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6호

한국인 토종음식 김치
소비량 점차 줄어드는 추세
사찰 김장문화 모습도 변화

근래 ()배추라는 말이 등장했다. 배추 한 포기가 만 원을 넘어섰다니 서민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스님들의 김치 소비량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대중이 많은 사찰의 김장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배추 만 포기 이상 김장하는 곳이 드물지 않았으니, 그 규모에 지금의 배춧값을 적용해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노 스님들이 쌀과 김치된장만 있으면 겨울 나는 데 걱정 없다.”고 했듯이, 사찰 후원의 한 해 대사(大事)김장장 담그기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김장김치를 초파일은 물론 다음 김장 때까지 먹는 사찰이 많았다. 따라서 김장에 필요한 채소만큼은 직접 길렀다.

정초까지 먹을 김치에는 찹쌀밀가루 풀을 쑤어 사용했다. 이에 비해 오래 두고 먹을 김치에는 풀과 무채 등을 쓰지 않는 대신, 소금을 더 많이 넣어야 여름이 돼도 군내 없이 개운하게 먹을 수 있었다.

궁핍한 사찰에서는 먹는 시기와 상관없이 고춧가루는 적게 소금은 많이 넣은 짜디짠 김치를 담갔다. 노 스님들은 김장 때마다 절인 배추 위에 다시 소금을 뿌렸고, 밤중에 대중 몰래 김칫독마다 소금을 한 바가지씩 더 붓곤 하였다. 김치를 헤프게 먹지 않도록 짜게 만들어 오래 먹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학인들은 짜디짠 김치를 소금할배·염조(鹽祖)’라 부르면서도 식욕이 왕성하니 김치를 나물처럼 먹었다.

그런가 하면 선방의 동안거(冬安居)는 김장과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있다. 김치는 겨울철에 먹을 가장 소중한 찬이요 김장은 연중 가장 큰 울력이라, 추운 날씨에 엄청난 양의 김치를 담그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따라서 스님들 사이에 삼동결제(三冬結制)는 김장을 함께 해야 공부할 자격이 있다.’는 불문율이 있었다.

수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선방의 김장날짜는 결제 전에 잡히니, 방부(榜付)들인 선객들은 김장날짜를 미리 파악해 그때 맞추어 들어갔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김장에 빠지면 벌칙으로 콩 한 말을 내는 곳이 있었는가 하면, 며칠간 스스로 낮 좌선을 포기하고 땔나무를 하여 송구스러움을 면하기도 했다.

일반사찰에서는 날씨가 더 추워지길 기다렸다가 김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무장갑도 없이 시린 손으로 포기마다 소를 넣기가 힘들어 절인 배추에 양념을 끼얹어 담가도, ‘절 김치는 맛이 좋아 신도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많은 신도가 몰리면 포기김치로 감당이 되지 않으니 보쌈김치처럼 담그는 사찰도 있었다. 배추를 썰어서 막김치로 양념을 버무린 다음 큰 배춧잎으로 싸놓으면, 일일이 썰지 않아도 되고 한 상에 하나씩 꺼내놓기도 좋았다.

이제 김치 소비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다. 그런 한편으로 온전히 한국인의 토종음식이었던 김치가 세계인들에게 환영받아 인류 보편의 맛으로 전환된 시대에 접어들었다. 김치 한 쪽으로 밥 한 그릇을 먹었던 소금김치에서부터 빵과 함께 먹는 싱건김치에 이르기까지, 김치의 변주와 함께 사찰 김장문화의 모습도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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