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법문 정성 들여
사람들이 편안하게
​​​​​​​절 찾을 수 있게 해야

한국시인협회는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프랑스를 다녀왔습니다. 세계 시의 날인 3월 21일, 파리의 주불 한국문화원에서 프랑스시인협회와 상호 교류, 협력 강화 협정을 체결했지요.

그리고 파리 시테대학교와 액스마르세이유대학교에서 한국 시의 날 행사를 가졌습니다. 시테대학교에서는 여섯 명의 학생이 한국어로 쓴 자작시를 발표했습니다. 그 가운데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루이 페냐르 군(1학년)이 쓴 ‘숟가락인(人)’이라는 시는 이러했습니다.

“숟가락과 젓가락, 나이프와 포크/ ‘수저’와 ‘나이포’/수저는 동이고 나이포는 서입니다./하지만 동과 서 사이에는 숟가락이 있습니다./불란서식은 ‘나이포’로 먹어야 합니다./ 한식은 ‘수저’로 먹어야 합니다.”(중략)“저는 동과 서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저는 그 가운데에 있는 사람입니다./포크와 젓가락 사이에/저는 숟가락인이 아닙니까?”

자신의 정체성 문제를 ‘숟가락 문화’와 ‘포크 문화’로 잘 대비해 그려낸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한국학과 학생들이 한국어로 시를 쓰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한평생 외국어 공부에 시달려온 저 같은 사람에게는 경이(驚異)였습니다. 액스마르세이유대학교에서 열린 한국 시의 날 행사에는 대강당에 가득 찬 청중이 한국 시 강연을 듣고, 시인들의 자작시 낭독을 경청하였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내 생애에 이런 일이 있을 줄 몰랐다.’며 눈물짓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난 것일까요?

그것은 한국의 국력 신장과 K팝·K드라마·영화의 영향입니다. 그들에게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며, 살고 싶은 나라입니다. 한국인과 결혼하길 원하는 프랑스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액스마르세이유대학교의 한국어과 경쟁률은 수십대 일로 중국어과와 일본어과를 추월했습니다. 한국어과 교수들은 학생들의 이런 한국 사랑을 반기면서도 오히려 학생들의 장래를 걱정했습니다. 한국이 이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염려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단연 1위입니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입니다. 사회 내부의 갈등도 심합니다. 급격한 노령화와 빈부 격차도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종교의 역할이 제기됩니다. 종교 가운데서도 특히 명상의 종교, 평화의 종교인 불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오늘처럼 종교의 중요성이 강조된 적이 없었습니다. 마음의 안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절은 가서 안기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불교는 절을 찾는 사람들과의 연결 고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습니다. 또한 법회와 법문에 정성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편하게 절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한국은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나라, 살기 좋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거기에 종교의 비중이, 특히 불교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봄입니다. 절의 문을 활짝 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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