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예술개념 벗은 현대미술
자유로운 경지의 간화선 선문답
​​​​​​​고정관념 타파한 ‘참 나’실현 닮아

좌대에 올려놓은 ‘헌 자전거 바퀴’나 ‘남성용 소변기’를 과연 미술품이라 할 수 있을까? 20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작품들이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 등 국제 미술무대에서 활동하던 현대미술계의 신화적 존재다. 그의 작품은 예술의 범위를 ‘작가가 직접 만든 것’에서 ‘이미 만들어진 산업제품’까지 무한 확장시켰다.

지난 6월 종로구 소격동에 자리한 선재아트센터를 찾았다. 미국 출신의 조각가 톰 삭스(Tom Sachs)의 국내 첫 개인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미국적 DIY(Do It Yourself) 전통에 ‘네오다다’(일용품을 작품에 수용하는 예술)를 적극 흡수하는 브리콜라주(Bricolage, 활용 가능한 재료로 재조합) 기법으로 독자적 예술언어를 구축한 예술가다.

전시 제목은 ‘스페이스 프로그램-인독트리네이션’(Space Program-Indoctrination). 인독트리네이션은 정치적 혹은 종교적 세뇌를 뜻하는 단어로 앞에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붙인 이유는 아마도 세뇌탈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오늘날의 과소비와 사들이는 물건들의 짧은 수명에 의문을 제기한다. 낡은 오토바이 헬멧, 빈 위스키 병, 고장난 노트북, 빈 프로판가스통, 찌그러진 지구본 등 생활 쓰레기들을 이용해 만든 우주선과 우주복 등에는 테이프가 덕지덕지 발라져있고, 볼트와 너트로 이곳저곳을 연결하고 고정시켜놓았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미술작품은 아름다워야 하고, 어떤 감동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기를 잘 갖춘 입체적 데생, 붓터치와 질감, 색채를 통해 어떤 감성을 일으키는 미술 ‘오귀스트 로댕’ 같은 거장의 정교한 솜씨가 발휘된 조각품이 진짜 예술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건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다. 현대미술은 장인의 숙련된 테크닉, 창조의 고통 같은 전통적 예술개념을 벗어버린 지 이미 오래다.

무착 스님이 문수보살께 물었다.

“이곳은 어떻게 유지됩니까?”

문수보살께서 답했다.

“범부와 성인이 함께 살고, 용과 뱀이 뒤섞여 있다오.”

문수보살께서는 이 기막힌 법문으로 분별의 경계가 보잘 것 없는 것임을 일깨워 주려 하셨던 것이다. 현대미술처럼 고정관념을 타파해서 자유로운 경지를 얻으려는 수행법 중 하나가 바로 간화선(看話禪)의 선문답(禪問答)이다.

선문답집을 보면 갑자기 고함을 지르거나 몽둥이가 불쑥 날아들고, 이해불가한 기괴한 행동들을 만나게 된다. 이런 것들은 모두 생각의 경계를 깨부수어서 ‘참나’를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방편들이다.

사람들은 현대미술을 마주하는 순간 선문답 같은 의문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것이 예술작품이라고?”

“아~ 이걸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야?”

“과연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니란 말인가?”

현대미술과 선문답은 고정관념을 타파해 진정한 자신을 실현시키는 같은 종류의 작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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