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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하늘재 언덕바지에 내 사유의 터를 잡은 것은 순전히 관음리 석조반가사유보살상과의 인연 탓이다. 20여 년 전 나는 문경 여행서를 쓰기 위해 주말이면 아내와 문경의 이곳저곳으로 답사했다. 문경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고향 마을 반대편의 지역은 가보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았다.문경의 북서쪽에 위치한 계립령으로 한자 표기된 하늘재는 조선 초 문경새재가 개척되기 전까지 영남대로의 중심 고갯길이었다. 서기 156년 아달라이사금 때 신라가 중원 진출을 위해 개척한 우리나라 최초의 백두대간 고갯길이다. 그런 역사성으로 하늘재 주변에는 불교 유적
문화칼럼
권갑하 시인·강남문인협회장
2024.03.2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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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효리의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다른 사람 말 듣지 말래요. 자기 마음대로 살래요. 이효리가 그랬어요.”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사람 말 듣지 말라는 이효리 말은 들어도 되고요?”라며 비웃듯 대꾸했다.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것은 큰 영광이다.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세상에 선한, 그리고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에게 그럴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그런 자리에서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이효리’이지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선 자기 노래나 듣고 가라며 ‘치티치티뱅뱅’을 불렀단다. 졸업식장은
문화칼럼
이미령 불교칼럼니스
2024.02.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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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서기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2년이다. 이 해 전진(前秦)의 왕 부견이 사신과 함께 승려 순도(順道)를 파견해 불상과 불경을 보내왔다고 〈삼국사기〉가 전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된 지 1652년이 되는 해이다.이 긴 세월 동안 불교는 한국인에게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불교는 한국인 의식 구조의 저변에 자리해 인생관과 세계관 구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조상들은 불법에 의지해 나라를 지키고자 했으며, 신심을 예술로 표현해냈다.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고
문화칼럼
유자효 (사)한국시인협회장
2024.01.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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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들었던 키가 원래대로 돌아온, 조금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나이 들수록 뼈의 밀도와 구조가 바뀌어 키도 줄어든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왠지 서럽게 여겨졌다. 그런데 두어 달의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면서 원래 키로 돌아온 것이다. 굳어 있는 몸을 깨우는 이완이 필요했던 셈이다.정초에 지신밟기를 하는 풍습도 겨우내 딱딱하게 굳은 땅을 깨우는 의미를 지녔다. 집집이 농악패가 풍물을 울리며 마당을 밟아 지신(地神)을 일깨움으로써 한 해의 복과 무탈을 비는 것이다. 지신을 밟을 때는 대문ㆍ안방ㆍ부엌ㆍ장독대ㆍ뒷간의 곳곳을 돌며 고사 소리를
문화칼럼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2023.12.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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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사카는 붓다 시절 믿음이 견고하고 승가에 아낌없이 시주하기로 으뜸인 재가여성불자다. 영리하고 사리분별이 밝았던 위사카는 당시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남편들은 자기 아내가 위사카를 따라다니기를 원했다. 따라다니기만 해도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느 날 포살일이 다가왔다. 포살은 스님들이 모여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며 계율을 잘 지키고자 다짐하는 의식인데 재가자도 그날이면 절에 모여서 수행자처럼 경건하게 지냈다. 사밧티 시에 사는 수많은 여성이 포살일을 보내고자 부처님이 계신 절에 모여들었다. 위사카는 여성들 가운데 나이
문화칼럼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2023.11.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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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월이 되면 강원도 인제군 만해마을과 백담사는 문인들로 북적입니다. 시인이기도 했던 무산 조오현 스님이 만드신 만해축전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그해 여름도 김남조 시인을 비롯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만해마을을 찾았습니다. 만해축전은 어느새 평소에 자주 만나지 못하던 문인들의 인사 장소가 되었습니다. “만해축전이 끝나야 여름이 간다.”고 했었지요.유심 작품상 시상식으로 기억합니다. 인사 말씀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조오현 스님이 단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더니 김남조 시인을 향해 큰소리로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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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사)한국시인협회장
2023.10.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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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많은 큰절 살림살이는 후원의 식생활 용기에서부터 실감이 난다. 통일신라기에 조성되어 보물로 지정된 법주사 철확(鐵鑊)은 지름 2.7m에 높이 1.2m의 거대한 크기로, 대중이 많이 모일 때 수천 명 분의 밥과 국을 끓였다는 가마솥이다. 그뿐 아니라 대찰에는 큰 행사 때 대중의 밥을 담는 용도로 썼다는 대형 목기(木器) ‘비사리구시’가 전한다. ‘구시’는 ‘구유’의 옛말로 통나무나 돌의 속을 파서 만드는 대형그릇을 말하고, ‘비사리’는 느티나무를 뜻한다. 느티나무는 목재가 치밀하고 결이 아름다워 사리함을 만들 때 즐겨 쓰인 수
문화칼럼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2023.09.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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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로 열리는 〈유마경〉 강의에는 처음 인원들이 하나둘씩 빠져 나가고 어느 사이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법우들만이 변함없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한 번 떠나간 사람들은 좀처럼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건 누가 뭐래도 강사의 자격미달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대승경전은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강사인 내 지론(持論)이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은 지루함을 참아야 한다는 말이다.경전을 읽는다는 건 인생에서 어떤 의미일까?“그냥 부처님 말씀을 접하니까 그게 기도인 걸요.”이렇게 말하는 불자들도 상당수다. 〈금강경〉을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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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2023.08.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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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인은 그의 나이 쉰세 살이 되는 1968년 8월에 간행한 다섯 번째 시집 〈동천(冬天)〉의 서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불교에서 배운 특수한 은유법의 매력에 크게 힘입었음을 여기 고백하여 대성(大聖) 석가모니께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한다.”서정주는 불교적인 시를 많이 썼고, 또 작품성의 면에서 성공시킨 시인이다. 그러면 그의 시에서 불교적인 상상력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어느 날 내가 산수유 꽃나무에 말한 비밀은/산수유꽃 속에 피어나 사운대다가…/흔들리다가…/낙화하다가…/구름 속으로 기어들고//구름은 뭉클리어 배 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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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사)한국시인협회장
2023.07.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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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여름비는 과하게 내리니, 길게 이어지는 장마를 궂은비ㆍ음우(陰雨)ㆍ고우(苦雨) 등이라 불렀다. 조선 중기 장유(張維)가 ‘고우’라는 시에서 “석 달 가뭄은 견디지만 비는 사흘만 내려도 당하기 어렵다.”고 했듯이, 장마는 삶에 크고 작은 고통을 준다.7월은 소서ㆍ대서와 초복ㆍ중복이 들어 여름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음양의 관점에서 보면 불과 물이 본격적으로 만나는 달인 셈이다. 양의 기운이 치솟는 계절이기에, 연중 가장 많은 비를 내려 이를 식혀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름은 불[陽]과 물[陰]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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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2023.06.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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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 나무 한 그루 서 있는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 초라한 사내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만났다. ‘고도(Godot)’가 오기로 해서 그를 맞이하기 위함이다. 사실 고도는 어제 오기로 되어 있었다. 아니, 그제 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제가 아니라 사실 고도는 그끄저께 온다고 해서 두 사내는 그날에도 이 나무 아래에 와서 기다렸었다.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었다.두 사내는 오늘 그가 온다고 해서 이렇게 다 늦은 저녁나절에 이 나무 아래로 와서 그가 올 때까지 하릴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는 올까?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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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2023.05.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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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인협회는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세계 시의 날인 3월 21일, 파리의 주불 한국문화원에서 프랑스시인협회와 상호 교류, 협력 강화 협정을 체결했지요.그리고 파리 시테대학교와 액스마르세이유대학교에서 한국 시의 날 행사를 가졌습니다. 시테대학교에서는 여섯 명의 학생이 한국어로 쓴 자작시를 발표했습니다. 그 가운데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루이 페냐르 군(1학년)이 쓴 ‘숟가락인(人)’이라는 시는 이러했습니다.“숟가락과 젓가락, 나이프와 포크/ ‘수저’와 ‘나이포’/수저는 동이고 나이
문화칼럼
유자효 (사)한국시인협회장
2023.04.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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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월을 맞아 사찰마다 생전예수재를 봉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근래의 예수재는 대개 합동이지만, 예전에는 단독으로 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설판(設辦)’이란 법회를 열 때 비용을 마련하는 일을 말한다. 이때 참여하는 이들을 ‘동참재자’라 하는데, 특별한 연고가 있거나 여유 있는 신도 가운데 큰 비용을 내는 이를 ‘설판재자(設辦齋者)’라 부른다. 따라서 ‘독설판’은 재를 단독으로 주관한다는 점에서 ‘합동’의 반대개념으로 생겨난 명칭이다.옛 자료를 보면 오늘날과 같은 합동 재회나 불공이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1970~1980년
문화칼럼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2023.03.28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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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운동해야 하나요?”헬스 트레이너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은 “죽을 때까지요.”였다. 운동 효과의 유효기간이 아주 짧다는 뜻이니 살아 있다면 운동하라는 말이다.그런데 부처님은 운동을 하셨을까? 답은 간단하다. 부처님은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가사와 발우를 챙겨들고 마을로 탁발을 하러 나가신 것이다. 2600여 년 전, 공해와 오염이라고는 전혀 없는 맑고 신선한 아침 대기 속을 티없는 햇살을 받으며 마을까지 맨발로 흙길을 걸어서 가신 것이다. 목적은 오직 하나! 하루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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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2023.02.2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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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 명절을 맞아, 문득 우리의 세시풍속 의례가 불교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삼국시대 초기(4세기 이전)에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됨으로써 민속의례가 정리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하지만 소수 귀족과 왕실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거나 부분적 수용이 있었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토속신앙들이 어디든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여기서 ‘어디든’이라 한 것은, 토속신앙 모두가 자연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었다는 뜻이다. 산이나 들은 물론 시내나 강, 심지어는 부엌이며 마당가의 나무들까지 빼놓지 않았다. 혹자는 그 시대에
문화칼럼
이상문 소설가
2023.01.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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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과 부처는 다릅니까, 다르지 않습니까?” “어리석으면 다르고 깨달으면 다르지 않지.” “어째서 다르지 않습니까?”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지만 녹으면 다시 물이니, 어리석으면 얼어붙은 중생이지만 녹으면 부처인 게지.” 제자의 질문에 대한 당나라 남양혜충(南陽慧忠) 스님의 답이다. 물이 얼음도 되고 수증기도 되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듯이, 어리석은 중생이라 해도 그 본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가르침이다.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본생담(本生譚)〉에서 이러한 두 종류의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지 무너지는 소리에 놀란 토끼이다.
문화칼럼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2022.12.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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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는 인생에 대해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샌님 같은 젊은 주인과, 그와 정반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거친 바다 같은 늙은 조르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은 끝없이 문자로 인생을 탐구하려는 주인에게 그러지 말고 그냥 인생을 살아버리라며 조르바가 쉬지 않고 조언하고 채근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는데, 어느 날, 이 젊은 남자에게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마을의 젊은 과부를 보고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그런데 이 젊은 과부는 은근히 마을에서 적을 만들고 있었다. 마을 청년들이 그녀를 향해 몸이 달아오르고
문화칼럼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2022.11.2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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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대에 올려놓은 ‘헌 자전거 바퀴’나 ‘남성용 소변기’를 과연 미술품이라 할 수 있을까?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들이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 등 국제 미술무대에서 활동하던 현대미술계의 신화적 존재다. 그의 작품은 예술의 범위를 ‘작가가 직접 만든 것’에서 ‘이미 만들어진 산업제품’까지 무한 확장시켰다.지난 6월 종로구 소격동에 자리한 선재아트센터를 찾았다. 미국 출신의 조각가 톰 삭스(Tom Sachs)의 국내 첫 개인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적 DIY(Do It Your
문화칼럼
윤용진 영화감독
2022.10.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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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토종음식 김치소비량 점차 줄어드는 추세사찰 김장문화 모습도 변화근래 ‘금(金)배추’라는 말이 등장했다. 배추 한 포기가 만 원을 넘어섰다니 서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스님들의 김치 소비량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대중이 많은 사찰의 김장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배추 만 포기 이상 김장하는 곳이 드물지 않았으니, 그 규모에 지금의 배춧값을 적용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노 스님들이 “쌀과 김치ㆍ된장만 있으면 겨울 나는 데 걱정 없다.”고 했듯이, 사찰 후원의 한 해 대사(大事)는 ‘김장’과 ‘장 담
문화칼럼
구미래 불교민속연구소장
2022.09.2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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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가 문을 열었다. 어느 날 오후, 그 가게를 처음 방문해서 알바생에게 메뉴 하나를 주문했다. 그러자 키오스크를 이용하란다. 카드를 꺼내들고 기계 앞으로 가서 주문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키오스크 주문이 어려워 곤란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흥미롭기까지 하다. 가게마다 화면에 뜨는 메뉴들이 서로 다르니 그걸 보는 재미도 크다. 다만 내 뒤에 줄이 서 있으면 마음이 바빠져서 손가락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이날 처음 방문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키오스크 주문을 시작했는데 세 번째 단계에 생각지도 못한 선택화면이 떴다.
문화칼럼
이미령 불교칼럼니스트
2022.08.29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