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앞에서 다소곳해지는따뜻한 용맹심 배우시길”굶주린 어미 호랑이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때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레 전에 새끼 일곱 마리를 낳은 참이었습니다. 녀석들은 나오자마자 본능적으로 젖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젖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몇 날 며칠을 아무 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까무룩 정신을 놓쳐버리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호랑이는 모든 동물이 두려워하는 맹수입니다. 사납고 잔인하고 재빠르고도 유연하고 뒷다리로 우뚝 설 때면 그 큰 몸집에 밀림의 모든 동물들이 겁에 질려 움쭉달싹 못하
18세에 선문에 든 이후 동암성수, 탄허택성, 고송종협, 퇴옹성철, 서옹상순, 설악무산 등을 참문한 월조(越祖) 송준영(宋俊永) 시인이 스스로의 생애 가운데 핵심만을 골라 엮은 책이다. 책은 자선시(自選詩) 20편과 찬(讚) 6편, 대표논문과 설평(說評)으로 짜여 있다. 먼저 그의 자선시 한 편을 읽어 본다.손가락조차 예쁘답니다물은 하늘에 있고 구름은 땅에 있으니몇 사람이나 저울눈 자리를 잘못 읽었던가속삭이는 개울물 소리은코끼리는 손가락 세워 무방비로 찔러댑니다그래도 땅에 한 선객(禪客)이 휴지를 줍습니다또 다시 하늘 틈새로 별들이
꽃의 수정을 돕는 벌세상이 온통 꽃밭입니다. 일 년 중 우리들 꿀벌이 가장 바쁜 때이지요. 우리는 인간이 등장하기 전부터 꽃에서 꽃으로 날아다녔습니다. 그저 날아다니기만 한 건 아니에요. 꽃가루를 옮기며 식물이 수정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전 세계 식량 자원의 70%를 수정해서 결실을 맺게 하는 일꾼이 바로 우리 꿀벌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그러니 우리가 없으면 사람들의 식량 생산에 적잖은 차질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우리 꿀벌은 많게는 6만 마리에 이르는 거대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향긋한 꽃냄새를 따라
“터키를 만나면 세상의 절반이 보인다.” 여행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그만큼 터키, 즉 아나톨리아 반도는 많은 것을 품고 있다. 고대에는 그리스 땅이었고 로마가 번성한 지역이라는 역사적 배경만으로도 그 말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터키를 수식하는 말도 많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땅, 동서 문명의 교차로, 문명의 용광로……. 하지만 나는 누가 터키에 대해 물으면 ‘차(茶)의 나라’라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말 그대로 터키는 세계에서 차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다. 터키 사람들이 마시는 ‘차이(çay)’는 녹차를 발
대만차(臺灣茶)는 뛰어난 품질과 청결함으로 정평이 나 다인(茶人)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만의 차(茶) 역사는 약 2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는 청나라 말기 최대 수출품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를 구매하려는 상인들의 배가 중국 대륙 동쪽 항구로 줄이어 드나들곤 했다.당시 복건성에 거주하던 주민 중 일부가 바다를 건너 대만으로 이주하면서 각종 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차나무도 전해져 중요한 작물로 재배됐다.200년 전 무이산 차나무 전래〈대만통사(臺灣通史)〉에 따르면 청나라 시대인 1796~1820년경
뉴질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먼 해를 사이에 두고 동쪽으로 1,500km 떨어져 있고, 태평양 섬들로부터 대략 1,000km 떨어져 있다. 인간이 발견한 지구의 마지막 섬 중 하나였을 것 같은 뉴질랜드는 ‘아오테아로아(Aotearoa)’라고도 불린다. 원주민이 사용하는 마오리어로 ‘흰 구름이 길게 펼쳐진 땅’이란 뜻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한적하게 흘러가는 흰 구름, 그 천연의 풍경으로 인해 뉴질랜드를 ‘지구의 의약상자’라고 일컫기도 한다.그래서일까? 뉴질랜드는 2021년 유엔이 분류한 선진 32개국 중에서 환경문제를 국가 최
히말라야 설산 아래 메마른 회색조의 산과 언덕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또 다른 꿈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듯 고요히 앉아있다. 꿈의 실제인지 삶의 허상인지 구분조차 무의미해지는 곳, ‘오래된 미래’라고 불리는 라다크(Ladakh)는 그렇게 서 있다. 황량한 자연 풍광은 대지의 어둠과 밝음에 온전히 순응하는 동시에 대지의 근원은 온전히 스스로의 것임을 다짐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현재 라다크 지역 인구의 다수를 구성하는 티베트 불교도인 난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종교와 일상이 하나 된 티베트 난민공동체높고 낮은
현대 유럽불교는 단계별 발전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19세기 후반까지는 보편적 신앙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영국을 중심으로 일부 식자층의 학문적 관심이 주를 이루었고, 세계 1·2차 대전 이후 유럽인들은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지침을 찾아 서서히 불교의 가르침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또한 전후 베트남 등 아시아의 불교문화권 국가에서 정치적 망명자가 유입되면서 유럽 내 불교 신자 수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중·후반기를 거쳐 불교에 대한 유럽 현지인들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했고, 현재 여러 종단이 유럽에서 점점
독일 베를린은 젊고 에너지 넘치고 이색적인 도시이다. 기술과 규칙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의 수도이지만 통상적인 독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독일에 살다보면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만큼 베를린은 수도이긴 하지만 평범한 소위 ‘독일인다운 삶’에 만족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도시이고, 따라서 현지인들은 베를린을 독일답지 않은 도시라고 여긴다.불교 모티브, 도시 곳곳에최근 수년 간 자본이 모이면서 월세가 껑충 뛰고 꾸준한 재개발로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평이 많지만 아직까지 베를린은 정치적으로 진보적
캄보디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이 여러 개 있다. 그 중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전통극예술은 크메르(Khmer)의 전통춤으로 ‘캄보디아 왕실 발레’ 또는 ‘압사라(Apsara)’로 불리는 ‘캄보디아 왕실 춤극(Royal ballet of Cambodia)’이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왓 스베이 안뎃의 르콘 콜(Lkhon Khol Wat Svay Andet)’은 캄보디아 왕실 춤극에 비견되는 가면극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캄보디아 불교는 기원전 3세기 인도 마우리아 왕조(Maurya dynasty, B.
‘루카다 나트야(Rūkada Nātya)’는 스리랑카의 전통 줄 인형극이다. 마을공동체에서 농한기에 가벼운 여흥 삼아 부처님의 전생담 등 도덕적인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공연한다. 이 줄 인형극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학자들은 ‘줄 인형극’이란 용어를 여러 형태로 정의하는데, 주로 나무로 제작한 인형에 그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의 의지가 더해졌다고 풀이한다. 줄 인형극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고려시대부터 부처님오신날 관등놀이로 행했던 ‘망석중놀이’가 있었고, 미얀
‘베를린 불교의 집’의 창건베를린 불교의 집(Das buddhistische Haus in Berlin)은 파울 달케(Paul Dahlke, 1865~1928)가 1924년 완공한 사찰이다. 불교가 대중화 되지 않았던 1920년대에 세워진 몇 안 되는 사찰 중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남방불교사원이다. 불교의 집은 베를린과 바로 옆 행정구역인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경계지역인 프로나우(Frohnau)에 위치해 있는데, 베를린 북서부행 전철 노선의 마지막 정거장이라 베를린 중심부에서도 한 시간 이상 소요된다. 유럽의
유럽불교연합(European Buddhist Union)은 프랑스 파리에서 판사로 활동하던 폴 아놀드(Paul Arnold, 1909~1992)가 1975년에 런던에 창립한 단체다. 하지만 유럽불교연합 창립의 맥락을 살펴보면 그 역사는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간다.재능 있는 작가이자 여행가이기도 했던 폴 아놀드는 1965년에 달라이라마를 두 시간 정도 개인적으로 친견했다. 그는 8년이 흐른 1973년 프랑스 사브아(Savoy)에 사찰을 세우고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불교단체 설립을 서원했다. 그는 같은 해 11월 파리에서 개최된
베트남에서는 북부(하노이)·중부(후에·꽝남)·남부(호치민)를 중심으로 다양한 신을 모시고 제(祭)를 올리고 있다. 길게는 수 천 년부터 짧게는 몇 백 년 이상 이어온 지역 전통신앙인데, 대부분의 제의식은 커다란 지역축제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중 북부 전역에는 ‘타인 종(Thánh Gióng, 聖揀)’을 숭배하는 의식인 ‘푸동 사원과 속 사원의 종 축제(Gióng festival of Phù Đổng and Sóc temples)’가 행해지고 있는
부탄의 전통불교무용인 ‘참’은 17세기 걀세 텐진랍계 스님에 의해 파드마삼바바의 탄생일을 기념해 추는 체계적인 춤이 되었다. 이 춤은 부탄 전역으로 퍼져나가 ‘체추’라 불리즌 축제로 자리잡는다. 그 중 대표적인 의식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동부탄 몽가르 지역 다라메체 마을의 드라메체 아참이다. 지구상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히말라야 깊은 산속에 위치한 부탄왕국은 금강승불교를 국교로 삼아 붓다의 가르침을 수천 년 동안 유구하게 지켜온 나라이다. 기본적으로 부탄의 불교는 8세기 인도후기 밀교가 히말라야 지역으로 전해지면서
지난 호에서 다루었던 바와 같이 불교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선교사나 제국주의 시대 학자, 또는 사회 일부 계층에서 시작됐다. 1세대 유럽 불교학자들은 방대한 불전(佛典)을 수집해 번역하고, 사전을 집필해 문헌학적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지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시간이 흘러 이제 불교학은 문헌학적 불교학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종교학적·젠더학적·윤리학적 불교학으로 다양화가 진행 중이다. 문헌학적 전문성을 기반으로 전쟁·직업윤리·채식·환경문제 등의 주제를 다루는 불교학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는 동시대 유럽 젊은 세대의 불교
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 여기에 종교적 신념·사상·문화가 융합하면 인류가 아끼고 보존해야 할 무형유산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무형문화유산 가운데 불교 사상과 문화가 깃들어 있는 세계무형유산을 소개한다. 티베트 불교계는 전통적으로 일 년에 두 차례, 한 번에 3개월씩 안거를 한다. 상반기는 4월부터 6월말까지 3개월간인데 안거가 끝나는 6월 그믐 아침, 사찰에서는 탕카(Than-ka, 탱화)를 내걸어 수행의 증표로 내보이고, 신도들은 스님들께 ‘쇼르’를 공양하는 것으로 한 달간의 축제
유럽과 불교의 만남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 실린 간다라(Gandhāra) 불상(佛像)을 떠올려 보면 불교문화와 유럽 문화의 교류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간다라 불상의 얼굴과 머리칼은 어딘지 모르게 그리스 석상을 닮았다. 뿐만 아니라 불상이라는 형식 자체가 두 문화 교류의 산물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불상은 무척이나 익숙하지만 사실 불상은 석가모니 열반 후 몇 백 년 후까지도 수용되지 않다가 간다라의 영향으로 비로소 불탑과 함께 부처를 상징하는 하나의 표현방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불교 고전에서도 유럽과
사람은 누구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 한다. 하지만 어떠한 감성에 휘둘려 처음 결정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왜 합리적인 선택인 줄 알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의식’이 제어하지 못하는 잠재적인 그것, ‘무의식’을 원인이라고 말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무의식의 존재를 정밀한 이론체계로 세상에 널리 알린 심리학자다. 그는 무의식을 바탕으로 마음의 세계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한 ‘정신분석’이란 새 지평을 열었다. 정신분석은 지동설이나 진화론
탐욕 경계할 뿐소유 부정하지 않아“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있는 들판 위에 빨간 상의를 입은 여배우가 두 손을 입에 모으고 소리친다. 속까지 후련한 이 멘트는 그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CF카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때 속물적인 느낌 때문에 ‘돈’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 돈은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다. 1997년 IMF이후 대량해고가 발생했다.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의 씨앗은 사방으로 흩어져 우리 주변에 수풀처럼 자라났다. 불안은 생존이란 명분아래 나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