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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불교를 가다5_ 유럽에서 불교의 ‘소비’유연함과 포용성 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유럽 문화 깊숙이 파고들어
베를린의 한 마사지 샵 쇼윈도에 불상과 요가 이미지가 놓여 있다. 유럽인 들은 불교와 함께 ‘건강’·‘채식’ 등을 연상한다.

독일 베를린은 젊고 에너지 넘치고 이색적인 도시이다. 기술과 규칙의 나라로 알려진 독일의 수도이지만 통상적인 독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독일에 살다보면 “베를린은 독일이 아니다.” 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만큼 베를린은 수도이긴 하지만 평범한 소위 ‘독일인다운 삶’에 만족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도시이고, 따라서 현지인들은 베를린을 독일답지 않은 도시라고 여긴다.

불교 모티브, 도시 곳곳에

최근 수년 간 자본이 모이면서 월세가 껑충 뛰고 꾸준한 재개발로 본연의 모습을 잃었다는 평이 많지만 아직까지 베를린은 정치적으로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며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예술가와 뮤지션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베를린을 묘사하는데 자주 쓰이는 “가난하지만 섹시하다.(Arm, aber sexy)”라는 식상한 표현이 아직까지는 맞아 떨어진다. 그렇기에 다양한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이국적인 문화에도 개방적이며, 타 문화의 이미지를 활용한 가게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독일은 기술뿐만 아니라 동물복지로도 유명하다. 독일에는 길거리에 버려져 방황하는 동물이 없다. 인기 품종의 개나 고양이를 개인이 마구 번식시키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동물을 유기할 경우 한화로 약 3,0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동물의 크기에 따라 케이지(Cage)의 크기 및 채광, 환기 규정이 엄격해 펫샵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판매하지 않는다. 반려동물 입양 심사를 할 때는 거주환경 및 입양신청자의 부양능력 등을 고려하며, 입양 후에도 방문점검을 받아야 하고 반려견을 정기적으로 산책시키지 않으면 동물학대로 이웃이 신고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독일인의 상당수는 채식주의자이고, 독일 대부분의 식당 메뉴에는 채식메뉴가 따로 있다. 특히 베를린은 앞서 언급했듯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 귀퉁이마다 채식식당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중 불교를 모티브로 활용한 경우도 쉽게 눈에 띈다.

9월 26일 열리는 연방의회 선거 캠페인에서도 동물복지를 주력으로 하는 정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인들은 ‘동물복지’를 생명의 존귀함을 강조하는 불교와 동일선상에 놓고 본다.

사찰음식·채식 관심 높아져

실제로 대부분의 독일인은 ‘불교’라고 하면 ‘채식’을 연상한다. 불교에 조예가 깊은 독일인들은 스님이나 불자들도 상황에 따라 육식을 한다는 것을 알지만, 대부분의 불자들은 불교와 채식을 동일시 여긴다.

베를린에서는 불교 관련 모티브를 주제로 한 음식점을 흔히 볼 수 있다. 타 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과 채식주의가 만나 이뤄진 결과다. 대개 티베트·네팔식 음식을 파는 경우가 많다. 아유르베다 차(Ayurveda Tea, 인도 고대 의학)도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하지만 사찰 식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기보다는 불교 상징물을 활용해 내부 인테리어를 하고, 채식중심으로 메뉴를 구성한 식당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현지인들은 이런 이색적인 분위기의 식당을 꽤 즐겨 찾는 편이어서 좌석을 미리 예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베를린 서쪽 끝에 위치한 티베트불교센터에 소속된 음식점 ‘로터스 라운지(Lotus Lounge)’를 방문했을 때도 불교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들로 가게는 분주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으로 인해 식당 내부에서 식사를 하려면 백신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친구 및 지인과 삼삼오오 앉아 채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티베트불교센터에 소속된 식당이지만 메뉴에 태국·인도식 요리도 있었고 퓨전 요리도 있었다. 식당 한편에는 세련된 불교용품 코너도 있었는데 양질의 불교서적·불교잡지·염주·향·티베트 캘리그라피(Calligraphy)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필자도 불교잡지 ‘불교뉴스(Buddhismus Aktuell)’ 최신호와 캘리그라피 한 점을 구매하고 불교센터 안뜰의 벤치에 앉아 잡지를 읽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사찰음식이 베를린 현지인들에게 정식으로 소개된 적도 있다. 백양사의 정관 스님이 2020년 2월 이틀간 베를린 북부에 위치한 한 사찰의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개업한 스페인-한식 퓨전음식점 ‘고춧가루(Kochu Karu)’에서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채식이나 불교에 관심이 많은 독일인들도 사찰음식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아무 맛도 안 나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갈하고 맛난 사찰음식을 소개함으로써 인식을 전환하는데 기여했다.

베를린 서쪽 끝에 위치한 티베트불교센터 소속 음식점 ‘로터스 라운지’. 티베트불교센터 소속 식당이지 만 태국·인도식 음식도 판매하고 있다.

불교이미지 상업화, 엇갈린 반응

불교 모티브의 인기는 식문화를 넘어섰다. 여행사와 건강(Wellness)센터에서도 불교 이미지의 상업화를 통해 편안함과 휴식의 느낌을 담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불상을 모셔놓은 인도 전문여행사, 천연화장품을 만들고 판매하며 마사지샵과 네일샵을 운영하는 한 가게의 불교이미지 활용이 그 예이다.

필자는 지난 달 이사하면서 가구 및 인테리어 판매점이 모여 있는 곳을 여러 곳 방문했는데 각 가게마다 불교를 모티브로 활용한 장식품을 판매하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필자 역시 불자가 아닌 지인의 거실이 불두·탱화·티베트 깃발 등으로 장식된 것을 종종 보았다.

이와 같은 불교의 상품화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이미지사업의 일부로 간주하고 불교를 알리는데 기여한다면서 반기는 입장이 있는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을 훼손한다는 의견, 오리엔탈리즘의 표상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불경스럽다’는 이유에서 문제시 하는 경우가 많다.

로터스 라운지 한편에는 세련된 불교용품 코너가 마련돼 있다. 불교서적과 잡지·염주·향 및 티베트 켈리그라피 등을 판매하고 있 다.(좌측) 불교 모티브의 인기는 여행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상과 포대화상을 앞세워 홍보하고 있는 여행사 전경.

일례로 부처의 이미지가 화장실 변기를 장식하거나 누군가의 발에 문신이 되기도 한다. 많은 불자들의 이목을 끈 대표적인 사례는 태국의 단체 ‘부처 제대로 알기(Knowing Buddha)’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2016년 루이비통(Louis Vuitton)의 전시회에 대형 불두가 바닥에 장식된 것을 문제 삼았다. 재불 태국대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강한 유감을 전달하며, 철거를 요청하기도 했다.

부처님의 이미지를 상업화한 기념품 판매에 반대하는 운동을 2013년 유명한 독일의 미디어 도이처 벨레(Deutsche Welle)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그만큼 사회에서 이미 문제시 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은 2016년 1월부터 9월까지 중국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바 있 다. 소개된 컬렉션에는 불교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 중 장후안(Zhang Huan)의 작품 ‘Long Island Buddha’를 실은 루이비통의 전시 포스터. 〈사진=Knowing Buddha재단 홈페이지 캡처〉

불교이미지 개선 활동

세계의 다양한 시사를 다루는 라디오 및 팟캐스트 프로그램인 ‘더 월드(The World)’에서 마침내 2021년 3월 ‘부처 제대로 알기’ 단체의 대표 아차라바디 웡사콘(Acharawadee Wongsakon)을 인터뷰했다. 이때 웡사콘 대표는 “우리 단체는 호텔 변기나 나이트클럽에 불상이나 불교모티브 장식이 있는 경우, 해당 사업장에 연락을 취한다. 모하메드나 예수를 이런 식으로 장식적으로 활용하면 문제가 됨을 사람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데 왜 불교는 예외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단체가 연락을 하면 50% 정도는 시정하지만 나머지 50%는 개의치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차라바디 웡사콘에 의하면 1990년 후반 프랑스 파리에 ‘부다 바(Buddha Bar)’가 처음 들어선 후 여러 도시에 분점을 내면서 불교 모티브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중 적어도 10만 건 이상이 불경스러운 사례라고 한다. 아차라바디는 ‘부처 제대로 알기’ 단체를 중심으로 태국 관광지의 무분별한 불교모티브 장식품 및 기념품 판매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고, 불교 모티브 문신 등 서양권에서 잘못 활용된 예시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며 인식 재고를 요청해 오고 있다.

실제로 불교가 국교이거나 다수의 종교인 아시아국가에서 유사 사례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해 처벌을 감행한 경우가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팔에 부처 문신을 한 영국여성을 추방한 적이 있고, 미얀마에서는 불상에 헤드폰을 씌운 이미지를 술집 광고에 사용한 뉴질랜드인 포함 두 명을 처벌했다. 관광객 유치를 이유로 아직까지 태국에서는 국가차원에서 처벌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

서양에서 불교를 이색적이고 ‘쿨’한 문화로 여겨 일상에 장식적인 요소로 활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60~70년대 히피(Hippie) 사이에서 불교에서 모티브를 따온 옷이나 액세서리가 유행했고, 지금도 여전히 유사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의 발코니에는 종교와 무관하게 티베트 오색 기도깃발이 걸려있다. 이미 반세기가 지난 지금, 불교 모티브는 생각보다 유럽인들의 문화코드에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전후 20세기 중후반 엄격한 의미에서의 히피가 아닌 많은 유럽인들도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불교 모티브를 소비했는데, 이들을 ‘심미적(Aesthetic) 히피’ 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국의 불교단체 ‘부처 제대로 알기’는 불교 모티브를 불경 스럽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오고 있다. 무분 별한 불교 모티브 장식품·기념품 판매 반대운동을 비롯해 불교 모티브 문신 등 잘못 활용된 사례에 대해 꾸준히 문제 를 제기하고 있다. 〈사진=Knowing Buddha재단 홈페이지 캡처〉

유럽인이 불교에 호의적인 이유

2015년 독일불자협회(German Buddhist Union)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독일 불자들은 교회를 떠난 가장 큰 이유로 ‘도그마(Dogma, 독단적 신념)’를 꼽았다. 반대로 불자가 되기로 결심한 주요 이유로는 불교교리의 ‘독단적이지 않음과 유연함’을 꼽았다. 불교를 엄격한 종교문화의 대안으로 여기는 것이다. 또한 전체 설문조사 응답자 중 21%는 여전히 교회 멤버이기도 하고, 동시에 불자이기도 해서 동양권에서 이해하는 불교의 성격과 독일에서 이해하는 불교의 성격이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유럽 내의 불교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교육을 받은 유럽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는 종교에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편이지만 세계 종교 중 유일하게 불교에는 동의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불교와 관련된 종교 무력분쟁에 대해 알고 있거나 역사적 사실을 들어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불교를 예외적 종교로 간주한다. 불교는 평화와 비폭력의 종교라는 이미지가 유럽에 강하게 자리 잡은 탓이다.

“유럽에서 불교는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에 대한 답은 다양하고, 이미 다수의 불교학자 및 종교인들에 의해 논의되었고, 출판물도 즐비하다. 아차라바디 웡사콘은 ‘부처 제대로 이해하기’ 단체 홈페이지에 단체의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독려하기 위함이라 밝혔다. 여기저기, 때로는 의외의 장소에 자리 잡은 불교 모티브가 오리엔탈리즘인지, 신성모독인지, 반겨야 할 트렌드인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혜인 ―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한국불교를 공부하고 현재 베를린 자유 대학에서 수학 중이다. 불교와 전쟁, 불교와 국가의 관계, 불교 개념의 제도화 과정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그 외 세계의 비전통적 고등교육기관에도 관심이 있다.

글 이혜인  ggbn@gg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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