수행의 공간으로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는 거창한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다. 경험할 수 있는 불교적 인과세계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요구할 뿐이다. 불교적 인과세계의 가르침이 우리에게 강조하는 것이 한 생명 한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할 것이다. 누구나가 주인일 수 있는 세계에서는, 모두가 주인이라는 한 생각만 잊지 않고 지키면, 그것만으로 불자다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영화 ‘아바타’로 돌아가자. 나비족의 몸을 아바타로 움직이던 제이크 설리는 ‘손님’일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나비족은 호기심과 관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한 생명으로 온전히 존중받아야 할 대상으로 나비족을 인식했을 때,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와 하나가 되어 나비족이 되었다. 남이 아니라, 온전한 생명이자 자기와 다르지 않은 소중한 존재로 아바타[나비족]를 재인식함으로써 삶을 새롭게 빚어낸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의 우리도 다르지 않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접점이 어떻든 한 생명 한 생명과 찰나의 소중함을 되새겨내고, 그것을 일깨우는 다양한 콘텐츠 세계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수행과 전법의 한 과정임을 재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여전히 중요한 것은 소소한 생명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존중심, 자비심을 일깨우는 삶일 것이다.

석길암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불교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철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금강대학교 HK교수를 역임했으며, 동아시아불교 사상과 한국불교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동아시아 불교사 상사 연구의 한 반성〉 등 다수, 저서로 〈불교 동아시아를 만나다〉 등 다수가 있다.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이어지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포스터와 인간의 의식을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에게 주입한다는 내용의 ‘아바타: 물의길’의 한 장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이어지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포스터와 인간의 의식을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에게 주입한다는 내용의 ‘아바타: 물의길’의 한 장면.

▲ 메타버스 시대의 불교 ‐ 불교문화의 변화

“경전은 판타지 서사의 원형
불교문화재로 VR콘텐츠 제작”

- 글 유응오

영화사의 새 장을 연 SF영화로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아바타’ 연작과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 연작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편의 영화는 세계화의 3요소 중 하나인 3차 산업혁명(정보화)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터미네이터’는 인류가 개발한 인공지능 방어망에 의해 전멸의 위기에 놓인다는 설정에 의해, ‘매트릭스’는 인류가 인공지능(AI)에 의해 지배된다는 설정에 의해, ‘아바타’는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설정에 의해 만들어졌다. 흥미롭게도 이들 영화에는 주객이 전도된 디스토피아에서 인류를 구하는 존 코너·네오·제이크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영화들은 정보화의 폐해를 고발하는 동시에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보조국사 지눌의 말씀대로 정보화의 폐해를 극복할 곳도 결국은 정보화의 공간임을 말해주고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클라우드 컴퓨팅·빅데이터·모바일 등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과 결합해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는 3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을 넘어서 초연결과 초지능의 특징으로 인해 기존 산업보다 더 넓은 범위(Scope)에 더 빠른 속도(Velocity)로 크게 영향(Impact)을 끼친다는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이 대두된 지 오래다.

이런 정보화의 발전 추이로 인해 점차 주목을 받는 것이 ‘메타버스’이다. 1992년 미국의 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 용어인 메타버스가 인류의 새로운 산업문화로 떠오른 데는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의 5G 상용화에 따른 정보통신기술 발달과 코로나19 팬더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 가속화가 영향을 미쳤다.

메타버스의 특징은 가상현실(VR)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켜 증강현실(AR)·혼합현실(MR)을 구현함으로써 이곳에서 실제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이지만 메타버스 안에서 현실세계의 사회·경제적 위치는 통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필자의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매일 한 시간씩 ‘어몽어스(Among Us)’라는 게임의 가상공간에서 전 세계의 남녀노소를 친구로 사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메타버스의 특징을 불교문화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계종 봉암사는 지난해 경내 문화재 및 주변경관 VR콘텐츠 제작 목적으로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았다. 봉암사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사업비 3억 6,575만 원을 들여 총 8점의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한 3차원 데이터를 취득하고 정합함은 물론이고 이를 활용한 관람용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봉암사는 이 사업을 통해 사찰의 소개 영상과 경내 주변 경관에 대한 3차원 영상 콘텐츠도 제작한다.

봉암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불교계가 1차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방안은 각 종단에 등록된 사찰들에 대한 VR콘텐츠 제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VR 콘텐츠’는 다양하게 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전각(殿閣)·당우(堂宇)·산문(山門)·종각(鐘閣) 등 사찰의 모든 구조물을 비롯한 사찰의 내·외부 모습을 3차원 데이터로 제작한 뒤 그 데이터를 토대로 가상공간의 사찰을 창건한다면 신도 및 관람객들은 사찰을 직접 찾지 않고도 사찰의 면면을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간경·염불·참선 등의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도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 연등을 달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전각 및 당우에서 수행할 수 있으니 실제 사찰보다 더 아늑한 수행처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찰의 역사, 주석했던 고승, 사찰에 봉안돼 있는 성보 문화재들에 대한 데이터를 환상적인 기법으로 콘텐츠화한다면 신도와 관람객에게는 잊히지 않는 이색적인 체험이 될 것이다.

각 종단에 등록된 사찰에 대한 VR 콘텐츠 제작은 봉암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국가지정문화재나 지방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나 전통사찰의 경우 국비나 지방비를 지원받기에 용이하다.

불교계가 2차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할 방안은 장구한 역사 속에 전래해 온 불교 이야기의 콘텐츠 제작이다. 여기서 ‘불교 이야기’란 ‘불교경전에 담긴 이야기’,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계관적 토대로 수용한 창작물’, ‘경전과 창작의 중간 지대에 걸쳐 있는 선시·설화·영험록’을 총괄한다.

불교 이야기의 대표적인 사례는 부처님과 10대 제자들의 삶과 수행담일 것이다. 많은 사찰에 조성돼 있는 ‘부처님의 팔상성도(八相聖圖)’를 VR콘텐츠로 제작한다면 길에서 탄생하셔서 길에서 열반하신 부처님의 숭고한 생애를 체험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또 부처님의 10대 제자들의 삶과 수행담을 VR콘텐츠로 제작한다면 판타지 캐릭터의 원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석가십성(釋迦十聖) 중 수행제일 마하가섭, 신통제일 목건련, 심안(心眼)을 얻은 천안제일 아나율은 대표적인 판타지 소설이자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보다 더 매혹적인 스승의 캐릭터가 될 수 있다.

또한 〈본생경(本生經)〉·〈백유경(百喩經)〉등 경전에 전하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도 다양한 서사의 활용성을 지니고 있다.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는 우화인 까닭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경우 VR콘텐츠 체험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화엄경(華嚴經)〉 ‘입법계품’의 주인공 선재동자의 이야기는 53선지식을 찾아서 깨달음을 구한다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다.

한국의 고승으로 좁혀보면 하얀 피를 흘리며 순교한 이차돈,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깨달은 원효대사, 불에 타고 남은 글자만으로 법성게를 만든 의상대사, 깨달음을 얻기 위해 실크로드를 가로지른 혜초 스님, 난세와의 불화로 통한의 한숨을 삼키고 풍찬노숙의 길을 걸으면서 최초의 한국 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설잠 스님, 〈동다송(東茶頌)〉을 통해 찻물처럼 맑은 언어의 한 구경(究竟)을 제시한 초의선사, 기행 속에서도 깨달음을 얻어 꺼져가는 한국의 법등(法燈)을 밝힌 경허선사만큼 VR콘텐츠의 캐릭터로 적격인 인물도 없다.

화승인 솔거와 담징의 이야기도 VR콘텐츠로 제작할 경우 경험자들이 스님들과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열반세계를 구현한 벽화를 완성함으로써 마음속의 번뇌도 물리치는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불교사로 좁혀 보면, 고려 무인정권 당시 몽골의 침입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대장경을 판각한 이야기, 일제강점기에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뒤 만주 북간도에 대각교당과 대규모 농장인 선농당(禪農堂)을 세운 용성 스님의 이야기, 월정사가 불에 타 소실될 위기를 목숨 지켜 막은 한암 스님의 이야기는 호국불교와 보살사상의 회통을 모색할 수 있는 VR콘텐츠가 될 수 있다.

이밖에도 한국의 각 불교종단을 대표하는 고대부터 근대까지의 고승들의 이야기, 명찰의 이야기, 탱화·범패·염불·화두·선시 등 불교문화의 이야기는 모두 메타버스의 제재(題材)로 활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각 불교종단은 자신들에게 맞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가령, 천태종은 회삼귀일(會三歸一) 삼제삼관(三諦三觀) 등 종지(宗指)나 염불 수행을 통해 ‘마음이 항상 청정하면 곳곳에 연꽃이 피어나는’ 깨달음의 경계에 든 상월원각(上月圓覺)대조사의 가르침을 콘텐츠로 개발하고, 태고종은 태고보우 국사로부터 이어진 태고종의 역사와 근대사 과정에서 만봉·송암 스님 등이 계승해온 불화·범패·영산재 등 불교문화재를 콘텐츠로 개발해 이웃 종단과의 변별점을 지닐 수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콘텐츠로 제작된 불교문화는 체험자들에게 연기(緣起)·무아(無我)·무상(無常)·공(空)·중도(中道)·자비(慈悲)·유식(唯識)·윤회(輪回)·업(業)·선(禪) 등 불교사상에 입각한 교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전생과 현생과 내생이 혼재하는 시공간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면서 일념(一念)은 무량겁(無量劫)이 되고, 무량겁은 일념이 되는 흥미진진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우수한 불교적인 메타버스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콘텐츠 체험자들은 이 글의 서두에 소개한 SF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서 주객전도의 몽상에서 벗어나 ‘공즉시색(空卽是色)’의 환술가가 될 수 있으리라.

유응오
소설가. 불교계 언론사 및 〈불교와 문학〉 주간을 역임했다.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돼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검은 입 흰 귀〉, 장편소설로 〈하루코의 봄〉·〈염주〉, 영화평론집으로 〈영화, 불교와 만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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