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생담> 토끼의 살신성인
선업선과 원리 보여줘
​​​​​​​‘근원’ 놓치지 않는 삶 살아야

“중생과 부처는 다릅니까, 다르지 않습니까?” “어리석으면 다르고 깨달으면 다르지 않지.” “어째서 다르지 않습니까?”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지만 녹으면 다시 물이니, 어리석으면 얼어붙은 중생이지만 녹으면 부처인 게지.” 제자의 질문에 대한 당나라 남양혜충(南陽慧忠) 스님의 답이다. 물이 얼음도 되고 수증기도 되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듯이, 어리석은 중생이라 해도 그 본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부처님의 전생을 다룬 〈본생담(本生譚)〉에서 이러한 두 종류의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지 무너지는 소리에 놀란 토끼이다. 어느 날 야자나무 아래 누워 있던 토끼가 ‘쿵’ 하며 땅이 꺼지는 소리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땅이 무너진다!’ 소리치며 질주하자 토끼무리와 사슴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고, 뒤이어 멧돼지·고라니·코뿔소·호랑이·사자와 코끼리까지 내달렸다.

이때 숲을 다스리던 사자 왕이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동물들을 보고, 황급히 대열을 가로막아 그 까닭을 물었다. 코끼리에게 땅이 무너지는 걸 직접 봤는지 묻자 사자에게 들었다 했고, 사자는 호랑이에게, 호랑이는 코뿔소에게 거슬러 올라가서 맨 처음의 토끼에 이르렀다. 이에 토끼와 함께 근원지에 가 보니, 나무 아래 커다란 야자열매가 떨어져 있었다.

두 번째는 제석천(帝釋天)에게 자신의 몸을 보시한 토끼이다. 산속에서 불도를 닦으며 함께 살아가던 여우·원숭이·토끼는, 어느 날 자신들의 공부를 겨루어 보고자 제석천을 찾아갔다. 제석천은 이들을 시험하기 위해 자신이 몹시 시장하다고 하자 여우는 잉어를 물어오고, 원숭이는 도토리를 따왔다. 토끼는 나뭇가지를 주워와서 제석천 앞에 불을 피워 놓고 불 속으로 몸을 던지며 자신을 공양으로 올렸다.

토끼의 진심에 감동한 제석천은 그 보시행을 널리 알리고자 토끼를 달에 새겨, 모든 중생이 토끼를 우러러보게 되었다. 인도에선 ‘토끼를 품었다’ 하여 달을 회토(懷兎)라 부르기도 했다. 또한 까마귀와 토끼는 각기 해와 달을 상징하여, 스님들의 가사에 일월광첩(日月光貼)의 문양으로 부착되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 〈본생담〉에서는 사자 왕이, 두 번째 〈본생담〉에서는 헌신 공양한 토끼가 부처님의 전생이었다. 깨달음을 얻어 위대한 존재가 되기까지, 부처님은 수많은 생을 거치며 인간은 물론 천신·동물·조류·물고기 등으로 태어나 어떤 몸을 받았을 때도 갖가지 선행을 닦았다. 따라서 생태계의 가장 미약한 초식동물 토끼가 보여준 살신성인의 보시는 이윽고 부처를 이룬 선업선과(善業善果)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부처님은, 미혹하고 어리석어 하찮은 두려움에도 놀라 자빠진 첫 번째 토끼 또한 불성을 지녔음을 밝혔다. 수행에 장애를 만나더라도 정진해 지혜를 갖춘다면 두려움에 떨지 않으니, 물과 얼음의 관계처럼 두 토끼는 다르지 않은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삶 곳곳에서 두려움에 직면하더라도 그 근원을 찾아가라.’는 가르침으로 새기며, 계묘년 토끼해를 활짝 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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