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대화할 때
논쟁 벌어질 것 경계해
​​​​​​​자신의 몸·마음 살펴야

가수 이효리의 졸업식 축사가 화제다. “다른 사람 말 듣지 말래요. 자기 마음대로 살래요. 이효리가 그랬어요.”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다른 사람 말 듣지 말라는 이효리 말은 들어도 되고요?”라며 비웃듯 대꾸했다.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것은 큰 영광이다.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세상에 선한, 그리고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에게 그럴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자리에서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이효리’이지만, 그런 말을 했다? 그리고선 자기 노래나 듣고 가라며 ‘치티치티뱅뱅’을 불렀단다. 졸업식장은 흥겨웠을 테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이 들었다.

며칠 뒤 그녀의 졸업 축사 전문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읽어보았다. 그럼 그렇지. 한 마디, 한 마디에 쏟아부은 진심이 느껴진다. 졸업식 축하연설을 해야 한다고 하니 ‘연설’이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짚어보려고 사전을 찾았다는 이효리는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이라는 설명을 보고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자신은 누군가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이 싫은데 정작 자신이 후배들에게 그런 말을 해야 하는 자리여서 마음이 불편했고, 부모·친구 심지어 공자·맹자·부처님같이 훌륭한 성인의 말도 안 듣는 우리가 좀 유명하다는 사람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는 거다.

“말에는 큰 힘이 없습니다.”라고 이효리는 축사에서 말했다. 자기의 주의 주장은 뒤로 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며, 장황한 연설보다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자신에게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괴감, 자기비하에 빠지지 말고 그 너머의 진짜 자신이 최선을 다해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는 소리에 귀 기울여야하며 누군가의 충고에 기대어 쉽게 살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을 덧붙이고 있다. 이 축사 전문을 읽어가자니 〈맛지마 니까야〉 속 이야기 한 편이 떠올랐다.

붓다에게 유행자 한 사람이 찾아와서 대뜸 자신의 생각을 던졌다.

“나는 아무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붓다는 대답했다.

“당신은 아무 주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담긴 경(디가나카의 경)은 ‘말’에 대한 붓다의 생각을 담고 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순간 이미 그 사람은 논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논쟁은 승부를 가리게 마련인데, 승부란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체로 내 말이 맞고 내 말에 반대하는 당신은 틀렸다는 생각을 고집하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싸움을 하려고 사는 게 아닌데 이렇게 주의주장을 고집하는 삶은 얼마나 소모적인가.

붓다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말할 때 논쟁이 벌어질 것을 경계할 것이요, 그 대신 자신의 몸과 마음과 느낌을 살피는 일에 집중하라고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그 사람은 누구와도 싸우지 않으며 세상에서 쓰는 말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의 말을 사용하며, 그 자신의 가장 큰 행복을 얻는다는 것이 경전의 결론이다.

바깥소리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이효리의 축사가 ‘인생은 독고다이다.’, ‘내 마음대로 살아라.’라는 자극적인 단어로만 언론에서 소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 절절하고 감동적인 조언이고 자기고백이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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